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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라드렉] insònnia

2015. 7. 5. 00:21 | Posted by 아뮤엘

- 불면증


밝게 빛나는 달과 별들을 바라보며, 네가 생각났다.

“슬슬 돌아가야겠군”

몇 년 전부터 알 수 없는 이유로 이맘때쯤이면 불면증에 시달리는 너를 위해 쌓여있는 서적들을 정리하고 서재를 나섰다. 혹시나 싶어 너의 방으로 가봤지만 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작게 한숨을 쉬며 옥상을 향해 발을 옮겼다. 살짝 열린 문 틈새로 너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조심스레 문을 열고 누워있는 너의 옆에 조심스레 앉았다.

“왔냐?”

“아아..여기 있었나?”

“뭘 몰랐다는 듯이 말해. 알고 왔잖아”

피식- 웃으며 하늘을 바라보는 그의 모습에 옆에 나란히 누워 밤하늘을 구경했다.

“....괜찮나?”

“뭐가?”

“슬슬 그 시기잖나”

“아...아아..뭐...”

평소 같았으면 신랄하게 되받아쳤을 그지만, 대답하지 못하는 그의 모습에 몸을 일으켜 머리를 쓰다듬었다.

“ㅁ...뭐냐?”

“눈 밑에 그림자가 졌네. 중국에 팬더?라는 생물의 눈 주변이 검다던데. 지금 자네의 모습이 딱 그 꼴이군”

“야 이 씨ㅂ...”

“쉿 조용히. 다른 이들이 깨잖나”

한 손으로 그의 입을 막자 버둥거리는 그의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밤이 늦었네. 가서 자는 게 어떨까?”

“여기서 하늘을 보는 게 더 좋아. 잠은... 뭐 이미 익숙해졌으니까”

씁쓸하게 말하며 하늘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에는 별들이 가득했다.

“내가 잠들 때까지 곁에 있을 테니”

“야, 알!!”

“저택에 있는 사람들의 잠을 다 깨울 생각인가, 자네?”

뒷말을 생략하고 조심스레 그를 안아 들자 버둥거리며 큰소리치는 렉스의 모습에 협박 아닌 협박을 하자 그제야 얌전해졌다. 토라진 듯 시선을 마주치지 않는 그의 모습이 귀여워 자신도 모르게 이마에 입을 살짝 맞추었지만..(동시에 주먹으로 자신의 명치를 때려 조금 위험했다.) 


계단을 내려가 그의 방으로 들어갔다. 며칠 동안 잠을 자지 못했다는 것을 그의 방이 설명해주었다. 이것저것 적힌 노트들과 널브러진 책들, 어질러진 이불과 책상 위에 놓인 수면유도제들.. 약은 차마 먹지는 못했는지 봉지가 꾸깃꾸깃해진 채 놓여만 있었다. 한숨이 나오는 것을 참고, 그를 침대 위에 조심스레 눕히고 이불을 덮어주었다.

“약까지 받아왔었나?”

“...먹지는 않았다.”

등 돌리고 누운 그의 모습에 침대에 걸터앉아 결 좋은 머리를 쓰다듬었다.

“일단 자게나.. 내일 이야기하지”

“......”

그가 잘 때까지 곁에 앉아 토닥거려주었다. 얼마쯤 지났을까? 한참을 뒤척이다가 잠이 든 그의 모습을 확인하고 조심스레 방을 정리하였다. 어차피 그가 일어날 때까지 방을 벗어날 수 없기에 시간을 보낼 겸 시작한 일이었다. 자신이 그의 방에서 벗어나는 순간 잠에서 깨는 그의 모습에 그가 푹 잘 수 있도록 그의 곁에 있는 것이었다. 그가 깰 때까지 할 일도 없고, 그의 방을 정리하고 남은 시간은 책을 읽으며 보낸 지도 벌써 5년째. 5년 동안 이 일을 반복하고 있었다. 그가 잠을 자지 못하는 이유는 자신이 더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더욱 이 시기에 그가 잠이 들면, 자신은 잠을 잘 수 없었다. 자신은 죄인이었기 때문에..


그가 이러한 증상을 가지게 된 처음 2년 동안은 그의 불면의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일정한 시기가 되면 일주일 이상 잠을 못 자는 그의 모습을 보며 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작정하고 그와 술을 마셨다. 평소에는 어느 정도 조절하고 마셨기에 둘 다 취할 일은 없었지만, 그날은 평소 즐겨 먹던 술의 내용물을 바꿔 그가 취하게끔 하였다. 술에 취한 그의 입에서 나온 말로 그가 왜 잠을 못 잤는지에 대해 알게 되었다. 임무에 나갔다가 큰 상처를 입고 돌아온 적이 있었다. 조국을 위해서라면 죽을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향한 임무였다. 임무는 성공했지만, 자신을 제외한 전원 전멸..임무가 성공했다는 것을 알려야 했기에 말을 듣지 않는 몸을 이끌고 돌아왔다. 임무를 보고하고 쓰러져 바로 병원에 실려 가 대수술에 들어갔다. 상처가 큰 것도 문제였지만, 이미 피를 많이 흘려 죽을 수도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고 술에 취한 그가 말했었다. 두려웠다고 말했다. 내가 사라질까 봐 무서웠다고 울먹이며 자신을 두고 가지 말아 달라고 안겨오는 그의 모습에 자신이 그를 불안하게 만들었구나, 내가 그에게 이렇게 큰 존재가 되어있었구나. 조심스레 울다 잠이 든 그를 눕히고 옆에 앉아 그에게 다짐하였다. 이제 다시는 그런 일이 없게 할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절대 너를 혼자 두지 않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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