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네.”
올곧게 나를 바라보는 너의 시선을 피해 등을 돌렸다.
“미안하지만, 나는 관심 없다.”
꽤 단호한 거절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말이었다. 하지만 너는 익숙해졌다는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이더니, 들고 있던 초콜릿을 입에 넣어주곤 내일보자며 방을 나섰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다 뒤늦게 혀가 아릴정도로 달콤함이 입안에 퍼졌다. 연일 이어진 야근으로 인한 피로감이 조금 나아지는 것을 느끼며, 책상 위에 쌓인 서류를 처리하였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지긋지긋한 서류더미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뻐근한 몸을 간단한 스트레칭으로 풀어주었다. 시계를 보니 4시가 조금 지나가는 시각이었다.
서류도 다 제출하고 승인까지 받았겠다, 다른 일도 없으니 조금 이르지만 퇴근을 하기로 마음먹고 겉옷을 걸쳤다. 서랍 안에 넣어두었던 지갑까지 챙기고 방문을 나서자 조노비치의 얼굴이 보였다.
“벌써 퇴근 하는 거야?”
“설마 일이 생긴 건 아니겠지?”
“그런 일로 찾아온 거 아니니 걱정마. 그렇지 않아도 일찍 퇴근하라는 말을 하기 위해 온건데 전할 필요는 없었던 것 같네?”
그렇지 않아도 찾아가서 말하려던 참이라고 대충 둘러대며, 방문을 잠갔다. 내일 보자며 인사를 건네고 집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요 며칠간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처음 시작은 그래, 별이 무척이나 아름다웠던 어느 날이었다. 그날도 전날 연이은 야근을 배려하듯, 일찍 끝난 업무에 알과 같이 저녁을 먹기로 했다. 단골 식당에 들렸다 나오는 길, 오랜만에 별을 보며 맥주를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간단한 안주와 맥주를 사들고 옥상으로 올라가니 상쾌한 바람과 함께 별들이 맞이해주었다. 오랜만의 휴식인데다가, 아름다운 밤하늘을 보고 있자니 기분이 좋아졌다.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생도시절이야기, 회사에서 있었던 일등 여러 이야기가 오갔다. 어느새 늘어난 술병들로 인해(집에서 술을 더 가지고 올라왔다.)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때쯤, 알이 진지한 얼굴로 말을 건넸다.
“렉스. 혹시라도 이 긴 전쟁이 끝난다면, 뭘 할 예정인가?”
“흐음... 글쎄다? 만약, 만약에 그런 날이 온다면 모든 걸 내려놓고 긴 여행을 하고 싶어.”
“여행이라... 여행도 좋지, 그래.”
들고 있던 잔을 내용물을 비우고, 씁쓸한 미소를 짓는 알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내 잔에 남은 술을 따라 마셨다. 별은 이토록 아름다운데 그날따라 술은 쓰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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