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그 스스로를 평범한 회사원이라고 칭하였다. 임무수행을 위해 만난 인연이었다. 다른 이들은 그의 말처럼 그를 평범하게 생각했지만, 자신은 아니었다. 고급 초콜릿같이 달콤해 보이는 짙은 갈색 머리와 숲이 생각나는 녹안. 그리고 다른 이들이라면 참가하고 싶어서 안달일 임무에 귀찮다고, 하기 싫다고 속으로 작게 투덜거리는 그의 모습이 사랑스러웠다. 그래, 나는 그에게 첫눈에 반했다. 그의 소리는 어린아이같이 투덜거림과 징징거리는 것이 대부분이었지만, 다른 이들처럼 가식적이지도 자신을 괴물 취급 하지 않았다. 그런 그의 태도에 나는 더욱 관심을 가지고 다가가게 되었다. 회사는 어찌하고 여기에 와있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그는 어찌 보면 실례일 수도 있는 질문들을 웃으며 대답해주었다. 혹시 속으로는 싫어하면 이라는 생각이 들어 몰래 능력을 써서 그의 생각을 읽었다. 그리고 내 행동이 얼마나 바보 같은 짓이었는지 깨닫게 되었다. 그에게 사과해야 한다는 마음에 그에게 임무가 끝나면 같이 밥을 먹자고 제안하였다. 그는 흔쾌히 수락해주었다. 돌아가면 자주 가는 레스토랑에 그를 데리고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브루스와 작전회의를 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클론들과의 전쟁이 끝나고 재단으로 돌아와 일단 휴식을 취하기로 하였다. 오랜만에 따뜻하고 포근한 잠자리에 누우니 그동안 피곤했는지 몰려오는 수마에 저항도 하지 못한 채 잠이 들었다.
몇 시간이나 잠들어 있었던 것일까. 떠지지 않는 눈을 비벼 억지로 뜨니 흐릿한 시야 속으로 시계가 보였다.
PM12:28.
피곤하긴 했었나보다. 젖은 솜처럼 무거운 몸을 겨우 이끌어 욕실에 들어가 샤워를 했다. 머리를 말리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냉장고를 열었다. 자신의 부제가 길긴 길었는지 냉장고 안의 식재료들은 유통기간이 다 지나있었다. 어쩔 수 없지. 냉장고 문을 닫고 지갑을 챙겨 들었다. 나간 김에 레스토랑 예약도 해야겠다고 생각을 하며 방문을 잠그고 나왔다. 재단을 나서는데 누군가 제 팔을 잡았다. 누구지? 하고 뒤돌아보니 그가 서 있었다.
“어디 가는 길이오?”“너무 오래 방을 비웠는지 먹을 게 하나도 없어서 오랜만에 장이라도 볼까 싶어서 나왔어요. 피곤한 건 좀 괜찮으신가요?”
게이트를 사용해 사람들을 옮기기가 쉽지는 않았을 터, 작전 내내 푹 쉬지 못했던 그의 모습이 생각났다.
“아아 괜찮소. 것보다 나도 따라가도 괜찮겠소?”
“환영입니다”
생긋 웃으며 말하자 그도 같이 미소를 지으며 자신 옆에 나란히 섰다. 누군가와 이렇게 같이 걷는다는 것이 설레는 일인 줄 미처 몰랐었다. 두근거리는 소리가 그에게 들릴까 조마조마하면서도, 그에게 더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영국이라는 나라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보여주고 싶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길목들을 따라 도착한 시장은 오늘도 활기가 넘쳤다. 필요한 식재료들을 구입하는데, 자신이 들 짐을 그가 자연스레 빼앗아 들었다. 괜찮다고 제가 들겠다고 말했지만, 이 정도는 괜찮다며 고집부리는 그의 모습에 어쩔 수 없이 다소 가벼운 짐들만 들게 되었다. 필요했던 식재료들을 사고 재단으로 돌아오는 길 결국, 레스토랑의 예약은 못 하였다. 그가 모르게 준비하고 싶었기 때문에 나중에 예약하기로 마음먹는데 따뜻한 손길이 제 손을 잡는 것이 느껴졌다. 소중하다는 듯이 조심스레 잡아오는 손길에 자신도 모르게 놀라 멈춰서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마주 잡은 손을 들어 올려 그의 머리를 가리켰다. 좋아하오. 당신이 사랑스러워. 나를 향한 그의 감정들이 자신을 사랑스럽다는 듯이 감싸 안았다. 아 그는 이미 알고 있었구나. 내 능력도 그를 바라보던 내 시선도. 그와 마주 잡은 손을 놓고 붉게 달아오른 얼굴을 가리며 그대로 주저앉았다. 그에게 들킬까 봐 고개를 숙인 채 어떻게 할까 고민하는데 그가 짐을 내려놓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동시에 제 볼을 감싸는 손길에 당황해 어버버거리는 사이 이마에 말캉한 게 닿았다가 떨어졌다.
“대답은?”
자신을 사랑스럽다는 눈길로 쳐다보는 그의 얼굴을 손으로 감싸고 조심스레 그의 입술에 입을 맞추는 것으로 대답하였다.
처음 그를 봤을 때,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사로운 햇살 아래 빛나는 금발 머리와 푸른 하늘을 머금은 듯한 벽안. 반쯤 강제로 참여한 임무에 대한 의논을 위해 찾아간 재단에서 그가 작전에 참여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놀라 브루스에게 물었었다. 그가 참가하는 이유를. 그의 능력이 적들의 위치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는 그의 말에 더욱 관심을 두게 되었다. 그래서 브루스에게 물었다. 그의 정확한 능력에 대해서. 내가 그에게 빠져들 듯 그가 나에게 빠져든다는 것을 느꼈다. 아니 그가 몰랐을 뿐이지. 그가 나를 대하는 태도는 다른 이들과는 확연히 달랐으니까. 그에게 내 마음이 들키지 않게 조심하며 임무지에서의 생활을 보냈다. 완벽하게 클론들을 제거하고 재단으로 돌아와 쓰러져 잠이 들었다. 눈을 떴을 때는 이미 11시가 되어가는 시간이었다. 욕실에 들어가 꼬질꼬질한 몸을 닦아내고 그가 방에서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점심을 대강 때우고 책을 읽고 있는데 창밖으로 그의 모습이 보였다. 서둘러 밖으로 뛰어나가 그를 잡아 세우고 어디에 가는지 물었다. 장을 보러 간다는 그의 말에 조심스레 동행해도 되는가 물어봤더니 그는 괜찮다고 대답했다. 아름다운 풍경을 따라 붉게 홍조 띤 얼굴로 걸어가는 그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신중하게 식재료를 고르는 그의 모습이라던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자신도 모르게 그의 손을 잡고 말았다. 자신의 태도에 놀랐는지 멈추어선 그에게 마주 잡은 손을 들고 머리를 가리켰다. 그는 제 뜻을 알아들었는지 잠시 자신을 빤히 바라보더니 붉어진 얼굴로 주저앉았다. 그 모습이 사랑스러워 짐을 내려놓고 마주앉아 그의 볼을 손으로 조심스레 감쌌다. 놀라 흔들리는 동공마저 예뻐 보여 이마에 살짝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 나긋하게 물었다. 제 마음에 대한 대답에 대해서. 솔직히 많은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감싸며 다가오는 그의 모습에 작게 미소를 지으며 이어질 그의 행동을 받아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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