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장남은 역시...”
“...니까요.”
“역시 ...라는 걸까요?”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귓가를 맴돌았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지껄이는 것만 잘하는 이들의 입을 다 찢어버리고 싶었지만, 꾹 참고 큰형과 같이 조문객을 맞이하였다. 눈 밑이 붉게 물든 자신과 달리 평소 다름없는 무뚝뚝한 표정으로 위로의 인사를 전하는 이들을 상대하였다. 시간은 흘러 부모님을 묘에 안치시키기로한 시간이 되었다. 작은 형은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작은 도련님을 모셔올까요? 라고 묻는 집사의 말에 큰형은 혼자 있게 내버려두라는 명을 내리고 내 손을 잡고 묘지로 발걸음을 옮기었다. 형은 묵묵하게 모든 과정을 지켜보았다. 다른 사람이 보면 감정이 메마른, 냉혈안으로 보였겠지만 자신은 느낄 수 있었다. 맞잡은 손에 느껴지는 떨림을.
조문객들로 떠들썩했던 집안이 조용해졌다. 친척들과 부모님의 부재에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형의 모습을 집무실 밖에서 몰래 지켜보았다. 개떼같이 몰려드는 친척들의 모습은 혐오스럽기 그지없었다. 형이 아직 어리다는 것을 이용해 제 가문의 힘과 재산을 조금이라도 맛보기 위해 입에 발린 말을 해대는 이들을 상대하는 형의 모습은 지쳐 보였다. 결국, 하나하나 상대해주다 지친 형은 자신이 알아서 할 테니 돌아가라고 일축하였다. 친척들이 모두 돌아갔다는 집사의 말을 전해 듣고 나서야 소파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 집무실로 들어갈까 조금 열린 문 사이로 손을 뻗는데 작게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한 손으로 눈을 가린 채 소리를 죽이고 우는 큰 형의 모습에 조용히 자리를 벗어나 제 방으로 돌아왔다.
다음 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행동하는 형의 모습에 다들 혀를 둘렀다. 역시 홀든가 장남은 제 부모의 죽음도 슬퍼하지 않는 냉혈한이라고 떠드는 메이드들의 말소리를 들은 것은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어느 날이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형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해당 메이드들을 잡아다가 죽일까? 고민하는데 잘못했다고 살려달라고 울며 달라붙는 모습에 질려 입단속 시키고 내쫓으라고 집사에게 명령했다. 죽이려던 걸 살려준다니까 겁을 상실했는지 이제는 쫓아내지 말아 달라고 자기는 부양할 가족이 있다며 동정을 호소했다. 살려준다고 할 때 곱게 돌아갈 것이지. 시계를 슬쩍 쳐다보고 집사에게 눈짓하자 집사는 작게 한숨을 쉬며 그녀들을 데리고 나갔다. 제가 내린 명령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메이드들은 감사하다고 절을 하며 나갔다. 뭐, 남은 가족들에게는 적당히 둘러대고 돈이나 쥐여줘야겠다고 생각을 하며 책장에서 책 한 권을 꺼내 들었다. 의자에 기대어 앉아 책을 읽고 있자 큰형이 방안으로 들어왔다.
“어서 오셔!”
“책을 읽고 있었나?”
제 머리를 쓰다듬는 형에게 안겨 책을 읽었다. 업무를 하다 와서 그런지 잉크와 종이 냄새가 밴 손을 만지작거리자 간지럽다는 듯 볼을 꼬집는 형의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그건 그렇고 집사가 메이드들을 끌고 가던데 무슨 일 있었나?”
“으음~ 별거 아냐. 일을 그만두고 싶다고 해서 이유를 물어보느라”
생글생글 웃으며 대답하자, 미심쩍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잘했다고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형의 손길에 기분이 좋아 부비적거렸다.
형의 품에 안겨있다 잠이 든 것인지, 눈을 뜨니 침대에 누워 있었다. 비척이며 몸을 일으키니 낯익은 등이 눈에 들어왔다. 자신이 깼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한 것인지 무엇인가를 끌어안은 채 잘게 떨리는 몸을 보고 형이 울고 있음을 알았다. 그리고 그가 껴안은 것이 무엇인지도 알 것 같았다. 자신에게 기대면 좋을 텐데, 항상 형은 혼자 모든 것을 짊어지고 기대려 하지 않았다. 자신이 어려서, 형이 기댈 수 있는 버팀목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 짜증이 났다. 저 가녀린 어깨를 끌어안아 달래주고 싶다. 하지만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모르는 척 이 상황을 조용히 지켜보는 것이었다. 자신이 우는 것을 들키고 싶지 않을 테니까. 바보 같은 자신의 형은. 조심스레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자신은 아무것도 보지 않았다. 그렇게 스스로를 세뇌하며 오지 않는 잠을 청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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