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사람들은 자신을 미쳤다고 말했다. 미치다: 정신에 이상이 생겨 말과 행동이 보통 사람과 다르게 되다. 라고 사전에 정의되어있다. 나는 내가 보통 사람들과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서툴렀을 뿐이다. 자신의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이.
오늘은 한 달에 한 번 쉬는 날이었다. 평일에 쉴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꿀 같은지.. 주말에도 쉬긴 쉬지만, 보통 불려 나가 일을 할 때가 더 많아서 온전히 쉴 수 있는 이 날이 좋았다. 오랜만에 늦잠을 자다 일어나 식재료를 사기 위해 간단한 옷으로 갈아입고 집 밖으로 나왔다. 마트에 들려 식재료를 산 다음, 마지막으로 베이커리에 들리기 위해 발걸음을 돌렸다. 평소 자주 가던 베이커리로 향하는 길, 내 사랑이 눈에 들어왔다.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인지, 가방을 메고 있었다. 달빛을 머금은 결 좋은 은빛 머리카락이 살랑이는 바람에 흩날리고, 맑은 바다를 빼닮은 눈동자가 제 쪽을 향하였다. 그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기에 재빨리 발걸음을 옮겨 자리를 벗어나 원래 목적이었던 베이커리에 들어갔다. 내일 아침에 먹을 토스트용 식빵을 사고, 도넛과 다른 빵도 몇 개 더 담은 뒤 계산을 하였다. 빵을 사서 그런지 늘어난 짐을 나누어 담아 두 손에 들고 인적 드문 골목으로 들어갔다.
“여기라면 아무도 보지 않겠지”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고 집으로 연결되는 게이트를 열었다. 게이트가 열리고 집으로 이동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누군가가 골목으로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빨리! 내 능력이 들키기 전에. 제 몸이 흐릿해지더니 곧 눈앞의 풍경이 바뀌었다.
“다행히 들키진 않은 것 같군”
긴장이 풀렸는지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아무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자신의 능력이 다른 사람에게 들키는 것만은 피하고 있었기에 목격자가 누구인지 신경이 쓰였다. 들켰으려나? 자신이 능력자라는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진 않겠지... 애초에 제가 누군지 모를 텐데 어찌 신고하겠는가. 그렇게 자신을 달래며 사온 식재료를 정리하였다.
지긋지긋한 수업이 끝나고 집에 돌아가는 길이었다. 이미 배운 것들은 왜 시간과 돈을 들여가며 다시 들어야 하는 지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나라 법에 따라 일정 연령대의 아이들은 의무적으로 학교에 가게 되어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오늘따라 잔소리가 많았던 담임이라는 작자를 속으로 욕하며 집을 향하여 걷는데,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졌다. 시선이 느껴지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자 짙은 갈색 머리의 남자가 보였다. 익숙한 얼굴이었다.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외출하거나 하교를 할 때 먼 곳에서 저를 관찰하듯 바라보던 남자였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몰랐을 테지만, 자신은 달랐다. 누군가가 자신을 뜨겁게 쳐다보는 시선쯤은 느낄 수 있었다. 제 평범한 회사원 같아 보이던데.. 자신의 시선을 느꼈는지 남자는 모르는 척 시선을 돌리며 발걸음을 옮겼다.
“호오?”
여태까지 모르는 척 넘어갔지만 궁금했다. 그가 자신을 마주친 것은 우연이었을까? 아니면 남자는 어떤 목적을 가진 것인가? 호기심이 생겼다. 몰래 남자의 뒤를 쫓았다. 식재료를 사러 나온 모양이었는지 두 손 가득 식재료를 들고 그대로 베이커리로 들어갔다. 자신이 미행하는 것을 느끼지 못한 것인지 빵을 고르고 있는 그의 모습이 꽤나 귀여웠다. 그가 느끼지 못한다고 해서 너무 가까이 다가가는 것은 들킬 위험이 있기에 좀 떨어진 장소로 가 그가 베이커리에서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약간의 시간이 지나고 남자가 나왔다. 양손 가득 짐을 든 남자는 인적 드문 골목으로 들어갔다. 집으로 가는 길이 아니었나? 것보다 저 골목은... 막다른 골목 일 텐데.. 실수로 들어갔겠지 하는 마음에 남자가 골목에서 나오기만을 기다리며 골목 근처에서 기다렸다. 하지만 남자는 나오지 않았다.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고 골목에 들어가니 바닥에는 이상한 진이 그려져 있고, 남자는 그 위에 서서 초조한 표정을 지으며 서 있었다. 조금씩 투명해지는 남자의 모습에 이상함을 느껴 잡기 위해 팔을 뻗었지만, 남자는 사라지고 바닥에 생겼던 진도 동시에 사라졌다.
“흐음.. 이거 놀랍군.”
공간 능력자..인가? 언젠가 들었던 현재 밝혀진 능력들을 생각했을 때, 그의 능력은 공간이동능력 같았다. 공간이동능력을 가진 이는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고 들었는데...이거 흥미롭군. 지루하기만 했던 일상에 새로운 바람이 불어왔다. 한동안은 지루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며 벨져는 저택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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