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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occolata

2015. 8. 9. 20:23 | Posted by 아뮤엘

힘들다. 제 앞에 높게 쌓인 서류를 보고 있자니 머리가 아파졌다. 언제쯤이면 줄어들까? 요 며칠간, 야근하면서까지 서류를 처리한 것 같은데 처음 그대로의 높이를, 아니 오히려 더 늘어난 것 같은 높이에 한숨이 나왔다. 도대체 뭘 어떻게 하면 이렇게 서류가 늘어나기만 하는지 일을 내려주는 상부에 묻고 싶었다. 최근 회사가 바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일도 적당히 줘야지 하루하루 지쳐만 갔다. 차라리 뭐라도 먹으면서 하면 좋을 텐데, 무슨 일이라도 있었는지 갑작스럽게 다이어트를 시작한 어떤 분 때문에 사무실에서 무언가를 먹는다는 것은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오랜 시간 동안 앉아 일을 해서 그런지 몸이 찌뿌둥했다. 가볍게 기지개를 켜고 휴게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굳은 몸을 풀고자 스트레칭을 하니 우두둑거리는 소리와 함께 굳었던 몸이 풀리는 것이 느껴졌다. 그렇게 굳은 몸을 풀고 이대로 좀 더 쉬다 들어갈까 고민하는데 유리창 건너로 보이는 뜨거운 시선에 조용히 휴게실의 문을 열고 사무실로 돌아갔다. 익숙한 자리에 앉아 쌓여있는 서류를 조금씩 처리해나갔다. 빨리하면 처리하는 만큼 늘어났으므로 너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서류를 처리하였다. 너무 느리게 했다간 꾀부린다고 뒤에서 불덩이가 날아올 것이 뻔했다. 몸을 살짝 젖혀 옆을 보니 매우 수척해진 얼굴을 한 알베르토의 모습이 보였다. 작게 괜찮냐고 물으니 견딜 만 하다고 작게 대답해왔다. 멍하니 빨리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빌며 서류를 처리했다.
"어.. 이건?"
"무슨 일이라도 있나?"
서류가 잘못 분배된 것인지 윌라드의 서류가 저한테 와있었다. 알베르토에게는 별일 아니라고 대답해주고 혹시 잘못 섞인 서류가 있나 확인하였다. 다행히 잘못 온 것은 방금 자신이 발견한 것뿐이었는지 다른 서류는 다 제 몫이었다. 조금이라도 쉴 수 있는 기회다! 라는 생각에 몸을 일으켰다. 서류를 들고 일어서니, 일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는지 아까와 같은 뜨거운 눈초리는 없었다. 한결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윌라드가 있는 이사실에 도착하였다. 노크를 하니 안에서 들어오라는 허락의 말이 들려왔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자신보다 더 많은 양의 서류에 둘러싸인 윌라드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살아있냐고 물어보니 허허..하고 웃음으로 대답하는 그의 모습에 왠지 모르게 짠해졌다.
"무슨 일입니까?"
"서류가 섞였더라고"
"아아.. 그건 제가 일부러 그런 것입니다."
"앙?"
그는 제가 건넨 서류를 받아들며, 제 손에 무언가를 올려놓았다.

"이게 뭐냐?"
"장시간 업무를 하느라 피곤하실 것 아닙니까? 피곤할 때 당을 섭취하면 피곤이 좀 풀린다고 하니까요"
꽤 고급스러운 포장지로 감싼 초콜릿 세 개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니 너무 늦으면 그녀가 화내지 않을까요? 라고 말하는 그의 말에 정신을 차리고 고맙다고 말하며 방을 나왔다. 일단 하나를 까서 입에 넣으니 달콤하면서도 씁쓸한 풍미가 입안을 가득 채웠다. 그리 많이 달지 않아 제 입맛에도 딱 맞았다. 남은 두 개를 어찌할까 고민하다 보니 어느새 제 자리에 앉아 서류를 처리하고 있는 제 모습이 보였다. 아아, 역시 습관이란.. 서류를 처리하면서 남은 두 개 중 하나를 꺼내 옆자리에 앉은 알베르토에게 건네주었다. 그는 물음이 가득한 눈으로 저를 쳐다보았다. 종이에 윌라드가 줬다고 타라 몰래 먹으라고 적어 그의 책상 위에 서류에 대해 물어보는 척 보여주었다. 그는 그녀를 속이고, 그녀 몰래 무엇인가를 먹는다는 것이 걸리는 듯 고민을 하다가 명왕의 부름으로 타라가 자리를 비우자 그때서야 먹었다. 작게 고맙다고 말하는 그에게 작게 으쓱이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사무실의 마녀가 자리를 비운 지금이 기회였다. 반쯤 시체가 되어 서류를 처리하고 있는 다이무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마지막 하나는 쟤한테 줘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작게 종이에 윌라드가 준 것이니 타라가 없는 지금 몰래 먹어라 라고 적어 서류를 들고 그의 자리로 가 물어보는 척 초콜릿과 종이를 건네주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왔다. 멍하니 자신을 쳐다보는 다이무스의 모습에 작게 한숨을 쉬며 손가락을 입에 가져다 대니 그제서야 감사의 인사를 하듯 작게 고개를 숙이며 초콜릿을 먹는 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귀엽긴 짜식. 작긴 해도 당이 들어가서 그런지 조금 힘이 나는 기분이었다. 맑아진 정신으로 서류를 처리하고 있자니 마녀가 사무실로 들어와 초콜릿 먹은 놈 누구야!! 라고 소리를 질렀다. 건너편 앉아 살짝 몸을 움찔거리며 무표정으로 서류를 처리하는 다이무스의 모습이 너무 잘 보였다. 거기다 살짝 고개를 돌리니 몰래 초콜릿 껍질을 책 안에 넣고, 그 책을 또 지 가방 속에 넣어 완벽하게 증거를 인멸하는 로라스의 모습까지 보였다 웃음이 나오는 것을 간신히 참으며 책상에 엎드렸다. 타라는 거기 쓰러지지 말고 일해! 그리고 초콜릿 먹은 놈 진짜 누구야!!! 라고 고함을 쳤다. 솔직히 그녀에게는 조금 미안하지만, 가끔 이러는 것도 꽤 재밌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의외로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서류를 하는 로라스 라던가, 작게 움찔거리며 타라의 눈치를 보는 다이무스 라던가. 결국, 범인을 찾는 걸 포기했는지 이를 갈며 업무를 하는 타라의 모습에 괜스레 미안해져, 나중에 그녀의 다이어트가 끝나면 맛있는 거라도 사줘야겠다고 생각하며 놓았던 펜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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