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는 날은 싫었다. 쓸모없는 기억들을 떠올리게 하니까. 창밖으로 쉴 새 없이 내리는 비를 바라보다 이내 커튼을 쳤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연구에 대한 것들을 적어 내리던 노트를 내려놓고 몸을 일으켰다. 계속 앉아있던 탓인지 우드득 소리를 내는 몸을 스트레칭으로
풀었다. 연구실의 불을 끄고 부엌으로 가 찻물을 끓였다. 평소 즐겨 마시진 않지만, 우유와
꿀을 꺼내 밀크티를 탈 준비를 하였다. 완성된 밀크티를 테이블에 놓고, 같이 곁들일 티푸드를 찾아 찬장을 뒤적거렸다. 뭐 괜찮은 것이 없나 찾는데,
얼마 전 회사 여직원이 선물이라며 준 쿠키가 눈에 들어와 꺼내 들고 소파에 앉았다. 고급스러운 포장지를 뜯으니 아기자기하게 들어있는 쿠키가 눈에
들어왔다. 딱 봐도 수제 쿠키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신에게 수제 쿠키를 선물한 의도를 알 수 없었지만, 뭐 맛만 좋다면야 라는 생각으로
쿠키 하나를 집어 먹었다. 제가 단것을 싫어하는 걸 아는지 몰라도 그리 달지 않아 달게 탄 밀크티와 어울렸다. 쿠키 자체도 맛있었기에 평소 쿠키를 즐기지 않던 자신도 계속 집어 먹게 되었다. 밥을 먹지
않아서 그런지, 꽤 많은 양의 쿠키를 먹었다. 더 이상 먹으면 안 될 것 같아 상자를 덮고 끈적한 손을 닦기
위해 싱크대로 발걸음을 옮기는데 밖에서 초인종이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 시간에 누구지? 라는 생각에 손을 씻고 현관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누구십니까?"
"날세, 렉스"
"무슨 일이라도 있냐?"
비
오는 날, 사람을 밖에 세워두는 것은 예의가 아니므로 문을 열어 그가 들어오게 하였다. 비에 젖었을 거라 생각했는데
뽀송뽀송한 녀석을 보니 왠지 문밖으로 내보내고 싶었지만, 그 마음을 꾹 누르고 그가 들어올 수 있게 비켜섰다.
"무슨 일이냐"
"자네가 오늘
찾아와 달라고 하지 않았나?"
"아...그랬던가?"
곰곰이 생각해보니 얼마 전, 이번 연구에 대한 의견을 묻고자 그에게 오라고 했던 것 같기도
했다. 아니 했었다. 미안하다고 말하니 그는 괜찮다며 소파에 앉았다.
"차라도 마실래?"
"아아, 그럼
고맙지. 그건 그렇고 이건 뭔가?"
"어, 그거? 저번에 회사 여직원이 선물이라고 준 건데 달지 않아서 꽤 괜찮더라"
"흐응.."
그가 좋아하는 차를 타 그에게 건네주었다.
그에게 여기서 기다리라고 말하고 연구실로 가 그에게 의견을 묻고자 한 부분들을 적은 노트를 가져왔다.
실은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자고 싶었지만, 저 빗속을 뚫고 왔을 그에게 미안했기 때문에 그에게 물으려던 것을
빨리 묻고 쉬어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는 노트를 받아들고 자신을 빤히
바라보더니 그의 옆자리를 탁탁 쳤다.
"뭐냐."
"이리오게."
"....??"
그의 옆자리에 앉자 큰
손이 제 눈을 가리고 그대로 눕게 하였다.
"어...???"
"한숨 자고 있게. 어차피 묻고자 하는 내용은 이
노트에 있으니 여기에 답을 적도록 하지"
제 등을 토닥이는 손길에 자신도 모르게 눈이 감겼다. 쓸데없이 눈치가 빠른 그가 얄미웠지만
싫지는 않았다. 나중에 고맙다고 말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수마에 몸을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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