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 거리, 온 마을에 신나는 캐럴이 이른 아침부터 울려 퍼졌다. 연말에 가까워지자 밀려오는 서류들로 인해 바로 어제까지 이 주 동안 야근을 했던지라 자신의 수면을 방해하는 소음이 반가울 리 없었다. 조금이라도 더 잠을 취하기 위해 이불을 머리까지 끌어올려 봤으나 이미 잠이 다 깬 뒤였다. 잠이 깬 김에 나가 간단한 아침을 먹을까? 고민했으나 제 몸을 부드럽게 감싸오는 이불의 촉감에 벗어나기가 싫어졌다. 배는 고픈데 이불 밖으로는 나가기 싫고 어찌하면 좋을까 뒹굴 거리며 고민하길 십 여분이 지났을 무렵 끼익-거리며 닫혀있던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죄지은 사람처럼 꼼지락거리던 몸이 굳어 뻣뻣해진 상태로 잠든 척 해보지만, 상대가 상대인지라 통하지 않았다.
"Merry Christmas! 렉스. 푹 잤는가?"
"아아. 너도 잘 잤냐?"
깨어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는 듯, 이불을 걷어내고 제 이마에 입을 맞추며 인사를 건네는 녀석의 모습에 어쩔 수 없이 몸을 일으켰다. 침대 헤드에 기대어 손을 내밀자 알베르토가 따뜻한 커피와 토스트가 담긴 쟁반을 자신의 허벅지 위에 올려놓았다. 무안해진 손을 뒤로하고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어 알베르토를 쳐다보니 싱긋 웃으며 토스트를 집어 들었다. 평소와 다른 그의 모습에 어디까지 하나 가만히 보고 있자니 버터가 아닌 딸기 잼을 토스트 위에 듬뿍 얹어 바르기 시작했다. 알베르토가 단것을 즐겨 먹었던가? 자신도 약간이라면 모를까 저렇게 듬뿍 얹어 달게 먹는 것은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의 행동이 더욱 이상해 보였다.
'사실은 꿈속이었다던가 그런 건가.'
딸기잼을 바른 반대 부분에는 버터를 바르고 있는 알베르토의 모습을 보며 현재 자신이 있는 공간이 현실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고 말았다. 잠이 덜 깨서 그런가 보다 하고 커피를 마시기 위해 머그잔에 손을 뻗는데 토스트 괴롭히기가 끝났는지 이제는 제 커피마저 빼앗은 알베르토의 행동에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야... 알. 이게 뭐하는 짓이냐?"
"자네의 아침을 챙기고 있지."
"괴롭히는 게 아니라?"
"그럴 리가."
씨익 웃어 보인 알베르토가 잼과 버터로 범벅된 토스트를 반으로 접어 제 입에 넣었다. 순간이지만 제 입안을 유린하는 지나치게 단맛과 느끼함에 재빨리 접시에 뱉어버리고 말았다. 버터까지는 괜찮았다. 다만, 평소에 즐겨 먹던 잼이 아닌 시판용 잼인지 혀가 마비될 정도의 단맛을 가진 딸기잼이 문제였다. 입안 가득 채운 단맛을 빨리 없애버리고 싶었기에 알베르토에게 커피를 달라고 손을 내밀었지만 제 말은 들리지 않는 것인지 제 커피를 홀짝이는 그의 모습이 얄미워 보였다.
"..야, 알... 너 이게 뭐하는 짓이냐?"
"자네의 아침을 챙기고 있다네."
"괴롭힘이 아니고?"
"괴롭힘이 아니라 내 애정이니 걱정 말게."
그에게 잘못 한 것이 있었던 걸까? 최근 서류를 처리하느라 서로 바빠, 그에게 잘못했던 것은 없었을 텐데...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잘못을 저지른 것일까? 요 며칠간 있었던 일들을 되짚는데 제 귓가에 들려오는 캐럴에 잊고 있었던 것이 떠올랐다.
"아... 성탄절 약속... 오늘..이었...지?"
"흐음"
빙고. 자신의 예상이 맞았던 모양인지 괜한 토스트를 커피에 넣어 죽을 만들며 제 시선을 피하는 알베르토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머리가 아파졌다. 분명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기억하고 있었던 것을 왜 까먹고 만 것일까? 분명 오전에 성당에 들렀다가 데이트를 하기로 했었...지... 굳어지는 몸을 가까스로 돌려 시계를 보니 1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오랜만에 둘이서 외출한다고 들떠있던 그의 모습을 떠올리자 더욱 죄책감이 들었다. 이걸 어찌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이내 무릎 위에 놓여있던 쟁반을 옆으로 치우고 침대에서 벗어나 옷장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분명...여기에..."
바쁘다고 그냥 집어 던져 놓았더니 물건을 찾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이것저것 얽혀있는 물건들 사이에서 고급스럽게 포장되어있는 상자를 꺼내 뚱한 얼굴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알베르토 방향으로 던졌다.
"야! 크리스마스 선물이다, 받아라."
"어...??"
얼떨떨한 얼굴로 선물을 받아 포장을 푸는 알베르토의 모습을 보니, 기쁘기도 하고 한 편으로는 아쉬웠다. 약속을 잊었던 자신의 잘못이긴 했지만 공들였던 만큼 제대로 주고 싶었는데... 뭐 이래나 저래나 전해줬다는 것에 의의를 두기로 하고 알베르토의 반응을 기다렸다. 야근하는 도중 틈틈이 만드는 바람에 좀 더 세밀하게 세공을 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으나 그래도 심플하면서도 고급스러워 보이게 만들어져 마음에 들었다. 전쟁이 끝난 뒤에도 밖에서 얼굴을 가리고 다니는 그의 모습이 답답해 만들게 된 것인데, 마음에 들까 걱정이 되었다. 약간은 초조한 마음으로 벽에 기대 그의 반응만을 기다렸다. 이리저리 만져보고 얼굴에 검은색 반가면을 쓰고 거울을 보더니 자신에게 빠른 발걸음으로 다가왔다. 뭔가 잘못된 것일까? 슬금슬금 발걸음을 옮기는데 언제 다가온 건지 자신을 꼬옥 안아 품 안에 가두었다.
"야...알? ㄱ...괜찮냐?"
"날 위해 직접 만들어 준 건가?"
"어...엉... 딱히 누구에게 부탁하는 것보다 내가 만드는 게 나으니까?"
"고맙네, 렉스."
자신을 위해 직접 만들었다는 사실이 기뻤던 것인지 언제 삐졌냐는 듯, 자신을 껴안고 볼에 입을 맞추는 그의 모습에 기분이 좋아졌다.
"야근을 하면서 널 위해 틈틈이 만든 거니까, 영광으로 알라고! 크으, 역시 난 천재야."
"야근이라면 피곤했을 텐데..."
"멋진 얼굴 나만 보여주는 것도 좋지만 답답하니까, 밖에서 투구 대신 쓰고 다녀라."
"아... 곤란하네, 렉스"
"ㅇ... 엉?"
갑자기 안아들어 침대 쪽으로 향하는 그의 행동에 놀라 그를 밀어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ㅇ...야...알?? 이건 아니지. 낮인데?"
"예쁜 말로 날 유혹한 건 자네 아닌가?"
"우리 나가기로 했잖아? 레스토랑 예약도 해놨는데?"
"그건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오랜만에 운동이나 하는 게 어떨까, 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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