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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라드렉] bifurcación

2015. 8. 23. 01:24 | Posted by 아뮤엘

어느 순간 뒤를 돌아보니 나는 항상 선택의 갈림길 위에 서 있었다. 오늘은 무엇을 먹으면 좋을지, 오늘은 무엇을 할지. 평소라면 생각하지 않았을 것들에 대해 고민을 하고 더 나은 결과를 이끌어내 선택한다. 무엇이 나를 이리 만들었나 생각해보니 모든 선택의 중심에는 네가 있었다. 그래 너와 만나고 나서부터 나의 모든 것이 바뀌었다. 

“드렉슬러 아저씨!” 
아앙? 무슨 일이냐” 
고된 서류 업무로 혹사당한 허리를 스트레칭으로 풀며 저에게 말을 건 이를 바라보았다. 어느새 다가온 노란 우비를 입은 작은 소녀가 제 앞에 서서 무언가를 내밀었다. 
“요즘 피곤하신 것 같아서 마를렌 언니와 함께 만들어봤어요” 
“엥? 뭔지 모르겠지만 고맙다”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어요” 
“선물은 마음이 중요한 거다. 고로 내 마음에 쏙 드니 걱정 마라, 샬럿” 
기특한 마음이 들어 제 앞에 서 있는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자니, 언제 왔는지 샬럿은 이제 저랑 놀러 갈 거라고요! 라고 외치며 샬럿의 손을 잡고 사무실을 나서는 흑발의 양 갈래 소녀의 모습에 저도 모르게 소리 내 웃고 말았다. 제 모습이 신기했는지 어느새 다가온 알베르토가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뭐라 답하면 좋을까 순간 고민하다 이내 떠올린 답을 말하였다. 
“아아, 우리 작은 아가씨에게 선물을 받았거든” 
“....아가씨라... 아아
, 샬럿 양인가?” 
별일 아니니 네 자리로 가서 일이나 해라. 저어기 어떤 분께서 노려보고 계신다” 
“...그게
 좋겠군.” 
저 멀리서 자신들을 노려보고 있는 타라의 모습에 알베르토를 돌려보내고 놓았던 서류를 다시 들었다. 최근 밀려오는 업무에 연이어 야근한 상태였기에, 오늘만은 야근을 피하고 싶었다. 마지막 남은서류를 처리하고 시계를 보니 퇴근까지 십여 분이 남아있었다. 다행히 야근은 피한 건가? 샬럿에게 받은 선물을 조심스레 가방에 챙기고 정리된 서류들을 들고 보고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수고했다며 가서 쉬라는 윌라드의 말에 한결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사무실로 돌아와 가방을 챙겼다. 오랜만에 일찍 퇴근해서 그런지, 회사 밖의 풍경이 어색했다. 일찍 끝난 김에 장이라도 볼까 하는 마음에 시장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연이은 야근에 장을 볼 시간이 없어, 냉장고가 텅 비었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채소와 과일, 육류 등식재료를 사고 나니 양손 가득 짐이 들려 있었다. 오늘 저녁은 스테이크를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걷다 보니 어느새 집 앞에 도착해 있었다.짐을 내리고 잠긴 문을 열쇠로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낯익은 구두가 눈에 들어왔다. 

“...??...” 
“아아
, 왔나?” 
“네가 왜 여깄냐?” 
“일이 끝났으니까. 당연한 게 아니겠나? 
“아니. 그러니까 왜 네 집에 안 가고 내 집에 있냐고 묻고 있잖냐. 짜샤 
양손에 들린 제 짐의 존재를 알았는지 자연스레 받아들고 부엌으로 향하는 알베르토의 모습에 멍하니 서 있다 따라가며 물었다. 당연하다는 듯 대답해오는 알베르토의 태도에 어이가 없었다. 뭐.. 한 두 번 겪는 것도 아니고.. 이제 익숙해지자 다리오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오늘 저녁은 스테이크와 간단히 채소를 곁들여 먹으려고 했지만, 그 계획을 변경해야 할 것 같았다. 고기를즐겨 먹는 자신과 달리 알베르토 녀석은 고기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으니까. 오늘 사온 재료들을 천천히 떠올리며 알베르토가 좋아할 만한 메뉴를 생각하고 있자니 뒤에서 알베르토가 끌어안는 것이 느껴졌다. 
“....뭐냐
?” 
“뭘 그리 생각하고 있나, 렉스” 
“네 녀석을 내쫓을 방법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왜” 
으음.. 오늘은 가스파초와 빠에야가 좋겠어.” 
“시발, 진짜 귀찮은 것만 시키지?” 
“날 내쫓을 생각을 한다며, 거짓말이었군?” 
아......” 
피식
 웃음소리를 내며 제 볼에 입을 맞추고 거실로 유유히 발걸음을 옮기는 알베르토의 모습에 괜스레 짜증이 났다. 토마토 하나를 꺼내 던지니 알베르토 녀석은 에피타이전가? 맛있게 먹겠네라며 던진 토마토를 한입 베어 물며 제 방향으로 손을 흔들었다. 
"아오!! 진짜!“ 
“맛있는 저녁 기대하고 있겠네, 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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