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이 돌아가셨다.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느꼈다. 별일 없을 거라며 저택을 나섰던 부모님은 싸늘한 시체가 되어 돌아오셨다. 울고 싶지만, 꾹 참았다. 부모님이 잠들어 있는 관 앞에서 울고 있는 동생들을 끌어안고 토닥거렸다. 집사에게 부모님을 부탁하고 울음을 멈추지 않는 동생들을 껴안고 방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소식이 퍼졌으니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찾아올 것이 분명했다. 발견자의 증언으로는 부모님의 죽음은 사고에 의한 것이라고 했지만, 따로 조사해야겠다고 마음으로 생각하며 동생들을 침대에 눕히고 울음이 멈출 때까지 그 작은 등을 쓰다듬었다. 울다 지쳤는지 잠이 든 동생들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 이불을 덮어주고 방을 벗어났다. 방에서 나오자 집사가 다가와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고맙다고 말을 전한 뒤 방으로 가 옷을 갈아입었다. 제 머리색과 반대되는 칠흑 같은 검은 정장을 꺼내 입고 머리를 단정하게 정리하였다. 방 밖으로 나오니 친척들이 찾아왔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장례는 내일 아침에 치르기로 했지만, 전날 미리 와 하루 머물고 장례에 참여하는 경우도 많았기에 불편함 없이 지낼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저를 찾는 친척들의 요청을 거절하고 집무실에 틀어박혀 서류를 처리하였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무너져 버릴 것 같았으니까. 서류를 정리하다 보니 꽤나 늦은 시간이 되었다. 처리된 서류들을 정리하고 자신을 걱정하는 집사에게 괜찮다고 말하였다. 그것보다 부모님의 부고에 놀랐을 동생들이 걱정돼 자신의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조용히 방문을 열자 잠이 든 동생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불게 물든 눈가를 보고 있자니 가슴이 아렸다. 부모님을 찾는지 허공에 손짓하는 동생들을 끌어안고 작게 토닥거려 주었다.
잠이 들었었는지, 눈을 뜨니 창문으로 막 동이 트기 시작한 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조심스레 몸을 일으켜 욕실로 들어가 샤워를 하고 나오니 잠에서 깬 것인지 동생들이 울고 있었다. 울고 있는 동생들을 달래고 있으니 집사가 유모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왔다. 유모가 제 품에 안겨 우는 동생들을 안아 달랬다. 유모에게 부탁한다는 말을 전하고 집사가 건네는 옷을 받아들고 옆방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었다. 젖은 머리를 말리고 정리를 하고 있으니 집사가 오늘의 일정에 대해 말했다. 일정이라고 해봤자 조문객을 맞이하는 것이 다였지만. 하나둘 도착하는 조문객들을 맞이하다 보니 부모님을 묘에 안치하는 시간이 다가왔다. 동생들과 같이 가야 하기 때문에 방으로 가니 막내동생은 괜찮았지만, 제 둘째동생은 충격이 컸는지 이불에서 나오질 않았다. 둘째 동생을 달래는 유모에게 괜찮다고, 그냥 혼자 있게 해주자고 말하며 막내동생의 손을 잡고 방 밖으로 나왔다. 일어나자마자 울어서 그런지 좀 가라앉았던 눈가는 다시 붉게 물들어있었다. 아직 시간이 남아있었기에 몰려오기 시작하는 조문객들을 하나둘 맞이하였다.
“저기 장남은 역시...”
“...니까요.”
“역시 ...라는 걸까요?”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애써 외면하였다. 자신을 대신해 속으로 화를 내는 동생을 봐서라도 참자는 마음이었을지도 모른다. 볼을 부풀린 채, 저를 욕하는 사람들을 향해 힐끔힐끔 째려보는 동생의 모습을 보니 화가 가라앉았으니까. 시간은 흘러 부모님을 묘에 안치시키는 시간이 되었다. 작은 도련님을 모셔올까요? 라고 묻는 집사의 말에 혼자 있게 내버려두라는 명을 내리고 막내동생의 손을 잡고 묘지로 발걸음을 옮겼다. 모든 과정을 묵묵히,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바라보고 있었지만, 제 떨리는 손만큼은 숨길 수가 없었다.
모든 장례가 끝나고 조문객들이 돌아갔다. 그들로 인해 떠들썩했던 집안도 다시 고요를 되찾았다. 라고 생각했던 것도 잠시 제 친척들로 인해 다시 시끄러워졌다. 갑작스러운 부모님의 부재에 대해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에 관해 묻는 친척들의 말에 잠시 기다려달라고 말했지만, 제 말은 들리지 않는 것인지 자신이라면 이렇게 할 수 있다며 서로 앞다투어 말하는 모습을 보자니 역겹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자신은 어렸고, 제 동생을 지키기 위해서는 그들의 힘이 필요하다는 것은 사실이었기에 쉽게 내칠 수도 없었다. 결국, 한명 한명 이야기를 듣고 상대해주다 보니, 끝도 없이 매달렸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자신이 알아서 할 테니 돌아가라고 말하였다. 제 명에 알았다며 웃으며 나갔지만 속으로 뭐라 말할지는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어린놈이 건방지다 따위의 말들을 지껄이겠지. 애써 괜찮은 척 자세를 유지하며 서류를 읽었다. 사실 서류의 내용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지만. 집사의 친척들이 모두 돌아갔다는 말을 전해 듣고 나서야 긴장을 풀 수 있었다. 집사에게 수고했다고 쉬라고 내보낸 뒤, 소파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 힘들다. 아버지는 홀로 이들을 상대했겠지. 혼자서 이 외로운 자리에 앉아 가족들을 지키기 위해 홀로 싸우셨을 것을 생각하니 감긴 눈 사이로 눈물이 흘러나왔다. 자신이 가문을 잘 다스리며 지킬 수 있을까? 제 동생들을 저 악마들의 손에서 지킬 수 있을까? 자신은 아직 어렸다. 정치에 대해서도 아직 아는 것이 많지 않았고, 서투른 것이 많은 배울 것이 더 많은 아이였다. 갑자기 짊어지게 된 것들이 너무 무거웠다. 힘들다. 멈추지 않는 눈물을 한 손으로 가리고 혹여나 누가 들을까 숨죽여 울었다. 오늘만.. 오늘 하루만 울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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