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가를 두들기는 빗소리가 마치 오케스트라의 연주자처럼 아름다운 음을 연주하였다.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하며 들고 있던 노트를 내려놓았다. 어쩐지 춥더라니. 작게 투덜거리며 낡은 가디건을 꺼내 입었다. 춥다고 느끼기 시작해서 그런 것인지 연구하느라 느끼지 못했던 한기가 몰려왔다. 일어난 김에 따뜻한 차라도 끓여 마실까 싶어 연구실에서 나와 부엌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주전자에 물을 넣고 끓을 동안 찬장에서 찻잔을 꺼냈다. 최근 즐겨 마시는 찻잎을 꺼내 세팅을 마치니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 무엇이 문제일까 고민하던 드렉슬러는 티푸드가 빠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티푸드를 같이 즐기는 것보다 차 자체를 즐기는 것을 좋아하는 자신이었지만, 오늘따라 티푸드를 같이 즐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가자니 창가로 보이는 세찬 비가 내리는 바깥 풍경에 집 밖으로 나가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티푸드를 안 먹기에는... 이럴 때마다 저택에서 나온 것이 후회되었다. 적어도 저택에 있을 때는 편했으니까. 그건 부정할 수 없었다.
“아... 어떡하지”
물은 끓기 시작했는지 작은 소음을 내며 수증기를 내뿜었다. 불을 끄고 의자에 앉아 이대로 차를 마실까, 아니면 저 밖으로 내리는 세찬 비를 뚫고 티푸드를 사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현관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들렸다. 궂은 날씨에 저를 찾아올 이는 없으리라 생각했기에 잘못 들었겠지. 라고 생각하며 팔팔 끓는 물로 찻잔을 데웠다. 다시 문을 두들기는 소리에 현관으로 가 살짝 문을 여니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알베르토?”
“아아.. 잘 지냈나?”들고 온 우산은 이미 제 기능을 상실한 듯 반쯤 꺾여있었다. 손님을 밖에 세우는 것은 예의가 아니었기에 집안으로 들어오라고 한 뒤, 욕실에서 수건을 꺼내 왔다. 수건을 건네주자 젖은 머리를 대충 말리며 꺼내보라며 가방을 건네주었다. 뭐지? 라는 생각을 하며 연 가방 안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가게의 쿠키와 컵케이크가 잘 포장되어 있었다. 세찬 비에 젖지 않았다는 것이 놀라울 정도로 물기 하나 없는 모습에 놀라 알베르토를 보니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온몸으로 지켰냐?”
“젖으면 저 비를 뚫고 가지고 온 의미가 없으니까”
“미련한 놈”
툴툴거리며 그가 입을 만한 옷을 건네주자 그는 고맙다고 말하며 옷을 들고 욕실로 들어갔다. 젖은 그의 옷을 빨래바구니에 넣고 물로 흥건한 바닥을 치우자 샤워를 마쳤는지, 그가 거실로 나왔다. 도와주겠다는 그의 말에 다 끝났으니 가서 앉아있으라고 말하고 청소를 마무리하였다.
“그건 그렇고 티푸드라니. 너 이거 싫어하지 않냐?”
평소 단것을 즐기지 않는 알베르토를 떠올리며 말하자 그는 작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늘 이 시기가 되면 자네가 찾지 않나”
“엉?”
“매해 장마철이 되면 비는 내리는데 차와 같이 먹을 티푸드가 없다고 늘 입버릇처럼 말하지”
“아.....”
아무 생각 없이 내뱉은 말들을 그가 기억할 거라고는... 붉어진 얼굴을 가리며 부엌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뒤따라 온 건지 뒤에서 끌어안는 손길이 느껴졌다.
“놔라. 새꺄”
“말하다 말고 어딜 가나. 렉스”
“너 추울까 봐 차 끓여 주려고 한다. 왜 싫어?”
품에서 저를 놓지 않는 그를 팔꿈치로 치니 제 볼에 살짝 입을 맞추고 웃으며 떨어졌다.
“맛있는 차 기대하겠네.”
“걷다가 넘어졌으면 좋겠네. 진짜”
키득키득 웃으며 그럴 일은 없으니 걱정말게라고 말하며 소파에 앉는 그의 뒤통수를 향해 빈 가방을 던지고 다시 불을 켜 물을 끓였다. 허전했던 빈자리에 채워줄 티푸드를 세팅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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