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던 하늘은 어느새,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얼추 결제가 완료된 서류들을 정리하고 테라스로 나가니 상쾌한 바람이 자신을 맞이하였다.
성안은 오랜만에 돌아오는 막내동생 때문에 파티 준비로 분주했다.
“3년 만이던가..”
어느 날. 갑작스럽게 더 넓은 세상을 구경하고 오겠다고 막내동생이 성을 벅차고 나간지도 벌써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나있었다.
처음에는 그런 동생이 걱정된다며 작은동생이 막내동생 몰래 사람을 붙였었지만, 알아챈 막내동생이 화를 내었다.(편지 한가득 작은동생을 나무라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겉으로는 괜찮은 척하지만, 울적해 하는 둘째를 위해 막내에게 자주 편지를 써달라고 하여, 둘이 편지를 주고받는 것으로 마무리하는 일도 있었다.
올해로 17살이 되었을까...
동생의 나이를 곱씹으며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몸에 좋지 않다며 말리는 이들이 많았지만, 어린 나이에 가주가 되고 복잡한 일들을 처리하다 보니 자연스레 손을 대게 되었다.
입안에 퍼지는 씁쓸한 향에 길게 내뱉으며, 저물어가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오랜만에 동생이 돌아온다는 것은 좋았지만, 과연 그게 좋은 일일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조금 있으면 성인식을 치르게 될 테고, 동생은 좋던, 나쁘던 주변의 시선을 받게 될 것이다.
자신이 최대한 지키려고 노력을 하겠지만, 탐욕스러운 주변인들이 그를 가만히 냅둘까?
‘홀든’이라는 성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차라리 동생이 이곳저곳 여행을 다니다 가문의 힘이 닿지 않는 곳에서 자신만의 삶을 꾸려가길 바랐다.
그런 자신의 마음과는 달리 막내동생은 이번 여행을 마지막으로 성에서 머물 것이라고 편지를 보내왔다.
이를 어찌해야 될까...
작은동생은 빠르게 황실 친위대에 들어가 자신의 삶을 개척하였지만, 막내동생은...
그 아이가 자리를 잡을 때까지 자신이 잘 지켜 줄 수 있을까?
하루에도 몇 번씩 올라오는 탐욕에 물든 서류들을 상대하고 있노라면, 아버지는 어떻게 이러한 일들을 처리하셨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서 얼마나 고생하셨을지, 맘 편하게 털어놓을 사람도 없이 혼자서 모든 것을 짊어지셨을 아버지의 모습이 떠올라 더욱 입이 썼다.
신뢰할 수 있는 친구보다는 적이 많은 이 자리에서 얼마나 외로우셨을지...
하염없이 타들어 가는 담배를 끄고, 집무실로 들어오니 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들렸다.
“들어와라”
“담배 피웠어?
얼굴을 찡그리며 다가오는 작은동생의 모습을 보며 작게 미소 지었다.
“아아.. 무슨 일이냐?”
“파티 준비 끝났는데, 아무래도 책임자인 형의 확인이 필요하다고 해서.. 그리고 담배는 그만 끊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내가 알아서 조심 할 테니 걱정하지 마라”
작은동생의 머리를 쓰다듬고 파티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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