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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글] il crìmine (E)

2015. 7. 14. 23:21 | Posted by 아뮤엘

큰 형이... 입원할 정도의 부상을? 아무렇지도 않은 척 떨리는 손을 이불 속으로 숨기고 토마스에게 자신이 준비할 동안 형이 어느 병원으로 갔는지 알아봐 달라고 부탁하였다. 그가 방을 나간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떨리는 손을 부여잡고 일어나 욕실로 가 세안을 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괜찮을 것이다. 제 형은. 강하니까. 제 애검을 붙잡고 토마스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십 분쯤 흘렀을까? 토마스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큰형은 어디에 있대?”

“상처가 꽤 심했는지 아직 혼수상태라고 하네요. 치료 후 바로 저택으로 옮겨졌다고 연락이 왔어요. 빨리 나으시면 좋으련만”

“어쩔 수 없구만! 형 상태 좀 보고 올게~”

꼬맹이들 부탁한다라고 덧붙이며 괜찮은 척 평소의 자신을 떠올리며 “이글 홀든”을 연기하였다. 하여간 제 형이 다쳤다는데도 긴장감이 없다니까~, 가서 사고나 치지 말고 다녀와라! 등의 말에 대충 대답을 해주며 연합을 벗어났다. 아직 자신을 보는 눈은 사라지지 않았다. 괜찮은 척 평소의 발걸음으로 도시 외곽을 벗어날 때까지 걸어갔다. 외곽으로 나오자마자 감시하는 눈길이 사라진 것을 느끼고 바로 저택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제 탓이었다. 연락이라도 할걸. 잘 지내고 있다고, 고집부리지 않고 그 한마디만 했어도... 상처받고 싶지 않아서, 제 상처를 숨기는 데 급급해서, 상대방이 받을 상처를 생각하지 못했다. 형은 강하니까. 자신과 달라 괜찮을 거라 생각했다. 형이니까.


미친 사람처럼 달리고, 또 달렸다. 풍경이 바뀌고 향긋한 향이 코끝을 간지럽혔다. 어디서 맡아 본 적이 있는... 낯익은 향기는 계속 코끝을 맴돌며 제 존재를 알아달라고 떼쓰는 것 같았다. 무슨 향기였지? 라벤더? 로즈마리? 무슨 향일까? 고민하며 뛰는데 녹빛으로 가득했던 눈앞이 조금씩 푸른빛이 은은하게 맴도는 은백색의 무언가로 인해 변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하나둘씩 늘어나 나무로 가득하던 숲은 어느새 사라지고 은색 꽃밭이 가득 채웠다.

“아....아아...”

이건 꿈이다. 그렇게 눈앞에 보이는 풍경을 외면하고 저 멀리 보이는 저택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꽃들은 자신에게 소원을 빌라고 유혹하듯 계속해서 눈앞에 나타났다. 도대체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기에, 이 악마들은 자신을 이렇게 괴롭히는가? 아무것도 몰랐던 자신이라면 냉큼 소원을 빌었을지도 모른다. 부디 형이 아프지 않게 해달라고. 하지만 그 대가에 대해서 뼈저리게 알고 있는 자신이기에 제 눈 앞에 펼쳐진 악마들을 검으로 베어내었다. 어느새 도착한 저택 앞에서 꽃가루로 물든 제 검을 손수건으로 대충 닦아낸 뒤 안으로 들어갔다. 저택은 변한 것이 없었다. 입이 가벼운 하녀들도, 시끄러운 친척이라는 작자들도. 자신을 알아본 집사에게 인사를 한 뒤 형의 상태에 대해 물어보았다. 등과 복부에 큰 검상을 입었는데, 상처가 큰 것도 있지만, 피를 많이 흘려 혼수상태에 빠졌다는 이야기까지 전해 듣고 고맙다고 인사를 하며 형이 있는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조심스레 방문을 열고 들어가니, 링거이 꽂힌 잔 흉터가 가득한 팔을 내놓은 채 색색-거리는 숨소리를 내며 잠이 든 형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발소리를 죽이고 살며시 침대에 걸터앉았다. 상체를 감싼 붕대와 창백한 얼굴.. 내가 형을 이렇게 만들었구나. 조심스레 형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형이 행복해지길 바랐는데. 이렇게 다쳐서 돌아오면 어떡해..응? 돌아오지 않는 대답이 야속해 형의 볼을 꼬집기 위해 손을 올렸는데, 밖에서 들려오는 소음에 한숨을 내쉬며 몸을 일으켰다. 문을 여니 집사가 곤란한 표정으로 자신을 맞이하였다.

“무슨 일이길래, 이렇게 시끄러워?"

“게오르그님이 오셨습니다.”

“건강하기도 하시지. 늙은 너구리”

제 친척 중에서 가장 욕심이 많은 이였다. 호시탐탐 가주의 자리를 노리는 자였기에 형이 부상을 당했다는 소식에 달려온 것이 틀림없었다.

“하녀들 입단속 시키고, 친척이라는 인간들은 당장 다 내쫓아. 당분간 저택에 아무도 들이지 말고, 연합에 당분간 못 간다고 말 좀 전해주겠어?”

집사에게 지시를 내리고 다시 방 안으로 들어와 의자를 침대 앞에 놓고 앉았다. 밖에서 돼지가 멱따며 저항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무시하고 형의 손을 두 손으로 감싸고 침대에 얼굴을 묻었다.


그렇게 하루, 이틀이 지나 일주일이 지났다. 형의 부재로 밀리는 업무는 내가 결제할 수 있는 것들만 일단 미리 처리하였다. 가문에 속한 주치의가 하루에 두세 번 들려 형의 상태를 검사했다. 상처는 많이 호전되었지만, 형은 잠든 채 깨어나지 않았다.

“형.. 이제 일어나주면 안돼?”

감긴 눈과 굳게 다문 입을 손으로 꾸욱 눌러봤지만, 미동도 없었다. 잠든 형이 들을 리 없다는 사실은 이글 저 자신이 제일 잘 알았다. 주변에서는 이제 놓아주라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자신은 형을 놓을 수 없었다. 이렇게 형을 보낼 수 없었다. 저도 모르게 주먹 쥔 손에 힘이 들어가, 손톱이 여린 살을 파고들어 피가 흘렀다.

“아... 형이 보면 잔소리하겠네”

작게 한숨을 내쉬며 서랍에서 약을 꺼내 바르고 거즈로 덮어, 치료를 마무리하였다. 치료는 했지만 할 일이 없다는 것은 매한가지였다. 무료함에 잠이 든 형의 손을 가지고 장난치다 어느새 잠이 들었다. 사랑하는 형이 긴 잠에서 일어나길 빌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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