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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제

2015. 8. 31. 23:43 | Posted by 아뮤엘

2015.09.01~


단편소설 100제

 

 

001. 벚꽃
002. 사람
003. 믿음
004. 바보
005. 비
006. 하늘
007. 말(言)
008. 무(無)
009. 눈물
010. 상냥함
011. 인사
012. 아픔
013. 출구
014. 눈(目)
015. 반복
016. 졸음
017. 잠
018. 소유
019. 손(手)
020. 구조
021. 세계
022. 길
023. 따스함
024. 꿈
025. 발걸음
026. 구름
027. 상처
028. 빗방울
029. 빛(光)
030. 잔상
031. 흑백
032. 별
033. 홀로그램
034. 겨울
035. 외로움
036. 풍경
037. 안개
038. 무지개
039. 그림자
040. 목소리
041. 장미
042. 사라지다
043. 칼
044. 여름
045. 바람
046. 희망
047. 환상
048. 붉음
049. 죄인
050. 노래
051. 살해
052. 문
053. 잃다
054. 표정
055. 감정
056. 흰색
057. 밤
058. 마음
059. 물방울
060. 온기
061. 작은 마을
062. 어둠
063. 기억
064. 결말
065. 생명
066. 존재
067. 나비
068. 한숨
069. 맹세
070. 붙잡다
071. 흉내
072. 용서
073. 인형
074. 외침
075. 안정
076. 진실
077. 거짓
078. 눈속임
079. 결정
080. 비난
081. 혼란
082. 틈
083. 난반사
084. 교차
085. 시간
086. 보고싶다
087. 분함
088. 거품
089. 과거
090. 죽음
091. 올곧다
092. 악
093. 미련
094. 암시
095. 불평
096. 닫히다
097. 인격
098. 폭주
099. 정지
100.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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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글 비밀번호  (0) 2015.05.13

[바레벨져] guilt - 上

2015. 8. 31. 02:00 | Posted by 아뮤엘

해변 립스틱 바레벨져

내게 주어진 환경들은 나를 지치게 하였다. 피비린내가 가시지 않는 곳에서 살기 위해, 자신을 믿어주는 이들을 지키기 위해 다른 이들을 죽이고, 또 죽였다. 자신이 강해질수록 제 손에 묻는 피의 양도 늘어났다. 제 몸을 떠나지 않는 이 역겨운 냄새가 싫었다. 살기 위해서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타인을 죽이는 제 모습도 역겨웠다. 이 모든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보스에게 가 처음으로 휴가를 달라고 부탁했다. 자신의 그런 모습이 놀라웠는지 보스는 제 예상보다 넉넉한 기간의 휴가와 휴가비를 챙겨주었다. 괜찮다고 거절했지만, 보스는 계속 거절하는 것도 실례라며 제 손에 돈 봉투를 쥐여주고 집무실에서 쫓아 내었다. 어딜 갈까? 휴가를 받는 데 성공했지만, 막살 갈 곳이 없었다. 아니 애초에 휴가 요청이 거절될 것이라 생각했기에 딱히 생각하지 않은 탓이 컸다. 일단 집으로 가볼까. 여행을 떠나려면 짐도 챙겨야 했으니, 집 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집으로 오는 길, 냉장고가 텅 비었다는 사실이 떠올라 간단하게 먹을 것을 사기 위해 집 근처 마켓에 들렸다. 당장 내일 떠난다고 해도 오늘 저녁과 아침은 먹어야 했기에 빵과 햄, 약간의 과일을 샀다. 잠긴 문을 열쇠로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최소한의 가구만 놓인 방이 눈에 들어왔다.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집에 있는 일이 드물어 집에 오더라도 잠만 자고 나가는 일이 많았다. 새삼 집 안의 풍경이 삭막하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딱히 꾸밀 방법이 떠오르지도 않았고 그리 불편하지도 않았기에 괜찮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온 식재료를 냉장고에 넣고 샤워를 하기 위해 욕실에 들어갔다. 샤워기에 물을 틀고 가만히 서서 흐르는 물을 맞고 서 있었다. 한참을 그리 서 있다 눈을 떴다. 투명한 물은 어느새 붉게 물들어 제 몸을 적시고 있었다. 구역질이 나는 것을 억지로 삼키고 눈을 감았다. 다시 눈을 뜨자 언제 그랬냐는 듯 투명한 물이 제 몸을 적시고 있었다. 어질 거리는 머리를 붙잡고 욕실에서 나왔다. 뚝뚝 떨어지는 물을 수건으로 대충 닦아내고 침대에 몸을 맡겼다.


그대로 잠이 들었던 것일까? 눈을 뜨니 살짝 열린 창문 사이로 빛이 들어왔다. 벌써 아침인가? 어기적 몸을 일으켜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마셨다. 어제 아무것도 먹지 않고 자서 그런지 출출했다. 햄과 과일을 썰어 간단하게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고, 샤워까지 하니 11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 되었다. 간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소파에 앉아 어딜 갈까 고민하였다. 돌아갈 고향이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딱히 생각나는 곳이 없었다. 그냥 이대로 집에서 휴가 내내 쉴까? 그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계속 어딘가로 떠나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다. 하지만 딱 여기다 싶은 곳이 없었다. 아, 머리 아프다. 뭐라도 보면 괜찮은 생각이 나오지 않을까 싶어 TV를 켰다. 새하얗게 분을 칠하고 립스틱으로 붉게 입술을 칠한 여인들이 나와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는 장면이 나왔다. 아름답다고 환호하는 관중의 모습에 도대체 어디가 아름답다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채널을 돌려도 나오는 것은 엇비슷했다. 싸구려 코미디, 여인들의 로망을 담은 드라마. 몇 번을 돌렸을까? 지친다. TV를 끌까?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돌려보고 꺼야 한다는 마음으로 돌린 채널에는 한적한 해변에서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해변이라 사람만 없다면 괜찮을 것 같았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해변이 있던가? 계절이 계절인 만큼 사람이 많을 텐데. 고민하다 내가 선택한 곳은 최대한 멀리 떨어진 외진 곳에 있는 곳이었다.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사람들은 가지 않게 되니까. 근처에 작은 마을이 있는 해변으로 여행지를 정하고 짐을 챙겼다. 오래 머물 생각은 없기에 적은 수의 옷가지와 세면도구 등을 챙겨 집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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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라드렉] pentimento

2015. 8. 30. 00:44 | Posted by 아뮤엘

비가 내리던 어느 날이었다. 평소처럼 회사로 출근하기 위해 정장을 입고 코 위를 가리는 검은색 반가면을 쓰고 집을 나섰다. 싸울 일이 없다 보니 자연스레 전장이 아닌 사무실에서 일하게 되었고, 무거운 갑옷 대신에 정장을 입는 일이 많아졌다. 제 얼굴을 가려주던 투구를 정장 위에 쓰기에는 너무 언밸런스하다며, 드렉슬러가 늦었지만, 생일 선물 겸 주는 거라며 직접 만들어 준 것이었다. 처음에는 투구와 달리 가벼운 감촉에 혹시 벗겨지지 않을까 걱정되었지만, 직접 벗지 않는 이상 벗겨지지 않을 정도로 잘 만들어져 있었다. 처음 투구가 아닌 가면을 쓰고 회사에 나간 날, 모두가 자신의 가면을 극찬하였다.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마치 원래 거기에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러움에 어디서 샀냐고 물었을 정도였다. 어찌 답해야 할지 고민을 하다 살짝 그가 있는 장소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는 손가락으로 입술을 살짝 가렸다 다시 서류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나는 지인에게 선물을 받았기에 어디서 구해왔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하며 자리로 걸음을 옮겼다. 딱히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었기에 양심에 찔리진 않았다. 솔직히 생각해보면 그와 연인관계로 지내면서 그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받은 선물이었던 것 같다. 서로 바쁜 것도 있고, 기념일을 챙기는 성격도 아니다 보니 간단하게 저녁 식사를 먹는 정도로 끝냈었기 때문이다. 그에게 답례해야지, 생각만 하다가 바쁜 업무에 잊고 있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최근 자신과의 만남을 꺼리듯 자신을 피해 다니는 드렉슬러의 행동도 한몫을 했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는 생각에 당장 오늘이라도 회사에 양해를 구해 일찍 업무를 끝내고, 그에게 줄 선물을 찾으러 다녀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빠른 걸음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회사로 가는 길, 빗방울이 하나둘 떨어지더니 이내 굵어졌다. 거세게 내리는 비에 잠시 근처 상점에 들렸다. 금방 그칠 거라 생각한 비는 제 예상과 달리 시간이 지나도 그치지 않고 내렸다. 검은색 우산을 펴고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오늘따라 내리는 빗소리가 구슬프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별일 아닐 거라는 생각을 하였다. 겨우 도착한 회사는 입구에서부터 소란스러웠다.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 속 울음이 섞인 목소리도 드문드문 들어왔다. 무슨 일이라도 생겼나? 사람들을 비집고 들어가니 울고 있는 아이들과 조노비치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무슨 일이냐고 묻자 그나마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던 홀든이 제 손을 잡고 따라와 달라며 어딘가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그에게 이끌려 자신이 향한 곳은 이사실이었다.여기는 왜? 그에게 의아하다는 얼굴로 바라보자 그는 조용히 문을 열어주며 눈짓으로 안을 가리켰다. 그가 자신을 속일 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았기에 작게 인사를 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이사실로 들어가니 수척해 보이는 크루그먼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하루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조심스레 인사를 건네자 그제서야 자신의 존재를 알아차린 듯 자신을 향해 인사를 건네왔다. 무슨 일이 있었기에 회사 분위기가 이러냐고 묻자 그는 말없이 작은 상자를 자신에게 건네주었다. 조심스레 상자를 여니 상자 안에는 팔이 들어있었다. 그래 자신이 잘 아는 팔이 상자 안에 붉게 물든 채 들어있었다. 새파랗던 제복은 피에 젖어 짙은 남색으로 물들어있었고, 그가 자랑하던 창은 무엇인가에 절단된 듯 일부만이 남겨져 있었다.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니기만을 빌며 떨리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크루그먼에게 물었다. 이게 무엇이냐고.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금고로 다가가 열더니 쪽지와 작은 열쇠를 꺼내 자신에게 전해주었다. 멍하니 제 손에 놓인 것들을 보고 있자니, 다리오가 죽었을 때 자신에게 전해주라고 부탁한 것이라며 자신은 분명 전해줬다고 말하며 등을 돌렸다. 유품...인가? 그에게 더 묻고 싶었지만, 잘게 떨리는 그의 뒷모습에 조용히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 쪽지에 적힌 곳을 향해 달렸다.


쪽지에 적힌 곳은 자신도 잘 아는 곳이었다. 자신도 자주 가는 곳이었으니까. 세찬 비를 뚫고 도착한 곳은 제가 사랑하는 이의 보금자리였다. 조심스레 문을 열자 피 냄새가 제 후각을 자극하였다. 피비린내를 따라 자신이 도착한 곳은 안방이었다. 새하얗던 시트는 검붉게 물들어 있었고, 곳곳에 튀긴 피와 부서진 물건들만으로도 어떤 상황이었는지 짐작이 갔다. 쪽지에 적힌 곳은 이 안방 침대 바닥이었다. 침대를 옆으로 미니 작은 문이 보였다. 핏자국으로 범벅된 문고리를 보아하니 그가 이곳으로 도망쳤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다급해졌다. 다급한 마음 때문일까 자꾸 엇나가는 열쇠에 잠시 마음을 가다듬고 열쇠로 문을 열었다. 문을 여니 사다리가 눈에 들어왔다. 조심스레 사다리에 다리를 걸치고 아래를 향해 내려갔다. 다 내려가니 어떤 원리인지 모르겠지만 어두웠던 시야가 갑작스레 밝아졌다. 급격한 변화에 눈을 감고 적응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 조심스레 눈을 뜨니 제 눈에 들어온 것은 평온한 듯 눈을 감고 잠이 든 제 연인의 모습과 각종 가면과 창이 나열되어있는 방이었다. 정갈하게 입고 다니던 제복은 칼에 베인 듯 다 헤져 있었다. 조심스레 무릎을 꿇고 생채기가 생긴 얼굴을 만졌다. 차갑게 식은 그의 얼굴은 그가 더는 이곳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새삼 다시 깨닫게 해주었다. 사랑하는 연인의 입에 마지막으로 입을 맞추고 자신이 입고 있던 코트를 벗어 덮어주었다. 그를 따뜻한 곳으로 데려다주기 위해 안아 드는데 무엇인가가 그의 품에서 떨어졌다. 몸을 낮춰 떨어진 것을 주웠다. 유일하게 붉게 물들지 않은 종이를 펼치니 종이에는 참으로 그다운 글이 적혀있었다.


[되도록 직접 전해주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할 것 같다. 잘 지내라. 미안하다. 그리고 사랑한다.]


네가 살아 있는 것이 더 큰 선물이었을 텐데 그에게 받기만 하는 자신의 모습이 너무 한심해서, 자신이 사랑하는 이를 이렇게 떠나 보내야 하는 현실에 참고 있던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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