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에서의 생활이 반년쯤 지났을 무렵이었다.
연속된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해나가자 자신의 얼굴이 세상 밖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자신이 그 유명한 홀든 가의 자제라는 점과 회사가 아닌 연합에 속해있다는 점에서 더 큰 관심을 받게 되었다.
이곳저곳에서 인터뷰 요청을 해왔다.
그런 걸 좋아하는 성격은 아니었지만, 계속해서 쏟아지는 관심에 지쳐 가장 유명한 신문사의 인터뷰를 하는 것으로 다른 인터뷰들은 거절하였다.
인터뷰 날짜를 잡고 돌아오는 길, 인터뷰 질문내용이라며 전해준 종이에는 가문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하였다.
Q,가문을 나온 계기는 무엇입니까?
Q.홀든 가는 회사를 돕기로 유명한데, 연합에 들어가게 된 이유는 무엇입니까?
Q.홀든 가에 대한 정보는 극비로 다루어지는데 가족사에 대해 말씀해 주실 수 있습니까?
골치가 아팠다.
형이 인터뷰를 매번 거절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수십장이 넘어가는 질문들은 읽을수록 머리가 아파졌다.
남의 가정사에 왜 이렇게 관심을 가지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대충 대답해야겠네...”
질문지를 책상 위로 던져놓고 침대에 몸을 던졌다.
평소 같으면 꽤 오랜 시간을 뒤척이다 겨우 잠이 들었을 자신인데...
최근 기자들과 가문에서 보낸 이들을 피하기 위해 이래저래 신경을 쓰다 보니, 신경이 곤두서 잠을 자지 못한 것이 문제였는지 저항할 틈도 없이 덮쳐오는 졸음에 어느새 잠이 들었다.
“.....찌”
....누군가가 자신을 흔드는 것이 느껴졌다.
“...글..아찌...”
“....안 꺼져?”
무거운 몸을 겨우 일으켜 자신을 깨우는 손길을 쳐내고, 인기척이 있는 쪽으로 검을 겨누자 울먹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린 여자아이의 소리...?
그것도 익숙한...
“...꼬맹이?”
“흐...흐아앙”
구석에 주저앉아 울고 있는 금발 머리의 소녀를 다급히 안아 들고 달래자 아이는 서러운지 쉽게 진정하지 못하였다.
“이글아찌가....흐앙...엘리에게..화내쪄”
“아냐, 꼬맹아. 아찌 안 화났어. 봐봐 웃고 있잖아?”
미소를 지으며 평소와 같은 목소리로 달래길 십 여분, 그제야 진정이 되었는지 아이는 울음을 멈추었다.
“미안해, 많이 놀랐냐?”
“아찌가..엘리 손을 일케일케 쳐내고.. 무서운 얼굴 지어쪄”
최근 예민해져 있었던 탓인지, 아니면 너무 풀어져 있던 탓인지 몰라도 좋지 않았다.
자신은 언제까지나 자유 분망한 홀든 가의 망나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어야 했기에 방금과 같은 행동은 여태까지 자신이 해온 것에 어긋나는 것이었다.
아이에게 맛있는 과자를 사줄 것을 약속하며 오늘 있었던 일은 비밀로 해달라고 하자 아이는 알았다며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해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아이에게 자신을 찾아온 이유에 대해 물어보자, 그냥 심심해서 놀러 왔다는 아이의 해맑은 대답에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말한 뒤 방에서 내보냈다.
방 안에 딸린 작은 욕실에서 간단한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는데, 책상 위의 질문지가 눈 안에 들어왔다.
어제는 별생각 없이 넘어갔지만, 방금 있었던 일을 생각해보면 대충 대답하면 안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기자라는 자들은 하이에나와 같아서, 조금이라도 틈을 보이면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올 것이 분명하였다.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자신이 여태까지 해온 것들이 그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도록...
더욱더 견고하게 벽을 쌓아 올려야 했다.
인터뷰까지 남은 기간은 앞으로 3일..
3일 동안 모든 질문에 대해 홀든 가의 망나니 이글의 대답을 완벽하게 준비해야 되었다.
어색하지 않게, 의문점이 생기지 않을 정도로 완벽한..
하지만 그것보다...
“우리 꼬마 아가씨와의 약속을 지키는 게 먼저겠지?”
붉게 물든 눈으로 방문 앞에서 쪼그리고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작은 아가씨의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방문을 여니 제 생각대로 쪼그린 채 노래를 부르는 꼬마 아가씨가 눈에 들어왔다.
“어이, 꼬맹이. 오늘은 뭐 먹으러 갈까?”
“우웅.. 엘리는 오늘 케이크가 먹고 시퍼”
“그럼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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