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 가득한 별을 보고 있자면 자연스레 너의 모습이 떠올랐다.
강하고, 그 누구보다 빛나는 나의 별
사랑한다는 말은 차마 입 밖으로 꺼낼 수가 없었다.
가는 실같이 언제 끊어질지 모르는 사람들의 관계를 바라보며, 혹시 우리의 관계도 한순간에 끊어질까...
조금이라도 더 오래, 너의 곁에서 머물고 싶다는 나의 욕심에 내 마음을 억눌렀다.
하지만 지금이라면...
내 생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너에게 내 마음을 전할 수 있지 않을까?
사랑하는 나의 별아
부디 울지마
나는 네가 행복한 얼굴로 웃어주면 그걸로 만족하니까
그러니까 살아남아 웃는 얼굴을 나에게 보여줘
"빨리 이곳에서 벗어나도록 해"
"그럴 수는 없다"
"나는 괜찮다고 말했잖냐, 봐 상처도 그리 크지 않아"
"그렇다고 동료를 버리고 갈 순 없네"
위에서 내려온 지시에 로라스와 같이 미리 잠입했던 동료가 전해준 물건만 받아왔으면 되는 간단한 임무였다.
로라스는 따분한 임무라며 차라리 그 시간에 연구를 하는 거라는 자신의 말에 웃으며, 그래도 왕이 내린 임무니 다녀오자고 자신을 이끌고 접선장소로 향하였다.
분명 물건만 받고 돌아오면 되는 간단한 일이었는데....
"나는 괜찮으니까, 먼저 가. 곧 뒤따라 갈 테니까"
"그런 거라면 내가 남겠..."
"형님 못 믿냐? 금방 따라간다니까?"
걱정되는지 자꾸 뒤돌아보는 너의 모습에 당장이라도 가서 껴안고 괜찮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지만 이젠 서 있는 것만으로도 벅차서 괜찮은 척 웃어주는 것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네가 시야에서 사라짐을 확인하자마자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고 말았다.
"피를... 너무 많이 흘렸나?"
아아, 검은 옷을 입어서 다행이다.
지쳐서일까, 피를 너무 흘려서일까
시야가 흐려져 가는 것이 느껴졌다.
조금만, 그래 조금만 쉬자
벽에 기대어 애창을 끌어안고 눈을 감고 있는데, 이쪽을 향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추격대인가"
멀리 도망가지 못했겠지
어차피 이 몸으로는 살아남기 힘들다.
그렇다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해 막아야겠지
네가 조금이라도 멀리 도망칠 수 있도록
심한 상처는 대충 응급처치를 한 뒤, 움직이지 않는 몸을 억지로 일으켜 창에 기댔다.
만약... 아주 만약에 살아 돌아가게 된다면 깨끗하게 손질해줄게, 그러니 조금만 더 함께해줘
얼마나 지났을까?
자신이 있는 곳을 향한 발걸음이 점점 커지더니 멈추었다.
"버려진 건가?"
무리의 대장으로 보이는 사내가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자신에게 말을 건네왔다.
"그럴 리가 자진해서 남았지"
씨익 웃으며 대답하자 남자는 자신을 향해 검을 겨누었다.
"훔쳐간 물건은 어디 있지?"
"......"
"보아하니 상처도 깊어 보이는데 살려주지, 너도 소중한 사람들이 있잖나?"
자비를 베풀겠다는 식으로 말하는 남자의 말을 들으며 창을 들었다.
"하...하핫, 미안하지만 나는 그런 존재가 없어서 말이야"
"그런 몸으로 맞서겠다는 건가? 미쳤군"
"이 천재님에게 불가능은 없어"
남자의 눈짓에 뒤에 있던 이들도 무기를 들어 전투태세를 갖추었다.
혼자서 이 많은 인원을 이길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조금이라도 더 시간을 벌 수 있다면야..
"하...하하..."
겨우 멎었던 피는 상처가 터져 피가 흘러내렸고, 몸에는 상처가 가득하였다.
불가능할 거라 생각했던 전투는 자신의 승리로 끝났다.
자신이 치명상을 입었다고 생각한 상대가 방심한 것이 컸다.
곳곳에 생긴 피 웅덩이와 시체들을 뒤로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애창을 지팡이 삼아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상처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얼마쯤 걸었을까
흐릿한 시야 속으로 들어오는 나무에 기대어 앉았다.
멀리 도망쳤을까?
자신을 두고 떠나면서 걱정하던 그의 모습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마지막으로 본 것이 그의 웃는 얼굴이 아닌 걱정에 가득 찬 얼굴이라 아쉬워졌다.
이렇게 헤어지게 될 것을 알았으면, 그와 좀 더 많은 시간을 공유하는 건데
점점 힘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끼며 이젠 정말 마지막이라는 것을 느꼈다.
아아, 네가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약속... 못 지키게 되어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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