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앞에 게이트가 생기고 낮익은 복장의 남자가 눈에 들어온다.
“바이, 먼저 방으로 가 있도록”
“흐응~ 또 둘이서 비밀 이야기야? 너무 기다리게 하면..알지?”
“아아”
미안한 마음에 볼에 살짝 입을 맞추자, 일찍 돌아오라며 새침한 표정으로 집무실로 나서는 연인의 모습에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게이트에서 나타난 남성에게 시선을 돌리자 남성은 익숙하다는 듯이 소파에 걸터앉았다.
“돌아온 건가?”
“아아, 소식을 들었소”
그래서 예상보다 빨리 돌아온 건가
말없이 그를 응시하자 자신의 시선을 깨닫고 남자가 말을 이었다.
“이번 일은 도가 지나쳤소”
“아아.. 하지만 본인이 원한 건데 내가 말릴 수는 없잖나”
어깨를 으쓱이며 의자에 기대자 자신을 향한 시선이 느껴졌다.
“뭐가 그리 마음에 안 드는 건지. 말해라, 릭 톰슨”
“사람의 기억을 조종하는 것도 한계가 있는 법이요. 그것도 여러 사람의 기억을 동시에 조작하게 되면 언젠간 모순이 발견되겠지.”
“그래서?”
“얼마 지나지 않아, 기억의 모순점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요. 그러면 저절로 그가 의심받을 것이고”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자신을 몰아붙이는 그의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그래서 돌아온 것이었나?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여차하면 빼 오면 되는 것이고”
내가 그걸 가만히 보고 있을 리 없잖나?
릭은 자신이 생략한 뒷말을 읽은 것인지, 작게 한숨을 쉬더니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또 다른 질문은?”
“그는 어디에 있지?”
“누구?”
모르는 척 되묻자 릭은 그만 하라는 듯 커피잔을 소리 나게 내려놓았다.
“비에르노라면 지금 쉬고 있어”
“...역시. 그 작전 의견을 낸 게 누군지 궁금해지는군”
“비에르노, 그가 스스로 기억 조작을 부탁하더니, 꽤 오랜 기간 즐기더군. 그곳에서의 생활이 꽤 마음에 들었나 보지, 누구처럼”
찻잔을 들어 향을 음미하자 자신을 향한 뜨거운 시선이 느껴졌다.
아아, 역시 반응이 뜨겁군.
“덕분에 이쪽이 직접 개입해서 데려왔지만, 그런 일이 다시는 없었으면 좋겠군”
“기억을 지우지 않았으니 그런 일은 없을 것이오”
단호하게 말을 끊는 그의 말투에서 그가 화가 나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무엇이 그대를 그리 성나게 하였나?”
“나는 당신들이 원하는 바를 아직도 모르겠소.”
“우리가 원하는 바는 다 같지 않나? 너는 연인을, 비에르노는 노력을, 나는 세상을 잃었지. 세계에 복수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이곳으로 온 이유 아니었나?”
“.......”
“우리는 시기를 오기만을 기다리는 것뿐이지. 그 기다림의 시간 동안 약간의 여흥은 필요하지 않겠나?”
릭은 대답 없이 식은 커피를 단숨에 마시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게이트를 열었다.
“이만 가보겠소. 최대한 이른 시일에 나도 합류하도록 하지. 비에르노에게 안부 전해주시오.”
게이트 속으로 사라져가는 그를 바라보며 헤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를 바라보았다.
해가 저물고 어둠이 밀려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아아...이제 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