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으로 인해 회사에서 벗어나 일본에 와있었다. 동양은 처음이었기에 신기해 이곳저곳 기웃거리게 되었다. 키가 작은 사람들, 길가에 보이는 사람들 밤하늘처럼 검은 눈과 머리카락을 가졌다. 자신을 안내하는 회사에서 붙여준 사람을 따라 자신이 묵을 숙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도착한 숙소는 분홍빛 꽃잎을 흩날리는 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아름다웠다. 저렇게 아름다운 나무가 있다니 놀라웠다.
“저기 저 분홍색 꽃잎을 가진 나무는 뭐라 부르나?”
“아아, 저건 이 일본의 국화인 벚꽃이라고 합니다”
“흐응..”
멍하니 서서 나무를 구경하는데 옆에 서 있던 가이드가 슬슬 가봐야 한다고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미안하다고 말하며 숙소로 들어갔다. 배정받은 방에 짐을 풀고 갑갑한 정장을 벗고 준비된 옷으로 갈아입었다. 유카타..? 라고 하던가. 뭔가 헐렁한 느낌이 들기도 했는데 입고 있다 보니 편했다. 가져온 서류를 처리하다 보니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문을 여니 가이드가 약속 시각이 되었다고 슬슬 준비해달라고 말했다. 알았다고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말하고, 가져온 정장으로 갈아입고 방 밖으로 나왔다. 남자가 안내하는 곳을 말없이 따라가니 어떤 방 앞에 멈추어 방문을 열었다. 그에게 인사를 하고 안으로 들어가니 자신을 이곳까지 오게 한 장본인이 앉아 있었다. 마주 앉아 형식적인 인사를 나누고, 일에 대한 말을 나누었다. 긴 식사 시간을 보냈다. 서로 조금이라도 더 이득을 챙기기 위해 식사 시간 내내 팽팽한 신경전을 펼쳐졌다. 자신도 회사를 대표하는 입장에서 왔기 때문에 최대한 회사에 이득이 되도록 해야 했기 때문에 양보할 수 없었다. 애초에 사람을 상대하는 것에 익숙하지도 않았고, 남의 비위를 맞추는 것은 더더욱 자신과 맞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힘들었다. 지친 몸을 이끌고 방으로 돌아왔다. 멍하니 누워 있는데 자신의 지친 모습을 본 가이드가 온천이라도 즐기지 않겠냐며 말을 건네 왔다. 온천이라.. 괜찮겠지라는 생각에 몸을 일으켰다.
“크으~ 시원하네”
온천수에 몸이 늘어지는 것을 느꼈다. 고된 회사 업무로 쌓인 피로가 풀리는 기분이었다. 충분히 온천을 즐기고 방으로 돌아왔다. 온천으로 피로가 풀려서인지 감겨오는 눈에 준비된 이불에 몸을 맡겼다.
눈을 뜨니 이미 해는 중천에 떠 있었다. 오랜만에 푹 자서 그런지 기분이 좋았다. 욕실로 들어가 샤워를 하고 나오니 가이드가 룸서비스를 시킨 것인지 식사가 준비되어 있었다. 평소 자신이 사용하던 포크와 나이프가 아닌 기다란 막대 두 개가 준비되어 있었다.이걸 어떻게 써야 하나 고민하다가, 뒤늦게 포크를 건네주는 숙소 직원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늦은 아침 겸 점심을 먹었다. 밥도 먹었겠다 떠나기 전 마을이나 둘러볼까 싶어 가이드에게 안내를 부탁하고 숙소를 나섰다. 활발한 시장과 처음 보는 것들이 많아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마을을 둘러보고 돌아오는 길 가이드가 어딘가를 들려도 되냐고 물어봤다. 나는 괜찮다고 말하며 그의 뒤를 따라갔다. 그가 도착한 곳은 어떤 가게였다. 향기로운 향이 가득 나는 가게에 여기가 어디냐고 물어보니 차를 파는 가게라고 했다. 무슨 차가 있나 싶어 구경하는데 가이드가 자신에게 어떤 병을 건네주었다. 이게 뭐냐고 물으니 벚꽃 차라고 말했다. 병 안을 보니 연 분홍색을 지닌 꽃들이 제 색을 잃지 않고 담겨있었다. 아름다웠다. 놀러 온 기념으로 사 갈까 싶어 계산하기 위해 한 병을 올려놓는데, 차를 파는 상인이 뭐라 말을 하였다. 무슨 뜻인지 몰라 가이드에게 물어보니 이 차가 기침이나 숙취, 식중독에 좋다고 말하고 있다고 통역해주었다. 숙취라... 매번 자신과 술을 마시면 지독한 숙취에 시달리는 고동빛 머리칼을 가진 이가 떠올랐다. 녀석도 차를 좋아하기도 하고, 그리 단 차도 아니라고 하니... 벚꽃 차를 하나 더 사 들고 숙소로 향하였다. 조금은 기뻐해 주려나 선물을 받고 좋아할 그의 얼굴이 떠올랐다. 이 작은 선물이 그의 마음에 들기만을 바라며 작게 미소를 지으며 가벼워진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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