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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5.06.25 opportunita'
  3. 2015.06.24 [다이글] il crìmine(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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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렉로라] attaccamento -1-

2015. 6. 27. 10:24 | Posted by 아뮤엘

그저 순수하게 존경하는 눈으로 날 바라보던 널

내가 널 어떤 눈으로 바라보는지 너는 알고 있을까?

아니, 넌 몰랐겠지.

천천히 알아가는 것도 좋을 거야.



어린 시절부터 기사로서의 명예와 귀족으로서의 면모를 강조하는 가문에 질려 있었다.

자신이 원하는 건 그러한 것들이 아닌데...

자신만의 가치관과 생각을 버리지 않고, 번번이 가문과 충돌하다 보니 가문과 황실에서는 자신을 이단아 취급하였다.

그러한 자신을 못마땅하게 바라보던 가문에서는 제명되었지만(오히려 고마웠다.), 자신의 능력을 놓치기에는 아까웠는지 황실에서는 자신을 내치지 않았다.

가문에서 제명당하기 전에는 가문에서 통근하는 형식으로 기사단에 출근하였지만, 현재로써는 머물 곳이 없기도 하고 연구할 시간이 줄어드는 것이 싫었기에 숙소에서 살기로 결정하였다.


1인 1실 일 거라 생각했던 숙소는 자신의 예상과 달리 2인 1실이었다.

누군가와 같이 방을 쓴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시답지 않은 이유로 규율을 바꿀 수 없다는 단장의 확고한 의지에 배정받은 방이 있는 층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숙소는 3층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자신이 배정받은 방도 3층에 있었다.

“...젠장”

그래도 밤하늘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것으로 위안 삼으며 자신의 방을 찾았다.

다행히 방은 계단과는 꽤 거리가 있는 곳에 있었다.

“적어도 소음 때문에 깨는 일은 없겠군”

아무리 방음이 잘 되어있다고 할지라도, 층계참 오르내리는 소리는 거슬리기 때문에 피하고 싶었는데 잘 되었다고 생각하며 방문에 걸린 룸메이트의 이름을 확인하였다.


310호 - [Alberto Loras]

           [                   ]


“알베르토라....”

평소 다른 이에게 관심이 없었기에, 이름만으로는 누구인지 떠올리기 힘들었다.

다행히 자신과 마찰이 잦았던 이들의 이름은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에, 무난하게 지낼 수 있겠지라는 생각을 하며 빈 부분에 자신의 이름을 새겨 넣었다.


310호 - [Alberto Loras]

           [Dario Drexler]


“오호라?”

막상 이름을 적어놓고 보니 글자 수가 같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별난 일도 다 있다는 생각을 하며 문을 열려고 했지만, 알베르토라는 룸메이트가 외출 중인지 잠겨 있었다.

숙소로 넘어오기 전 단장에게 받은 예비 열쇠로 문을 따고 들어가자 가지런히 정리된 방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방은 욕실과 베란다가 딸려있는 원룸 형식이었지만, 나누지 않아서 그렇지 두 방을 합쳐놓은 크기였다.

차라리 나눠서 한 사람당 방 하나를 쓰게 하는 것이 좋았을 것이라고 투덜거리며 방 이곳저곳을 살펴보았다.

방을 둘러본 결과 알베르토라는 이의 성격을 대충 알 수 있었다.

그는 깔끔한 것을 좋아하는 성격인지, 모든 물건이 잘 정돈 되어 있었다.

“아아.. 꽤나 피곤해지겠네”

평소 연구를 하다 잠드는 것이 일상이다 보니, 정리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자신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메이드들에게 청소를 맡기는 것도 아니라 필요할 때만 간단하게 정리하는 정도가 다인 자신이었다.

방의 모습으로 보이는 방주인은 그런 자신의 생활을 보면 정리하라고 잔소리를 할 것이 분명한데...

“귀찮다..”

숙소에 오기 전, 단장에게 잔소리 들은 것도 있고 챙겨온 짐도 꽤 되었기에 더이상 움직이는 것은 사양이었다.

될 대로 되라는 마음에 비어있는 쪽 침대로 짐을 옮겼다.

챙겨온 짐을 대충 정리하고 방에 딸린 욕실에서 샤워까지 마치고 나오자, 어제 연구하느라 잠을 못 잔 탓인지 졸음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같이 지내게 될 룸메이트는 나중에 인사해도 괜찮겠지라는 생각을 하며 침대에 몸을 맡긴 채 잠을 청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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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portunita'

2015. 6. 25. 23:33 | Posted by 아뮤엘

당신을 잃는다는 의미가 이렇게 아플 줄은 몰랐소.

내가 좀 더 내 감정을 빨리 깨달았다면...

당신과의 시간을 소중히 여겼더라면, 이렇게까지 후회하지 않았을까?

밤하늘을 밝게 비추는 달빛을 닮은 은발에 바다를 머금은 벽안

오만하고 자존심 강한 벨져라는 남자를 알아가면서 누군가와 같이 여행하는 것이 즐겁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여행의 목적지인 루사노로 향하던 어느 날, 밤하늘을 바라보며 당신이 말했었지.

소중한 것은 항상 가까이 두기 때문에 그 소중함을 잊기 쉽다고, 잃고 나서 그것에 대한 중요성을 깨닫고 후회한다고..

그 날의 당신의 얼굴은 잊을 수 없었다.

당신의 눈에 담긴 그 아련함은 누굴 향한 것인지, 마음속에 담긴 이는 누구인지..

궁금하였지만, 차마 묻지 못했던...

당시에는 목적지가 같은 동행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기에, 너무 깊이 관여하지 말자는 마음에 묻지 못하였지만...

목적지에 도착해 그는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

그를 따라 도착한 곳에는 커다란 문이 존재하였고 자신에게는 멀리서 기다려 달라며 혼자 문을 향해 다가갔다.

조용히 읊조리며 문으로 다가가는 그의 모습에 문의 정체가 궁금해 근처에 기대어 그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그가 조심스레 문을 손으로 만지자, 그의 몸이 문에 닿은 부분부터 천천히 입자화가 되어 사라져 갔다.

비현실적인 상황에 놀라 그를 향해 다급히 몸을 일으켜 달려갔지만, 그는 허탈하다는 듯이 웃으며 자신에게 무엇인가를 전하려했지만, 사라지는 속도가 더 빨라 전해지지 않았다.

거짓말 같았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옆에 있던 그가 눈앞에서 사라지는 광경을 보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래 이건 악몽이야.

그것도 아주 지독한 악몽

그렇게 생각하며 눈을 감았지만, 그가 있던 장소에 놓인 두 자루의 칼이 꿈이 아님을 말하고 있었다.

그저 같이 여행을 다녔던 동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을 텐데, 당신을 잃고 느낀 이 지독한 상실감은, 뒤늦게 깨달은, 피어나지도 못한 채 져버린 내 마음은...

실성한 사람처럼 두 자루의 검을 끌어안고 앉아있었다.

그래.. 저 문이.. 원흉이다..

저 문을 만지면 그를 만날 수 있어

조심스레 문에 손을 뻗는데, 누군가가 자신의 팔을 붙잡았다.

“놓으시오!”

“눈앞에서 사람이 죽는 걸 보고 싶지 않거든”

“그건 당신의 사정이지”

검은색 로브를 입은 장신의 남자는 문을 가로막고 서 있었다.

“비키는 게 좋을 텐데”

여차하면 능력으로 제압해야겠다는 생각에 일어서 남자를 노려보았다.

“이런 상황을 만든 이에 대해 복수 하고 싶지 않나?”

“그게 무슨....”

“나도 잃었거든. 당신처럼”

“.....”

“복수를 하는 건 어때? 소중한 것을 빼앗아간 세계에게”

“....그렇다고 달라지는 건 없을 텐데”

“그와 다시 만날 수 있다고 해도?”

남자의 말은 악마의 속삭임과도 같았다.

거절해야 한다는 것은 머릿속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와, 벨져와 다시 한 번 만날 수 있다.

다시 만나서, 자신의 마음을,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가 한 말을 들을 수 있다면.....

[다이글] il crìmine(7)

2015. 6. 24. 23:43 | Posted by 아뮤엘

연합에서의 생활이 반년쯤 지났을 무렵이었다.

연속된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해나가자 자신의 얼굴이 세상 밖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자신이 그 유명한 홀든 가의 자제라는 점과 회사가 아닌 연합에 속해있다는 점에서 더 큰 관심을 받게 되었다.

이곳저곳에서 인터뷰 요청을 해왔다.

그런 걸 좋아하는 성격은 아니었지만, 계속해서 쏟아지는 관심에 지쳐 가장 유명한 신문사의 인터뷰를 하는 것으로 다른 인터뷰들은 거절하였다.

인터뷰 날짜를 잡고 돌아오는 길, 인터뷰 질문내용이라며 전해준 종이에는 가문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하였다.


Q,가문을 나온 계기는 무엇입니까?

Q.홀든 가는 회사를 돕기로 유명한데, 연합에 들어가게 된 이유는 무엇입니까?

Q.홀든 가에 대한 정보는 극비로 다루어지는데 가족사에 대해 말씀해 주실 수 있습니까?


골치가 아팠다.

형이 인터뷰를 매번 거절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수십장이 넘어가는 질문들은 읽을수록 머리가 아파졌다.

남의 가정사에 왜 이렇게 관심을 가지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대충 대답해야겠네...”

질문지를 책상 위로 던져놓고 침대에 몸을 던졌다.

평소 같으면 꽤 오랜 시간을 뒤척이다 겨우 잠이 들었을 자신인데...

최근 기자들과 가문에서 보낸 이들을 피하기 위해 이래저래 신경을 쓰다 보니, 신경이 곤두서 잠을 자지 못한 것이 문제였는지 저항할 틈도 없이 덮쳐오는 졸음에 어느새 잠이 들었다.


“.....찌”

....누군가가 자신을 흔드는 것이 느껴졌다.

“...글..아찌...”

“....안 꺼져?”

무거운 몸을 겨우 일으켜 자신을 깨우는 손길을 쳐내고, 인기척이 있는 쪽으로 검을 겨누자 울먹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린 여자아이의 소리...?

그것도 익숙한...

“...꼬맹이?”

“흐...흐아앙”

구석에 주저앉아 울고 있는 금발 머리의 소녀를 다급히 안아 들고 달래자 아이는 서러운지 쉽게 진정하지 못하였다.

“이글아찌가....흐앙...엘리에게..화내쪄”

“아냐, 꼬맹아. 아찌 안 화났어. 봐봐 웃고 있잖아?”

미소를 지으며 평소와 같은 목소리로 달래길 십 여분, 그제야 진정이 되었는지 아이는 울음을 멈추었다.

“미안해, 많이 놀랐냐?”

“아찌가..엘리 손을 일케일케 쳐내고.. 무서운 얼굴 지어쪄”

최근 예민해져 있었던 탓인지, 아니면 너무 풀어져 있던 탓인지 몰라도 좋지 않았다.

자신은 언제까지나 자유 분망한 홀든 가의 망나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어야 했기에 방금과 같은 행동은 여태까지 자신이 해온 것에 어긋나는 것이었다.

아이에게 맛있는 과자를 사줄 것을 약속하며 오늘 있었던 일은 비밀로 해달라고 하자 아이는 알았다며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해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아이에게 자신을 찾아온 이유에 대해 물어보자, 그냥 심심해서 놀러 왔다는 아이의 해맑은 대답에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말한 뒤 방에서 내보냈다.

방 안에 딸린 작은 욕실에서 간단한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는데, 책상 위의 질문지가 눈 안에 들어왔다.

어제는 별생각 없이 넘어갔지만, 방금 있었던 일을 생각해보면 대충 대답하면 안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기자라는 자들은 하이에나와 같아서, 조금이라도 틈을 보이면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올 것이 분명하였다.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자신이 여태까지 해온 것들이 그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도록...

더욱더 견고하게 벽을 쌓아 올려야 했다.

인터뷰까지 남은 기간은 앞으로 3일..

3일 동안 모든 질문에 대해 홀든 가의 망나니 이글의 대답을 완벽하게 준비해야 되었다.

어색하지 않게, 의문점이 생기지 않을 정도로 완벽한..

하지만 그것보다...

“우리 꼬마 아가씨와의 약속을 지키는 게 먼저겠지?”

붉게 물든 눈으로 방문 앞에서 쪼그리고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작은 아가씨의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방문을 여니 제 생각대로 쪼그린 채 노래를 부르는 꼬마 아가씨가 눈에 들어왔다.

“어이, 꼬맹이. 오늘은 뭐 먹으러 갈까?”

“우웅.. 엘리는 오늘 케이크가 먹고 시퍼”

“그럼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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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엔벨져] curiosità - 上

2015. 6. 23. 23:27 | Posted by 아뮤엘

호기심이었다.

자신이 동양인에게 관심을 가진 이유는..

가문의 사업으로 인해 평소 일본이라는 동양의 나라와 거래가 오갔기에 그들의 생김새라던가, 문화가 신기해 형제들 몰래 동양에 대해 공부를 하기도 했었다.

특히 아기자기한 그들의 생김새를 보며 동양인들은 남녀 가리지 않고 다 아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혼자 동양에 대한 관심을 키워가던 어느 날, 그런 자신을 눈여겨보시던 아버지가 이번 일본 방문에 동행하지 않겠냐는 제안을 하셨다.

아버지에게 들켰다는 부끄러움도 있었지만, 그들의 삶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제안을 받아들였다.

처음으로 본 동양의 풍경은 실로 충격적이었다.

처음 보는 복식과 건물들..

그리 크지 않았지만, 그들이 워낙 작다 보니 거인이라도 된 기분이었다.

식사하기 위해 들린 음식점에는 나이프와 포크가 아닌, 젓가락? 이라는 신기한 도구가 놓여있었다.

가는 막대기 두 개로 음식을 집어 먹는 그들의 모습이 신기해 따라 해봤지만, 쉽지 않았다.

그런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시던 아버지께서는 작게 미소를 지으시더니 사용하는 방법을 천천히 가르쳐 주셨다.

몇 번의 실패 끝에 성공한 젓가락질에 기뻐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고, 아버지는 그런 자신이 귀엽다는 듯이 쓰다듬어주셨다.

그렇게 기나긴 첫 여행을 마치고 아버지와 다시 둘이서 올 것을 약속했지만, 그 약속은 아버지의 죽음으로 평생 이루어지지 못하게 되었다.

그 뒤로, 통과의례를 다녀오고 이런저런 일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동양에 대한 관심을 뒤로하게 되었다.

아니 잊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이미 지나간 일이다

그렇게 자신에게 세뇌를 걸며 자신에게 내려진 임무를 계속해나갔다.


제레온 경의 부탁을 지키기 위해 조사를 하던 어느 날, 막내동생에게서 연락이 왔다.

‘잠시 연합에 들리셔’

다른 설명 없이 자신이 있는 곳에 들리라는 동생의 말에 어이가 없었지만, 오랜만에 동생의 얼굴이라도 볼까 싶어 오랜만에 발걸음을 돌렸다.

“..여긴가?”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작은 소녀가 자신을 맞이하였다.

“언니는 누구야?”

“언니가 아니다...”

“우웅.. 이쁘게 생겼눈데”

“혹시 여기에 이글이라는 사람이 있나?”

“이글 아찌?”

“아아, 혹시 괜찮다면 불러줄 수 있겠나?”

“우웅, 아라쪄”

금발의 작은 소녀에게 부탁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막내동생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오랜만이야, 작은 형”

“아아”

“자리를 옮길까?”

긍정의 표시로 고개를 끄덕이자 근처 카페로 자신을 이끌었다.

오랜만에 만난 막내동생은 자신과 키가 비슷해져 있었다.

그 곱던 얼굴에는 흉터까지 생겨있었고, 어깨 언저리에 있던 머리도 꽤 많이 길어있었다.

새삼 자신이 가족에게 너무 소홀했다는 생각이 들어 자신도 모르게 동생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새삼스럽게 왜 이러셔?”

“아니 그냥”

자신의 손길을 자연스레 피하고 안쪽자리에 자리 잡는 동생을 따라 앉아 음료를 주문하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주문한 음료가 나왔다.

“음.. 꽤 좋은 차를 쓰는 모양이야”

“형은 입맛이 까다로우니까”

작게 어깨를 으쓱이는 동생의 모습에 많이 컸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곁에 있어 주지 못한 것이 미안하기도 했다.

오랜만에 만난 동생과 편지로는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하다 보니 꽤 오랜 시간이 흘러있었다.

이런 걸 이야기하기 위해 자신을 부른 건 아닐 텐데...

“큰형이 말이야~”

“그래서 나를 부른 이유에 대해서 물어도 될까?”

큰 형의 실수에 대해 조잘거리는 동생의 말을 끊고 본론을 묻자 동생은 웃으며 자신의 궁금증을 해결해주었다.

“형 혹시 그랑플람에 대해서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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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dio

2015. 6. 20. 12:32 | Posted by 아뮤엘

밤하늘 가득한 별을 보고 있자면 자연스레 너의 모습이 떠올랐다.

강하고, 그 누구보다 빛나는 나의 별

사랑한다는 말은 차마 입 밖으로 꺼낼 수가 없었다.

가는 실같이 언제 끊어질지 모르는 사람들의 관계를 바라보며, 혹시 우리의 관계도 한순간에 끊어질까...

조금이라도 더 오래, 너의 곁에서 머물고 싶다는 나의 욕심에 내 마음을 억눌렀다.

하지만 지금이라면...

내 생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너에게 내 마음을 전할 수 있지 않을까?

사랑하는 나의 별아

부디 울지마

나는 네가 행복한 얼굴로 웃어주면 그걸로 만족하니까

그러니까 살아남아 웃는 얼굴을 나에게 보여줘


"빨리 이곳에서 벗어나도록 해"

"그럴 수는 없다"

"나는 괜찮다고 말했잖냐, 봐 상처도 그리 크지 않아"

"그렇다고 동료를 버리고 갈 순 없네"

위에서 내려온 지시에 로라스와 같이 미리 잠입했던 동료가 전해준 물건만 받아왔으면 되는 간단한 임무였다.

로라스는 따분한 임무라며 차라리 그 시간에 연구를 하는 거라는 자신의 말에 웃으며, 그래도 왕이 내린 임무니 다녀오자고 자신을 이끌고 접선장소로 향하였다.

분명 물건만 받고 돌아오면 되는 간단한 일이었는데....

"나는 괜찮으니까, 먼저 가. 곧 뒤따라 갈 테니까"

"그런 거라면 내가 남겠..."

"형님 못 믿냐? 금방 따라간다니까?"

걱정되는지 자꾸 뒤돌아보는 너의 모습에 당장이라도 가서 껴안고 괜찮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지만 이젠 서 있는 것만으로도 벅차서 괜찮은 척 웃어주는 것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네가 시야에서 사라짐을 확인하자마자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고 말았다.

"피를... 너무 많이 흘렸나?"

아아, 검은 옷을 입어서 다행이다.

지쳐서일까, 피를 너무 흘려서일까

시야가 흐려져 가는 것이 느껴졌다.

조금만, 그래 조금만 쉬자


벽에 기대어 애창을 끌어안고 눈을 감고 있는데, 이쪽을 향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추격대인가"

멀리 도망가지 못했겠지

어차피 이 몸으로는 살아남기 힘들다.

그렇다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해 막아야겠지

네가 조금이라도 멀리 도망칠 수 있도록

심한 상처는 대충 응급처치를 한 뒤, 움직이지 않는 몸을 억지로 일으켜 창에 기댔다.

만약... 아주 만약에 살아 돌아가게 된다면 깨끗하게 손질해줄게, 그러니 조금만 더 함께해줘

얼마나 지났을까?

자신이 있는 곳을 향한 발걸음이 점점 커지더니 멈추었다.

"버려진 건가?"

무리의 대장으로 보이는 사내가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자신에게 말을 건네왔다.

"그럴 리가 자진해서 남았지"

씨익 웃으며 대답하자 남자는 자신을 향해 검을 겨누었다.

"훔쳐간 물건은 어디 있지?"

"......"

"보아하니 상처도 깊어 보이는데 살려주지, 너도 소중한 사람들이 있잖나?"

자비를 베풀겠다는 식으로 말하는 남자의 말을 들으며 창을 들었다.

"하...하핫, 미안하지만 나는 그런 존재가 없어서 말이야"

"그런 몸으로 맞서겠다는 건가? 미쳤군"

"이 천재님에게 불가능은 없어"

남자의 눈짓에 뒤에 있던 이들도 무기를 들어 전투태세를 갖추었다.

혼자서 이 많은 인원을 이길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조금이라도 더 시간을 벌 수 있다면야..


"하...하하..."

겨우 멎었던 피는 상처가 터져 피가 흘러내렸고, 몸에는 상처가 가득하였다.

불가능할 거라 생각했던 전투는 자신의 승리로 끝났다.

자신이 치명상을 입었다고 생각한 상대가 방심한 것이 컸다.

곳곳에 생긴 피 웅덩이와 시체들을 뒤로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애창을 지팡이 삼아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상처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얼마쯤 걸었을까

흐릿한 시야 속으로 들어오는 나무에 기대어 앉았다.

멀리 도망쳤을까?

자신을 두고 떠나면서 걱정하던 그의 모습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마지막으로 본 것이 그의 웃는 얼굴이 아닌 걱정에 가득 찬 얼굴이라 아쉬워졌다.

이렇게 헤어지게 될 것을 알았으면, 그와 좀 더 많은 시간을 공유하는 건데

점점 힘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끼며 이젠 정말 마지막이라는 것을 느꼈다.

아아, 네가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약속... 못 지키게 되어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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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글] il crìmine (6)

2015. 6. 19. 03:01 | Posted by 아뮤엘

집에서 나온 지도 벌써,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귀족 나으리께서 이런 서민적인 삶에 적응할 수 있느냐는 조직원들의 비아냥에도 불구하고 별 무리 없이 적응하였다.

아니 적응할 수밖에 없었지만...

자신의 일정에 맞춰 모든 것이 준비된 저택의 일상과 달리 이곳은 스스로 해결해야 했다.

먹을 것도, 입는 것도, 청소하는 것도...

모든 것을 자신의 힘으로 해결해야 했기에 어설픈 점이 드러났다.

그러한 모습을 주변에서 역시 도련님이네~라고 놀려도 반박할 수가 없었다.

통과의례를 위해 여행길을 떠났었지만, 거의 돈으로 의식주를 해결할 때가 많았다. 거기다 노숙은 했어도 음식은 대부분 산 것이었다.

그때는 가문에서 돈을 지원받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틀리다.

자신은 저택에서 스스로 나온 몸이었다.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형을 찾아가야 하지만, 자신은 형을 만날 용기가 없다.

그래서 저택에서 나올 때 가지고 온 돈은 최대한 아껴야 했다.

매주 일정한 날마다 쓰레기를 버리는 일이나 청소하는 것은 괜찮았지만, 요리는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사 먹으면서 버티자니, 매 끼니 음식을 밖에서 해결하는 것도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스스로 요리를 하는 것을 배워야 했다.

칼질은 그나마 손에 익어 괜찮았지만, 뜨거운 물이나 기름에 손이 데기도 하고, 음식을 태우는 건 기본이었다.

그런 자신을 보고 나이오비와 트리비아가 가르쳐 주겠다며 도와주었다.

다행히 익히는 것이 빨라 배운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몇몇 요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자신들의 자유 시간을 쪼개 요리를 알려 준 그녀들이 고마워 도움이 되고자 그녀들이 임무로 나갔을 때, 조직의 아이들을 돌보는 일을 맡게 되었다.

어린아이들을 어떻게 돌보아야 할지, 자신이 아이들을 잘 돌볼 수 있을까?

걱정이 많이 되었지만, 아이들은 자신을 잘 따라주었고 나이오비나 트리비아도 안심하고 임무에 전념할 수 있었다.


그 뒤로, 시간이 더 흐르고 연합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자 자신에게도 임무가 내려졌다.

그리 대단한 임무는 아니었지만, 겉으로는 평화로운 시대이기에 다른 이들에게 주어지는 임무도 엇비슷했기 때문에 간단하게 일을 끝내고 자신의 새 보금자리로 돌아갔다.

연합으로 돌아가는 길, 과자가게가 눈에 들어왔다.

평소라면 그냥 지나갔을 저일테지만, 연합의 아이들이 생각나 들려 두 손 가득 과자를 사고 말았다.

연합에 도착하자 결 좋은 금발을 곱게 양갈래로 묶은 소녀가 자신을 맞이하였다.

“아찌 돌아와쪄?”

“꼬맹이, 여기서 기다리고 있었어?”

“나비언냐가 아찌 금방 돌아온다고 해쪄”

“혼자서 심심하지는 않았고?”

자신을 기다렸다는 꼬마의 말에 기특해서 들고 있던 과자 봉투 중 하나를 꼬맹이에게 안겨주었다.

“선물이다 꼬맹아”

“엘리가 까까먹고 싶어하는 거 어떻게 아라쪄?”

“오빠는 다 알고 있지~”

두 눈을 크게 뜨고 자신을 바라보는 꼬마의 머리를 쓰다듬고 들어가자고 하자 아직 어린애한테는 무거웠는지 봉투를 들고 휘청거린다.

“어쩔 수 없네~ 이리 오셔”

휘청거리며 자신 쪽으로 다가오는 꼬마를 한 손으로 안아 들고 연합 안으로 들어갔다.

거실로 들어서자 무슨 과자를 이렇게 많이 사 왔느냐고 빼앗는 나이오비의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익숙해 진 건가?

이제는 정겹게 들리는 나이오비의 잔소리와 트리비아와 루이스의 싸움소리, 그런 그들을 사이에 껴서 말리는 토마스의 모습까지

저택에 있을 때는 그렇게도 싫어하던 것들인데...

“어이 그만들 좀 싸우셔, 애들이 보고 배운다구~ 아니면 영웅 나리께서 바람이라도 피셨나?”

“이글!!”

동시에 자신을 째려보는 연인의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저렇게 사이가 좋으면서 왜 저리 싸우는지 안 그래 꼬맹아?

웃으며 꼬마의 머리를 쓰다듬자 꼬맹이는 모르겠다는 듯 갸우뚱거린다.

“아찌, 나비언냐가 엘리에게 다시 까까를 돌려주까?”

아 그게 아니었구나 우리 꼬맹이에겐 과자가 더 중요했지

“나중에 오빠랑 몰래 사러 갈까?”

“웅!!”


이곳에서의 하루는 하루하루가 즐겁다.

저택에서의 지낸 시간을 순간이지만 잊을 정도로

이렇게 당신도 잊어가겠지

이른 나이에 가주가 된 지라, 검을 쓰는 사람답지 않게 피와 철 냄새 대신 몸에 배어든 잉크의 향과 듣기 좋은 묵직한 저음도 천천히...

짙게 깔린 밤하늘을 올려다보니 환하게 비추는 달이 눈에 들어왔다.

형.. 형은 잘 지내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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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 amor

2015. 6. 1. 03:10 | Posted by 아뮤엘

“..으음...”

얼마나 잠이 들었던 것일까?

억지로 몸을 일으키자 머리가 깨질 듯 아파왔다.

“일어나셨나요, 비에르노?”

“아아... 넌가? 내가 얼마나 잔 거지?”

"약 일주일 정도 일까요?“

남자는 목이 마를 테니 마시라는 듯 물이 든 컵을 건넸다.

비에르노는 남자가 건넨 컵을 받아 물을 마셨다.

일주일이라면 꽤 오래 잔 것임이 분명한데 물이 매끄럽게 목을 타고 넘어갔다.

“일주일이나 잔 것치고는 몸 상태가 최상인데?”

“이곳의 기술력을 너무 무시하시네요”

“아아...돌아왔었지”

“당신이 연극에 빠져 돌아오지 않아서 저희가 개입을 하게 되었으니 반성해주세요.”

아아 삐졌구나, 이 녀석?

짜증을 내며 말하는 눈앞의 금발 머리는 마틴이라는 사내로 자신이 속한 조직의 보스에게 심취한 상태였다.

분명 자신이 보스에게 더 신임을 받는다고 생각해서 질투하는 것이리라.

애초에 보스와 자신의 관계는 마틴이 생각하는 것처럼 상하관계가 아니라 평등한 관계였지만

“누구씨께서 기억을 잘 조작한 덕분에 그리된 걸 어찌하겠어?”

“..큭...그건”

“그러니까 서로 좋게 넘어가자고”

분하다는 듯이 입술을 깨무는 마틴의 모습에 비에르노는 기분이 좋아졌다.

“그건 그렇고 똑같이 생겨서 헷갈렸을 텐데 용케 날 알아봤군”

“인정하기 싫지만, 기억을 조작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읽히지 않았거든요”

“아아, 기억을 조작당했어도 나는 천재니까 말이지”

그것 때문에 더 열 받았었군

기억을 조작당한 상태라 무방비해진 자신의 기억을 잃으려다 실패한 것이 분명하였다.

자신과 릭, 보스인 헤이의 관계에 대해서 예전부터 부러워했으니까

자신들을 잇는 그 연결점을 알아보려고 했겠지

이 세계로 넘어오기 전, 헤이에게 생각을 읽히지 않도록 배웠고, 그것을 몸에 익혀 숨을 쉬듯이 자연스럽게 하라는 그의 말을 명심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마 무의식중에도 그 능력을 발휘하여 그가 기억을 읽지 못하게 한 것이리라


내가 잠들어 있던 동안 별다른 일은 없었나?”

“릭씨가 찾아왔었습니다. 헤이씨와 단둘이 이야기를 나누셨던 것 같은데... 그것 외에는 딱히?”

“이곳의 나는 어떻게 되었지?”

“다른 사람들과 같이 기억 조작을 하였습니다. 별다른 점은... 아, 당신이 차고 다니던 가죽 팔찌를 대신 끼고 다니던데 그 짧은 시간 동안 자기 자신에게 정이라도 들었던 겁니까?”

“알았으니 이만 재단으로 돌아가는 것이 어때? 너무 오래 자리를 비우면 의심받는다”

비꼬듯 말하는 마틴을 돌려보낸 뒤, 창문을 열고 창가에 기대어 앉았다.

어둠이 녹아든 밤하늘에 밝게 빛나는 별들이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이렇게 하늘을 바라보고 있자니 자연스레 마틴이 말이 생각났다.

자신의 존재를 잊고 지냄이 분명한데, 자신이 두고 온 가죽 팔찌를 착용하고 있다니

가죽 팔찌를 착용하고 덥다고 짜증을 내는 그의 모습을 생각하니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정이 들었다인가?”

이곳에서는 연을 만들지 않기로 마음먹었건만...

하늘의 별은 그를 떠올리게 하였고 자연스레 그와의 추억이 하나둘 떠올랐다.

틱틱 짜증을 내면서도 힘들 때면 가장 먼저 자신을 찾아와 기대던, 반쯤 장난으로 시작한 유희에 휘말려 상처만 입고 이제는 그 기억조차 잊고 지낼 너의 모습이 그리워졌다.

만나러 가고 싶어도, 지난번 일 때문에 더 이상의 외출은 금지된 상태라 불가능하였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하던 비에르노는 이내 입가에 진한 미소를 띠운 채 창가의 문을 닫고 침대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만날 수 없다면 데려오는 것도 나쁘지 않지”

아무리 기술이 좋다고 할지언정 일주일 만에 몸을 움직여서 그런지 피로가 몰려왔다.

“조만간 다시 만나길, Mi am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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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trella  (0) 2015.05.13

[다이글] il crìmine (5)

2015. 5. 29. 19:41 | Posted by 아뮤엘

정이 들었던 저택을 떠나 내가 향한 곳은 연합이었다.

회사와 적대적인 관계에 놓여있어, 회사에 속해있는 형이 쉽게 자신에게 접근하지 못할 것이란 계산 때문이었다.

거리에 자욱하던 안개가 걷히고 따뜻한 햇살이 가득 채웠다.

“아아, 벌써 아침인가?”

지금쯤이면 형이 잠에서 깨어나 상황을 파악했겠지

형은 자신의 행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쓰레기? 상종도 못 할 새끼? 형에게 발정이나 하는 그런...

꾹 다문 입술 사이로 핏물이 비집고 흘러내렸다.

자신의 행동에 대해 후회는 되지 않았지만, 가슴 한쪽이 아려왔다.


다행히 점심이 되기 전에 연합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연합에서는 자신의 방문에 꽤 놀란 눈치였지만, 아무런 말이 받아주었다.

다른 이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오면서 산 옷들을 들고 욕실에 들어갔다.

몸 구석구석에 남겨진 형의 흔적을 끌어안았다.

꽃잎처럼 붉게 피어난 흔적들

다시 한 번 피어날 일은 없겠지.

간단하게 샤워를 한 뒤 따뜻한 물이 가득 찬 욕조에 들어가 기대었다.

“아아.. 따뜻하네”

굳어있던 몸이 풀려 나른해졌다.

감겨오는 눈을 억지로 뜨며 욕조에서 일어났다.

혹시나 잠이 든 자신을 걱정한 누군가가 들어와 몸에 남겨진 흔적을 보는 상황 같은 건 만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마무리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욕실에서 나오자 작은 여자아이가 쪼르르 달려와 안겼다.

“.....??”

“아찌, 아찌가 새로 온 아찌야?”

“꼬마야, 아저씨가 아니라 오빠야”

“꼬마 아냐! 엘리야!”

자신을 엘리라고 소개한 작은 소녀의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지끈거리는 허리의 통증을 잠시 누르고 엘리를 안아 들었다.

“앞으로 잘 부탁해, 꼬마 아가씨”

“엘리도 잘 부탁해, 아찌!”

“아저씨 아니라니까”

꼬마의 볼을 살짝 꼬집으며 말하자 볼을 빵빵하게 부풀린다.

아아 평화롭다

시끄러운 메이드들도, 탐욕에 눈이 먼 친척이라는 인간들도 여기엔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형도

형을 볼 수 없는 건 씁쓸하지만, 형이 다른 여자와 행복해하는 꼴을 보는 것보단 나으니까..

시간이 흐르면 잊혀지겠지

아니 잊어야만 하겠지


“아찌 슬퍼?”

품에 안긴 꼬마가 던진 말에 상념에서 깨어날 수 있었다.

“아니 안 슬퍼”

“아찌, 슬플 때는 이렇게 하는 거라고 했쪄”

아이는 손을 뻗어 자신의 입꼬리를 늘렸다.

“고맙다 꼬맹이”

아이의 행동은 작은 것이었지만, 자신에게는 큰 힘이 되었다.

어쩌면 이 꼬마는 지친 자신에게 주는 선물일지도

“꼬맹아, 아이스크림 좋아하냐?”

“꼬맹이 아냐! 엘리야!”

“그래그래, 그래서 아이스크림 좋아해?”

“엘리는 딸기 맛이 좋아!”

안아 든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연합 건물을 나섰다.

푸른 하늘과 따스한 햇살이 자신들이 맞이하였고, 상쾌한 바람이 자신과 아이를 감싸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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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nerézza

2015. 5. 16. 03:07 | Posted by 아뮤엘

.......

눈앞에 게이트가 생기고 낮익은 복장의 남자가 눈에 들어온다.

“바이, 먼저 방으로 가 있도록”

“흐응~ 또 둘이서 비밀 이야기야? 너무 기다리게 하면..알지?”

“아아”

미안한 마음에 볼에 살짝 입을 맞추자, 일찍 돌아오라며 새침한 표정으로 집무실로 나서는 연인의 모습에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게이트에서 나타난 남성에게 시선을 돌리자 남성은 익숙하다는 듯이 소파에 걸터앉았다.

“돌아온 건가?”

“아아, 소식을 들었소”

그래서 예상보다 빨리 돌아온 건가

말없이 그를 응시하자 자신의 시선을 깨닫고 남자가 말을 이었다.

“이번 일은 도가 지나쳤소”

“아아.. 하지만 본인이 원한 건데 내가 말릴 수는 없잖나”

어깨를 으쓱이며 의자에 기대자 자신을 향한 시선이 느껴졌다.

“뭐가 그리 마음에 안 드는 건지. 말해라, 릭 톰슨”

“사람의 기억을 조종하는 것도 한계가 있는 법이요. 그것도 여러 사람의 기억을 동시에 조작하게 되면 언젠간 모순이 발견되겠지.”

“그래서?”

“얼마 지나지 않아, 기억의 모순점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요. 그러면 저절로 그가 의심받을 것이고”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자신을 몰아붙이는 그의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그래서 돌아온 것이었나?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여차하면 빼 오면 되는 것이고”

내가 그걸 가만히 보고 있을 리 없잖나?

릭은 자신이 생략한 뒷말을 읽은 것인지, 작게 한숨을 쉬더니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또 다른 질문은?”

“그는 어디에 있지?”

“누구?”

모르는 척 되묻자 릭은 그만 하라는 듯 커피잔을 소리 나게 내려놓았다.

“비에르노라면 지금 쉬고 있어”

“...역시. 그 작전 의견을 낸 게 누군지 궁금해지는군”

“비에르노, 그가 스스로 기억 조작을 부탁하더니, 꽤 오랜 기간 즐기더군. 그곳에서의 생활이 꽤 마음에 들었나 보지, 누구처럼”

찻잔을 들어 향을 음미하자 자신을 향한 뜨거운 시선이 느껴졌다.

아아, 역시 반응이 뜨겁군.

“덕분에 이쪽이 직접 개입해서 데려왔지만, 그런 일이 다시는 없었으면 좋겠군”

“기억을 지우지 않았으니 그런 일은 없을 것이오”

단호하게 말을 끊는 그의 말투에서 그가 화가 나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무엇이 그대를 그리 성나게 하였나?”

“나는 당신들이 원하는 바를 아직도 모르겠소.”

“우리가 원하는 바는 다 같지 않나? 너는 연인을, 비에르노는 노력을, 나는 세상을 잃었지. 세계에 복수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이곳으로 온 이유 아니었나?”

“.......”

“우리는 시기를 오기만을 기다리는 것뿐이지. 그 기다림의 시간 동안 약간의 여흥은 필요하지 않겠나?”

릭은 대답 없이 식은 커피를 단숨에 마시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게이트를 열었다.

“이만 가보겠소. 최대한 이른 시일에 나도 합류하도록 하지. 비에르노에게 안부 전해주시오.”

게이트 속으로 사라져가는 그를 바라보며 헤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를 바라보았다.

해가 저물고 어둠이 밀려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아아...이제 곧”

[다이글] il crìmine (4)

2015. 5. 14. 01:40 | Posted by 아뮤엘

술에 꽤 취했는지 형은 내가 자연스레 건네는 술잔을 거부하지 않고 받았다.

그 뒤로 몇 잔을 더 마셨을까?

아무리 술에 강하다고 해도, 희석하지 않고 연이어 마시니 취기가 올라왔다.

형은 술기운을 이기지 못했는지 소파에 기대어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어쩔 수 없네”

형을 침대에 눕히고 옆에 나란히 누워 형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자신과 같이 밝게 빛나는 짧은 은발

오른쪽 뺨 새겨진 십자 흉터

그리고 굳게 닫힌 입술

자신의 형 다이무스라는 같은 사내가 보아도 매력적인 남자였다.

결혼 적령기에 접어든 형에게 친척들이 안주인의 후보를 만나보라며 매일같이 찾아간다는 알고 있었다.

머지않은 미래에 형은 자신이 아닌 다른 여인과 같이 가정을 꾸리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겠지.

형을 닮은 아이들과 형과 어울리는 조신한 여성

자신은 형을 웃으면서 놓을 수 있을까?

....어차피 형이 결혼하게 되면 이렇게 같이 술을 마시는 일도, 둘이서 식사하는 일도, 가끔 어리광부리며 같은 침대에 누워 자는 일도 불가능하겠지.

애초에 형이 결혼하면 이 저택에 내가 있을 자리가 있을까?

어차피 떠나야만 하는 거라면...


잠이 든 형의 위에 올라타 형이 입고 있던 옷을 한 겹 한 겹 벗겨내었다.

혹시라도 잠에서 깰까 조심스러워진 움직임에 자신이 생각해도 웃음이 나왔다.

요즘 회사 일로 수련에 소홀하게 되었다고 할지언정 형도 검사이기에 잘 짜여진 근육이 자리 잡고 있었다.

“처음이자... 마지막이니까..”

잠이 든 사람을 상대로, 그것도 형을 상대로 이루어진 첫 성관계는 무척이나 아픈 기억을 자신에게 선물하였다.

다행히 형도 술기운에 취해 자신을 범한 것 같았지만, 오히려 그 사실이 자신의 가슴에 비수를 꽂았다.

형은 기억하지 못하겠지..

울컥 터져 나오려는 눈물을 이 악물고 참아내었다.

자신이 원한 일이다.

더는 비참해지고 싶지 않았다.

곤히 잠이 든 형을 뒤로하고 욕실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한 걸음 한 걸음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다리 사이로 흘러내리는 끈적한 액체와 끊어지는 듯한 허리의 고통에 신음이 절로 나왔지만, 혹시라도 형이 깰까 이 악물고 발걸음을 옮겼다.

최대한 간단하게 샤워를 마치고 외출복으로 갈아입었다.

자신의 애검과 약간의 돈을 챙기고 방을 나서기 전 침대 쪽을 바라보았다.

이제 두 번 다시는 이 저택으로 돌아올 일이 없겠지

형과 만나는 일도

자신이 자처한 일이니 괜찮다.

“...잘 있어, 형”

자욱한 안갯속으로 떠오르는 해를 등지고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겨우 옮겨 저택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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