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0 03:19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최근에 받은 트랙백

글 보관함

calendar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다이글] Karma -1-

2015. 7. 7. 23:02 | Posted by 아뮤엘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의 나는 작은 여인네였다.

조용히, 어느 날은 조금은 소란스럽게 흐르는 맑은 강줄기를 따라 걷다 보면 도착하는 곳.

뒤로는 숲과 산이 보이는 이 작은 동네가 꿈속의 내가 사는 곳이었다. 마을에 사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소박하고 정이 가득한 곳이라 이곳의 나는 그들을 좋아했다. 마을에서 조금 들어가 강가 쪽으로 걷다 보면 보이는 작은 집이 제가 살던 집이었다.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가면, 사랑하는 님이 잘 다녀왔냐고 다정하게 입을 맞추고 나는 그 따뜻한 온기를 느끼며 잠에서 깨어난다.

“..오늘도인가?”식은 땀 때문에 축축하게 젖은 침대 시트에서 몸을 일으켜 시계를 보니 오전 7시였다. 아아..늦었네 작게 욕설을 지껄이며 옷장에서 셔츠를 꺼내 대충 걸치고 방을 나선다. 식당에 도착하니 형들이 이미 자리에 앉아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늦었군. 또 그 꿈 때문인가?”

딱딱하지만 말투지만, 걱정스럽다는 눈길로 쳐다보는 작은 형에게 괜찮다고 대답하고 자리에 앉으니 침묵을 지키던 큰형이 말을 건네왔다.

“요즘 너무 무리하는 것 같던데”

“아앙? 그럴 리가. 충분히 쉬고 있다구~”

“그런 것치고는 안색이 안 좋다만?”

무리하지 말라며 머리를 쓰다듬는 큰형의 손길에는 애정이 담겨있었다. 셋이서 같이하는 아침 식사가 끝난 후, 큰 형은 일을 업무처리를 위해 회사로 출근하였고, 작은 형은 따로 일이 있다며 외출을 하였다. 원래 자신도 연무장으로 가 가문 소속 기사들과 훈련에 해야 했지만, 요 며칠간 의미 모를 꿈 때문에 힘들어한다는 걸 안 형들이 배려를 해주어, 방에서 몸이 굳지 않을 정도로 간단하게 몸을 풀고 쉬고 있었다.

“도대체 내게 뭘 보여주고 싶은 거지?”

차라리 누군가 죽고, 자신을 위협하는 그런 류의 꿈이라면 아, 악몽을 꾸었구나 하고 넘겼겠지만, 악몽이라고 보기에는 마음이 편해지고 따뜻해지는 느낌이라, 마치 자신이 그 꿈속의 여인네가 된 느낌....

“....에이 설마”

꿈 내용은 별것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그냥 넘기기에는 자신의 정신 건강에 좋지 않았다. 피곤한 건 둘째 치고, 자신이 그 여인네가 되어 그녀가 느끼는 감정과 생각들을 공유...아니 동화되어가는 느낌이 무척이나 싫었다. 자신은 꿈속의 여인네가 아닌 이글 홀든이라는 홀든 가의 삼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데 꿈에 휘둘린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시트를 갈았지만, 찝찝한 느낌에 소파에 기대듯 누워 작은 형이 읽어보라고 추천한 책을 읽었다. 전쟁과 그 속에서 절망과 슬픔을 느끼는 백성들의 모습을 그린 책이었다. 참으로 어리석다. 제 욕심을 위해 백성들을 희생시키는 왕과 귀족들, 그런 그들에게 힘없이 저항할 생각은 하지도 못하고 휘둘리다 죽어가는 그들의 삶이.누군가가 정해준 운명에 휘둘려 산다는 것이..

“...아아...시시하네 진짜”

책을 다 읽고 나서 느낀 것은 씁쓸함이었다. 저항하면 할수록 자신들에게 돌아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그들은 저항하는 것을 포기했다는 것을...덮었던 책을 펼쳐 가장 앞에 있는 머리말을 다시 읽어본다.

“노블레스 오블리주...귀족의 책임인가?”

책임이라는 단어는 자신에게 무거운 짐과 같았다. 자신을 얽매는 족쇄이기도 했고.

“아아...귀찮아. 그냥 잠이나 잘까?”

다 읽은 책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소파에 편히 누웠다. 그대로 눈을 감자 졸음이 몰려왔다. 피곤했다. 그냥 푹 자고 싶다는 마음이 가득했지만....

“전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빨리 말하고 꺼지라고...이렇게 애꿎은 사람을 불러다 괴롭히지 말고”

'Fiction > DH&EH'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이글] Karma -3-  (0) 2015.08.28
[다이글] Karma -2-  (0) 2015.07.29
[다이글] rinfiànco (Side.D) - 下  (0) 2015.07.19
[다이글] rinfiànco (Side.D) - 上  (0) 2015.07.18
[다이글] rinfiànco (Side.E)  (0) 2015.07.17

[티엔다무] commiato

2015. 7. 6. 22:08 | Posted by 아뮤엘

하늘에서 붉은 비가 내렸다. 나는 두 손을 모아 붉은 비를 받았다. 모은 손안에 고이는 액체를 조심스레 볼에 가져다 대었다. 따뜻하다. 비는 이내 멎어 들었고, 바닥에는 붉은 웅덩이만이 그 흔적을 나타내었다. 물줄기를 따라 걷다 보니 비린내가 더욱 짙어졌다. 괜찮을 거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감았던 눈을 뜨고 눈앞의 풍경을 바라봤다. 성당 앞에 기대어 앉아있는 한 인영이 눈에 들어왔다. 가까이 다가가니 네가 앉아있었다. 새하얀 눈꽃을 닮아 빛나던 너의 머리는 붉게 물들고, 푸르게 빛나던 너의 눈은 굳게 감긴 채 떠지지 않았다. 깊이 잠이 든 네가 깨지 않게 조심스레 끌어안았다. 항상 따뜻하던 너의 품은 차갑게 식어버렸다. 지금 이 상황이 꿈이길 바랐다. 입고 있던 외투를 벗어 너에게 둘러주고 그대로 안아 들었다.


한참을 달렸다. 달리고, 또 달려 최대한 그 장소에서 멀리 벗어나기 위해 쉬지 않고 달렸


다. 크고 작은 건물이 가득한 회색의 숲에서 벗어나 도착한 곳은 도시 외곽에 있는 숲이었다. 차오르는 숨을 천천히 내쉬고 근처 나무에 기대었다. 아직 쉴 수는 없었다. 너무 무리한 탓일까. 제 다리는 고통을 호소하며 자꾸 힘이 풀려 당장에라도 주저앉을 것 같았다. 풀리는 다리를 억지로 움직여 절벽 쪽으로 몸을 움직였다. 미친 사람처럼 수풀 사이를 헤쳐나갔다. 쏴아아-하는 폭포 소리와 함께 어두웠던 시야가 밝아지며 약간 넓은 공터가 눈에 들어왔다. 도착했다. 드디어. 털썩하는 소리와 함께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조심스레 품에 끌어안은 그를 내려놓고 주변 풍경을 둘러보았다. 그와 시간이 날 때, 자주 오던 이 절벽은 옆에는 폭포가 떨어지기 때문에 겨울보다는 여름에 더 자주 찾아왔었다. 떠오르는 추억을 뒤로하고 외투를 살짝 벗겨내 창백해진 그의 얼굴을 조심스레 쓰다듬었다.

“네가 좋아하던 곳이다. 다이무스”

피에 젖었던 머리는 어느새 다시 내리기 시작한 빗물에 제 색을 되찾아갔다. 빗물이 다 씻겨내지 못해 약간의 붉은 기가 남아있는 은빛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 넘겨주었다. 억눌린 감정이 비집고 나오는 것을 애써 삼키며 구슬프게 비가 내리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안타리우스가 부활했다. 라는 정보를 가져온 그의 둘째 동생 덕분에 ‘인형실 끊기 작전’ 이후 세 조직이 손을 잡게 되었다. 동맹이 만들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연합 측 능력자들이 공격을 받는 사건이 터졌다.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안타리우스쪽에서 전쟁을 선포한 것이었다. 전장은 서로의 눈치를 보듯 천천히 흘러갔다. 눈치싸움도 길어지면서 하나둘씩 지쳐가기 시작했다. 그것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었었다. 동맹 측의 상태를 안 안타리우스는 바로 공격을 가해왔고, 동맹 측은 속수무책으로 당하였다. 다행히 더 큰 피해를 당하기 전에 처리했기 때문에 큰 피해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현재 상황이 바뀌는 것은 아니었다. 피로를 느끼는 자신들과 달리 개조인간들은 계속해서 치고 들어왔다. 상황은 점점 악화되어만 갔다. 부상자는 늘어만 갔고, 동맹의 사기도 꺾일 대로 꺾인 상태에다가 서로의 이익을 조금이라도 챙기려는 수뇌부들의 머리싸움에 제대로 된 작전이 내려오지도 않았다. 기다리다 지친 능력자들끼리 모여 수뇌부들의 결정을 기다리느니, 일단 들어오는 적부터 잘라내 어느 정도 버티자는 의견이 수렴되어 4~5명이서 한 팀으로 나누어 각 구역을 맡는 것으로 이야기가 정리되었다. 팀에서의 역할이 겹치는 자신과 그는 다른 팀으로 배정되었다. 그와 떨어졌다는 아쉬움보다 마음 한구석에 감도는 불안감에 그를 놓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제 사사로운 감정으로 인해 이미 정해진 팀을 쪼개는 것은 규칙에 어긋나기 때문에 제 머릿속을 맴도는 불안감을 애써 외면하였다. 제 생각을 꿰뚫었는지 어느새 다가온 그가 눈짓으로 옥상을 가리키고 저를 지나 옥상으로 올라갔다. 자신에게 내일 있을 작전에 관해 이야기하려는 팀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그를 따라 옥상으로 올라갔다.

“표정이 굳었더군”

옥상에 도착하자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는 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자신이 올라왔다는 것을 알았는지 하늘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말을 걸어왔다. 그에게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았다. 괜찮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뒤에서 그를 껴안자, 그가 자연스레 기대어 왔다.

한참을 말없이 서로의 체온을 느꼈다. 희미하게 느껴지는 그의 살 내음이 불안했던 제 마음을 안심시켰다. 그는 이렇게 제 곁에 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렇게 제 곁에서... 따뜻한 손길이 제 손위에 놓였다. 자신도 모르게 힘이 들어 갔었나 보다. 그런 자신을 달래듯 제 품에서 벗어나 손을 잡아주는 그의 모습이 사랑스러워 입을 맞추었다. 자신의 행동에 놀란 것도 잠시 부드럽게 제 리드에 따라 혀를 섞었다. 짧은 키스가 끝나고 그를 마주 안고 서로 작은 약속을 하였다. 살아 돌아오자고, 다쳐도 괜찮으니까, 살아서 돌아오자고. 그는 작게 미소를 띠며 알겠다고 자신의 볼을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살아 돌아오겠다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한 약속을 그는 지키지 못한 채 제 곁을 떠났다.

지키겠다고 약속했잖아. 제 품에 안겨 잠이 든 그가 괜스레 원망스러워 볼을 꾸욱 눌러봤지만 부질없는 짓이라는 것은 제가 더 잘 알았다. 임무 내내 저한테 경고하듯 울리는 불안감을 외면하며 제 감이 들어맞지 않길 바랐다. 제가 맡은 구역의 임무를 끝내고 지원 요청이 온 지역으로 지원을 가려는 팀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저 혼자 그가 배치받은 곳을 향해 뛰어갔다. 십여 분쯤 달려 도착한 곳에는 피비린내가 진동하였다. 그는 괜찮을 거라고 스스로를 토닥이며 안쪽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그의 팀원들의 시체와 강화 인간들의 시체가 널브러져 있었다. 그가 맡은 구역이었던 성당 앞에서 피로 얼룩진 비를 맞으며 그의 죽음을 깨달았지만 모르는 척 외면하였다. 그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무거워진 발걸음을 이끌고 성당으로 올라가자 붉게 물든 채 차갑게 식어버린 너의 모습이 보였다. 그 뒤로는... 내려놓았던 그를 다시 안아 들고 절벽 끝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폭포가 만들어낸 안개에 밑은 보이지 않지만, 이 정도 높이라면... 그를 끌어안은 팔에 힘을 주고 그대로 절벽 아래로 몸을 던졌다. 안녕, 내 사랑. 다음 생에는 전쟁이 없는 세상에서 너를 만나 사랑을 하고 싶다. 평범하게 보통의 연인들처럼. 我爱你, Deimus 

[로라드렉] insònnia

2015. 7. 5. 00:21 | Posted by 아뮤엘

- 불면증


밝게 빛나는 달과 별들을 바라보며, 네가 생각났다.

“슬슬 돌아가야겠군”

몇 년 전부터 알 수 없는 이유로 이맘때쯤이면 불면증에 시달리는 너를 위해 쌓여있는 서적들을 정리하고 서재를 나섰다. 혹시나 싶어 너의 방으로 가봤지만 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작게 한숨을 쉬며 옥상을 향해 발을 옮겼다. 살짝 열린 문 틈새로 너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조심스레 문을 열고 누워있는 너의 옆에 조심스레 앉았다.

“왔냐?”

“아아..여기 있었나?”

“뭘 몰랐다는 듯이 말해. 알고 왔잖아”

피식- 웃으며 하늘을 바라보는 그의 모습에 옆에 나란히 누워 밤하늘을 구경했다.

“....괜찮나?”

“뭐가?”

“슬슬 그 시기잖나”

“아...아아..뭐...”

평소 같았으면 신랄하게 되받아쳤을 그지만, 대답하지 못하는 그의 모습에 몸을 일으켜 머리를 쓰다듬었다.

“ㅁ...뭐냐?”

“눈 밑에 그림자가 졌네. 중국에 팬더?라는 생물의 눈 주변이 검다던데. 지금 자네의 모습이 딱 그 꼴이군”

“야 이 씨ㅂ...”

“쉿 조용히. 다른 이들이 깨잖나”

한 손으로 그의 입을 막자 버둥거리는 그의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밤이 늦었네. 가서 자는 게 어떨까?”

“여기서 하늘을 보는 게 더 좋아. 잠은... 뭐 이미 익숙해졌으니까”

씁쓸하게 말하며 하늘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에는 별들이 가득했다.

“내가 잠들 때까지 곁에 있을 테니”

“야, 알!!”

“저택에 있는 사람들의 잠을 다 깨울 생각인가, 자네?”

뒷말을 생략하고 조심스레 그를 안아 들자 버둥거리며 큰소리치는 렉스의 모습에 협박 아닌 협박을 하자 그제야 얌전해졌다. 토라진 듯 시선을 마주치지 않는 그의 모습이 귀여워 자신도 모르게 이마에 입을 살짝 맞추었지만..(동시에 주먹으로 자신의 명치를 때려 조금 위험했다.) 


계단을 내려가 그의 방으로 들어갔다. 며칠 동안 잠을 자지 못했다는 것을 그의 방이 설명해주었다. 이것저것 적힌 노트들과 널브러진 책들, 어질러진 이불과 책상 위에 놓인 수면유도제들.. 약은 차마 먹지는 못했는지 봉지가 꾸깃꾸깃해진 채 놓여만 있었다. 한숨이 나오는 것을 참고, 그를 침대 위에 조심스레 눕히고 이불을 덮어주었다.

“약까지 받아왔었나?”

“...먹지는 않았다.”

등 돌리고 누운 그의 모습에 침대에 걸터앉아 결 좋은 머리를 쓰다듬었다.

“일단 자게나.. 내일 이야기하지”

“......”

그가 잘 때까지 곁에 앉아 토닥거려주었다. 얼마쯤 지났을까? 한참을 뒤척이다가 잠이 든 그의 모습을 확인하고 조심스레 방을 정리하였다. 어차피 그가 일어날 때까지 방을 벗어날 수 없기에 시간을 보낼 겸 시작한 일이었다. 자신이 그의 방에서 벗어나는 순간 잠에서 깨는 그의 모습에 그가 푹 잘 수 있도록 그의 곁에 있는 것이었다. 그가 깰 때까지 할 일도 없고, 그의 방을 정리하고 남은 시간은 책을 읽으며 보낸 지도 벌써 5년째. 5년 동안 이 일을 반복하고 있었다. 그가 잠을 자지 못하는 이유는 자신이 더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더욱 이 시기에 그가 잠이 들면, 자신은 잠을 잘 수 없었다. 자신은 죄인이었기 때문에..


그가 이러한 증상을 가지게 된 처음 2년 동안은 그의 불면의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일정한 시기가 되면 일주일 이상 잠을 못 자는 그의 모습을 보며 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작정하고 그와 술을 마셨다. 평소에는 어느 정도 조절하고 마셨기에 둘 다 취할 일은 없었지만, 그날은 평소 즐겨 먹던 술의 내용물을 바꿔 그가 취하게끔 하였다. 술에 취한 그의 입에서 나온 말로 그가 왜 잠을 못 잤는지에 대해 알게 되었다. 임무에 나갔다가 큰 상처를 입고 돌아온 적이 있었다. 조국을 위해서라면 죽을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향한 임무였다. 임무는 성공했지만, 자신을 제외한 전원 전멸..임무가 성공했다는 것을 알려야 했기에 말을 듣지 않는 몸을 이끌고 돌아왔다. 임무를 보고하고 쓰러져 바로 병원에 실려 가 대수술에 들어갔다. 상처가 큰 것도 문제였지만, 이미 피를 많이 흘려 죽을 수도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고 술에 취한 그가 말했었다. 두려웠다고 말했다. 내가 사라질까 봐 무서웠다고 울먹이며 자신을 두고 가지 말아 달라고 안겨오는 그의 모습에 자신이 그를 불안하게 만들었구나, 내가 그에게 이렇게 큰 존재가 되어있었구나. 조심스레 울다 잠이 든 그를 눕히고 옆에 앉아 그에게 다짐하였다. 이제 다시는 그런 일이 없게 할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절대 너를 혼자 두지 않겠다고...

'Fiction > AL&DD' 카테고리의 다른 글

[로라드렉] bugia  (0) 2015.07.13
[드렉로라] attaccamento -完-  (0) 2015.07.10
[드렉로라] attaccamento -2-  (0) 2015.06.29
[드렉로라] attaccamento -1-  (0) 2015.06.27
Addio  (0) 2015.06.20

[다이글] il crìmine (9)

2015. 7. 3. 23:35 | Posted by 아뮤엘

"아찌 괜차나?"

품에 안겨있던 아이가 조심스레 볼을 쓰다듬는다.

"아아..괜찮아"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몇 번의 시도 끝에 일어날 수 있었다. 불안해하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카페 밖으로 나오자 저 멀리 사라져 가는 형의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잘 참았어, 이글 홀든'

스스로를 다독이며 아이와 자주 들리는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이와 자주 오다 보니 점원이 알아보고 웃는 얼굴로 반겼다. 꼬맹이가 좋아하는 창가 자리에 앉아 메뉴를 주문하고 서비스로 받은 음료를 마시고 있자니 아이가 뚱한 얼굴로 쳐다봤다.

"꼬맹이 무슨 일 있냐?"

"엘리도 아찌꺼 먹고 시퍼!"

"이거? 꼬맹이가 마시기에 좀 그럴 텐데"

탄산이 들어있어 고민하는 사이 아이의 볼은 조금씩 부풀기 시작했다.

"아아.. 줄 테니까 볼의 바람은 빼는 게 어때, 아가씨?"

잘 정렬되어있는 물컵에 음료를 조금 따라 건네자 아이가 반짝이는 눈으로 음료를 마신다.

"맛없쪄!!"

음료를 뱉어내는 아이의 모습에 그럼 그렇지~라고 생각하며 우유를 건네주었다. 우유를 맛있게 마시는 아이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니, 종업원이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며 세팅해주었다. 어린이 세트라 그런가? 햄버그 위에 꽂힌 깃발을 보며 자랑하는 아이의 모습을 바라보며 제 몫의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반쯤 먹었을까? 딱히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 포크와 나이프를 내려놓고, 아이가 먹는 모습을 보았다.


입 주변에 소스를 묻힌 채 먹는 모습을 보면 어릴 적 제 모습이 떠올라 피식 웃음이 나왔다.

"천천히 먹어라"

냅킨으로 아이의 입 주변을 닦아주자 나름대로 교양 있게 먹는다고 허리를 펴고 뻣뻣한 자세로 먹는 아이의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하하하~ 그건 또 누구한테 배웠어?""틀비언냐가 일케 먹어야 어른이래쪄!"

'애한테 별걸 다 가르치네' 

차마 입 밖으로는 내뱉지 못하고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하였다.


아이가 다 먹은 걸 확인하고 일어나 계산을 하고 연합으로 돌아가는 길, 과자가게에 들려 아이에게 과자를 안겨 주었다. 다행히 화난 건 풀렸는지 콧노래를 부르며 방방 뛰는 아이의 모습에 흐뭇하였다. 연합에 도착해 나이오비에게 아이를 맡기고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방에 들어오자마자 문을 잠그고 커튼까지 치고 정장을 벗었다. 오랜만에 입어서 그런지, 답답하다고 느껴졌다.

"피곤하네"

목욕을 하면서 오늘 있었던 일을 정리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 욕실에 들어가 욕조에 물을 채웠다. 욕조에 따뜻한 물이 어느 정도 찬 걸 확인한 뒤, 라벤더가 첨가된 입욕제를 풀고 욕조에 들어갔다. 은은한 라벤더 향에 심란했던 마음이 한결 편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눈을 감고 수척해 보이던 형의 모습을 머릿속에 그렸다. 마음고생이 심했던 탓일까? 무엇 때문에?

자신이 집을 나와서?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형이 수척해졌다는 것에 걱정되었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이 놓였다. 자신의 존재가 형에게 아직 크다는 증거였으니까. 하지만......

"이대로는 안돼..."

형이 아파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 나온 게 아니었다. 행복하게, 형만의 삶을 살길 바라며 제 마음을 접고 나온 것이었는데... 어찌하면 좋을까? 물속에 얼굴을 반쯤 담그고 생각에 잠겼다. 


깜빡 잠이 들었었나? 따뜻했던 물은 차갑게 식어 있었다. 욕조에서 일어나자 차가운 공기가 자신을 맞이하였다. 춥다.. 따뜻한 물을 틀어 가볍게 샤워를 한 뒤, 물기를 닦고 이불 안으로 들어갔다. 저택에 있었을 때는, 자신이 이러고 있으면 형이 귀신같이 알아차리고 와서 깨우곤 했는데... 이제는 추억이 되어버린 일들을 떠올랐다. 그리워해선 안 된다. 이젠 혼자 이겨가야 할 것들이니까. 형의 얼굴을 가까이서 봐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수척해진 형의 모습을 확인해서 그런 것인지 오늘따라 감정조절이 되지 않았다. 후회되었다. 그냥 내 욕심, 내 마음 다 외면하고 억누르면서 곁에 있는 것만으로 만족할걸... 모르는 척, 집무실에서 일하다 잠든 형에게 담요를 덮어주고, 형이 힘들어하는 날이면 같이 술을 마시고 그러다 같은 침대에서 잠이 들고.. 그저 속으로 앓게 되겠지만, 그래도 형이 이렇게 아파하는 것을 보는 것보단 나을 것 같았다. 울지 않기 위해 깨문 입술에서는 피가 흘렀다. 시간이... 시간이 지나면 이 감정들도 사그라질 것인데.. 왜 이리 잊는 것이 힘들까. 베개를 끌어안고 억지로 잠을 청하였다. 마땅한 답 없는 감정들에, 혼자서 앓아봤자 상처만 입고 마니까.. 


한참을 뒤척이다 겨우 잠이 들어서인지 밖에서 들려오는 소음에 짜증이 났다. 겨우 몸을 일으켜 가운을 입고 문을 열자 다급한 표정을 한 토마스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무슨 일인데? 급한 임무는 사양이라구~"

"형, 그런 문제가 아니에요!"

"그럼 뭔데? 꼬마 아가씨가 문제라도 일으켰어?"

"다이무스씨가 임무 중 습격을 받아 큰 부상을 당해 입원 하셨다구요!"

"뭐...?"


'Fiction > il crìmine (DHxEH)'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이글] il crìmine (Side.D) 上  (0) 2015.07.15
[다이글] il crìmine (E)  (0) 2015.07.14
[다이글] il crìmine (8)  (0) 2015.07.01
[다이글] il crìmine(7)  (0) 2015.06.24
[다이글] il crìmine (6)  (0) 2015.06.19

[티엔다무] separazione

2015. 7. 2. 19:46 | Posted by 아뮤엘

#첫번째로_멘션온_캐릭터를_두번째로_멘션온_캐릭터가_죽인다
티엔<-다이무스

회사와 그랑플람 재단이 친분을 유지하던 시절
나는 너와 만났다.
양팔을 뒤덮은 문신
동양인 특유의 검은색 머리카락이 잘 정돈되어 있는..
회사에도 동양인이 존재했지만, 일본이야 평소 가문에서 자주 거래를 하던 나라였기에. 내가 알지 못하는 곳에서 온 너라는 존재에게 관심을 가졌다. 가끔 업무로 인해 만날 때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에 대해 알아갔다. 처음에는 서로에 대한 호기심으로 시작했으나 어느새 우리는 연인이라는 관계로 발전해 있었다. 각자의 위치가 있기에 다른 사람의 눈을 피해 만나 같이 식사를 하기도 하고, 아주 가끔 야근을 빌미로 그의 집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밤을 보내는 것이 전부였지만...
그와 함께 있을 때만큼은 홀든 가의 가주, 회사의 에이스가 아닌 다이무스 홀든이라는 한 사람으로서 존재할 수 있었으니까. 그래서 더욱 그에게 마음이 갔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일상을 계속 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랑플람 재단이 회사와 잡은 손을 끊었다.
그런 재단의 행동에 대해 회사는 전쟁을 선포하게 되었다.
나는 회사의 에이스로서, 너는 재단의 스카우터로서
전쟁에 필수적으로 참가하게 되었다.
서로 적대적인 관계에 놓여 있다 보니, 너와 만나지도 못한 채 하루하루가 지나갔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고, 어느덧 전쟁 당일이 되었다.
"준비 기간이 길더니.. 이걸 위해서였나?"
각종 물자부터 시작해, 처음 보는 능력자들까지. 각자의 역할을 알려주고 물자 보급까지 끝내자 재단 측에서도 준비되었는지, 신호를 보내왔다. 각자 정렬을 마치고 서로의 눈치를 살피었다.
누가 먼저 진입을 하느냐..
진입하더라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전쟁의 흐름이 바뀌기 때문에 섣불리 움직이지 못하였다.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는 가운데, 그 분위기를 끊은 것은 뒤로 진입한 호타루의 움직임이 적에게 걸리면서 전쟁은 시작되었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서로를 향한 공격이 계속되었다. 브뤼노에게 전해 들은 전쟁을 끝내는 방법은 각자를 상징하는 깃발을 차지하는 것밖에 없었다. 그와 싸우고 싶지 않았다. 빨리 전쟁을 끝내고 싶다는 욕심에 뒤로 돌아 적 본진 쪽으로 향하였다.

"..아무도 없군"
텅 빈 공간에는 깃발만이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혹시 몰라 주변을 살펴보았지만,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저것만 가져온다면 전쟁은 끝난다. 그리고 그와도...
깃발이 있는 곳으로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데 누군가가 뒤에서 끌어안았다.
"쉿"
"...티엔?"
낯익은 목소리에 뒤돌아보니 보고 싶었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일단 자리를 옮기지"
골목으로 향하는 그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잘 지냈나?"
"아아..네가 이곳을 지키고 있었나?"
"아니, 당신을 따라 왔다"
못 본 사이에 수척해졌군이라는 말을 덧붙이며 자신을 품 안으로 끌어안았다.
"이번 전쟁의 내용은 전해 들었나?"
"아아 깃발을 차지하면 전쟁이 끝난다고 하더군"
"....그래...회사에서는 그렇게..."
이를 빠득 갈며 말하는 그의 말에 무엇인가 이상함을 느꼈다.
깃발을 차지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었단 말인가?
"저기에 있는 깃발은 상징적인 것이다. 전쟁을 끝내기 위한 깃발은 따로 있지"
".....그게 무슨...?"
"양측에서 한 명을 골라 타겟으로 삼는다. 그리고 그를 죽이거나 데려온 쪽이 전쟁에서 승리한다. 그게 이번 전쟁의 룰이다. 그리고 그 깃발은 너와 나다."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자신이 전해 들은 이야기와 전혀 달랐기 때문에...
"표정을 보아하니 그들이 속였나 보군"
"...어째서..."
"너와 나라면 쉽게 잡히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것 같다. 너나 나나 얌전히 끌려갈 인물은 아니잖나?"
머릿속이 혼란스럽다. 의심받고 있었나? 온몸에 힘이 빠져나갔다. 
툭 하는 소리와 함께 들고 있던 검이 떨어졌다. 
"너는 지켜야 할 것이 많았지. 동생들과 가문. 그걸 지키기 위해서 살아왔으니까"
떨어진 검을 집어 들어 날을 만지는 그의 모습을 보고서야 자신이 검을 떨어뜨렸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고맙다고 검을 전해 받기 위해서 손을 뻗는데 그가 입을 맞춰왔다.
"...으..ㅂ.... 이게 무슨..?"
입술에 닿았던 따뜻한 감촉에 놀랐다. 아무리 골목이라도 공개된 장소에서는 스킨쉽이 없던 그였기에 놀란 가슴을 다잡고 그에게 시선을 돌리자 검의 날을 잡고 미소를 짓는 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평소라면 그냥 넘겼을 텐데, 오늘따라 그런 그의 모습이 불안했다.
"널 위해서라면 죽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군"
"티엔!!"
자신의 예상은 빗나간 적이 없었다. 들고 있던 검으로 제 심장을 찌르려는 그의 모습에 놀라 막으려고 했지만, 그가 더 빨랐다. 피를 토하며 자신에게 기대는 그의 모습에 냉정함을 유지하려고 애썼다. 그는 괜찮다. 칼만 빼지 않으면 괜찮다. 속으로 되뇌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의료반을 데리고 와야 했다. 조금이라도 빨리 찾아와야..주변을 둘러 보았지만, 의료반은 보이지 않았다. 중앙..전쟁중인 중앙지역에 있으리라
"조금만 기다려. 곧 의료반을 데리고 올 테니"
"크...윽..기다..려.."
자신에게 기대어 있는 그를 조심스레 앉히고 몸을 돌리려는 찰나 자신을 붙잡는 손길이 느껴졌다. 외면하려고 했다. 한시라도 빨리 의료반에게 달려가 너를 구해달라고 하고 싶었으니까. 하지만 등 뒤로 들리는 너의 목소리와 손길을 나는 외면할 수가 없었다. 결국 나는 조금씩 식어가는 너를 껴안는다. 
"네가 없으면...나는...."
꾹 다문 입에서 피가 흘렀다. 울지는 않는다. 지금 울면 무너져 버릴 것 같으니까.
"전쟁의 끝을 알려야겠지"
조심스레 이제는 식어버린 너를 안아 들었다. 

사랑한다 다이무스 홀든
아아.. 

'Fiction > Etc' 카테고리의 다른 글

[티엔다무] Pomodoro  (0) 2015.07.31
[릭벨져] curiosità  (0) 2015.07.09
[다무드렉] coscienza -下-  (0) 2015.06.30
[다무드렉] coscienza -上-  (0) 2015.06.30
[티엔다무] tritone -上-  (0) 2015.06.28

[다이글] il crìmine (8)

2015. 7. 1. 19:25 | Posted by 아뮤엘

꼬맹이와 케이크를 먹으러 다녀온 뒤, 책상에 앉아 각 질문에 대한 대답을 적어 내려갔다.

어떤 대답이 제일 홀든가 막내다운가...

꽤 여러 대답이 나왔으나 그 어느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애초에 홀든 가의 막내는 어떤 인물이었지?

가볍고, 자유분방하며, 망나니스러운...

“나.. 어떻게 여태까지 버텨왔냐...”

연필을 굴려 이것저것 다른 답들을 나열해 놓는다.

“..이정도면 괜찮겠지?”

최대한 자신에게 어울리는 답안을 적어놓은 질문지를 내려놓고 침대에 몸을 던졌다.


꿈을 꾸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죄책감에 저택에서 나와 방황하던 시절의 꿈을..

어두워진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은 어느새 굵어져 세찬 소나기가 되어 내렸다.

하염없이 비를 맞으며, 정처 없이 이곳저곳을 떠돌다 도착한 곳은 부모님의 묘였다.

묘 앞에 무릎 꿇고 앉아 자신의 죄를 털어놓았다.

죄송하다고, 다 자신이 잘못한 것이라고..


눈을 떴을 때는 누군가의 등에 업혀 있었다.

익숙한 향과 뒷모습

누군지 알 수 있었다.

형이 왜...이곳에?

“깨어있다는 거 다 안다, 이글”

“......”

“네 잘못이 아니다.”

무뚝뚝하지만, 그 속에 담긴 다정함을 알기에..

형의 등에 업힌 채 소리 없이 흐느꼈다.

자신의 눈물이 비에 섞여 형이 깨닫지 못하길 바라면서


꿈에서 깨고 한동안 이불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멈추지 않는 눈물을 다른 이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기에

간단하게 씻고 옷을 갈아입었다.

환기를 시킬 겸 창문을 열기 위해 창가로 다가가 문을 열자, 저 멀리 회사의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보고 싶다...”


그렇게 수 십분 정도를 멍하니 서서 바라보았다.

이렇게 바라보기만 한다고 상황이 바뀌는 것도 아니기에 잠들기 전 책상 위에 올려두었던 질문지를 꺼내 각 질문에 대한 답을 외웠다.

완벽하게 외워야 했기에 수십 번도 더 읽고 이상한 것은 고치다 보니 벌써 저녁 무렵이 되어있었다.

내일 오전에 인터뷰가 있었기에 이르지만, 잠자리에 들어야겠다는 생각에 간단하게 씻고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눈을 감고 있으니, 저택에서 나온 지도 벌써 반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예전 같았으면 하루도 버티기 힘들었을 텐데...

처음에는 한 달? 버티면 용하다고 생각했는데, 형을 잊기 위해 이곳에서의 삶에 집중하다 보니 어느새 반년이라는 시간이 지나있었다.

저택에서 나오면서 자기 자신에게 물었었다.

자신의 삶에 형이라는 존재가 없이 자신이 살 수 있는가?

처음에는 형 없이도 혼자 버틸 수 있다고, 그리 생각하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연합의 이들과 친해지고 그들의 일원이 되어 자리를 잡을수록 형이 그리워졌다.

잘 지내고 있는지, 밥은 잘 먹는지, 잠은 잘 자는지...

이렇게 하루하루를 그리워하고, 걱정하면서 저택에 한 번도 찾아가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꼬맹이와 놀러 간다는 핑계로 회사 근처의 카페에 들려 형의 얼굴을 몰래 보았기 때문이다.

가까이서 보면 형에게 들킬까 봐, 강 건너 카페에서 형의 모습을 보는 게 다인지라..

멀리서 보이는 형을 바라보며 잘 지내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내가 없어도 형은 잘 지내고 있구나..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기대감이 있었기 때문일까

괜찮은 척

아무렇지 않은 척

꼬맹이의 손을 잡고 연합으로 돌아와 방에 틀어박혀 온종일 멍하니 앉아있다, 잠을 잤다.

울고 싶었지만, 차마 울 수는 없었다.

가져서는 안 될 감정을 가지고, 그 감정을 이기지 못해 선을 넘은 것은 자신이었으니까

그 죄책감을 이기지 못하고, 변명도, 사과도 하지 않고 도망쳐 나온 것은..

그러니 자신은 울 자격이 없었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다음 날이 되면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임무를 나가고, 아이들과 놀아주는 것을 반복하였다.

“바보 같네, 나”

창밖으로 보이는 어두워진 밤하늘을 바라보다, 이내 몸을 돌려 눈을 감았다.

지금 당장은 내일의 일이 더 중요하니까...


이른 아침, 눈을 떠 샤워를 하고 나왔다.

얼마 전, 새로 산 정장을 입고 방 밖으로 나서자 문 옆에서 쪼그려 앉아 있는 금발 머리가 눈에 들어왔다.

“여기서 뭐하냐 꼬맹이?”

“아찌 어제 엘리랑 안 놀아쪄”

“아.....”

어제 아이랑 공원에 놀러간다고 약속한 것이 생각났다.

오랜만에 공원에 간다고 행복해하던 얼굴이 떠올라 더 죄책감이 들었다.

“ㅁ..미안하다 꼬맹아”

“흥! 엘리 몰라”

시계를 보니 슬슬 나가야 하지만, 그렇다고 아이를 이렇게 두고 가기에는...

“미안한데, 꼬맹아. 오빠가 지금 일이 있어서 그런데 기다려 줄래?”

“....”

볼을 빵빵하게 불리고 이젠 쳐다보지도 않는 아이의 모습에 한숨이 나왔다.

“그럼 꼬맹아, 오빠랑 같이 일하러 갔다가 맛있는 거 먹으러 갈까?”

쫑긋거리는 귀를 보며 웃음이 나왔다.

그럼 그렇지

도도한 척 팔을 벌리는 아이의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공주님 가실 준비는 되셨습니까?”

“훙, 엘리는 맛있눈 거 아니면 안 먹오!”

“네네 알겠습니다. 아가씨”


인터뷰를 하기로 한 장소는 형이 있는 회사 근처의 카페였다.

창가 쪽에 아이를 앉게 하고 그 옆에 앉자, 맞은편에 기자가 앉았다.

아이를 알아보았는지

“엘리양이랑 같이 놀러 다니신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사실이었나 봐요”

“뭐, 우리 공주님이 워낙 활기차야지”

음료수를 홀짝이는 꼬맹이의 쓰다듬어주고 바로 본론에 들어갈 것을 요구했다.

이곳에 조금이라도 오래 있고 싶지 않았으니까..

질문지에 적혀있던 질문의 양은 그리 많더니, 정작 질문하는 것은 몇 안 되었다.

인터뷰를 마치고 꼬마 공주님을 품에 안은 채, 카페 밖으로 나오는데 회사 밖으로 나오는 형의 모습이 보였다.

너무 놀란 마음에 카페에 다시 들어가 주저앉아 버렸다.

“아찌?”

“꼬맹아.. 잠시만....잠시만 가만히 있어 줄래?”

자신의 행동이 이상하긴 했는지 얌전히 품 안에 안겨 머리를 만지작거리는 꼬맹이에게 고맙다고 말한 뒤, 형의 모습을 조심스레 보았다.

건강할 거라고, 잘 지내고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수척해진 얼굴로 임무를 나가는 형의 얼굴을 보았을 때는 당장 형에게 달려가 안기고 싶었다.

나는 이렇게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고, 그러니 형도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잘 지내라고...

하지만 용기가 나지 않아서... 다가갈 수 없었다.

용기를 내어 다가간다고 한들, 형은 나를 용서해줄까?

내 마음을 모르는 척 외면하면,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을까?

'Fiction > il crìmine (DHxEH)'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이글] il crìmine (E)  (0) 2015.07.14
[다이글] il crìmine (9)  (0) 2015.07.03
[다이글] il crìmine(7)  (0) 2015.06.24
[다이글] il crìmine (6)  (0) 2015.06.19
[다이글] il crìmine (5)  (2) 2015.05.29

[다무드렉] coscienza -下-

2015. 6. 30. 19:11 | Posted by 아뮤엘

들고 있던 식칼로 가까스로 공격을 막았지만, 자신이 위험하다는 것은 변하지 않았다.

상황파악을 했는지 다이무스가 검을 들고 남자를 견제하기 시작했다.

“하하하.. 내가 말했잖나, 돌아오겠다고”

다이무스 얼굴을 한 남자는 붉은 망토를 꺼내 둘렀다.

“...그건”

“이제 내가 누군지 알겠나?”

씨익 웃으며 자신을 향해 공격을 해오는 남자를 막으며 자신에게 피하라는 눈치를 주는 다이무스에게 고맙다고 말하며 남자의 공격을 피해 거리를 두었다.

자신도 그를 돕고 싶지만, 창을 쓰기에는 집 안이 좁아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어 이렇게 피하는 것이 전부였다.

“후우... 네 녀석은 주의라는 것도 모르나?”

“아니.. 너랑 똑같이 생겨서 그랬지.”

“저 자가 누군지 알고 있나?”

남자를 처리하고 왔는지 소파에 앉는 그의 모습에 투덜거리며 수건을 가져와 검에 묻은 피를 닦아주었다.

“적기사단..?이었나.. 나를 죽이려고 한다는데 이유를 모르겠더라.. 이 천재님이 부러웠나?”

“흐음... 주변에 적이 많군”


검을 잘 닦아 건네주려다, 식은땀을 흘리며 소파에 기대어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야... 장난이지?”

조심스레 그에게 다가가자 괜찮다며 한 손으로 자신을 막았다.

그런 그를 무시하고 다른 손으로 감싼 부분을 억지로 치우자 옆구리에 난 큰 검상이 눈에 들어왔다.

“씨발.. 다쳤으면 말을 하던가”

“미안..하다”

“옷부터 벗어봐”

조심스레 상의를 벗는 녀석의 모습을 초조하게 바라보았다.

자신을 향한 공격을 막다가 난 상처라는 걸..

그 혼자였다면, 입지 않았을 상처라는 걸 더 잘 알기에...

서랍장에서 구급상자를 꺼내와 거즈와 지혈제를 꺼냈다.

생각보다 큰 상처에 떨리는 손으로 조심스레 피를 닦아내니, 다행히 꿰맬 정도는 아니었다.

지혈제를 뿌려 지혈을 하고, 약을 바르고 붕대를 감았다.

“괜찮냐...?”

“아아.. 당분간 샤워는 조심해야겠군”

“지금 그게 중요해?”

네가.. 다쳤잖아..

괜찮다고만 말하는 네가 원망스러워서, 자신의 나약함에 화가 나서 꾹 다문 입술에서 피가 흘렀다.

그런 나의 모습을 바라보던 너는 작게 한숨을 쉬더니 화내지 말라고 흘러내리는 피를 닦아내었다.

“차라리 내가 다치는 것이 나을 거라 판단했다. 화내지 마.”

미안하다고 작게 속삭이며 자신을 끌어안고 토닥여주는 그의 품 안에서 가만히 안겨있었다.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라고는 없던 자신이...

이렇게 누군가를 마음 깊이 들일 거라 생각해 본 적은 없었기에

그저 치기 어린 마음이라고 생각하며 외면했던 마음이 어느새 이렇게 커져 있을 줄은 몰랐다.

“...네 잘못이다”

“아아...”

그는 웃음기 어린 목소리로 머리에 입을 맞추며 작게 속삭였다.

“책임져라”

'Fiction > Etc' 카테고리의 다른 글

[릭벨져] curiosità  (0) 2015.07.09
[티엔다무] separazione  (0) 2015.07.02
[다무드렉] coscienza -上-  (0) 2015.06.30
[티엔다무] tritone -上-  (0) 2015.06.28
[티엔벨져] curiosità - 上  (2) 2015.06.23

[다무드렉] coscienza -上-

2015. 6. 30. 17:55 | Posted by 아뮤엘

내가 좋아하는 별이 밤하늘을 가득 메운 밤이었다.

처음으로 크루그먼과 로라스가 아닌, 다른 이와 둘이서 술을 마신다는 것에 웃음이 나왔다.

무뚝뚝한 네 녀석과 둘이서 술을 마시는 날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더 우스웠던 것 같다.

자주 가는 술집으로 가는 길, 어색해서 말 한마디 나누지 않고 하늘만 바라보며 걸었다.

괜히 집으로 돌아가던 너를 붙잡은 게 아닌가 걱정이 되어, 넌지시 묻자 너는 괜찮다고 대답했다.

가장 안쪽 자리에 앉아 술과 안주를 시켜 한 잔, 두 잔, 주고받다 보니 어느새, 꽤 여러 병의 술이 주변에 쌓여있었다.

술을 마시면 그 무뚝뚝한 성격이 좀 풀어질까? 싶었는데, 이 녀석도 크루그먼과 같이 술에 취하질 않았다.

“불공평하네 이거..”

“무엇이?”

“됐다”

대화는 많이 오가지 않았다.

나도 그렇고, 녀석도 그렇고...

그저 형식적인 대화가 오갔을 뿐


슬슬 위험하다 싶어 잔을 테이블에 놓았을 때, 그가 입을 열었다.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최근 걱정이 돼”

“어떤 점에서?”

“가문의 일과 회사, 그 외 모든 것들”

가문의 속박이 싫어 벗어난 자신과 달리 스스로 가문에 속박된 녀석이었다.

자신의 욕망을 버린 채, 제 동생들과 부모가 남긴 가문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저 녀석을 알아주는 이가 몇이나 있을까?

“수고했다. 짜식, 네 녀석이 노력하고 있다는 건 내가 잘 알고 있다. 그러니 너무 무리하지 마라”

놀란 듯, 잠시 움찔거리더니 이내 고맙다고 작게 대답해오는 녀석의 모습이 귀여워 자신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그만 웃으라는 듯, 검을 겨누는 녀석의 모습이 귀여워 한참을 더 웃었던 것 같다.

그 날 이후로 녀석과 나는 급속도로 친해지게 되었다.

야근이 끝난 날이면 같이 술을 마시러 가거나(가끔 윌라드도 같이 간다.), 저녁 식사를 사준다며 자신을 이끄는 녀석을 따라 외식을 하고 돌아오는 날도 생겼을 정도로..

귀여운 동생이 생겼다는 느낌으로 가끔 그 녀석의 검을 손질해주거나, 집에 초대해 같이 식사를 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퇴근하기 위해 책상 위를 검의 손질을 맡길 겸, 집에 들른다는 녀석의 말에, 같이 식사도 하자고 제안을 하였다.

간단하게 장을 보고, 재료를 손질하며 녀석이 올 시간에 맞춰 요리를 시작하기 시작하였다.

똑똑-

누군가 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들렸다.

“...? 아직 이른 시간 같은데, 기다려 봐라”

혹시 몰라 가스의 불을 끄고, 현관으로 가 문을 열었다.

“왔냐?”

“아아..”

살짝 눈웃음 짓는 녀석의 모습에 저 녀석이 저렇게 웃었던가?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친해져서 그런가 보다 하고 부엌으로가 요리 하였다.

“잘 지냈나?”

“어제도 만났으면서, 뭔 헛소리야”

때마침 현관문으로 누군가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누구지?”

“드렉슬러, 어제 부탁...”

“아아, 너무 여유를 부렸나?”

현관으로 들어오는 다이무스의 모습을 보고 무엇인가 틀렸음을 느낌과 동시에 소파에 앉아있던 그가 자신을 공격해왔다.

“너..누구야?”


'Fiction > Etc' 카테고리의 다른 글

[티엔다무] separazione  (0) 2015.07.02
[다무드렉] coscienza -下-  (0) 2015.06.30
[티엔다무] tritone -上-  (0) 2015.06.28
[티엔벨져] curiosità - 上  (2) 2015.06.23
[헤이바이] la'more  (0) 2015.05.06

[드렉로라] attaccamento -2-

2015. 6. 29. 01:32 | Posted by 아뮤엘

얼마 전, 새로 습득한 기술을 연마하기 위해서 훈련장에 남아 수련을 하다 보니 어느새 해가 지고 저녁이 되어있었다.

공용 샤워실에서 대충 몸을 씻어내고, 근처 샌드위치 집에 들러 배를 채운 뒤 숙소로 들어오니 어느 덧 9시가 넘어가는 시간이 되어 있었다.

가문에서 나와 이곳에서 생활한 지도 어느덧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나있었다.

주변에서는 자신이 잘 지낼 수 있을까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보았지만, 음식이야 사 먹으면 되는 일이었고, 그 외에는 딱히 달라진 점이 없어 별문제 없이 이곳에서의 삶에 적응해나갔다.


어느 새 도착한 자신의 방문 앞에 서니, 자신의 이름 밑에 낯익은 이름이 보였다.

‘다리오 드렉슬러’

아마 용기사를 배출해온 명문가의 자제라고 주변의 시샘을 받았지만, 그의 기이한 행동에 모두가 꺼렸다.

용기사로서의 훈련보다는 연구하는 것이 좋다며 훈련을 피하는 그를 보며 모두가 낙하산, 또는 돌연변이라며 뒤에서 욕했었다.

자신도 처음에는 그런 그를 좋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았었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보다 이른 시각에 훈련장에 도착하게 되었다.

다른 이들이 오기까지 2~3시간이나 남았었기에, 간단히 체력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발걸음을 옮기었다.

훈련장과 가까워질수록 아무도 없어야 정상인 훈련장에 인기척이 느껴졌다.

누굴까? 궁금한 마음이 앞섰지만, 그의 훈련을 방해하기는 싫어 조심스레 나무 뒤에 숨어 지켜보았다.

그렇게 두 시간 정도 흘렀을까, 땀에 범벅된 몸을 이끌고 샤워실로 향하는 뒷모습을 몰래 따라갔다.

자신의 철칙과는 어긋되는 행동들이었지만, 그가 누구인지 궁금했다.

몰래 따라간 샤워실에서 열려있는 락커를 보고 통해 그가 누구인지 알게 되었다.

‘다리오 드렉슬러’


그 뒤로 그와 만날 기회가 없어 친해지지 못했지만, 이렇게라도 그와 친해질 기회가 생겼다는 것에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조심스레 문을 열기 위해 키를 넣고 돌리자, 문을 잠그지 않은 것인지 그냥 열렸다.

주변을 둘러보니 비어있던 침대 쪽에 곤히 잠든 다리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짐을 풀다 잠이 든 것인지 무방비한 그의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대충 방안을 정리한 뒤, 잠자리에 들었다.

누군가가 방 안에 있다는 사실이 어색하기도 하지만, 그라면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몰려오는 수마를 맞이하였다.


다음 날, 잠에서 깬 드렉슬러는 기지개를 켰다.

오랜만에 푹 자서 그런지, 한 번에 일어났다는 사실에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평소와는 다른 풍경에 자신이 집을 나왔음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몇 시쯤 되었을까 하고, 시계를 보니 5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평소 저택에서 기사단으로 출근하기 때문에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일찍 일어났다는 사실이 우스웠다.

“이래서 버릇이 무섭다니까”

작게 투덜거리고 씻기 위해 욕실로 향하는데 비어있던 침대에 누군가가 잠들어있음을 확인하였다.

“아...이 녀석이었나?”

짙은 고동색 머리를 단정하게 빗어 넘긴, 모든 행동 하나하나가 기사의 본보기라며 유명한 녀석이었다.

딱히 관심을 가지지 않아, 그런 녀석이 있구나 정도로 넘겼는데, 자신과 룸메이트였다니..

자기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귀찮게 되었다는 생각을 하며 욕실에 들어가 간단하게 씻었다.

씻고 나와 훈련을 하기 위해, 간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문밖으로 나서려는데 누군가 자신의 팔목을 잡았다.

“....어디가나”

낮게 깔린 목소리가 자신의 뒤에서 들려와 돌아보니 잠에서 덜 깬 듯한 얼굴을 한 그가 서 있었다.

'Fiction > AL&DD' 카테고리의 다른 글

[로라드렉] bugia  (0) 2015.07.13
[드렉로라] attaccamento -完-  (0) 2015.07.10
[로라드렉] insònnia  (0) 2015.07.05
[드렉로라] attaccamento -1-  (0) 2015.06.27
Addio  (0) 2015.06.20

[티엔다무] tritone -上-

2015. 6. 28. 22:36 | Posted by 아뮤엘

푸르던 하늘은 어느새,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얼추 결제가 완료된 서류들을 정리하고 테라스로 나가니 상쾌한 바람이 자신을 맞이하였다.

안은 오랜만에 돌아오는 막내동생 때문에 파티 준비로 분주했다.

“3년 만이던가..”

어느 날. 갑작스럽게 더 넓은 세상을 구경하고 오겠다고 막내동생이 성을 벅차고 나간지도 벌써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나있었다.

처음에는 그런 동생이 걱정된다며 작은동생이 막내동생 몰래 사람을 붙였었지만, 알아챈 막내동생이 화를 내었다.(편지 한가득 작은동생을 나무라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겉으로는 괜찮은 척하지만, 울적해 하는 둘째를 위해 막내에게 자주 편지를 써달라고 하여, 둘이 편지를 주고받는 것으로 마무리하는 일도 있었다.


올해로 17살이 되었을까...

동생의 나이를 곱씹으며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몸에 좋지 않다며 말리는 이들이 많았지만, 어린 나이에 가주가 되고 복잡한 일들을 처리하다 보니 자연스레 손을 대게 되었다.

입안에 퍼지는 씁쓸한 향에 길게 내뱉으며, 저물어가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오랜만에 동생이 돌아온다는 것은 좋았지만, 과연 그게 좋은 일일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조금 있으면 성인식을 치르게 될 테고, 동생은 좋던, 나쁘던 주변의 시선을 받게 될 것이다.

자신이 최대한 지키려고 노력을 하겠지만, 탐욕스러운 주변인들이 그를 가만히 냅둘까?

‘홀든’이라는 성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차라리 동생이 이곳저곳 여행을 다니다 가문의 힘이 닿지 않는 곳에서 자신만의 삶을 꾸려가길 바랐다.

그런 자신의 마음과는 달리 막내동생은 이번 여행을 마지막으로 성에서 머물 것이라고 편지를 보내왔다.

이를 어찌해야 될까...

작은동생은 빠르게 황실 친위대에 들어가 자신의 삶을 개척하였지만, 막내동생은...

그 아이가 자리를 잡을 때까지 자신이 잘 지켜 줄 수 있을까?

하루에도 몇 번씩 올라오는 탐욕에 물든 서류들을 상대하고 있노라면, 아버지는 어떻게 이러한 일들을 처리하셨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서 얼마나 고생하셨을지, 맘 편하게 털어놓을 사람도 없이 혼자서 모든 것을 짊어지셨을 아버지의 모습이 떠올라 더욱 입이 썼다.

신뢰할 수 있는 친구보다는 적이 많은 이 자리에서 얼마나 외로우셨을지...

하염없이 타들어 가는 담배를 끄고, 집무실로 들어오니 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들렸다.

“들어와라”

“담배 피웠어?

얼굴을 찡그리며 다가오는 작은동생의 모습을 보며 작게 미소 지었다.

“아아.. 무슨 일이냐?”

“파티 준비 끝났는데, 아무래도 책임자인 형의 확인이 필요하다고 해서.. 그리고 담배는 그만 끊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내가 알아서 조심 할 테니 걱정하지 마라”

작은동생의 머리를 쓰다듬고 파티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Fiction > Etc' 카테고리의 다른 글

[티엔다무] separazione  (0) 2015.07.02
[다무드렉] coscienza -下-  (0) 2015.06.30
[다무드렉] coscienza -上-  (0) 2015.06.30
[티엔벨져] curiosità - 上  (2) 2015.06.23
[헤이바이] la'more  (0) 2015.05.06
이전 1 ··· 3 4 5 6 7 8 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