꿈을 꾸었다.
꿈속에서의 나는 작은 여인네였다.
조용히, 어느 날은 조금은 소란스럽게 흐르는 맑은 강줄기를 따라 걷다 보면 도착하는 곳.
뒤로는 숲과 산이 보이는 이 작은 동네가 꿈속의 내가 사는 곳이었다. 마을에 사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소박하고 정이 가득한 곳이라 이곳의 나는 그들을 좋아했다. 마을에서 조금 들어가 강가 쪽으로 걷다 보면 보이는 작은 집이 제가 살던 집이었다.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가면, 사랑하는 님이 잘 다녀왔냐고 다정하게 입을 맞추고 나는 그 따뜻한 온기를 느끼며 잠에서 깨어난다.
“..오늘도인가?”식은 땀 때문에 축축하게 젖은 침대 시트에서 몸을 일으켜 시계를 보니 오전 7시였다. 아아..늦었네 작게 욕설을 지껄이며 옷장에서 셔츠를 꺼내 대충 걸치고 방을 나선다. 식당에 도착하니 형들이 이미 자리에 앉아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늦었군. 또 그 꿈 때문인가?”
딱딱하지만 말투지만, 걱정스럽다는 눈길로 쳐다보는 작은 형에게 괜찮다고 대답하고 자리에 앉으니 침묵을 지키던 큰형이 말을 건네왔다.
“요즘 너무 무리하는 것 같던데”
“아앙? 그럴 리가. 충분히 쉬고 있다구~”
“그런 것치고는 안색이 안 좋다만?”
무리하지 말라며 머리를 쓰다듬는 큰형의 손길에는 애정이 담겨있었다. 셋이서 같이하는 아침 식사가 끝난 후, 큰 형은 일을 업무처리를 위해 회사로 출근하였고, 작은 형은 따로 일이 있다며 외출을 하였다. 원래 자신도 연무장으로 가 가문 소속 기사들과 훈련에 해야 했지만, 요 며칠간 의미 모를 꿈 때문에 힘들어한다는 걸 안 형들이 배려를 해주어, 방에서 몸이 굳지 않을 정도로 간단하게 몸을 풀고 쉬고 있었다.
“도대체 내게 뭘 보여주고 싶은 거지?”
차라리 누군가 죽고, 자신을 위협하는 그런 류의 꿈이라면 아, 악몽을 꾸었구나 하고 넘겼겠지만, 악몽이라고 보기에는 마음이 편해지고 따뜻해지는 느낌이라, 마치 자신이 그 꿈속의 여인네가 된 느낌....
“....에이 설마”
꿈 내용은 별것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그냥 넘기기에는 자신의 정신 건강에 좋지 않았다. 피곤한 건 둘째 치고, 자신이 그 여인네가 되어 그녀가 느끼는 감정과 생각들을 공유...아니 동화되어가는 느낌이 무척이나 싫었다. 자신은 꿈속의 여인네가 아닌 이글 홀든이라는 홀든 가의 삼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데 꿈에 휘둘린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시트를 갈았지만, 찝찝한 느낌에 소파에 기대듯 누워 작은 형이 읽어보라고 추천한 책을 읽었다. 전쟁과 그 속에서 절망과 슬픔을 느끼는 백성들의 모습을 그린 책이었다. 참으로 어리석다. 제 욕심을 위해 백성들을 희생시키는 왕과 귀족들, 그런 그들에게 힘없이 저항할 생각은 하지도 못하고 휘둘리다 죽어가는 그들의 삶이.누군가가 정해준 운명에 휘둘려 산다는 것이..
“...아아...시시하네 진짜”
책을 다 읽고 나서 느낀 것은 씁쓸함이었다. 저항하면 할수록 자신들에게 돌아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그들은 저항하는 것을 포기했다는 것을...덮었던 책을 펼쳐 가장 앞에 있는 머리말을 다시 읽어본다.
“노블레스 오블리주...귀족의 책임인가?”
책임이라는 단어는 자신에게 무거운 짐과 같았다. 자신을 얽매는 족쇄이기도 했고.
“아아...귀찮아. 그냥 잠이나 잘까?”
다 읽은 책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소파에 편히 누웠다. 그대로 눈을 감자 졸음이 몰려왔다. 피곤했다. 그냥 푹 자고 싶다는 마음이 가득했지만....
“전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빨리 말하고 꺼지라고...이렇게 애꿎은 사람을 불러다 괴롭히지 말고”
'Fiction > DH&EH'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이글] Karma -3- (0) | 2015.08.28 |
---|---|
[다이글] Karma -2- (0) | 2015.07.29 |
[다이글] rinfiànco (Side.D) - 下 (0) | 2015.07.19 |
[다이글] rinfiànco (Side.D) - 上 (0) | 2015.07.18 |
[다이글] rinfiànco (Side.E) (0) | 2015.07.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