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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라드렉] Happy Halloween!! 합작

2015. 10. 31. 23:25 | Posted by 아뮤엘

“Trick or Treat!”

마녀로 분장한 두 소녀가 자신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아아, 벌써 할로윈인가?”

“그러니까 빨리 간식을 주는 건 어때요?”

“에엣.. 저는 딱히 안 주셔도....”

“으음.. 기다려봐라”

분명 업무 중 당이 떨어져 집중력이 저하되는 것을 막기 위해 사다 놓은 것이 있을 터인데... 각종 물건으로 무질서하게 채워져 있는 서랍을 뒤적거리다, 오늘 아침 출근하기 위해 준비하는데 가져가는 게 좋을 것이라며 챙겨준 물건이 생각났다.

“분명 여기에... 아, 찾았다”

책상 위 서류들을 한쪽으로 치우자 작은 봉투가 보였다. 봉투 안에는 아이들을 겨냥한 듯 귀엽게 포장된 쿠키가 들어있었다. 두 봉지를 꺼내 아이들의 손에 들린 바구니에 넣자 그제야 만족했는지 배시시 웃어 보였다. 마저 업무를 하기 위해 몸을 돌리려는 순간 아이들이 제 옷깃을 잡아당겼다. 무슨 용건이 더 남은 것일까? 몸을 숙여 시선에 맞추자 아이들은 고맙다고 제 볼에 입을 맞추며 다음 타켓을 향해 달려갔다. 멍하니 그 뒷모습을 바라보다 이내 제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오늘 있었던 일은 그에게 비밀로 해야지, 그가 알면 분명 질투할 게 뻔하였다. 할로윈이라.. 오늘은 조금 일찍 들어가 볼까?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를 빠르게 처리하고 윌라드에게 오늘은 일찍 돌아가고 싶다는 뜻을 전하니 알았다며 들어가 쉬라는 인사를 받고 회사에서 벗어났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할로윈인데 간단하게라도 파티 음식을 준비할까 싶어 마트에 들렸다. 마트는 할로윈 관련 물품들이 진열되어 있었고 관련 물품들이 할인하고 있었다. 딱히 살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식재료를 골라 계산대로 향하는데 은 십자가가 눈에 들어왔다. 십자가라... 녀석에게 통하지 않는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지만...

“뭐, 할로윈이니까 분위기로 하나쯤은 괜찮겠지”


계산을 마치고 집에 도착하니 평소 집에 도착하는 시간이 되어 있었다. 일부러 일찍 퇴근했건만, 의미가 없어지게 되었다. 작게 한숨을 내쉬고 현관문의 잠금을 풀고 들어가자 어두운 집안이 자신을 맞이하였다. 신을 벗고 곧장 부엌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사온 식재료를 냉장고 안에 넣었다. 요리하기 전 오늘 옷이 정장이었다는 것을 떠올리고 방으로 가기 위해 몸을 돌리려는 순간 누군가가 제 몸을 끌어안았다.

“집에 있었냐?”

“아아, 뭘 그리 사왔는지 물어봐도 될까?”

“흐음...”

“지금 이 행동에 대해서 나는 뭐라 생각하는 것이 좋을까, 렉스”

질척하게 붙어 애정행각을 하는 녀석을 팔꿈치로 살짝 밀어내고 주머니에 넣어둔 은 십자가를 꺼내 들었다. 살짝 몸을 틀어 십자가로 녀석의 입을 꾸욱 눌렀다. 사자(死者)는 은에 약하다고 하던데 역시 미신이었나? 십자가를 쥔 제 손을 마주 잡아오는 알베르토의 얼굴을 보자 한숨이 나왔다. 알은 자신이 처한 현실을 가끔 잊고 지내는 것 같았다.

“네가 죽은지도 벌써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는데, 넌...”

창백한 피부와 차가워진 너의 품 안에서 매일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까?

“후회하고 있나, 렉스?”

차가운 입술이 자신의 입술에 살짝 닿았다 떨어졌다. 내가 후회할 리 없잖아. 죽은 그를, 그의 품을 잊지 못해 불렀다. 바로 2년 전 오늘, 네가 죽은 지 일주일이 되던 날이었다. 할로윈은 죽은 영혼이 돌아오는 날, 그래서 간절히 빌고 또 빌었다. 너를 돌려달라고, 다시 한 번 네 품에 안길 수 있게 해달라고 텅 빈 네 방, 네 체취가 남아있는 옷들을 끌어안으며 울며 빌었다. 그러다 지쳐 흐릿해져 가는 시야 속으로 누군가가 보였다. 그리고 그는 물었다. 사랑하는 이가 돌아오길 원하냐고 나는 그 찰나의 순간 그에게 답하였다. 그를 돌려달라고.


누군가 머리를 쓰다듬었다. 차갑지만 익숙한 손길. 자꾸 감기는 눈꺼풀을 겨우 뜨자 그렇게도 보고 싶었던 너의 얼굴이 살짝 미소 지으며 인사해왔다.

“보고 싶었네, 렉스. 매일 울고 제 몸을 돌보지 않으니, 걱정되어 편히 눈을 감을 수 없잖나.”

“먼저 간 네놈이 잘못이지”

참으려고 했지만, 뿌옇게 흐려지는 눈앞에 이불을 끌어올려 제 모습을 숨겼다. 이불 위로 토닥이는 한없이 다정한 손길에 눈물이 멎지 않았다. 죽었던 네가 다시 내 곁으로 돌아온 날. 오늘은 너와 다시 이어진 소중한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