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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글] il crìmine (2)

2015. 5. 6. 23:58 | Posted by 아뮤엘

통과의례를 다녀온 후 주변에서의 내 평가는 가벼운 놈, 한량 등으로 인식이 박히게 되었다
형들은 그런 내 모습에 아무런 말없이 평소와 같이 대해주었다. 
시간은 흐르는 강물같이 막힘없이 고요히 흘러만 갔다. 
나는 가면을 쓰고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지껄이는 것이 익숙해졌고, 짧았던 머리는 어느새 길게 자랐다. 
내가 가문의 망나니로서 사람들에게 인식이 잡혀갈 때쯤 작은 형은 가문을 나갔고, 큰형은 회사의 에이스로써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작은 형이 떠난 뒤 자연스레 큰 형과 둘이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레 힘이 들 때 기대게 되었다.
이때까지만해도 형에 대한 나의 감정이 그저 평범한 형제애라고 생각했다.

흩날리는 벚꽃이 거리를 가득 채운 어느 봄날, 형의 부탁으로 서류를 전해주기 위해 회사에 가게 되었다. 
그리고 보게 되었다. 
형이 아름답게 생긴 여성과 웃으며 대화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멈추어선 몸을 억지로 돌려 회사의 후문을 향해 발을 옮겼다
형과 마주칠까 싶어 최대한 빨리 프런트의 직원에게 서류를 맡기고 저택으로 돌아왔다. 
하인들을 모두 물린 채 방으로 들어와 소파에 기대듯 누웠다. 
자연스레 몸에 힘이 빠지고 눈을 감았다. 
그 여자는 누구일까?
형이 좋아하는 여자인가?
좋아해, 누굴....?
형은 결혼할 생각인 건가? 
나를 두고....? 
복잡하던 머릿속이 싸하게 식으며 더 이상의 사고를 멈추었다.
형이 날 버릴 리 없어 
그래...그럴 리 없지 
형한테 물어보면..그래 그러면 돼
답을 내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형이 오기 전에 씻어야겠네~"
더러운 게 묻어 찜찜하기도 하니까 
입욕제를 풀고 욕조에서 나른함을 즐긴다는 게 깜박 잠이 들었는지 마무리 샤워를 하고 나오니 밖이 시끌벅적했다 
직감적으로 형이 퇴근하고 돌아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나가볼까?
이내 고개를 젓고 침대에 몸을 던졌다. 
작게 흔들리는 침대에 몸을 동그랗게 말고 눈을 감았다. 
지금 나가봤자 소란스러운 분위기에 휩쓸릴 것이 뻔하다. 
차라리 조용해지길 기다렸다가 따로 이야기하는 게 나을 거란 생각에 나른해진 몸을 끌어안고 잠을 청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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