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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엔다무] separazione

2015. 7. 2. 19:46 | Posted by 아뮤엘

#첫번째로_멘션온_캐릭터를_두번째로_멘션온_캐릭터가_죽인다
티엔<-다이무스

회사와 그랑플람 재단이 친분을 유지하던 시절
나는 너와 만났다.
양팔을 뒤덮은 문신
동양인 특유의 검은색 머리카락이 잘 정돈되어 있는..
회사에도 동양인이 존재했지만, 일본이야 평소 가문에서 자주 거래를 하던 나라였기에. 내가 알지 못하는 곳에서 온 너라는 존재에게 관심을 가졌다. 가끔 업무로 인해 만날 때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에 대해 알아갔다. 처음에는 서로에 대한 호기심으로 시작했으나 어느새 우리는 연인이라는 관계로 발전해 있었다. 각자의 위치가 있기에 다른 사람의 눈을 피해 만나 같이 식사를 하기도 하고, 아주 가끔 야근을 빌미로 그의 집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밤을 보내는 것이 전부였지만...
그와 함께 있을 때만큼은 홀든 가의 가주, 회사의 에이스가 아닌 다이무스 홀든이라는 한 사람으로서 존재할 수 있었으니까. 그래서 더욱 그에게 마음이 갔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일상을 계속 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랑플람 재단이 회사와 잡은 손을 끊었다.
그런 재단의 행동에 대해 회사는 전쟁을 선포하게 되었다.
나는 회사의 에이스로서, 너는 재단의 스카우터로서
전쟁에 필수적으로 참가하게 되었다.
서로 적대적인 관계에 놓여 있다 보니, 너와 만나지도 못한 채 하루하루가 지나갔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고, 어느덧 전쟁 당일이 되었다.
"준비 기간이 길더니.. 이걸 위해서였나?"
각종 물자부터 시작해, 처음 보는 능력자들까지. 각자의 역할을 알려주고 물자 보급까지 끝내자 재단 측에서도 준비되었는지, 신호를 보내왔다. 각자 정렬을 마치고 서로의 눈치를 살피었다.
누가 먼저 진입을 하느냐..
진입하더라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전쟁의 흐름이 바뀌기 때문에 섣불리 움직이지 못하였다.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는 가운데, 그 분위기를 끊은 것은 뒤로 진입한 호타루의 움직임이 적에게 걸리면서 전쟁은 시작되었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서로를 향한 공격이 계속되었다. 브뤼노에게 전해 들은 전쟁을 끝내는 방법은 각자를 상징하는 깃발을 차지하는 것밖에 없었다. 그와 싸우고 싶지 않았다. 빨리 전쟁을 끝내고 싶다는 욕심에 뒤로 돌아 적 본진 쪽으로 향하였다.

"..아무도 없군"
텅 빈 공간에는 깃발만이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혹시 몰라 주변을 살펴보았지만,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저것만 가져온다면 전쟁은 끝난다. 그리고 그와도...
깃발이 있는 곳으로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데 누군가가 뒤에서 끌어안았다.
"쉿"
"...티엔?"
낯익은 목소리에 뒤돌아보니 보고 싶었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일단 자리를 옮기지"
골목으로 향하는 그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잘 지냈나?"
"아아..네가 이곳을 지키고 있었나?"
"아니, 당신을 따라 왔다"
못 본 사이에 수척해졌군이라는 말을 덧붙이며 자신을 품 안으로 끌어안았다.
"이번 전쟁의 내용은 전해 들었나?"
"아아 깃발을 차지하면 전쟁이 끝난다고 하더군"
"....그래...회사에서는 그렇게..."
이를 빠득 갈며 말하는 그의 말에 무엇인가 이상함을 느꼈다.
깃발을 차지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었단 말인가?
"저기에 있는 깃발은 상징적인 것이다. 전쟁을 끝내기 위한 깃발은 따로 있지"
".....그게 무슨...?"
"양측에서 한 명을 골라 타겟으로 삼는다. 그리고 그를 죽이거나 데려온 쪽이 전쟁에서 승리한다. 그게 이번 전쟁의 룰이다. 그리고 그 깃발은 너와 나다."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자신이 전해 들은 이야기와 전혀 달랐기 때문에...
"표정을 보아하니 그들이 속였나 보군"
"...어째서..."
"너와 나라면 쉽게 잡히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것 같다. 너나 나나 얌전히 끌려갈 인물은 아니잖나?"
머릿속이 혼란스럽다. 의심받고 있었나? 온몸에 힘이 빠져나갔다. 
툭 하는 소리와 함께 들고 있던 검이 떨어졌다. 
"너는 지켜야 할 것이 많았지. 동생들과 가문. 그걸 지키기 위해서 살아왔으니까"
떨어진 검을 집어 들어 날을 만지는 그의 모습을 보고서야 자신이 검을 떨어뜨렸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고맙다고 검을 전해 받기 위해서 손을 뻗는데 그가 입을 맞춰왔다.
"...으..ㅂ.... 이게 무슨..?"
입술에 닿았던 따뜻한 감촉에 놀랐다. 아무리 골목이라도 공개된 장소에서는 스킨쉽이 없던 그였기에 놀란 가슴을 다잡고 그에게 시선을 돌리자 검의 날을 잡고 미소를 짓는 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평소라면 그냥 넘겼을 텐데, 오늘따라 그런 그의 모습이 불안했다.
"널 위해서라면 죽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군"
"티엔!!"
자신의 예상은 빗나간 적이 없었다. 들고 있던 검으로 제 심장을 찌르려는 그의 모습에 놀라 막으려고 했지만, 그가 더 빨랐다. 피를 토하며 자신에게 기대는 그의 모습에 냉정함을 유지하려고 애썼다. 그는 괜찮다. 칼만 빼지 않으면 괜찮다. 속으로 되뇌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의료반을 데리고 와야 했다. 조금이라도 빨리 찾아와야..주변을 둘러 보았지만, 의료반은 보이지 않았다. 중앙..전쟁중인 중앙지역에 있으리라
"조금만 기다려. 곧 의료반을 데리고 올 테니"
"크...윽..기다..려.."
자신에게 기대어 있는 그를 조심스레 앉히고 몸을 돌리려는 찰나 자신을 붙잡는 손길이 느껴졌다. 외면하려고 했다. 한시라도 빨리 의료반에게 달려가 너를 구해달라고 하고 싶었으니까. 하지만 등 뒤로 들리는 너의 목소리와 손길을 나는 외면할 수가 없었다. 결국 나는 조금씩 식어가는 너를 껴안는다. 
"네가 없으면...나는...."
꾹 다문 입에서 피가 흘렀다. 울지는 않는다. 지금 울면 무너져 버릴 것 같으니까.
"전쟁의 끝을 알려야겠지"
조심스레 이제는 식어버린 너를 안아 들었다. 

사랑한다 다이무스 홀든
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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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글] il crìmine (8)

2015. 7. 1. 19:25 | Posted by 아뮤엘

꼬맹이와 케이크를 먹으러 다녀온 뒤, 책상에 앉아 각 질문에 대한 대답을 적어 내려갔다.

어떤 대답이 제일 홀든가 막내다운가...

꽤 여러 대답이 나왔으나 그 어느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애초에 홀든 가의 막내는 어떤 인물이었지?

가볍고, 자유분방하며, 망나니스러운...

“나.. 어떻게 여태까지 버텨왔냐...”

연필을 굴려 이것저것 다른 답들을 나열해 놓는다.

“..이정도면 괜찮겠지?”

최대한 자신에게 어울리는 답안을 적어놓은 질문지를 내려놓고 침대에 몸을 던졌다.


꿈을 꾸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죄책감에 저택에서 나와 방황하던 시절의 꿈을..

어두워진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은 어느새 굵어져 세찬 소나기가 되어 내렸다.

하염없이 비를 맞으며, 정처 없이 이곳저곳을 떠돌다 도착한 곳은 부모님의 묘였다.

묘 앞에 무릎 꿇고 앉아 자신의 죄를 털어놓았다.

죄송하다고, 다 자신이 잘못한 것이라고..


눈을 떴을 때는 누군가의 등에 업혀 있었다.

익숙한 향과 뒷모습

누군지 알 수 있었다.

형이 왜...이곳에?

“깨어있다는 거 다 안다, 이글”

“......”

“네 잘못이 아니다.”

무뚝뚝하지만, 그 속에 담긴 다정함을 알기에..

형의 등에 업힌 채 소리 없이 흐느꼈다.

자신의 눈물이 비에 섞여 형이 깨닫지 못하길 바라면서


꿈에서 깨고 한동안 이불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멈추지 않는 눈물을 다른 이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기에

간단하게 씻고 옷을 갈아입었다.

환기를 시킬 겸 창문을 열기 위해 창가로 다가가 문을 열자, 저 멀리 회사의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보고 싶다...”


그렇게 수 십분 정도를 멍하니 서서 바라보았다.

이렇게 바라보기만 한다고 상황이 바뀌는 것도 아니기에 잠들기 전 책상 위에 올려두었던 질문지를 꺼내 각 질문에 대한 답을 외웠다.

완벽하게 외워야 했기에 수십 번도 더 읽고 이상한 것은 고치다 보니 벌써 저녁 무렵이 되어있었다.

내일 오전에 인터뷰가 있었기에 이르지만, 잠자리에 들어야겠다는 생각에 간단하게 씻고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눈을 감고 있으니, 저택에서 나온 지도 벌써 반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예전 같았으면 하루도 버티기 힘들었을 텐데...

처음에는 한 달? 버티면 용하다고 생각했는데, 형을 잊기 위해 이곳에서의 삶에 집중하다 보니 어느새 반년이라는 시간이 지나있었다.

저택에서 나오면서 자기 자신에게 물었었다.

자신의 삶에 형이라는 존재가 없이 자신이 살 수 있는가?

처음에는 형 없이도 혼자 버틸 수 있다고, 그리 생각하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연합의 이들과 친해지고 그들의 일원이 되어 자리를 잡을수록 형이 그리워졌다.

잘 지내고 있는지, 밥은 잘 먹는지, 잠은 잘 자는지...

이렇게 하루하루를 그리워하고, 걱정하면서 저택에 한 번도 찾아가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꼬맹이와 놀러 간다는 핑계로 회사 근처의 카페에 들려 형의 얼굴을 몰래 보았기 때문이다.

가까이서 보면 형에게 들킬까 봐, 강 건너 카페에서 형의 모습을 보는 게 다인지라..

멀리서 보이는 형을 바라보며 잘 지내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내가 없어도 형은 잘 지내고 있구나..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기대감이 있었기 때문일까

괜찮은 척

아무렇지 않은 척

꼬맹이의 손을 잡고 연합으로 돌아와 방에 틀어박혀 온종일 멍하니 앉아있다, 잠을 잤다.

울고 싶었지만, 차마 울 수는 없었다.

가져서는 안 될 감정을 가지고, 그 감정을 이기지 못해 선을 넘은 것은 자신이었으니까

그 죄책감을 이기지 못하고, 변명도, 사과도 하지 않고 도망쳐 나온 것은..

그러니 자신은 울 자격이 없었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다음 날이 되면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임무를 나가고, 아이들과 놀아주는 것을 반복하였다.

“바보 같네, 나”

창밖으로 보이는 어두워진 밤하늘을 바라보다, 이내 몸을 돌려 눈을 감았다.

지금 당장은 내일의 일이 더 중요하니까...


이른 아침, 눈을 떠 샤워를 하고 나왔다.

얼마 전, 새로 산 정장을 입고 방 밖으로 나서자 문 옆에서 쪼그려 앉아 있는 금발 머리가 눈에 들어왔다.

“여기서 뭐하냐 꼬맹이?”

“아찌 어제 엘리랑 안 놀아쪄”

“아.....”

어제 아이랑 공원에 놀러간다고 약속한 것이 생각났다.

오랜만에 공원에 간다고 행복해하던 얼굴이 떠올라 더 죄책감이 들었다.

“ㅁ..미안하다 꼬맹아”

“흥! 엘리 몰라”

시계를 보니 슬슬 나가야 하지만, 그렇다고 아이를 이렇게 두고 가기에는...

“미안한데, 꼬맹아. 오빠가 지금 일이 있어서 그런데 기다려 줄래?”

“....”

볼을 빵빵하게 불리고 이젠 쳐다보지도 않는 아이의 모습에 한숨이 나왔다.

“그럼 꼬맹아, 오빠랑 같이 일하러 갔다가 맛있는 거 먹으러 갈까?”

쫑긋거리는 귀를 보며 웃음이 나왔다.

그럼 그렇지

도도한 척 팔을 벌리는 아이의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공주님 가실 준비는 되셨습니까?”

“훙, 엘리는 맛있눈 거 아니면 안 먹오!”

“네네 알겠습니다. 아가씨”


인터뷰를 하기로 한 장소는 형이 있는 회사 근처의 카페였다.

창가 쪽에 아이를 앉게 하고 그 옆에 앉자, 맞은편에 기자가 앉았다.

아이를 알아보았는지

“엘리양이랑 같이 놀러 다니신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사실이었나 봐요”

“뭐, 우리 공주님이 워낙 활기차야지”

음료수를 홀짝이는 꼬맹이의 쓰다듬어주고 바로 본론에 들어갈 것을 요구했다.

이곳에 조금이라도 오래 있고 싶지 않았으니까..

질문지에 적혀있던 질문의 양은 그리 많더니, 정작 질문하는 것은 몇 안 되었다.

인터뷰를 마치고 꼬마 공주님을 품에 안은 채, 카페 밖으로 나오는데 회사 밖으로 나오는 형의 모습이 보였다.

너무 놀란 마음에 카페에 다시 들어가 주저앉아 버렸다.

“아찌?”

“꼬맹아.. 잠시만....잠시만 가만히 있어 줄래?”

자신의 행동이 이상하긴 했는지 얌전히 품 안에 안겨 머리를 만지작거리는 꼬맹이에게 고맙다고 말한 뒤, 형의 모습을 조심스레 보았다.

건강할 거라고, 잘 지내고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수척해진 얼굴로 임무를 나가는 형의 얼굴을 보았을 때는 당장 형에게 달려가 안기고 싶었다.

나는 이렇게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고, 그러니 형도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잘 지내라고...

하지만 용기가 나지 않아서... 다가갈 수 없었다.

용기를 내어 다가간다고 한들, 형은 나를 용서해줄까?

내 마음을 모르는 척 외면하면,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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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무드렉] coscienza -下-

2015. 6. 30. 19:11 | Posted by 아뮤엘

들고 있던 식칼로 가까스로 공격을 막았지만, 자신이 위험하다는 것은 변하지 않았다.

상황파악을 했는지 다이무스가 검을 들고 남자를 견제하기 시작했다.

“하하하.. 내가 말했잖나, 돌아오겠다고”

다이무스 얼굴을 한 남자는 붉은 망토를 꺼내 둘렀다.

“...그건”

“이제 내가 누군지 알겠나?”

씨익 웃으며 자신을 향해 공격을 해오는 남자를 막으며 자신에게 피하라는 눈치를 주는 다이무스에게 고맙다고 말하며 남자의 공격을 피해 거리를 두었다.

자신도 그를 돕고 싶지만, 창을 쓰기에는 집 안이 좁아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어 이렇게 피하는 것이 전부였다.

“후우... 네 녀석은 주의라는 것도 모르나?”

“아니.. 너랑 똑같이 생겨서 그랬지.”

“저 자가 누군지 알고 있나?”

남자를 처리하고 왔는지 소파에 앉는 그의 모습에 투덜거리며 수건을 가져와 검에 묻은 피를 닦아주었다.

“적기사단..?이었나.. 나를 죽이려고 한다는데 이유를 모르겠더라.. 이 천재님이 부러웠나?”

“흐음... 주변에 적이 많군”


검을 잘 닦아 건네주려다, 식은땀을 흘리며 소파에 기대어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야... 장난이지?”

조심스레 그에게 다가가자 괜찮다며 한 손으로 자신을 막았다.

그런 그를 무시하고 다른 손으로 감싼 부분을 억지로 치우자 옆구리에 난 큰 검상이 눈에 들어왔다.

“씨발.. 다쳤으면 말을 하던가”

“미안..하다”

“옷부터 벗어봐”

조심스레 상의를 벗는 녀석의 모습을 초조하게 바라보았다.

자신을 향한 공격을 막다가 난 상처라는 걸..

그 혼자였다면, 입지 않았을 상처라는 걸 더 잘 알기에...

서랍장에서 구급상자를 꺼내와 거즈와 지혈제를 꺼냈다.

생각보다 큰 상처에 떨리는 손으로 조심스레 피를 닦아내니, 다행히 꿰맬 정도는 아니었다.

지혈제를 뿌려 지혈을 하고, 약을 바르고 붕대를 감았다.

“괜찮냐...?”

“아아.. 당분간 샤워는 조심해야겠군”

“지금 그게 중요해?”

네가.. 다쳤잖아..

괜찮다고만 말하는 네가 원망스러워서, 자신의 나약함에 화가 나서 꾹 다문 입술에서 피가 흘렀다.

그런 나의 모습을 바라보던 너는 작게 한숨을 쉬더니 화내지 말라고 흘러내리는 피를 닦아내었다.

“차라리 내가 다치는 것이 나을 거라 판단했다. 화내지 마.”

미안하다고 작게 속삭이며 자신을 끌어안고 토닥여주는 그의 품 안에서 가만히 안겨있었다.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라고는 없던 자신이...

이렇게 누군가를 마음 깊이 들일 거라 생각해 본 적은 없었기에

그저 치기 어린 마음이라고 생각하며 외면했던 마음이 어느새 이렇게 커져 있을 줄은 몰랐다.

“...네 잘못이다”

“아아...”

그는 웃음기 어린 목소리로 머리에 입을 맞추며 작게 속삭였다.

“책임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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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무드렉] coscienza -上-

2015. 6. 30. 17:55 | Posted by 아뮤엘

내가 좋아하는 별이 밤하늘을 가득 메운 밤이었다.

처음으로 크루그먼과 로라스가 아닌, 다른 이와 둘이서 술을 마신다는 것에 웃음이 나왔다.

무뚝뚝한 네 녀석과 둘이서 술을 마시는 날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더 우스웠던 것 같다.

자주 가는 술집으로 가는 길, 어색해서 말 한마디 나누지 않고 하늘만 바라보며 걸었다.

괜히 집으로 돌아가던 너를 붙잡은 게 아닌가 걱정이 되어, 넌지시 묻자 너는 괜찮다고 대답했다.

가장 안쪽 자리에 앉아 술과 안주를 시켜 한 잔, 두 잔, 주고받다 보니 어느새, 꽤 여러 병의 술이 주변에 쌓여있었다.

술을 마시면 그 무뚝뚝한 성격이 좀 풀어질까? 싶었는데, 이 녀석도 크루그먼과 같이 술에 취하질 않았다.

“불공평하네 이거..”

“무엇이?”

“됐다”

대화는 많이 오가지 않았다.

나도 그렇고, 녀석도 그렇고...

그저 형식적인 대화가 오갔을 뿐


슬슬 위험하다 싶어 잔을 테이블에 놓았을 때, 그가 입을 열었다.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최근 걱정이 돼”

“어떤 점에서?”

“가문의 일과 회사, 그 외 모든 것들”

가문의 속박이 싫어 벗어난 자신과 달리 스스로 가문에 속박된 녀석이었다.

자신의 욕망을 버린 채, 제 동생들과 부모가 남긴 가문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저 녀석을 알아주는 이가 몇이나 있을까?

“수고했다. 짜식, 네 녀석이 노력하고 있다는 건 내가 잘 알고 있다. 그러니 너무 무리하지 마라”

놀란 듯, 잠시 움찔거리더니 이내 고맙다고 작게 대답해오는 녀석의 모습이 귀여워 자신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그만 웃으라는 듯, 검을 겨누는 녀석의 모습이 귀여워 한참을 더 웃었던 것 같다.

그 날 이후로 녀석과 나는 급속도로 친해지게 되었다.

야근이 끝난 날이면 같이 술을 마시러 가거나(가끔 윌라드도 같이 간다.), 저녁 식사를 사준다며 자신을 이끄는 녀석을 따라 외식을 하고 돌아오는 날도 생겼을 정도로..

귀여운 동생이 생겼다는 느낌으로 가끔 그 녀석의 검을 손질해주거나, 집에 초대해 같이 식사를 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퇴근하기 위해 책상 위를 검의 손질을 맡길 겸, 집에 들른다는 녀석의 말에, 같이 식사도 하자고 제안을 하였다.

간단하게 장을 보고, 재료를 손질하며 녀석이 올 시간에 맞춰 요리를 시작하기 시작하였다.

똑똑-

누군가 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들렸다.

“...? 아직 이른 시간 같은데, 기다려 봐라”

혹시 몰라 가스의 불을 끄고, 현관으로 가 문을 열었다.

“왔냐?”

“아아..”

살짝 눈웃음 짓는 녀석의 모습에 저 녀석이 저렇게 웃었던가?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친해져서 그런가 보다 하고 부엌으로가 요리 하였다.

“잘 지냈나?”

“어제도 만났으면서, 뭔 헛소리야”

때마침 현관문으로 누군가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누구지?”

“드렉슬러, 어제 부탁...”

“아아, 너무 여유를 부렸나?”

현관으로 들어오는 다이무스의 모습을 보고 무엇인가 틀렸음을 느낌과 동시에 소파에 앉아있던 그가 자신을 공격해왔다.

“너..누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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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렉로라] attaccamento -2-

2015. 6. 29. 01:32 | Posted by 아뮤엘

얼마 전, 새로 습득한 기술을 연마하기 위해서 훈련장에 남아 수련을 하다 보니 어느새 해가 지고 저녁이 되어있었다.

공용 샤워실에서 대충 몸을 씻어내고, 근처 샌드위치 집에 들러 배를 채운 뒤 숙소로 들어오니 어느 덧 9시가 넘어가는 시간이 되어 있었다.

가문에서 나와 이곳에서 생활한 지도 어느덧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나있었다.

주변에서는 자신이 잘 지낼 수 있을까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보았지만, 음식이야 사 먹으면 되는 일이었고, 그 외에는 딱히 달라진 점이 없어 별문제 없이 이곳에서의 삶에 적응해나갔다.


어느 새 도착한 자신의 방문 앞에 서니, 자신의 이름 밑에 낯익은 이름이 보였다.

‘다리오 드렉슬러’

아마 용기사를 배출해온 명문가의 자제라고 주변의 시샘을 받았지만, 그의 기이한 행동에 모두가 꺼렸다.

용기사로서의 훈련보다는 연구하는 것이 좋다며 훈련을 피하는 그를 보며 모두가 낙하산, 또는 돌연변이라며 뒤에서 욕했었다.

자신도 처음에는 그런 그를 좋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았었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보다 이른 시각에 훈련장에 도착하게 되었다.

다른 이들이 오기까지 2~3시간이나 남았었기에, 간단히 체력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발걸음을 옮기었다.

훈련장과 가까워질수록 아무도 없어야 정상인 훈련장에 인기척이 느껴졌다.

누굴까? 궁금한 마음이 앞섰지만, 그의 훈련을 방해하기는 싫어 조심스레 나무 뒤에 숨어 지켜보았다.

그렇게 두 시간 정도 흘렀을까, 땀에 범벅된 몸을 이끌고 샤워실로 향하는 뒷모습을 몰래 따라갔다.

자신의 철칙과는 어긋되는 행동들이었지만, 그가 누구인지 궁금했다.

몰래 따라간 샤워실에서 열려있는 락커를 보고 통해 그가 누구인지 알게 되었다.

‘다리오 드렉슬러’


그 뒤로 그와 만날 기회가 없어 친해지지 못했지만, 이렇게라도 그와 친해질 기회가 생겼다는 것에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조심스레 문을 열기 위해 키를 넣고 돌리자, 문을 잠그지 않은 것인지 그냥 열렸다.

주변을 둘러보니 비어있던 침대 쪽에 곤히 잠든 다리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짐을 풀다 잠이 든 것인지 무방비한 그의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대충 방안을 정리한 뒤, 잠자리에 들었다.

누군가가 방 안에 있다는 사실이 어색하기도 하지만, 그라면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몰려오는 수마를 맞이하였다.


다음 날, 잠에서 깬 드렉슬러는 기지개를 켰다.

오랜만에 푹 자서 그런지, 한 번에 일어났다는 사실에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평소와는 다른 풍경에 자신이 집을 나왔음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몇 시쯤 되었을까 하고, 시계를 보니 5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평소 저택에서 기사단으로 출근하기 때문에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일찍 일어났다는 사실이 우스웠다.

“이래서 버릇이 무섭다니까”

작게 투덜거리고 씻기 위해 욕실로 향하는데 비어있던 침대에 누군가가 잠들어있음을 확인하였다.

“아...이 녀석이었나?”

짙은 고동색 머리를 단정하게 빗어 넘긴, 모든 행동 하나하나가 기사의 본보기라며 유명한 녀석이었다.

딱히 관심을 가지지 않아, 그런 녀석이 있구나 정도로 넘겼는데, 자신과 룸메이트였다니..

자기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귀찮게 되었다는 생각을 하며 욕실에 들어가 간단하게 씻었다.

씻고 나와 훈련을 하기 위해, 간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문밖으로 나서려는데 누군가 자신의 팔목을 잡았다.

“....어디가나”

낮게 깔린 목소리가 자신의 뒤에서 들려와 돌아보니 잠에서 덜 깬 듯한 얼굴을 한 그가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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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엔다무] tritone -上-

2015. 6. 28. 22:36 | Posted by 아뮤엘

푸르던 하늘은 어느새,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얼추 결제가 완료된 서류들을 정리하고 테라스로 나가니 상쾌한 바람이 자신을 맞이하였다.

안은 오랜만에 돌아오는 막내동생 때문에 파티 준비로 분주했다.

“3년 만이던가..”

어느 날. 갑작스럽게 더 넓은 세상을 구경하고 오겠다고 막내동생이 성을 벅차고 나간지도 벌써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나있었다.

처음에는 그런 동생이 걱정된다며 작은동생이 막내동생 몰래 사람을 붙였었지만, 알아챈 막내동생이 화를 내었다.(편지 한가득 작은동생을 나무라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겉으로는 괜찮은 척하지만, 울적해 하는 둘째를 위해 막내에게 자주 편지를 써달라고 하여, 둘이 편지를 주고받는 것으로 마무리하는 일도 있었다.


올해로 17살이 되었을까...

동생의 나이를 곱씹으며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몸에 좋지 않다며 말리는 이들이 많았지만, 어린 나이에 가주가 되고 복잡한 일들을 처리하다 보니 자연스레 손을 대게 되었다.

입안에 퍼지는 씁쓸한 향에 길게 내뱉으며, 저물어가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오랜만에 동생이 돌아온다는 것은 좋았지만, 과연 그게 좋은 일일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조금 있으면 성인식을 치르게 될 테고, 동생은 좋던, 나쁘던 주변의 시선을 받게 될 것이다.

자신이 최대한 지키려고 노력을 하겠지만, 탐욕스러운 주변인들이 그를 가만히 냅둘까?

‘홀든’이라는 성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차라리 동생이 이곳저곳 여행을 다니다 가문의 힘이 닿지 않는 곳에서 자신만의 삶을 꾸려가길 바랐다.

그런 자신의 마음과는 달리 막내동생은 이번 여행을 마지막으로 성에서 머물 것이라고 편지를 보내왔다.

이를 어찌해야 될까...

작은동생은 빠르게 황실 친위대에 들어가 자신의 삶을 개척하였지만, 막내동생은...

그 아이가 자리를 잡을 때까지 자신이 잘 지켜 줄 수 있을까?

하루에도 몇 번씩 올라오는 탐욕에 물든 서류들을 상대하고 있노라면, 아버지는 어떻게 이러한 일들을 처리하셨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서 얼마나 고생하셨을지, 맘 편하게 털어놓을 사람도 없이 혼자서 모든 것을 짊어지셨을 아버지의 모습이 떠올라 더욱 입이 썼다.

신뢰할 수 있는 친구보다는 적이 많은 이 자리에서 얼마나 외로우셨을지...

하염없이 타들어 가는 담배를 끄고, 집무실로 들어오니 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들렸다.

“들어와라”

“담배 피웠어?

얼굴을 찡그리며 다가오는 작은동생의 모습을 보며 작게 미소 지었다.

“아아.. 무슨 일이냐?”

“파티 준비 끝났는데, 아무래도 책임자인 형의 확인이 필요하다고 해서.. 그리고 담배는 그만 끊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내가 알아서 조심 할 테니 걱정하지 마라”

작은동생의 머리를 쓰다듬고 파티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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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렉로라] attaccamento -1-

2015. 6. 27. 10:24 | Posted by 아뮤엘

그저 순수하게 존경하는 눈으로 날 바라보던 널

내가 널 어떤 눈으로 바라보는지 너는 알고 있을까?

아니, 넌 몰랐겠지.

천천히 알아가는 것도 좋을 거야.



어린 시절부터 기사로서의 명예와 귀족으로서의 면모를 강조하는 가문에 질려 있었다.

자신이 원하는 건 그러한 것들이 아닌데...

자신만의 가치관과 생각을 버리지 않고, 번번이 가문과 충돌하다 보니 가문과 황실에서는 자신을 이단아 취급하였다.

그러한 자신을 못마땅하게 바라보던 가문에서는 제명되었지만(오히려 고마웠다.), 자신의 능력을 놓치기에는 아까웠는지 황실에서는 자신을 내치지 않았다.

가문에서 제명당하기 전에는 가문에서 통근하는 형식으로 기사단에 출근하였지만, 현재로써는 머물 곳이 없기도 하고 연구할 시간이 줄어드는 것이 싫었기에 숙소에서 살기로 결정하였다.


1인 1실 일 거라 생각했던 숙소는 자신의 예상과 달리 2인 1실이었다.

누군가와 같이 방을 쓴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시답지 않은 이유로 규율을 바꿀 수 없다는 단장의 확고한 의지에 배정받은 방이 있는 층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숙소는 3층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자신이 배정받은 방도 3층에 있었다.

“...젠장”

그래도 밤하늘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것으로 위안 삼으며 자신의 방을 찾았다.

다행히 방은 계단과는 꽤 거리가 있는 곳에 있었다.

“적어도 소음 때문에 깨는 일은 없겠군”

아무리 방음이 잘 되어있다고 할지라도, 층계참 오르내리는 소리는 거슬리기 때문에 피하고 싶었는데 잘 되었다고 생각하며 방문에 걸린 룸메이트의 이름을 확인하였다.


310호 - [Alberto Loras]

           [                   ]


“알베르토라....”

평소 다른 이에게 관심이 없었기에, 이름만으로는 누구인지 떠올리기 힘들었다.

다행히 자신과 마찰이 잦았던 이들의 이름은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에, 무난하게 지낼 수 있겠지라는 생각을 하며 빈 부분에 자신의 이름을 새겨 넣었다.


310호 - [Alberto Loras]

           [Dario Drexler]


“오호라?”

막상 이름을 적어놓고 보니 글자 수가 같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별난 일도 다 있다는 생각을 하며 문을 열려고 했지만, 알베르토라는 룸메이트가 외출 중인지 잠겨 있었다.

숙소로 넘어오기 전 단장에게 받은 예비 열쇠로 문을 따고 들어가자 가지런히 정리된 방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방은 욕실과 베란다가 딸려있는 원룸 형식이었지만, 나누지 않아서 그렇지 두 방을 합쳐놓은 크기였다.

차라리 나눠서 한 사람당 방 하나를 쓰게 하는 것이 좋았을 것이라고 투덜거리며 방 이곳저곳을 살펴보았다.

방을 둘러본 결과 알베르토라는 이의 성격을 대충 알 수 있었다.

그는 깔끔한 것을 좋아하는 성격인지, 모든 물건이 잘 정돈 되어 있었다.

“아아.. 꽤나 피곤해지겠네”

평소 연구를 하다 잠드는 것이 일상이다 보니, 정리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자신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메이드들에게 청소를 맡기는 것도 아니라 필요할 때만 간단하게 정리하는 정도가 다인 자신이었다.

방의 모습으로 보이는 방주인은 그런 자신의 생활을 보면 정리하라고 잔소리를 할 것이 분명한데...

“귀찮다..”

숙소에 오기 전, 단장에게 잔소리 들은 것도 있고 챙겨온 짐도 꽤 되었기에 더이상 움직이는 것은 사양이었다.

될 대로 되라는 마음에 비어있는 쪽 침대로 짐을 옮겼다.

챙겨온 짐을 대충 정리하고 방에 딸린 욕실에서 샤워까지 마치고 나오자, 어제 연구하느라 잠을 못 잔 탓인지 졸음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같이 지내게 될 룸메이트는 나중에 인사해도 괜찮겠지라는 생각을 하며 침대에 몸을 맡긴 채 잠을 청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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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글] il crìmine(7)

2015. 6. 24. 23:43 | Posted by 아뮤엘

연합에서의 생활이 반년쯤 지났을 무렵이었다.

연속된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해나가자 자신의 얼굴이 세상 밖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자신이 그 유명한 홀든 가의 자제라는 점과 회사가 아닌 연합에 속해있다는 점에서 더 큰 관심을 받게 되었다.

이곳저곳에서 인터뷰 요청을 해왔다.

그런 걸 좋아하는 성격은 아니었지만, 계속해서 쏟아지는 관심에 지쳐 가장 유명한 신문사의 인터뷰를 하는 것으로 다른 인터뷰들은 거절하였다.

인터뷰 날짜를 잡고 돌아오는 길, 인터뷰 질문내용이라며 전해준 종이에는 가문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하였다.


Q,가문을 나온 계기는 무엇입니까?

Q.홀든 가는 회사를 돕기로 유명한데, 연합에 들어가게 된 이유는 무엇입니까?

Q.홀든 가에 대한 정보는 극비로 다루어지는데 가족사에 대해 말씀해 주실 수 있습니까?


골치가 아팠다.

형이 인터뷰를 매번 거절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수십장이 넘어가는 질문들은 읽을수록 머리가 아파졌다.

남의 가정사에 왜 이렇게 관심을 가지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대충 대답해야겠네...”

질문지를 책상 위로 던져놓고 침대에 몸을 던졌다.

평소 같으면 꽤 오랜 시간을 뒤척이다 겨우 잠이 들었을 자신인데...

최근 기자들과 가문에서 보낸 이들을 피하기 위해 이래저래 신경을 쓰다 보니, 신경이 곤두서 잠을 자지 못한 것이 문제였는지 저항할 틈도 없이 덮쳐오는 졸음에 어느새 잠이 들었다.


“.....찌”

....누군가가 자신을 흔드는 것이 느껴졌다.

“...글..아찌...”

“....안 꺼져?”

무거운 몸을 겨우 일으켜 자신을 깨우는 손길을 쳐내고, 인기척이 있는 쪽으로 검을 겨누자 울먹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린 여자아이의 소리...?

그것도 익숙한...

“...꼬맹이?”

“흐...흐아앙”

구석에 주저앉아 울고 있는 금발 머리의 소녀를 다급히 안아 들고 달래자 아이는 서러운지 쉽게 진정하지 못하였다.

“이글아찌가....흐앙...엘리에게..화내쪄”

“아냐, 꼬맹아. 아찌 안 화났어. 봐봐 웃고 있잖아?”

미소를 지으며 평소와 같은 목소리로 달래길 십 여분, 그제야 진정이 되었는지 아이는 울음을 멈추었다.

“미안해, 많이 놀랐냐?”

“아찌가..엘리 손을 일케일케 쳐내고.. 무서운 얼굴 지어쪄”

최근 예민해져 있었던 탓인지, 아니면 너무 풀어져 있던 탓인지 몰라도 좋지 않았다.

자신은 언제까지나 자유 분망한 홀든 가의 망나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어야 했기에 방금과 같은 행동은 여태까지 자신이 해온 것에 어긋나는 것이었다.

아이에게 맛있는 과자를 사줄 것을 약속하며 오늘 있었던 일은 비밀로 해달라고 하자 아이는 알았다며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해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아이에게 자신을 찾아온 이유에 대해 물어보자, 그냥 심심해서 놀러 왔다는 아이의 해맑은 대답에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말한 뒤 방에서 내보냈다.

방 안에 딸린 작은 욕실에서 간단한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는데, 책상 위의 질문지가 눈 안에 들어왔다.

어제는 별생각 없이 넘어갔지만, 방금 있었던 일을 생각해보면 대충 대답하면 안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기자라는 자들은 하이에나와 같아서, 조금이라도 틈을 보이면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올 것이 분명하였다.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자신이 여태까지 해온 것들이 그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도록...

더욱더 견고하게 벽을 쌓아 올려야 했다.

인터뷰까지 남은 기간은 앞으로 3일..

3일 동안 모든 질문에 대해 홀든 가의 망나니 이글의 대답을 완벽하게 준비해야 되었다.

어색하지 않게, 의문점이 생기지 않을 정도로 완벽한..

하지만 그것보다...

“우리 꼬마 아가씨와의 약속을 지키는 게 먼저겠지?”

붉게 물든 눈으로 방문 앞에서 쪼그리고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작은 아가씨의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방문을 여니 제 생각대로 쪼그린 채 노래를 부르는 꼬마 아가씨가 눈에 들어왔다.

“어이, 꼬맹이. 오늘은 뭐 먹으러 갈까?”

“우웅.. 엘리는 오늘 케이크가 먹고 시퍼”

“그럼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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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엔벨져] curiosità - 上

2015. 6. 23. 23:27 | Posted by 아뮤엘

호기심이었다.

자신이 동양인에게 관심을 가진 이유는..

가문의 사업으로 인해 평소 일본이라는 동양의 나라와 거래가 오갔기에 그들의 생김새라던가, 문화가 신기해 형제들 몰래 동양에 대해 공부를 하기도 했었다.

특히 아기자기한 그들의 생김새를 보며 동양인들은 남녀 가리지 않고 다 아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혼자 동양에 대한 관심을 키워가던 어느 날, 그런 자신을 눈여겨보시던 아버지가 이번 일본 방문에 동행하지 않겠냐는 제안을 하셨다.

아버지에게 들켰다는 부끄러움도 있었지만, 그들의 삶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제안을 받아들였다.

처음으로 본 동양의 풍경은 실로 충격적이었다.

처음 보는 복식과 건물들..

그리 크지 않았지만, 그들이 워낙 작다 보니 거인이라도 된 기분이었다.

식사하기 위해 들린 음식점에는 나이프와 포크가 아닌, 젓가락? 이라는 신기한 도구가 놓여있었다.

가는 막대기 두 개로 음식을 집어 먹는 그들의 모습이 신기해 따라 해봤지만, 쉽지 않았다.

그런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시던 아버지께서는 작게 미소를 지으시더니 사용하는 방법을 천천히 가르쳐 주셨다.

몇 번의 실패 끝에 성공한 젓가락질에 기뻐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고, 아버지는 그런 자신이 귀엽다는 듯이 쓰다듬어주셨다.

그렇게 기나긴 첫 여행을 마치고 아버지와 다시 둘이서 올 것을 약속했지만, 그 약속은 아버지의 죽음으로 평생 이루어지지 못하게 되었다.

그 뒤로, 통과의례를 다녀오고 이런저런 일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동양에 대한 관심을 뒤로하게 되었다.

아니 잊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이미 지나간 일이다

그렇게 자신에게 세뇌를 걸며 자신에게 내려진 임무를 계속해나갔다.


제레온 경의 부탁을 지키기 위해 조사를 하던 어느 날, 막내동생에게서 연락이 왔다.

‘잠시 연합에 들리셔’

다른 설명 없이 자신이 있는 곳에 들리라는 동생의 말에 어이가 없었지만, 오랜만에 동생의 얼굴이라도 볼까 싶어 오랜만에 발걸음을 돌렸다.

“..여긴가?”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작은 소녀가 자신을 맞이하였다.

“언니는 누구야?”

“언니가 아니다...”

“우웅.. 이쁘게 생겼눈데”

“혹시 여기에 이글이라는 사람이 있나?”

“이글 아찌?”

“아아, 혹시 괜찮다면 불러줄 수 있겠나?”

“우웅, 아라쪄”

금발의 작은 소녀에게 부탁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막내동생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오랜만이야, 작은 형”

“아아”

“자리를 옮길까?”

긍정의 표시로 고개를 끄덕이자 근처 카페로 자신을 이끌었다.

오랜만에 만난 막내동생은 자신과 키가 비슷해져 있었다.

그 곱던 얼굴에는 흉터까지 생겨있었고, 어깨 언저리에 있던 머리도 꽤 많이 길어있었다.

새삼 자신이 가족에게 너무 소홀했다는 생각이 들어 자신도 모르게 동생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새삼스럽게 왜 이러셔?”

“아니 그냥”

자신의 손길을 자연스레 피하고 안쪽자리에 자리 잡는 동생을 따라 앉아 음료를 주문하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주문한 음료가 나왔다.

“음.. 꽤 좋은 차를 쓰는 모양이야”

“형은 입맛이 까다로우니까”

작게 어깨를 으쓱이는 동생의 모습에 많이 컸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곁에 있어 주지 못한 것이 미안하기도 했다.

오랜만에 만난 동생과 편지로는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하다 보니 꽤 오랜 시간이 흘러있었다.

이런 걸 이야기하기 위해 자신을 부른 건 아닐 텐데...

“큰형이 말이야~”

“그래서 나를 부른 이유에 대해서 물어도 될까?”

큰 형의 실수에 대해 조잘거리는 동생의 말을 끊고 본론을 묻자 동생은 웃으며 자신의 궁금증을 해결해주었다.

“형 혹시 그랑플람에 대해서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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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dio

2015. 6. 20. 12:32 | Posted by 아뮤엘

밤하늘 가득한 별을 보고 있자면 자연스레 너의 모습이 떠올랐다.

강하고, 그 누구보다 빛나는 나의 별

사랑한다는 말은 차마 입 밖으로 꺼낼 수가 없었다.

가는 실같이 언제 끊어질지 모르는 사람들의 관계를 바라보며, 혹시 우리의 관계도 한순간에 끊어질까...

조금이라도 더 오래, 너의 곁에서 머물고 싶다는 나의 욕심에 내 마음을 억눌렀다.

하지만 지금이라면...

내 생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너에게 내 마음을 전할 수 있지 않을까?

사랑하는 나의 별아

부디 울지마

나는 네가 행복한 얼굴로 웃어주면 그걸로 만족하니까

그러니까 살아남아 웃는 얼굴을 나에게 보여줘


"빨리 이곳에서 벗어나도록 해"

"그럴 수는 없다"

"나는 괜찮다고 말했잖냐, 봐 상처도 그리 크지 않아"

"그렇다고 동료를 버리고 갈 순 없네"

위에서 내려온 지시에 로라스와 같이 미리 잠입했던 동료가 전해준 물건만 받아왔으면 되는 간단한 임무였다.

로라스는 따분한 임무라며 차라리 그 시간에 연구를 하는 거라는 자신의 말에 웃으며, 그래도 왕이 내린 임무니 다녀오자고 자신을 이끌고 접선장소로 향하였다.

분명 물건만 받고 돌아오면 되는 간단한 일이었는데....

"나는 괜찮으니까, 먼저 가. 곧 뒤따라 갈 테니까"

"그런 거라면 내가 남겠..."

"형님 못 믿냐? 금방 따라간다니까?"

걱정되는지 자꾸 뒤돌아보는 너의 모습에 당장이라도 가서 껴안고 괜찮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지만 이젠 서 있는 것만으로도 벅차서 괜찮은 척 웃어주는 것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네가 시야에서 사라짐을 확인하자마자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고 말았다.

"피를... 너무 많이 흘렸나?"

아아, 검은 옷을 입어서 다행이다.

지쳐서일까, 피를 너무 흘려서일까

시야가 흐려져 가는 것이 느껴졌다.

조금만, 그래 조금만 쉬자


벽에 기대어 애창을 끌어안고 눈을 감고 있는데, 이쪽을 향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추격대인가"

멀리 도망가지 못했겠지

어차피 이 몸으로는 살아남기 힘들다.

그렇다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해 막아야겠지

네가 조금이라도 멀리 도망칠 수 있도록

심한 상처는 대충 응급처치를 한 뒤, 움직이지 않는 몸을 억지로 일으켜 창에 기댔다.

만약... 아주 만약에 살아 돌아가게 된다면 깨끗하게 손질해줄게, 그러니 조금만 더 함께해줘

얼마나 지났을까?

자신이 있는 곳을 향한 발걸음이 점점 커지더니 멈추었다.

"버려진 건가?"

무리의 대장으로 보이는 사내가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자신에게 말을 건네왔다.

"그럴 리가 자진해서 남았지"

씨익 웃으며 대답하자 남자는 자신을 향해 검을 겨누었다.

"훔쳐간 물건은 어디 있지?"

"......"

"보아하니 상처도 깊어 보이는데 살려주지, 너도 소중한 사람들이 있잖나?"

자비를 베풀겠다는 식으로 말하는 남자의 말을 들으며 창을 들었다.

"하...하핫, 미안하지만 나는 그런 존재가 없어서 말이야"

"그런 몸으로 맞서겠다는 건가? 미쳤군"

"이 천재님에게 불가능은 없어"

남자의 눈짓에 뒤에 있던 이들도 무기를 들어 전투태세를 갖추었다.

혼자서 이 많은 인원을 이길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조금이라도 더 시간을 벌 수 있다면야..


"하...하하..."

겨우 멎었던 피는 상처가 터져 피가 흘러내렸고, 몸에는 상처가 가득하였다.

불가능할 거라 생각했던 전투는 자신의 승리로 끝났다.

자신이 치명상을 입었다고 생각한 상대가 방심한 것이 컸다.

곳곳에 생긴 피 웅덩이와 시체들을 뒤로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애창을 지팡이 삼아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상처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얼마쯤 걸었을까

흐릿한 시야 속으로 들어오는 나무에 기대어 앉았다.

멀리 도망쳤을까?

자신을 두고 떠나면서 걱정하던 그의 모습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마지막으로 본 것이 그의 웃는 얼굴이 아닌 걱정에 가득 찬 얼굴이라 아쉬워졌다.

이렇게 헤어지게 될 것을 알았으면, 그와 좀 더 많은 시간을 공유하는 건데

점점 힘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끼며 이젠 정말 마지막이라는 것을 느꼈다.

아아, 네가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약속... 못 지키게 되어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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