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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글] il crìmine (6)

2015. 6. 19. 03:01 | Posted by 아뮤엘

집에서 나온 지도 벌써,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귀족 나으리께서 이런 서민적인 삶에 적응할 수 있느냐는 조직원들의 비아냥에도 불구하고 별 무리 없이 적응하였다.

아니 적응할 수밖에 없었지만...

자신의 일정에 맞춰 모든 것이 준비된 저택의 일상과 달리 이곳은 스스로 해결해야 했다.

먹을 것도, 입는 것도, 청소하는 것도...

모든 것을 자신의 힘으로 해결해야 했기에 어설픈 점이 드러났다.

그러한 모습을 주변에서 역시 도련님이네~라고 놀려도 반박할 수가 없었다.

통과의례를 위해 여행길을 떠났었지만, 거의 돈으로 의식주를 해결할 때가 많았다. 거기다 노숙은 했어도 음식은 대부분 산 것이었다.

그때는 가문에서 돈을 지원받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틀리다.

자신은 저택에서 스스로 나온 몸이었다.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형을 찾아가야 하지만, 자신은 형을 만날 용기가 없다.

그래서 저택에서 나올 때 가지고 온 돈은 최대한 아껴야 했다.

매주 일정한 날마다 쓰레기를 버리는 일이나 청소하는 것은 괜찮았지만, 요리는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사 먹으면서 버티자니, 매 끼니 음식을 밖에서 해결하는 것도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스스로 요리를 하는 것을 배워야 했다.

칼질은 그나마 손에 익어 괜찮았지만, 뜨거운 물이나 기름에 손이 데기도 하고, 음식을 태우는 건 기본이었다.

그런 자신을 보고 나이오비와 트리비아가 가르쳐 주겠다며 도와주었다.

다행히 익히는 것이 빨라 배운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몇몇 요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자신들의 자유 시간을 쪼개 요리를 알려 준 그녀들이 고마워 도움이 되고자 그녀들이 임무로 나갔을 때, 조직의 아이들을 돌보는 일을 맡게 되었다.

어린아이들을 어떻게 돌보아야 할지, 자신이 아이들을 잘 돌볼 수 있을까?

걱정이 많이 되었지만, 아이들은 자신을 잘 따라주었고 나이오비나 트리비아도 안심하고 임무에 전념할 수 있었다.


그 뒤로, 시간이 더 흐르고 연합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자 자신에게도 임무가 내려졌다.

그리 대단한 임무는 아니었지만, 겉으로는 평화로운 시대이기에 다른 이들에게 주어지는 임무도 엇비슷했기 때문에 간단하게 일을 끝내고 자신의 새 보금자리로 돌아갔다.

연합으로 돌아가는 길, 과자가게가 눈에 들어왔다.

평소라면 그냥 지나갔을 저일테지만, 연합의 아이들이 생각나 들려 두 손 가득 과자를 사고 말았다.

연합에 도착하자 결 좋은 금발을 곱게 양갈래로 묶은 소녀가 자신을 맞이하였다.

“아찌 돌아와쪄?”

“꼬맹이, 여기서 기다리고 있었어?”

“나비언냐가 아찌 금방 돌아온다고 해쪄”

“혼자서 심심하지는 않았고?”

자신을 기다렸다는 꼬마의 말에 기특해서 들고 있던 과자 봉투 중 하나를 꼬맹이에게 안겨주었다.

“선물이다 꼬맹아”

“엘리가 까까먹고 싶어하는 거 어떻게 아라쪄?”

“오빠는 다 알고 있지~”

두 눈을 크게 뜨고 자신을 바라보는 꼬마의 머리를 쓰다듬고 들어가자고 하자 아직 어린애한테는 무거웠는지 봉투를 들고 휘청거린다.

“어쩔 수 없네~ 이리 오셔”

휘청거리며 자신 쪽으로 다가오는 꼬마를 한 손으로 안아 들고 연합 안으로 들어갔다.

거실로 들어서자 무슨 과자를 이렇게 많이 사 왔느냐고 빼앗는 나이오비의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익숙해 진 건가?

이제는 정겹게 들리는 나이오비의 잔소리와 트리비아와 루이스의 싸움소리, 그런 그들을 사이에 껴서 말리는 토마스의 모습까지

저택에 있을 때는 그렇게도 싫어하던 것들인데...

“어이 그만들 좀 싸우셔, 애들이 보고 배운다구~ 아니면 영웅 나리께서 바람이라도 피셨나?”

“이글!!”

동시에 자신을 째려보는 연인의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저렇게 사이가 좋으면서 왜 저리 싸우는지 안 그래 꼬맹아?

웃으며 꼬마의 머리를 쓰다듬자 꼬맹이는 모르겠다는 듯 갸우뚱거린다.

“아찌, 나비언냐가 엘리에게 다시 까까를 돌려주까?”

아 그게 아니었구나 우리 꼬맹이에겐 과자가 더 중요했지

“나중에 오빠랑 몰래 사러 갈까?”

“웅!!”


이곳에서의 하루는 하루하루가 즐겁다.

저택에서의 지낸 시간을 순간이지만 잊을 정도로

이렇게 당신도 잊어가겠지

이른 나이에 가주가 된 지라, 검을 쓰는 사람답지 않게 피와 철 냄새 대신 몸에 배어든 잉크의 향과 듣기 좋은 묵직한 저음도 천천히...

짙게 깔린 밤하늘을 올려다보니 환하게 비추는 달이 눈에 들어왔다.

형.. 형은 잘 지내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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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글] il crìmine (5)

2015. 5. 29. 19:41 | Posted by 아뮤엘

정이 들었던 저택을 떠나 내가 향한 곳은 연합이었다.

회사와 적대적인 관계에 놓여있어, 회사에 속해있는 형이 쉽게 자신에게 접근하지 못할 것이란 계산 때문이었다.

거리에 자욱하던 안개가 걷히고 따뜻한 햇살이 가득 채웠다.

“아아, 벌써 아침인가?”

지금쯤이면 형이 잠에서 깨어나 상황을 파악했겠지

형은 자신의 행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쓰레기? 상종도 못 할 새끼? 형에게 발정이나 하는 그런...

꾹 다문 입술 사이로 핏물이 비집고 흘러내렸다.

자신의 행동에 대해 후회는 되지 않았지만, 가슴 한쪽이 아려왔다.


다행히 점심이 되기 전에 연합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연합에서는 자신의 방문에 꽤 놀란 눈치였지만, 아무런 말이 받아주었다.

다른 이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오면서 산 옷들을 들고 욕실에 들어갔다.

몸 구석구석에 남겨진 형의 흔적을 끌어안았다.

꽃잎처럼 붉게 피어난 흔적들

다시 한 번 피어날 일은 없겠지.

간단하게 샤워를 한 뒤 따뜻한 물이 가득 찬 욕조에 들어가 기대었다.

“아아.. 따뜻하네”

굳어있던 몸이 풀려 나른해졌다.

감겨오는 눈을 억지로 뜨며 욕조에서 일어났다.

혹시나 잠이 든 자신을 걱정한 누군가가 들어와 몸에 남겨진 흔적을 보는 상황 같은 건 만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마무리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욕실에서 나오자 작은 여자아이가 쪼르르 달려와 안겼다.

“.....??”

“아찌, 아찌가 새로 온 아찌야?”

“꼬마야, 아저씨가 아니라 오빠야”

“꼬마 아냐! 엘리야!”

자신을 엘리라고 소개한 작은 소녀의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지끈거리는 허리의 통증을 잠시 누르고 엘리를 안아 들었다.

“앞으로 잘 부탁해, 꼬마 아가씨”

“엘리도 잘 부탁해, 아찌!”

“아저씨 아니라니까”

꼬마의 볼을 살짝 꼬집으며 말하자 볼을 빵빵하게 부풀린다.

아아 평화롭다

시끄러운 메이드들도, 탐욕에 눈이 먼 친척이라는 인간들도 여기엔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형도

형을 볼 수 없는 건 씁쓸하지만, 형이 다른 여자와 행복해하는 꼴을 보는 것보단 나으니까..

시간이 흐르면 잊혀지겠지

아니 잊어야만 하겠지


“아찌 슬퍼?”

품에 안긴 꼬마가 던진 말에 상념에서 깨어날 수 있었다.

“아니 안 슬퍼”

“아찌, 슬플 때는 이렇게 하는 거라고 했쪄”

아이는 손을 뻗어 자신의 입꼬리를 늘렸다.

“고맙다 꼬맹이”

아이의 행동은 작은 것이었지만, 자신에게는 큰 힘이 되었다.

어쩌면 이 꼬마는 지친 자신에게 주는 선물일지도

“꼬맹아, 아이스크림 좋아하냐?”

“꼬맹이 아냐! 엘리야!”

“그래그래, 그래서 아이스크림 좋아해?”

“엘리는 딸기 맛이 좋아!”

안아 든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연합 건물을 나섰다.

푸른 하늘과 따스한 햇살이 자신들이 맞이하였고, 상쾌한 바람이 자신과 아이를 감싸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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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5. 14. 01:40 | Posted by 아뮤엘

술에 꽤 취했는지 형은 내가 자연스레 건네는 술잔을 거부하지 않고 받았다.

그 뒤로 몇 잔을 더 마셨을까?

아무리 술에 강하다고 해도, 희석하지 않고 연이어 마시니 취기가 올라왔다.

형은 술기운을 이기지 못했는지 소파에 기대어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어쩔 수 없네”

형을 침대에 눕히고 옆에 나란히 누워 형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자신과 같이 밝게 빛나는 짧은 은발

오른쪽 뺨 새겨진 십자 흉터

그리고 굳게 닫힌 입술

자신의 형 다이무스라는 같은 사내가 보아도 매력적인 남자였다.

결혼 적령기에 접어든 형에게 친척들이 안주인의 후보를 만나보라며 매일같이 찾아간다는 알고 있었다.

머지않은 미래에 형은 자신이 아닌 다른 여인과 같이 가정을 꾸리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겠지.

형을 닮은 아이들과 형과 어울리는 조신한 여성

자신은 형을 웃으면서 놓을 수 있을까?

....어차피 형이 결혼하게 되면 이렇게 같이 술을 마시는 일도, 둘이서 식사하는 일도, 가끔 어리광부리며 같은 침대에 누워 자는 일도 불가능하겠지.

애초에 형이 결혼하면 이 저택에 내가 있을 자리가 있을까?

어차피 떠나야만 하는 거라면...


잠이 든 형의 위에 올라타 형이 입고 있던 옷을 한 겹 한 겹 벗겨내었다.

혹시라도 잠에서 깰까 조심스러워진 움직임에 자신이 생각해도 웃음이 나왔다.

요즘 회사 일로 수련에 소홀하게 되었다고 할지언정 형도 검사이기에 잘 짜여진 근육이 자리 잡고 있었다.

“처음이자... 마지막이니까..”

잠이 든 사람을 상대로, 그것도 형을 상대로 이루어진 첫 성관계는 무척이나 아픈 기억을 자신에게 선물하였다.

다행히 형도 술기운에 취해 자신을 범한 것 같았지만, 오히려 그 사실이 자신의 가슴에 비수를 꽂았다.

형은 기억하지 못하겠지..

울컥 터져 나오려는 눈물을 이 악물고 참아내었다.

자신이 원한 일이다.

더는 비참해지고 싶지 않았다.

곤히 잠이 든 형을 뒤로하고 욕실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한 걸음 한 걸음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다리 사이로 흘러내리는 끈적한 액체와 끊어지는 듯한 허리의 고통에 신음이 절로 나왔지만, 혹시라도 형이 깰까 이 악물고 발걸음을 옮겼다.

최대한 간단하게 샤워를 마치고 외출복으로 갈아입었다.

자신의 애검과 약간의 돈을 챙기고 방을 나서기 전 침대 쪽을 바라보았다.

이제 두 번 다시는 이 저택으로 돌아올 일이 없겠지

형과 만나는 일도

자신이 자처한 일이니 괜찮다.

“...잘 있어, 형”

자욱한 안갯속으로 떠오르는 해를 등지고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겨우 옮겨 저택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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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5. 7. 00:14 | Posted by 아뮤엘
.ㅇ...어.....라 누군가 흔들며 깨우는 소리가 들렸다. 
아니 그 상대가 누군지는 이미 알고 있지만 그래도...
"일어나라 이글" 
애써 못 들은 척 눈감고 외면하자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이 느껴졌다 
"왜 회사까지 와서 그냥 갔느냐"
역시 신경 쓰고 있었나
"또 뭐가 문제이길래 이리 자는 척을 하고 있는 건지. 말을 하지 않으면 나는 모른다"
딱딱한 말투에서 느껴지는 다정함에 자신도 모르게 일어나 형에게 안겼다 
"다 커서 어리광인 건가?"
웃음기 서린 목소리로 등을 쓰다듬어주는 형의 손길에 가만히 품에 안겨 있었다.
품에 안긴 채 아무리 생각해도 제정신으로는 말하지 못할 것 같았다.
그래서 형의 품에서 벗어나 장식장에서 양주를 꺼내 소파에 앉았다.
형도 눈치를 챘는지 식당에 다녀오겠다고 일어섰다.
나는 끄덕이는 걸로 답을 하고 쿠션을 끌어안고 형을 기다렸다.
술이라면..
술기운이라면 이 답답한 속을 형한테 시원하게 털어놓을 수 있을까?
"또 무엇이 그리 고민이길래 자학을 하고 있나"
자신도 모르게 깨문 입술에서 맺힌 선혈을 닦아주는 손길이 느껴졌다.
"잠시라도 눈을 뗄 수 없군, 나의 막내 동생은"
"형...."
"저녁이 아직이라고 해서 나도 먹을 겸 간단한 식사거리도 챙겨왔으니 같이 먹자구나"
"...저녁 먹고 온 거 아니었어?"
"...? 식사는 언제나 가족과 함께 라고 네가 항상 말해놓고서는"
살짝 머금은 미소를 숨기듯 가져온 음식을 차리는 형의 모습에
형은 언제적 이야기를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는 건지...
라고 작게 웅얼거리며 애써 올라오는 눈물을 참아내고 세팅을 도왔다.
아직은...자신에게 형이 필요했다
형을 놓을 자신이 없었다.
그러니 더욱 형에게 있어서 그 여성의 존재가 어떤 존재인지가 궁금해졌다
간단한 식사를 하고 말없이 술을 주고받았다.
양주 두 병이 비어갈 무렵 형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이제 말할 수 있겠나?
안 그래도 형제 중에 술에 약한 형이기에 슬슬 취했을 거라 생각했는데 자신의 짐작이 옳았다
한껏 붉어진 얼굴
살짝 새는 발음
지금이라면...
형도 다 말해주지 않을까?
형이 자신 몰래 숨겨왔던 것이 있다면...
"형 요즘 관심 있는 사람 있어?"
"음...?"  
그게 무슨 말이냐는 표정으로 쳐다보는 형의 모습에 질문을 정정해서 다시 물었다
"아까 회사 앞에서 여자와 다정하게 이야기하던데 무슨 사이야?"
"음....?  아아 타라를 말하는 건가"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생각났는지 말을 이었다.
그 여자가 회사에서 좋지 않은 일이 겪어 그 하소연을 들었다는 이야기가 주였지만 내 귀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왜 그런 하소연을 형한테 말하지?
다른 사람들도 있잖아
그것보다 형도 웃으면서 이야기했잖아... 
상담이 아니었던 게 아닐까?
구역질이 날 정도로 추한 질투에 나 자신이 싫었지만,  다른 사람에게 형을 빼앗기기는 싫었다.
형은 내 것이니까, 아직 난 형이 필요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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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글] il crìmine (2)

2015. 5. 6. 23:58 | Posted by 아뮤엘

통과의례를 다녀온 후 주변에서의 내 평가는 가벼운 놈, 한량 등으로 인식이 박히게 되었다
형들은 그런 내 모습에 아무런 말없이 평소와 같이 대해주었다. 
시간은 흐르는 강물같이 막힘없이 고요히 흘러만 갔다. 
나는 가면을 쓰고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지껄이는 것이 익숙해졌고, 짧았던 머리는 어느새 길게 자랐다. 
내가 가문의 망나니로서 사람들에게 인식이 잡혀갈 때쯤 작은 형은 가문을 나갔고, 큰형은 회사의 에이스로써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작은 형이 떠난 뒤 자연스레 큰 형과 둘이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레 힘이 들 때 기대게 되었다.
이때까지만해도 형에 대한 나의 감정이 그저 평범한 형제애라고 생각했다.

흩날리는 벚꽃이 거리를 가득 채운 어느 봄날, 형의 부탁으로 서류를 전해주기 위해 회사에 가게 되었다. 
그리고 보게 되었다. 
형이 아름답게 생긴 여성과 웃으며 대화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멈추어선 몸을 억지로 돌려 회사의 후문을 향해 발을 옮겼다
형과 마주칠까 싶어 최대한 빨리 프런트의 직원에게 서류를 맡기고 저택으로 돌아왔다. 
하인들을 모두 물린 채 방으로 들어와 소파에 기대듯 누웠다. 
자연스레 몸에 힘이 빠지고 눈을 감았다. 
그 여자는 누구일까?
형이 좋아하는 여자인가?
좋아해, 누굴....?
형은 결혼할 생각인 건가? 
나를 두고....? 
복잡하던 머릿속이 싸하게 식으며 더 이상의 사고를 멈추었다.
형이 날 버릴 리 없어 
그래...그럴 리 없지 
형한테 물어보면..그래 그러면 돼
답을 내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형이 오기 전에 씻어야겠네~"
더러운 게 묻어 찜찜하기도 하니까 
입욕제를 풀고 욕조에서 나른함을 즐긴다는 게 깜박 잠이 들었는지 마무리 샤워를 하고 나오니 밖이 시끌벅적했다 
직감적으로 형이 퇴근하고 돌아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나가볼까?
이내 고개를 젓고 침대에 몸을 던졌다. 
작게 흔들리는 침대에 몸을 동그랗게 말고 눈을 감았다. 
지금 나가봤자 소란스러운 분위기에 휩쓸릴 것이 뻔하다. 
차라리 조용해지길 기다렸다가 따로 이야기하는 게 나을 거란 생각에 나른해진 몸을 끌어안고 잠을 청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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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5. 6. 23:28 | Posted by 아뮤엘
푸른 빛이 도는 은백색의 아름다운 꽃
가문을 세운 조상님이 사랑하던 여인이 죽고 슬피 우는 그를 위해서인지 피었다는 꽃은 홀덴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사랑하는 여인을 떠올리며 조심스레 채집해온 꽃은 다음 날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고 한다.
보는 자에게는 행복을 가져다준다는 이 꽃은 보았다는 사람이 손에 꼽았다고 한다.
어린 시절 유모에게 자주 들었던 꽃의 전설은 어린 시절 자신과 형들에게 호기심 대상이었다.
어떻게 생겼을까? 어떠한 행복을 가져다줄까?
그런 자신들의 모습에 어른들은 한결같이 머리를 쓰다듬으며 글쎄? 나도 잘 모르겠구나 라며 쓴웃음을 지으셨다.
어린 시절에야 그렇구나 하고 넘겼지만 16살이 되는 해 왜 어른들이 그러셨는지 알 것 같았다.
대가 없는 행복은 없는 법
바쁘신 부모님과 형들이랑 오랜만에 외출하기로 하였다. 
가족에게 소홀히 해서 미안하다며 아버지가 시간을 내셔서 바닷가에 있는 별장에 놀러 가게 되었다. 
오랜만에 가족 모두가 함께 모인다는 사실 하나로 들떠 잠이 오지 않았다.
가디건은 걸치고 정원을 산책하는데 달빛에 비쳐 은은하게 빛나는 꽃 한 송이가 눈에 들어왔다.
푸른 기가 감도는, 달빛으로 인해 아름답지만 지금 당장에라도 사라질듯한 분위기
이글은 본능적으로 느꼈다
이 꽃이 이야기에만 나오던 그 꽃일 거라는...
가져가 보았자 사라질 게 뻔하기에 작게 소원을 빌었다
행복한 여행길이 될 수 있길
자신의 소원에 답이라도 하듯 바람에 살짝 흔들리는 꽃을 보고 작게 미소를 지으며 잠을 자기 위해 자신의 방으로 향하였다.

꽃이 자신의 소원을 들어준 것일까?
가족끼리 간 여행에서의 일정은 사고 없이 즐겁게 마칠 수 있었다. 
하지만,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 둘 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다는 부모님의 말씀에 형들과 먼저 저택으로 돌아왔다. 
곧 따라오신다던 부모님은 반나절이 지나도 돌아오시지 않았다
별일 아닐 거라며 기다려보자는 큰형의 말에 기다렸다. 
그렇게 하루가 지났다.
형들도 걱정에 자질 못했는지 수척한 얼굴로 식당으로 내려왔다.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를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의 식사가 끝나갈 무렵 식당의 문이 큰 소리를 내며 열렸다.
새하얗게 질려 달려오는 집사의 표정에 우리는 직감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갑작스러운 산사태가 일어나 돌아가셨다는 소설 속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패턴의 비극이었다 
그렇게 강하던 아버지가 고작 산사태에 돌아가셨다는 게 말이 되지 않았다.
형들도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는 것 같지만, 겉으로 표현하지 않았다. 
가주던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큰형이 21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가주가 되었다. 
주변 친척들은 어리다며 가주의 위신이 안 선다, 자신들이 대리로 서줄 테니 좀 더 성숙해지면 가주로 올려주겠다는 온갖 개소리를 해대었다. 
이런 상황이 꽤 오랜 시간 반복되자 큰 형은 웃음과 감정을 잃었으며 작은 형은 미친 듯이 수련에 집중하였다. 
그리고 나는....꽃의 진정한 의미를 알았다.
그 꽃은 본 사람이 원하는 행복을 가져다주지만 동시에 불행을 가져온다는 걸..
어린 시절 어른들이 꽃의 이야기에 쓴웃음을 지은 이유를 잃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소원을 비는 게 아니었는데.. 
자신이 빌지 않았다면 부모님은 살아계시지 않았을까? 
큰 형과 작은 형도 저리 되지 않았을 텐데.. 
밀려드는 자괴감에 나는 연기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마침 통과의례도 해야했으니 ...
통과의례 후 성격이 바뀐 이들이 많다고 했으니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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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바이] la'more

2015. 5. 6. 10:49 | Posted by 아뮤엘
"헤이, 그 이야기 들었어?"
"....?"
"우리가 만든 클론말이야. 자신의 기운을 더이상 억제하기 힘들었나봐"
"..흐응..이번건 꽤 오래버틴다 생각했는데...역시 짝퉁이라는건가?"
"아니, 헤이 이번 아이는 꽤 똑똑한거 같더라고"
바이가 잔뜩 신이난 얼굴로 집무실로 들어왔다
이번엔 또 무슨일이련지..나오는 한숨을 뒤로한 채
재미있는 소식이 있다며 조잘거리는 바이를 쳐다 보았다.
바이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는 실로 흥미로웠다
이미 일찍이 죽은 줄 알았던 클론이 살아있다니
생각보다 흥미로웠으나 이어지는 바이의 말에 결국은 이번에도 실팬가 꽤 오래버텼군이라는 생각을 하며 서류에 시선을 옮겼다
그런 자신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않는지 양손으로 자신의 볼을 감싸 시선을 맞추어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그의 모습에 작게 미소가 그려졌다
"결론을 말해라, 바이"
"나눴어 기운을"
".....흐응..이번에는 성공인가?"
클론주제에 기운을 나누었다고?
이번 클론은 정말 자신의 예상을 뛰어 넘는군이라는 생각을 하며 처리하던 서류를 잠시 정리하였다
"그래서 네가 원하는게 뭐지?"
장난스럽게 웃으며 자신의 무릎 위에 앉는 그의 행동에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원하는 바를 물었다
네가 원하는 거라면 다들어줘야지
"우리 둘같지않아? 클론 주제에 우리가 한 방법을 시도하다니 재밌잖아"
데려와서 괴롭혀야지 즐거운 시간이 길면 재미없잖아?
삼켜진 뒷말이 예상이 되는지 헤이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클론의 모델이 자신들이라는걸 알면서도 저러는거겠지
"네가 원한다면 데려와야겠지"
"고마워 헤이"
활짝 웃으며 자신의 목에 팔을 두르고 입을 맞춰오는 그의 행동에 자연스레 받아들였다.
꽤 오랜 입맞춤이 끝나고 나른해져서 졸린 것인지 조는 바이의 등을 쓰다듬어주며 밖에서 대기하고 있는 부하를 불렀다.
"아이작, 제키엘을 데리고 이 장소로 가도록"
"임무는?"
"그 집에 살고있는 티엔과 싱이라는 남자 둘을 데려오도록"
"내버려두는 게 아니었나?"
"바이가 보길 원해서. 그리고 반항을 하면 무력으로 제압해도 좋다"
"다녀오지"
집무실을 나서는 아이작의 모습을 바라보다 어느새 잠이 든 바이를 바라본다.
네가 원한다면 이 세상을 너에게 선물해주마
사랑하는 내 연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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