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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글] il crìmine (9)

2015. 7. 3. 23:35 | Posted by 아뮤엘

"아찌 괜차나?"

품에 안겨있던 아이가 조심스레 볼을 쓰다듬는다.

"아아..괜찮아"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몇 번의 시도 끝에 일어날 수 있었다. 불안해하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카페 밖으로 나오자 저 멀리 사라져 가는 형의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잘 참았어, 이글 홀든'

스스로를 다독이며 아이와 자주 들리는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이와 자주 오다 보니 점원이 알아보고 웃는 얼굴로 반겼다. 꼬맹이가 좋아하는 창가 자리에 앉아 메뉴를 주문하고 서비스로 받은 음료를 마시고 있자니 아이가 뚱한 얼굴로 쳐다봤다.

"꼬맹이 무슨 일 있냐?"

"엘리도 아찌꺼 먹고 시퍼!"

"이거? 꼬맹이가 마시기에 좀 그럴 텐데"

탄산이 들어있어 고민하는 사이 아이의 볼은 조금씩 부풀기 시작했다.

"아아.. 줄 테니까 볼의 바람은 빼는 게 어때, 아가씨?"

잘 정렬되어있는 물컵에 음료를 조금 따라 건네자 아이가 반짝이는 눈으로 음료를 마신다.

"맛없쪄!!"

음료를 뱉어내는 아이의 모습에 그럼 그렇지~라고 생각하며 우유를 건네주었다. 우유를 맛있게 마시는 아이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니, 종업원이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며 세팅해주었다. 어린이 세트라 그런가? 햄버그 위에 꽂힌 깃발을 보며 자랑하는 아이의 모습을 바라보며 제 몫의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반쯤 먹었을까? 딱히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 포크와 나이프를 내려놓고, 아이가 먹는 모습을 보았다.


입 주변에 소스를 묻힌 채 먹는 모습을 보면 어릴 적 제 모습이 떠올라 피식 웃음이 나왔다.

"천천히 먹어라"

냅킨으로 아이의 입 주변을 닦아주자 나름대로 교양 있게 먹는다고 허리를 펴고 뻣뻣한 자세로 먹는 아이의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하하하~ 그건 또 누구한테 배웠어?""틀비언냐가 일케 먹어야 어른이래쪄!"

'애한테 별걸 다 가르치네' 

차마 입 밖으로는 내뱉지 못하고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하였다.


아이가 다 먹은 걸 확인하고 일어나 계산을 하고 연합으로 돌아가는 길, 과자가게에 들려 아이에게 과자를 안겨 주었다. 다행히 화난 건 풀렸는지 콧노래를 부르며 방방 뛰는 아이의 모습에 흐뭇하였다. 연합에 도착해 나이오비에게 아이를 맡기고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방에 들어오자마자 문을 잠그고 커튼까지 치고 정장을 벗었다. 오랜만에 입어서 그런지, 답답하다고 느껴졌다.

"피곤하네"

목욕을 하면서 오늘 있었던 일을 정리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 욕실에 들어가 욕조에 물을 채웠다. 욕조에 따뜻한 물이 어느 정도 찬 걸 확인한 뒤, 라벤더가 첨가된 입욕제를 풀고 욕조에 들어갔다. 은은한 라벤더 향에 심란했던 마음이 한결 편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눈을 감고 수척해 보이던 형의 모습을 머릿속에 그렸다. 마음고생이 심했던 탓일까? 무엇 때문에?

자신이 집을 나와서?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형이 수척해졌다는 것에 걱정되었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이 놓였다. 자신의 존재가 형에게 아직 크다는 증거였으니까. 하지만......

"이대로는 안돼..."

형이 아파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 나온 게 아니었다. 행복하게, 형만의 삶을 살길 바라며 제 마음을 접고 나온 것이었는데... 어찌하면 좋을까? 물속에 얼굴을 반쯤 담그고 생각에 잠겼다. 


깜빡 잠이 들었었나? 따뜻했던 물은 차갑게 식어 있었다. 욕조에서 일어나자 차가운 공기가 자신을 맞이하였다. 춥다.. 따뜻한 물을 틀어 가볍게 샤워를 한 뒤, 물기를 닦고 이불 안으로 들어갔다. 저택에 있었을 때는, 자신이 이러고 있으면 형이 귀신같이 알아차리고 와서 깨우곤 했는데... 이제는 추억이 되어버린 일들을 떠올랐다. 그리워해선 안 된다. 이젠 혼자 이겨가야 할 것들이니까. 형의 얼굴을 가까이서 봐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수척해진 형의 모습을 확인해서 그런 것인지 오늘따라 감정조절이 되지 않았다. 후회되었다. 그냥 내 욕심, 내 마음 다 외면하고 억누르면서 곁에 있는 것만으로 만족할걸... 모르는 척, 집무실에서 일하다 잠든 형에게 담요를 덮어주고, 형이 힘들어하는 날이면 같이 술을 마시고 그러다 같은 침대에서 잠이 들고.. 그저 속으로 앓게 되겠지만, 그래도 형이 이렇게 아파하는 것을 보는 것보단 나을 것 같았다. 울지 않기 위해 깨문 입술에서는 피가 흘렀다. 시간이... 시간이 지나면 이 감정들도 사그라질 것인데.. 왜 이리 잊는 것이 힘들까. 베개를 끌어안고 억지로 잠을 청하였다. 마땅한 답 없는 감정들에, 혼자서 앓아봤자 상처만 입고 마니까.. 


한참을 뒤척이다 겨우 잠이 들어서인지 밖에서 들려오는 소음에 짜증이 났다. 겨우 몸을 일으켜 가운을 입고 문을 열자 다급한 표정을 한 토마스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무슨 일인데? 급한 임무는 사양이라구~"

"형, 그런 문제가 아니에요!"

"그럼 뭔데? 꼬마 아가씨가 문제라도 일으켰어?"

"다이무스씨가 임무 중 습격을 받아 큰 부상을 당해 입원 하셨다구요!"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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