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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eam

2015. 7. 31. 22:52 | Posted by 아뮤엘

나는 항상 꿈을 꾼다. 모든 전쟁이 끝나고 평화로운 세상에서 사는 것을. 어린아이들에게 업을 물려주고 싶지 않아 괜찮은 척 지친 몸을 이끌고 전쟁터로 나선다. 조금이라도 더 살기 위해 적의 몸에서 흩날리는 피를 덮어쓰고 전쟁터에서 돌아오면 제 몸 깊숙이 밴 피 냄새가 아이들에게 밸까 싶어 아이들을 피해 방으로 가 피 냄새가 가실 때까지 씻고 또 씻었다. 새하얀 피부가 붉어질 때까지 씻고 나오면 제 방에서 기다리고 있던 어린아이들이 안겨왔다. 해맑은 얼굴들을 바라보고 있자면 힘들었던 것도 잊을 수 있었다. 이 아이들을 지킬 수 있다면, 이 아이들이 전쟁이라는 것을 모르고 살 수 있게 하고 싶었다. 그건 자신만의 생각일 뿐, 연합의 높으신 분들은 아이들의 능력을 전쟁에 이용하길 원했다. 아이들의 능력은 강력해서 전쟁에 참여하게 되면 분명 승기는 자신들 쪽으로 기울 것이 분명했다. 적들도 그것을 알고 있으므로 지켜보고 있었다.


사실 전쟁을 피하고 싶었다. 이 전쟁의 뒤에서 가장 이득을 볼 이들이 누구인지 알고 있지만, 자신의 말을 믿는 이는 없었다. 유일한 사건의 증인이 될 수 있는 제 형은 중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 중이었고, 형의 부상과 명왕의 양녀인 앨리셔 습격 사건으로 인해 그렇지 않아도 깊었던 골이 폭발해 두 조직 간의 전쟁을 알렸다. 매일 같은 장소에서 정해진 인원이 싸운다. 지쳐 쓰러질 때까지. 그렇게 일정 시간이 지날 때까지 싸우고 나면 그날의 전쟁이 끝난다. 전쟁이 끝나면 부상자를 이끌고 가 치료를 하고 괜찮은 자는 다음 날도 나가고 심한 자는 부상을 치료하며 다음 경기에 나갈 수 있도록 준비한다. 솔직히 전쟁에서 이기는 방법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그렇게 싸우고 싸웠는데도 불구하고 승패가 결정되지 않았다. 조직원들 사이에서는 이 전쟁이 의미 없는 전쟁이라는 이야기까지 떠돌았다. 조직원 중에서도 지친 이들이 많아 이 의미 없는 전쟁을 끝내자는 건의도 많이 했지만, 그 의견은 무시되기수였다. 상부에서는 이 전쟁을 서로에 대한 적개심보다는 자존심 싸움으로 생각해 불씨를 끌 생각을 하지 않았다. 


조직원들은 그런 상부에 반박하다 지쳐 떨어져 나가거나 조금이라도 전쟁을 빨리 끝내기 위해 자신의 능력을 좀 더 개발하는 등 여러 부류로 나누어졌다. 다른 조직원들이 물었다. 힘들지 않냐고. 첫 전투부터 지금까지 쉬지 않고 매 전쟁에 참여한 자신을 주변에서는 대단하다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그때마다 뭐~ 이 정도는 이 이글 홀든 님에게는 별거 아니지! 라고 말했지만 사실 연이은 전투로 몸은 만신창이가 되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아이들을 생각하며 견뎠다. 제가 아이들 대신 전쟁터에서 싸우기로 약속했기에 자신이 쓰러지면 아이들을 전쟁터에 내보낼 것이 뻔했기에 힘들지만 견딜 수 있었다. 


실컷 이런저런 이야기를 조잘거리다 지쳤는지 제 방 침대에서 잠이 든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자신도 눈을 감았다. 내일도 전쟁터에 나가기 위해서 체력을 조금이라도 더 비축해야 했으니까. 눈을 감고 속으로 빌었다. 내일은 전쟁이 끝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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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라드렉] la pioggia

2015. 7. 31. 22:04 | Posted by 아뮤엘

비가 내리는 날은 싫었다. 쓸모없는 기억들을 떠올리게 하니까. 창밖으로 쉴 새 없이 내리는 비를 바라보다 이내 커튼을 쳤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연구에 대한 것들을 적어 내리던 노트를 내려놓고 몸을 일으켰다. 계속 앉아있던 탓인지 우드득 소리를 내는 몸을 스트레칭으로 풀었다. 연구실의 불을 끄고 부엌으로 가 찻물을 끓였다. 평소 즐겨 마시진 않지만, 우유와 꿀을 꺼내 밀크티를 탈 준비를 하였다. 완성된 밀크티를 테이블에 놓고, 같이 곁들일 티푸드를 찾아 찬장을 뒤적거렸다. 뭐 괜찮은 것이 없나 찾는데, 얼마 전 회사 여직원이 선물이라며 준 쿠키가 눈에 들어와 꺼내 들고 소파에 앉았다. 고급스러운 포장지를 뜯으니 아기자기하게 들어있는 쿠키가 눈에 들어왔다. 딱 봐도 수제 쿠키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신에게 수제 쿠키를 선물한 의도를 알 수 없었지만, 뭐 맛만 좋다면야 라는 생각으로 쿠키 하나를 집어 먹었다. 제가 단것을 싫어하는 걸 아는지 몰라도 그리 달지 않아 달게 탄 밀크티와 어울렸다. 쿠키 자체도 맛있었기에 평소 쿠키를 즐기지 않던 자신도 계속 집어 먹게 되었다. 밥을 먹지 않아서 그런지, 꽤 많은 양의 쿠키를 먹었다. 더 이상 먹으면 안 될 것 같아 상자를 덮고 끈적한 손을 닦기 위해 싱크대로 발걸음을 옮기는데 밖에서 초인종이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 시간에 누구지? 라는 생각에 손을 씻고 현관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누구십니까?"

"날세, 렉스"
"무슨 일이라도 있냐?"
비 오는 날, 사람을 밖에 세워두는 것은 예의가 아니므로 문을 열어 그가 들어오게 하였다. 비에 젖었을 거라 생각했는데 뽀송뽀송한 녀석을 보니 왠지 문밖으로 내보내고 싶었지만, 그 마음을 꾹 누르고 그가 들어올 수 있게 비켜섰다.
"무슨 일이냐"
"자네가 오늘 찾아와 달라고 하지 않았나?"
"아...그랬던가?"

곰곰이 생각해보니 얼마 전, 이번 연구에 대한 의견을 묻고자 그에게 오라고 했던 것 같기도 했다. 아니 했었다. 미안하다고 말하니 그는 괜찮다며 소파에 앉았다.
"차라도 마실래?"
"아아, 그럼 고맙지. 그건 그렇고 이건 뭔가?"

"어, 그거? 저번에 회사 여직원이 선물이라고 준 건데 달지 않아서 꽤 괜찮더라"
"흐응.."
그가
좋아하는 차를 타 그에게 건네주었다. 그에게 여기서 기다리라고 말하고 연구실로 가 그에게 의견을 묻고자 한 부분들을 적은 노트를 가져왔다.

실은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자고 싶었지만, 저 빗속을 뚫고 왔을 그에게 미안했기 때문에 그에게 물으려던 것을 빨리 묻고 쉬어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는 노트를 받아들고 자신을 빤히 바라보더니 그의 옆자리를 탁탁 쳤다.
"뭐냐."
"이리오게."
"....??"
그의
옆자리에 앉자 큰 손이 제 눈을 가리고 그대로 눕게 하였다.
"어...???"

"한숨 자고 있게. 어차피 묻고자 하는 내용은 이 노트에 있으니 여기에 답을 적도록 하지"
제 등을 토닥이는 손길에 자신도 모르게 눈이 감겼다. 쓸데없이 눈치가 빠른 그가 얄미웠지만 싫지는 않았다. 나중에 고맙다고 말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수마에 몸을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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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엔다무] Pomodoro

2015. 7. 31. 05:14 | Posted by 아뮤엘

“편식은 좋지 않다고 했거늘. 먹어라”
“아 싫다고~ 사부나 드셔”
요즘 제철이라 그런지 맛좋게 익은 토마토를 먹기 좋게 잘라 내놓으니 제 제자는 싫다며 떼를 쓰고 있었다. 영양 성분이 많아 성장기인 제 제자에게는 좋은 것이 틀림없는데 제 마음은 알기나 하는 건지 한숨이 나왔다. 일단 아이가 토마토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는 것이 중요했다. 영양소가 파괴되긴 하지만 맛은 좋아 아이들이 잘 먹는다는 방법을 이용하기로 했다. 먹기 좋게 자른 토마토를 그릇에 넣고 설탕에 재워 냉장고 안에 넣었다. 수련이 끝나고 돌아와 단 것을 좋아하는 아이에게 한 번 먹어보라고 다시 시도하기로 하고 아이를 이끌고 수련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늘 회사에 출근했더니, 문제가 생겨 업무에 지장이 있어 오늘 하루는 일을 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냥 집으로 돌아갈까 고민을 하다 발걸음을 옮겼다. 익숙한 골목을 지나 저택으로 들어갔다. 수련을 갔는지 굳게 닫힌 문을 열쇠로 열고 들어갔다. 거실로 발걸음을 옮겨 제 겉옷과 가방을 소파 위에 놓고 그대로 욕실을 향했다. 찐득한 더위에 땀을 별로 흘리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온몸이 끈적거렸다. 옷을 벗어 젖지 않게 선반 안에 넣고 물을 틀어 샤워를 하였다. 평소 자신이 쓰던 세면도구 대신 그가 쓰는 것들로 쓰니 제 몸에 그의 향이 배는 것 같아 기분이 묘했다. 샤워를 마치고 수건을 둘러 중요 부위만 가려 나왔다. 입고 온 옷을 입으려니 찜찜해져 옷을 빨래 바구니에 넣고 익숙한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의 성격을 보여주듯 깔끔하게 정리된 방에 작게 미소를 지으며 옷장 문을 열어 간편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예전의 자신이라면 상상도 하지 못했을 일들이지만, 그와 함께 지낸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그와 공유하는 것도 많아졌다. 이렇게 그의 집에서 그의 물건을 쓰는 것도 제집에서 제 물건을 사용하듯이 익숙해지기도 했고. 샤워로 뽀송뽀송해진 피부를 다시 끈적거리게 하고 싶지 않아 에어컨을 켰다. 슬슬 그가 돌아올 시간이기도 했고. 아침을 허술하게 먹은 탓인지 출출해졌다. 뭔가 먹을 것이 없나 싶어 냉장고를 여니 각종 먹거리가 잘 정돈되어 있었다. 티엔은 바로바로 요리를 해먹는 스타일이다 보니 음식보다 음식재료가 더 많았다.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던 도중 그릇 안에 담긴 토마토가 눈에 들어왔다. 그가 오면 같이 점심을 먹을 것이 분명한데 간단하게 배만 채워야겠다는 생각에 꺼내 식탁 위에 놓고 앉아 하나 집어 먹었다.

“.....!” 

달다. 설탕에 절여 놓은 것인지 달달함이 입안에 맴돌았다. 너무 달다. 하지만 싫지는 않아 느릿하게 하나씩 집어 먹었다.

“사부는 진짜 사람이 아닌가 봐"

"사람이다만”
“사부가 사람일리 없어. 안 그럼 이런 날씨에 하나밖에 없는 제자를 이렇게 굴리냐고!!”
아.. 그러고 보니 매우 덥군”
“진짜 사람새낀가
혀를 차는 제자를 뒤로하고 문을 열기위해 열쇠를 꽂아 돌렸다. 잠겨 있어야 할 문이 열려있었다.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가니 낯익은 구두가 눈에 들어왔다.
“회사에 있어야 할 시간일텐데..”
무슨
일이라도 생겼나 싶어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왔나?”
부엌에서 들리는 소리에 그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니 토마토를 집어 먹고 있는 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토마토?
“어, 형씨 놀러왔....”
“......”
“무슨
문제라도 있나?”
제 제자도 그가 먹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는지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분명 단 건 싫다고 한 거 같은데. 맛있다는 듯 오물거리며 먹는 그의 모습이 새로워 제자와 둘이서 멍하니 서서 그의 모습을 바라 보았다. 정작 본인은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으로 토마토를 집어먹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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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글] Karma -2-

2015. 7. 29. 02:36 | Posted by 아뮤엘

눈을 뜨니, 눈앞에 꿈속의 사내가 보였다. 연약한 사람. 겨울을 닮아 새하얀 머리와 탐스럽게 익은 사과가 떠오르는 붉은 눈을 가진 내가 지켜야 하는 사람. 이렇게 아름다운데, 다르다는 이유로 마을에서 배척당하고 버림받았다. 그의 몸에 난 상처를 조심스레 쓰다듬자 이젠 내가 있어 괜찮다고 웃는 그의 모습에 남을 원망하지 않는 그가 바보 같아서 꼭 안았다. 그렇게 서로의 체온을 나누고 있자니, 밖에서 저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조금만 더 같이 있고 싶었지만, 식량을 구하기 위해서는 일을 해야만 했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겨우 옮겨 문으로 향하는데 그가 조심해서 다녀오라고, 미안하다고 다가와 살짝 입을 맞추었다 떨어졌다. 나는 괜찮다고 그를 껴안아주고 집을 나섰다. 산으로 가 열매와 나물을 캐고 제 몫을 챙겨 집으로 돌아오는 길, 친하게 지내던 여인이 강에서 잡은 물고기를 한 마리 건네줘 고맙다고 인사하고 받아왔다. 꽤 풍족한 먹거리에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집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조심스레 문을 여니 잠이 든 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햇빛에 약한 피부 때문에 낮보다는 밤에 활동하는 그이기에 자신이 일을 마치고 돌아왔을 무렵에는 항상 잠든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깊게 잠이 든 그가 깨지 않게 조용히 저녁 준비를 하는데 언제 깼는지 뒤에서 끌어안고 다녀왔어? 라고 속삭이는 그의 행동에 나는 또다시 설레는 가슴을 안고 그의 볼에 입을 맞춘다. 오늘은 밥상이 풍족할 거 같아. 웃으며 말하는 나를 보고 그도 마주 웃는다.


누군가 쓰다듬는 손길에 눈을 비비며 몸을 일으켰다. 흐릿했던 시야가 또렷해지며 큰형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형 왔어?”

“아아.. 내가 깨운 건가?”“아니.. 딱히 그런 건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마셔”

제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에 어깨에 기대었다.

“또 꿈을 꿨나?”

“...아아..”

조심스레 걱정이 가득 묻은 목소리로 묻는 형의 모습에 잊고 있었던 것이 생각났다. 그 빌어먹을 꿈. 형들에게 걱정 끼치는 것은 싫었지만, 자신이 꿈에 휘둘리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었다. 바로 지금만 해도, 정말 거지같이 자신이 그 여인네가 되어 그 남자에게 설렜던 감정이 아직도 제 안에 남아있었다. 한낱 꿈에 휘둘리고 있는 제 모습이 정말 싫었다. 걱정스럽다는 듯 쳐다보는 형을 보니 고민이 되었다. 숨기기만 해서는 해결되는 것도 없고. 그렇다고 해도 그 꿈의 내용을 말하기에는 꺼려졌기에 한참을 고민하던 이글은 이내 입을 열었다.

그동안 꾸었던 꿈의 내용에 대해 차분히 이야기하였다.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형의 표정이 굳어가는 것이 보였다. 괜히 말했나 싶어 다 말하고 나서 조용히 대답을 기다렸다. 방안에 정적이 흘렀다. 뭐라고 말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신경 쓰지 말라고 말해야겠다 싶어 입을 떼려는데, 형이 먼저 말을 꺼냈다.

“힘들었겠군.”

“어.....아니. 이제 좀 괜찮은 것 같아.”

“꿈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알 것 같나?”

“그게 모르겠다구~ 솔직히 둘이 부족하지만, 화목하게 살고 있습니다. 그 이상도 이하도 못 느끼겠어”

도저히 그 여자와 감정을 공유한다는 것만을 말하기가 꺼려져 말하지 않았다. 형은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듯 고민하다가 이내 몸을 일으켰다.

“가려고?”“아아, 아직 업무가 덜 끝났으니까”

괜히 걱정만 끼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형을 보니 형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제 이마에 입을 맞췄다.

“괜찮으니 걱정마라. 무리하지 말고 쉬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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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라드렉] viaje

2015. 7. 27. 03:31 | Posted by 아뮤엘

변덕이었다. 회사에 휴가를 내고 여행을 간다는. 회사에서는 우리 사이를 친한 친구 사이라고 생각했기에, 둘이 같이 취미생활이나 즐기면서 쉬려고? 라고 웃으며 질문해왔다. 그냥 그렇다고 말하면 될 것을 이 고지식한 새끼는 바닷가로 여행을 가기로 했다고 설명을 하였다. 오오~ 가을 바단가? 좋네~ 근데 사내자식 둘이서 놀러 가기에는 좀 그렇지 않냐? 에이 저 녀석들도 남잔데 거기서 여자를 꼬시겠지. 그런가? 이따위의 말을 지껄이는 놈들을 뒤로하고 책상을 정리하고 회사를 나섰다. 회사에서 돌아와 간단하게 몸을 씻고 갑갑한 정장에서 간편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바로 떠나기로 했기에 서둘러서 짐을 챙겼다. 별장에 웬만한 건 준비되어있으니 간단하게 챙기라는 그의 말을 떠올리고 간단히 옷과 지갑 따위를 여행 가방에 챙겼다. 계절이 계절이다 보니 저녁에는 쌀쌀했기에 즐겨 입는 가디건을 꺼내 입고 가방을 챙겨 나왔다. 언제 온 건지 집 앞에 차를 세워놓고 기다리는 알베르토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집은 다 쌌냐?”

“뭐, 별장에 대충 준비되어 있으니 간단한 것만 챙겼네”

“그래? 그럼 뭐.”

트렁크를 열어 여행용 가방을 넣고 뒷좌석에 앉았다.

“왜 거기에 앉나?”“이 자리가 편하니까.”

“내 옆에 앉게”

“싫다.”

“운전하는 사람에 대한 배려는 없는 건가?”

“미안하지만 나는 이거 싫거든? 말도 아니고 탈 때마다 속이 뒤집힌다고”

“멀미인가. 약이라도 챙겨올걸. 괜찮겠나?”

“그냥 자면 되니까 그런 표정 짓지 마라.”

걱정스럽다는 듯이 쳐다보는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넓은 뒷좌석에 누워 눈을 감았다. 저를 배려하는 것인지 잔잔한 노래를 틀고 운전을 하였다. 전날 늦게까지 연구를 해서 그런지 몰려오는 수마에 몸을 맡겼다.


몇 시간쯤 잤을까? 잘 달리던 차가 멈추는 느낌에 눈을 뜨니 앞좌석에 있어야 할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알?”

잘못 봤나 싶어 두 눈을 비비고 불을 켜 차 안을 둘러보았지만 보이지 않아, 몸을 일으켜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사람이 다니지 않는 도로인가? 으스스한 분위기에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나무만 가득할 뿐 알베르토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야, 알!”

“불렀나, 렉스?”

뒤에서 끌어안는 손길에 놀라 뒤돌아보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새꺄 놀랐잖아”

“아아, 깊이 잠들었길래. 깼을 거라곤 생각 못 했네”

“그건 그렇고 여긴 어디냐? 길이라도 잃은 거냐?”

제 머리를 쓰다듬는 그의 손길을 반항하듯 살짝 쳐내자 키득거리며 웃으며 그가 말을 이었다.

“들릴 곳이 있어 잠시 멈춘 거라네. 흐음.. 그건 그렇고”

“뭐, 뭔데. 저리 가 새꺄”

저를 훑어보며 가까이 다가오는 그를 밀쳐내고 차에 올라타 차 문을 잠갔다. 그가 정신을 차릴 때까지 열어주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며 뒷좌석에 길게 누워 창가로 보이는 밤하늘을 바라봤다. 도시가 아니라서 그런가. 하늘 가득히 박힌 별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마음이 안정되었다. 생각해보니 춥던데 괜스레 미안해져 문을 열기 위해 몸을 일으키는데 잠겼던 문이 열리며 알베르토가 안으로 들어왔다.

“..ㄴ....어떻게?”“아무리 놀랐어도 그렇지. 밖에다 사람을 버리다니 내가 차 열쇠를 두고 갔으면 어쩌려고 했나?”

“아니.. 지금 열ㄹ...”

“늦었네, 렉스.”

제 몸 위로 올라타는 알베르토를 손으로 밀어냈지만, 위에서 누르는 그를 막을 수 없었다. 어디서 가져온 건지 끈으로 제 손목을 묶는 그의 행동에 저항을 해보았지만 소용없었다.

“그만, 해. 새꺄. 도로 한가운데서 뭐하는 짓이야.”

“아무도 오지 않으니 걱정 말게, 렉스”

“새꺄. 그 말이 사실이라는 보장도 없잖아”

“불을 끄면 아무도 모르겠지.”

그는 미소를 띄우며 켜놓았던 불을 끄고 제 입술에 입을 맞췄다. 맞추었던 입술을 떼고 제 상의에 손을 넣으며 그는 말을 이었다.

“나쁜 어린이는 벌을 받아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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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7. 26. 00:10 | Posted by 아뮤엘

창가를 두들기는 빗소리가 마치 오케스트라의 연주자처럼 아름다운 음을 연주하였다.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하며 들고 있던 노트를 내려놓았다. 어쩐지 춥더라니. 작게 투덜거리며 낡은 가디건을 꺼내 입었다. 춥다고 느끼기 시작해서 그런 것인지 연구하느라 느끼지 못했던 한기가 몰려왔다. 일어난 김에 따뜻한 차라도 끓여 마실까 싶어 연구실에서 나와 부엌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주전자에 물을 넣고 끓을 동안 찬장에서 찻잔을 꺼냈다. 최근 즐겨 마시는 찻잎을 꺼내 세팅을 마치니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 무엇이 문제일까 고민하던 드렉슬러는 티푸드가 빠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티푸드를 같이 즐기는 것보다 차 자체를 즐기는 것을 좋아하는 자신이었지만, 오늘따라 티푸드를 같이 즐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가자니 창가로 보이는 세찬 비가 내리는 바깥 풍경에 집 밖으로 나가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티푸드를 안 먹기에는... 이럴 때마다 저택에서 나온 것이 후회되었다. 적어도 저택에 있을 때는 편했으니까. 그건 부정할 수 없었다.

“아... 어떡하지”

물은 끓기 시작했는지 작은 소음을 내며 수증기를 내뿜었다. 불을 끄고 의자에 앉아 이대로 차를 마실까, 아니면 저 밖으로 내리는 세찬 비를 뚫고 티푸드를 사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현관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들렸다. 궂은 날씨에 저를 찾아올 이는 없으리라 생각했기에 잘못 들었겠지. 라고 생각하며 팔팔 끓는 물로 찻잔을 데웠다. 다시 문을 두들기는 소리에 현관으로 가 살짝 문을 여니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알베르토?”

“아아.. 잘 지냈나?”들고 온 우산은 이미 제 기능을 상실한 듯 반쯤 꺾여있었다. 손님을 밖에 세우는 것은 예의가 아니었기에 집안으로 들어오라고 한 뒤, 욕실에서 수건을 꺼내 왔다. 수건을 건네주자 젖은 머리를 대충 말리며 꺼내보라며 가방을 건네주었다. 뭐지? 라는 생각을 하며 연 가방 안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가게의 쿠키와 컵케이크가 잘 포장되어 있었다. 세찬 비에 젖지 않았다는 것이 놀라울 정도로 물기 하나 없는 모습에 놀라 알베르토를 보니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온몸으로 지켰냐?”

“젖으면 저 비를 뚫고 가지고 온 의미가 없으니까”

“미련한 놈”

툴툴거리며 그가 입을 만한 옷을 건네주자 그는 고맙다고 말하며 옷을 들고 욕실로 들어갔다. 젖은 그의 옷을 빨래바구니에 넣고 물로 흥건한 바닥을 치우자 샤워를 마쳤는지, 그가 거실로 나왔다. 도와주겠다는 그의 말에 다 끝났으니 가서 앉아있으라고 말하고 청소를 마무리하였다.

“그건 그렇고 티푸드라니. 너 이거 싫어하지 않냐?”

평소 단것을 즐기지 않는 알베르토를 떠올리며 말하자 그는 작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늘 이 시기가 되면 자네가 찾지 않나”

“엉?”

“매해 장마철이 되면 비는 내리는데 차와 같이 먹을 티푸드가 없다고 늘 입버릇처럼 말하지”

“아.....”

아무 생각 없이 내뱉은 말들을 그가 기억할 거라고는... 붉어진 얼굴을 가리며 부엌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뒤따라 온 건지 뒤에서 끌어안는 손길이 느껴졌다.

“놔라. 새꺄”

“말하다 말고 어딜 가나. 렉스”

“너 추울까 봐 차 끓여 주려고 한다. 왜 싫어?”

품에서 저를 놓지 않는 그를 팔꿈치로 치니 제 볼에 살짝 입을 맞추고 웃으며 떨어졌다.

“맛있는 차 기대하겠네.”

“걷다가 넘어졌으면 좋겠네. 진짜”

키득키득 웃으며 그럴 일은 없으니 걱정말게라고 말하며 소파에 앉는 그의 뒤통수를 향해 빈 가방을 던지고 다시 불을 켜 물을 끓였다. 허전했던 빈자리에 채워줄 티푸드를 세팅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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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라드렉] incubo (Side.A)

2015. 7. 21. 02:44 | Posted by 아뮤엘

눈을 뜨니 익숙한 풍경이 시야에 들어왔다. 깔끔하게 정리된 방을 뒤로하고 욕실로 나섰다. 간단하게 샤워를 마치고 구운 식빵과 커피를 들고 식탁에 앉았다. 시계를 보니 약속한 시각까지 시간이 꽤 남아 있었다. 아침을 먹으며 어제 회사에서 들고 온 잔업을 처리하다 보니 어느새 약속 시각까지 한 시간가량 남아있었다. 평소 잠에서 잘 깨지 못하는 그의 모습을 떠올리며 식기와 서류를 정리하였다. 평소 입는 정장 대신 간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지갑과 열쇠를 챙겨 들고 집을 나섰다.


한 십분 쯤 걸었을까? 저 멀리 그의 집이 보였다. 세상 모르고 잠이 들었을 그의 모습을 떠올리니 웃음이 나왔다. 어느새 도착한 그의 집은 정적만이 흘렀다. 자신의 예상대로 푹 잠을 자는 모양이라, 굳게 잠긴 문을 열쇠로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집 안으로 들어가자 자신을 반기는 것은 어질러진 집안의 풍경이었다. 무언가를 정리하는 것에 서툰 그였기에 가끔 자신이 놀러 와 정리해주었다. 널브러진 물건들을 집어 정리하며 집의 주인이 있을 침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가 잠에서 깰까 봐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기었다. 침대에 걸터앉아 이불 속에 파묻힌 그의 모습에 작게 미소를 지으며 이불을 걷어냈다. 푹 잠이 들었을 거라 생각했는데, 악몽이라고 꾸는지 식은땀을 흘리며 낮은 신음을 내는 그의 모습에 놀라 조심스레 흔들어 깨웠다.

“일어나게, 렉스”

자신의 목소리를 알아들은 것인지 감겼던 눈이 떠졌다. 잠에서 막 깨서 초점이 맞지 않는지 흐릿하던 눈이 곧 초점을 찾았다.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안겨오는 그의 모습에 조심스레 껴안고 등을 쓸어주었다.


그 날 이후로 우리의 관계에 이상이 생겼다. 평소라면 장난치며 먼저 다가올 그인데, 선을 긋고 다가오지 않았다. 자신이 뭔가 잘못이라도 했나 싶어 다가가 묻기도 하고, 그의 집에 찾아가기도 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침묵이었다. 그의 행동 하나하나가 자신의 심장에 상처를 내 이제는 너덜너덜해진 심장만이 제 가슴속에 자리 잡았다. 그가 자신을 멀리하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매달리는 것도 지쳐갔다. 어떡하면 좋을까 고민하고, 또 고민했지만 적절한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결국 내가 내린 결론은 그가 먼저 지쳐 다가오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가 나를 대하듯 나도 그에게 냉담하게 대하였다. 하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친절하게 같이 웃고 떠들며 그의 앞에서 보란 듯이 행동하였다. 상처받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다가오지 않는 그의 모습에 내가 먼저 지쳐갔다.

“날 미치게 하는 게 목적이라면 대 성공이야, 렉스.”

정신을 차리니 물건이 깨지고 부서진 어질러진 방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평소 자신이라면 생각하지도 못할 일들이었다.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이것 봐 렉스. 내가 미쳐가고 있어. 너 때문에.”


어두워진 하늘에 비가 내렸다. 평소와 같이 야근을 마치고 서류를 정리하는데 크루그먼과 이야기를 나누는 그의 모습이 보였다.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잘 들리지 않았지만, 작게 미소를 띠며 이야기하는 그의 모습에 괜히 짜증이 났다. 그 꼴을 더는 보고 싶지 않아 자리를 정리하고 인사를 한 뒤, 회사에서 벗어났다. 집으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지만, 크루그먼과 웃으며 이야기하던 그의 모습이 눈앞에 어른거려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갈아입었다. 서랍 깊숙이 숨겨 놓았던 그의 집 열쇠를 꺼내 들고 집을 나섰다. 아직 돌아오지 않았는지 불이 꺼진 그의 집 문을 열고 들어가니 어질러진 물건들이 자신을 반겼다. 물건들을 피해 그의 집을 대충 둘러보았다. 밥은 제대로 먹는 건지 냉장고 안에는 식재료대신 음료들이 가득했다. 부엌에서 나와 그의 침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의 체향이 가득 배어 있는 침대에 누워 있었다. 언제쯤 돌아오는 것인지. 크루그먼이 그에게 가진 감정은 친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그가 늦은 시각까지 돌아오지 않아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무엇을 하길래 이 시각까지 돌아오지 않는 것인지 몸을 일으켜 나가려는 순간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자신도 모르게 몸이 굳어 버렸다. 숨을 죽이고 들려오는 소리에 집중하였다. 부엌 쪽에서 소리가 나더니 이내 거실에서 캔을 따는 소리가 들렸다. 조용히 몸을 일으켜 문에 귀를 대고 들리는 소리에 집중하였다. 음료를 마시는 소리를 들으며, 별일 아닌가 싶어 나가려고 문을 열기 위해 손을 뻗는데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당장에라도 나가 우는 그를 끌어안아 주고 싶었지만, 이어진 그의 말에 그 마음을 잠시 접었다.

“....보고 싶어. 알베르토”


울음소리가 멎기만을 기다리며 조용히 문 앞에 서 있었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고 울음소리 대신 새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나지 않게 문고리를 돌려 나가니 무릎을 끌어안은 채 잠이 든 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한 손에 들린 맥주 캔을 치우고 그를 안아 들어 침대에 눕히고 이불을 덮어주었다. 이렇게 혼자 아파할 거면 날 피하지나 말던가. 이래서야 화를 낼 수도 없었다. 침대에 걸터앉아 잠이 든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니 제 쪽으로 몸을 돌려 다가오는 그의 모습에 입가에 작게 미소가 그려졌다. 그렇게 원망할 때는 언제고 결국 그의 작은 행동에도 풀어지는 제 모습에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자신은 그를 위해서라면 그 무엇이라도 할 수 있는데, 정작 그는 항상 그 작은 어깨에 모든 걸 짊어졌다. 항상 제 속내는 숨기는 그의 행동이, 혼자 끌어안고 상처받는 그의 모습이 자신을 미치게 만들었다.

“무엇이 너를 그렇게 힘들게 하는 것인가, 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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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라드렉] incubo (Side.D)

2015. 7. 20. 23:36 | Posted by 아뮤엘

지독한 악몽을 꾸었다. 네가 죽는 꿈을. 구하려고 애썼지만, 계속해서 죽는 너를 구하지 못한 채 그 자리에 서서 울고 있는 나의 모습을. 깨어나고 싶어도 깨지지 않는 꿈에 정신이 조금씩 무너졌다. 죽지 마. 제발 살아줘. 또다시 너를 죽음에서 구하지 못한 나는 차가워진 너의 몸을 끌어안고 울었다. 제발 이 지독한 악몽에서 자신을 구해달라고.

“...ㄹ...스”

누군가가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낯익은, 자신이 좋아하는 저음의 목소리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조심스럽게 감긴 눈을 뜨자 흐릿한 형상이 눈에 들어왔다. 몇 번 더 눈을 깜박이자 흐릿했던 시야가 또렷해지고 걱정스러운 눈길로 쳐다보는 너의 모습이 보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떨리는 손을 뻗어 너를 껴안았다. 아아, 따뜻하다. 품 안에 퍼지는 온기에 악몽이 아니라는 사실에 마음이 놓였다. 네가 죽다니, 그럴 리 없잖아. 그렇지?


악몽의 영향일까? 네가 죽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평소라면 개꿈이라며 웃어넘겼겠지만, 너와 관련된 꿈이었으니까. 악몽 속 네가 죽는 원인은 늘 한결같았기에. 나는 자연스레 너와 멀어졌다. 평소와 다른 내 태도에서 느낀 것일까? 저로서는 평소와 다를 것 없었다. 다른 사람에게 대하듯 똑같은 태도로 널 대한 것이었으니까. 제가 잘못한 것이 있냐며 안절부절못해 하는 너의 모습을 외면하였다. 이편이 서로를 위한 제일 나은 방법이었으니까. 그와 자신의 모습을 의아하게 바라보던 사람들도 이내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멀어진 자신과 그의 관계를 제외하면 모든 것이 그대로인 일상이었다. 밀린 업무에 짜증을 내는 타라라던가, 연이은 야근에 눈 밑이 거뭇해진 다이무스. 평소와 같은 일상에 만족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시간은 흘러갔다. 자신의 행동에 대한 대가를 치루 듯, 냉담하게 저를 대하는 그의 모습에 가슴이 미어졌다. 자신이 원한 것이었다. 자신이 원한 것이었는데. 다른 이들에게는 웃는 모습으로 대하면서, 자신에게는 웃음없이 사무적으로 대하는 너의 태도에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괜찮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심장에 크고 작은 스크래치가 생겨났지만, 다 널 위한 거라며 너덜너덜해진 심장을 끌어안았다.


비가 내리던 날이었다. 야근을 마치고 퇴근 준비를 하는데 윌라드가 오랜만에 술 한잔 어떠냐고 제안해왔다. 어차피 다음 날은 휴일이었기에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자주 가는 펍에 들려 한잔 두잔 주고받다 보니 어느새 주변에 술병이 쌓여있었다. 그만 마시는 게 좋을 것 같아 윌라드에게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질 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펍에서 집까지 그리 멀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비틀거리는 발걸음을 옮겼다. 흐릿한 시야 속으로 집이 눈에 들어왔다. 다행히 집에 도착했다고 생각하며 가방에서 열쇠를 꺼내 들었다. 깜박거리는 가로등을 지나 잠긴 문을 열쇠로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아침에 나간 그대로 널브러져 있는 물건들을 뒤로하고 부엌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냉장고에서 시원한 물을 꺼내 마시니 술기운이 조금 가시는 느낌이 들었다. 마시는 김에 한 잔 더 마시고 자야겠다라는 생각을 하며 맥주 한 캔을 꺼내 거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거실에 놓인 소파에 기대어 앉아 맥주를 들이켰다. 불을 켜지 않아 어두운 집 안에 홀로 앉아 술을 마시는 제 모습이 우스웠다. 이런 모습을 네가 본다면 잔소리를 하겠지. 술에 취해서일까.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자꾸 너와의 추억들이 떠올라 가슴이 저려왔다. 잘 견뎌왔다고 생각했는데.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감추려고 무릎에 얼굴을 묻었다. 아프다.

“....보고 싶어. 알베르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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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글] rinfiànco (Side.D) - 下

2015. 7. 19. 22:00 | Posted by 아뮤엘

다음 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행동하였다. 당장 처리해야 할 일이 더 많았기 때문에 스스로에게 괜찮다고 토닥이며 쌓인 일들을 처리하였다. 그렇게 바쁜 나날이 지났다. 주변에서는 냉혈안이다. 사람이 아니다. 따위의 말을 지껄였지만, 자신에게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해야 할 일들이 많았기 때문에. 둘째동생은 부모님의 부재가 힘들었는지 잠시 별장에서 생각을 정리하고 싶다고 말했다. 혼자 보낼 순 없기에 호위와 몇몇 메이드를 붙여 가까운 별장으로 보내는 것으로 이야기를 마쳤다. 미안하다고 말하는 동생에게 괜찮다고 토닥여주고, 떠나는 뒷모습을 한동안 바라보았다. 둘째 동생을 보내고 난 뒤, 막내동생을 유모에게 맡기고 부모님의 죽음에 대해 다시 조사하였다. 부모님의 죽음을 조사하면서, 영지까지 시찰하다 보니 며칠 정도 저택이 아닌 외지에서 머무르게 되었다. 막내동생이 걱정되었지만, 유모가 있으니 괜찮을 것이라 생각하고 비운 것이었는데... 저택을 비운 지 3일째 되던 날이었다. 유모에게서 연락이 왔다. 막내동생이 몽유병 증세를 보인다고. 밤마다 부모님의 방을 헤매다 제 방에서 잠이 든다고. 마음에 새겨진 상처가 그리 빨리 나을 리 없는데. 재빨리 짐을 챙겨 저택을 향해 발걸음을 돌렸다. 서둘러 왔다고 생각했는데, 저택에 도착하니 해가 진 늦은 저녁이 되었다. 자신을 마중 나온 집사와 유모에게 짧은 인사를 건네고 동생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전해 들었다. 동생을 만나기 전, 몸에 달라붙은 먼지들을 씻어내기 위해 욕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몸 구석구석을 닦고 나오니 제 방에 작은 인영이 눈에 들어왔다. 언제 들어온 것인지. 새근새근 잠이 든 제 동생을 쓰다듬어주고 있는데 유모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막내동생이 사라졌다고 울먹이는 유모에게 여기 있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말하니 마음이 놓인 듯, 웃으며 좋은 꿈 꾸라고 방을 나서는 그녀에게 잘 자라고 인사를 하였다. 무엇이 그리 서러운지 울먹이는 동생을 껴안고 토닥거리자 훌쩍거리다 이내 안정되었는지 새근거리며 잠이 들었다.


그 뒤로 동생이 걱정되어 집무실에서 서류 업무를 처리하며, 조사 업무는 다른 이들에게 맡기게 되었다. 제가 저택에 있으면 해결될 줄 알았는데, 정신적인 문제다 보니 밤이면 제 방을 찾는 동생의 모습에 잠은 제 방에서 같이 자기로 하였다. 처음에는 어린애도 아니고 왜 같이 자냐고 툴툴거리던 동생도 몇 번 같이 자더니 괜찮았는지 이제는 제가 알아서 잘 시간이 되면 자신의 방을 찾아왔다. 평소와 같이 서류업무를 마치고 동생이 있는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동생의 방으로 가기 위해 계단을 내려가는데 집사가 한 무리의 메이드들을 어딘가로 데려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나오는 곳을 보아하니 동생이 무언갈 시킨 것 같은데... 의문을 잠시 접고 도착한 동생의 방문을 열자 읽고 있던 책을 내려놓고 자신을 반기는 동생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어서 오셔!”

“책을 읽고 있었나?”

제 다리 사이에 자리 잡고 기대어 앉은 부드러운 은발 머리를 쓰다듬자 기분이 좋은지 부빗 거렸다. 읽던 책을 내려놓고 제 손을 만지작거리는 손길이 간지러워 볼을 꼬집자, 베시시 웃는 모습이 또 귀여워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건 그렇고 집사가 메이드들을 끌고 가던데 무슨 일 있었나?”

“으음~ 별거 아냐. 일을 그만두고 싶다고 해서 이유를 물어보느라”

생글생글 웃으며 대답하는 동생의 모습에 무언가 미심쩍었지만, 잘했다고 머리를 쓰다듬어주니 기분이 좋았는지 부비적거렸다.


품에 안겨 뒹굴던 동생은 졸렸는지 꾸벅거리다 잠이 들었다. 잠이 든 동생을 안아 들어 침대에 눕혔다. 책이라도 읽을까 싶어 동생의 책장으로 다가갔다. 어리다고만 생각했는데 동화가 아닌 꽤 어려운 책들도 많이 꽂혀있었다. 괜찮은 책 두어 권 정도 골라 소파에 앉아 책을 읽었다. 책의 내용에 빠져 읽다 보니 꽤 늦은 시각이 되었다. 슬슬 자야겠다는 생각에 책을 다시 제자리에 꽂는 데 무엇인가가 눈에 들어왔다. 책상 한구석에 놓인 잘 관리된 낡은 액자. 보지 않아도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조심스레 들어 올린 액자에는 환하게 웃고 있는 가족사진이 자리 잡고 있었다.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정말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눈가를 비집고 흘러내리는 눈물을 애써 삼키며 낡은 액자를 끌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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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글] rinfiànco (Side.D) - 上

2015. 7. 18. 21:38 | Posted by 아뮤엘

부모님이 돌아가셨다.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느꼈다. 별일 없을 거라며 저택을 나섰던 부모님은 싸늘한 시체가 되어 돌아오셨다. 울고 싶지만, 꾹 참았다. 부모님이 잠들어 있는 관 앞에서 울고 있는 동생들을 끌어안고 토닥거렸다. 집사에게 부모님을 부탁하고 울음을 멈추지 않는 동생들을 껴안고 방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소식이 퍼졌으니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찾아올 것이 분명했다. 발견자의 증언으로는 부모님의 죽음은 사고에 의한 것이라고 했지만, 따로 조사해야겠다고 마음으로 생각하며 동생들을 침대에 눕히고 울음이 멈출 때까지 그 작은 등을 쓰다듬었다. 울다 지쳤는지 잠이 든 동생들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 이불을 덮어주고 방을 벗어났다. 방에서 나오자 집사가 다가와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고맙다고 말을 전한 뒤 방으로 가 옷을 갈아입었다. 제 머리색과 반대되는 칠흑 같은 검은 정장을 꺼내 입고 머리를 단정하게 정리하였다. 방 밖으로 나오니 친척들이 찾아왔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장례는 내일 아침에 치르기로 했지만, 전날 미리 와 하루 머물고 장례에 참여하는 경우도 많았기에 불편함 없이 지낼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저를 찾는 친척들의 요청을 거절하고 집무실에 틀어박혀 서류를 처리하였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무너져 버릴 것 같았으니까. 서류를 정리하다 보니 꽤나 늦은 시간이 되었다. 처리된 서류들을 정리하고 자신을 걱정하는 집사에게 괜찮다고 말하였다. 그것보다 부모님의 부고에 놀랐을 동생들이 걱정돼 자신의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조용히 방문을 열자 잠이 든 동생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불게 물든 눈가를 보고 있자니 가슴이 아렸다. 부모님을 찾는지 허공에 손짓하는 동생들을 끌어안고 작게 토닥거려 주었다.


잠이 들었었는지, 눈을 뜨니 창문으로 막 동이 트기 시작한 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조심스레 몸을 일으켜 욕실로 들어가 샤워를 하고 나오니 잠에서 깬 것인지 동생들이 울고 있었다. 울고 있는 동생들을 달래고 있으니 집사가 유모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왔다. 유모가 제 품에 안겨 우는 동생들을 안아 달랬다. 유모에게 부탁한다는 말을 전하고 집사가 건네는 옷을 받아들고 옆방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었다. 젖은 머리를 말리고 정리를 하고 있으니 집사가 오늘의 일정에 대해 말했다. 일정이라고 해봤자 조문객을 맞이하는 것이 다였지만. 하나둘 도착하는 조문객들을 맞이하다 보니 부모님을 묘에 안치하는 시간이 다가왔다. 동생들과 같이 가야 하기 때문에 방으로 가니 막내동생은 괜찮았지만, 제 둘째동생은 충격이 컸는지 이불에서 나오질 않았다. 둘째 동생을 달래는 유모에게 괜찮다고, 그냥 혼자 있게 해주자고 말하며 막내동생의 손을 잡고 방 밖으로 나왔다. 일어나자마자 울어서 그런지 좀 가라앉았던 눈가는 다시 붉게 물들어있었다. 아직 시간이 남아있었기에 몰려오기 시작하는 조문객들을 하나둘 맞이하였다.

“저기 장남은 역시...”

“...니까요.”

“역시 ...라는 걸까요?”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애써 외면하였다. 자신을 대신해 속으로 화를 내는 동생을 봐서라도 참자는 마음이었을지도 모른다. 볼을 부풀린 채, 저를 욕하는 사람들을 향해 힐끔힐끔 째려보는 동생의 모습을 보니 화가 가라앉았으니까. 시간은 흘러 부모님을 묘에 안치시키는 시간이 되었다. 작은 도련님을 모셔올까요? 라고 묻는 집사의 말에 혼자 있게 내버려두라는 명을 내리고 막내동생의 손을 잡고 묘지로 발걸음을 옮겼다. 모든 과정을 묵묵히,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바라보고 있었지만, 제 떨리는 손만큼은 숨길 수가 없었다. 


모든 장례가 끝나고 조문객들이 돌아갔다. 그들로 인해 떠들썩했던 집안도 다시 고요를 되찾았다. 라고 생각했던 것도 잠시 제 친척들로 인해 다시 시끄러워졌다. 갑작스러운 부모님의 부재에 대해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에 관해 묻는 친척들의 말에 잠시 기다려달라고 말했지만, 제 말은 들리지 않는 것인지 자신이라면 이렇게 할 수 있다며 서로 앞다투어 말하는 모습을 보자니 역겹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자신은 어렸고, 제 동생을 지키기 위해서는 그들의 힘이 필요하다는 것은 사실이었기에 쉽게 내칠 수도 없었다. 결국, 한명 한명 이야기를 듣고 상대해주다 보니, 끝도 없이 매달렸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자신이 알아서 할 테니 돌아가라고 말하였다. 제 명에 알았다며 웃으며 나갔지만 속으로 뭐라 말할지는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어린놈이 건방지다 따위의 말들을 지껄이겠지. 애써 괜찮은 척 자세를 유지하며 서류를 읽었다. 사실 서류의 내용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지만. 집사의 친척들이 모두 돌아갔다는 말을 전해 듣고 나서야 긴장을 풀 수 있었다. 집사에게 수고했다고 쉬라고 내보낸 뒤, 소파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 힘들다. 아버지는 홀로 이들을 상대했겠지. 혼자서 이 외로운 자리에 앉아 가족들을 지키기 위해 홀로 싸우셨을 것을 생각하니 감긴 눈 사이로 눈물이 흘러나왔다. 자신이 가문을 잘 다스리며 지킬 수 있을까? 제 동생들을 저 악마들의 손에서 지킬 수 있을까? 자신은 아직 어렸다. 정치에 대해서도 아직 아는 것이 많지 않았고, 서투른 것이 많은 배울 것이 더 많은 아이였다. 갑자기 짊어지게 된 것들이 너무 무거웠다. 힘들다. 멈추지 않는 눈물을 한 손으로 가리고 혹여나 누가 들을까 숨죽여 울었다. 오늘만.. 오늘 하루만 울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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