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꽤 취했는지 형은 내가 자연스레 건네는 술잔을 거부하지 않고 받았다.
그 뒤로 몇 잔을 더 마셨을까?
아무리 술에 강하다고 해도, 희석하지 않고 연이어 마시니 취기가 올라왔다.
형은 술기운을 이기지 못했는지 소파에 기대어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어쩔 수 없네”
형을 침대에 눕히고 옆에 나란히 누워 형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자신과 같이 밝게 빛나는 짧은 은발
오른쪽 뺨 새겨진 십자 흉터
그리고 굳게 닫힌 입술
자신의 형 다이무스라는 같은 사내가 보아도 매력적인 남자였다.
결혼 적령기에 접어든 형에게 친척들이 안주인의 후보를 만나보라며 매일같이 찾아간다는 알고 있었다.
머지않은 미래에 형은 자신이 아닌 다른 여인과 같이 가정을 꾸리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겠지.
형을 닮은 아이들과 형과 어울리는 조신한 여성
자신은 형을 웃으면서 놓을 수 있을까?
....어차피 형이 결혼하게 되면 이렇게 같이 술을 마시는 일도, 둘이서 식사하는 일도, 가끔 어리광부리며 같은 침대에 누워 자는 일도 불가능하겠지.
애초에 형이 결혼하면 이 저택에 내가 있을 자리가 있을까?
어차피 떠나야만 하는 거라면...
잠이 든 형의 위에 올라타 형이 입고 있던 옷을 한 겹 한 겹 벗겨내었다.
혹시라도 잠에서 깰까 조심스러워진 움직임에 자신이 생각해도 웃음이 나왔다.
요즘 회사 일로 수련에 소홀하게 되었다고 할지언정 형도 검사이기에 잘 짜여진 근육이 자리 잡고 있었다.
“처음이자... 마지막이니까..”
잠이 든 사람을 상대로, 그것도 형을 상대로 이루어진 첫 성관계는 무척이나 아픈 기억을 자신에게 선물하였다.
다행히 형도 술기운에 취해 자신을 범한 것 같았지만, 오히려 그 사실이 자신의 가슴에 비수를 꽂았다.
형은 기억하지 못하겠지..
울컥 터져 나오려는 눈물을 이 악물고 참아내었다.
자신이 원한 일이다.
더는 비참해지고 싶지 않았다.
곤히 잠이 든 형을 뒤로하고 욕실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한 걸음 한 걸음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다리 사이로 흘러내리는 끈적한 액체와 끊어지는 듯한 허리의 고통에 신음이 절로 나왔지만, 혹시라도 형이 깰까 이 악물고 발걸음을 옮겼다.
최대한 간단하게 샤워를 마치고 외출복으로 갈아입었다.
자신의 애검과 약간의 돈을 챙기고 방을 나서기 전 침대 쪽을 바라보았다.
이제 두 번 다시는 이 저택으로 돌아올 일이 없겠지
형과 만나는 일도
자신이 자처한 일이니 괜찮다.
“...잘 있어, 형”
자욱한 안갯속으로 떠오르는 해를 등지고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겨우 옮겨 저택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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