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에 들어오자마자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고 말았다. 눈꺼풀을 비집고 흘러나오는 액체를 나는 막을 수가 없었다. 무릎을 끌어안고 한참을 울었다. 눈물샘이 마르고, 억지로 참은 탓에 목이 감겼을 무렵 나는 일어날 수 있었다.
축축해진 소매가 거치적거려 옷을 갈아입고 얼굴을 닦았다. 눈가가 불게 물든 채 부어올라 천이 스칠 때마다 아파왔다. 몸도, 마음도 걸레 조각이 되었기에 아무것도 하기 싫어졌다. 일찍 잘까? 침대로 발걸음을 옮기다 바닥에 떨어진 무언가가 눈에 들어왔다. 뭐지? 가까이 다가가서 들어 올린 물건은 어머니의 일기장이었다. 그 와중에 놓지도 않고 들고 온 자신이 어이없어 헛웃음만 나왔다. 나중에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일기장을 비밀 서랍장에 넣었다. 부모님의 유품을 정리하는 사이 시트를 정리한 것인지 뽀송뽀송한 촉감의 이불이 자신을 반겼다.
얼마나 지났을까? 자다 깨는 것의 반복을 통해 지쳐 무척이나 얕은 잠에 빠졌다. 주변이 무척이나 고요했기에 그 고요하던 공기가 불청객으로 인해 흐트러졌다. 누굴까? 궁금했지만, 감긴 두 눈꺼풀이 무거워 뜰 수가 없었다. 눈꺼풀과의 싸움에서 패배한 나는 그냥 누워있길 선택했다. 사실 자신에게 적의가 없어 보이는 것이 제일 컸다. 어느새 침대에 걸터앉은 불청객은 제 머리를 쓰다듬었다. 굳은살로 인해 거칠지만, 무척이나 따뜻한 손길. 나는 이 손길의 주인공이 누군지 알 수 있었다. 분명 일로 바쁘다고 들었는데, 그냥 방으로 가서 쉬지. 가슴 한편이 불편해져 잠결인 척 돌아누웠다. 그런 제 맘을 아는 것인지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은 다정하기만 했다.
“내가 좀 더 신경을 써야 했는데, 무책임했구나. 미안하다.”
형이 왜 사과하고 있는지 반박을 하고 싶었지만, 다정한 손길에 이끌려 의식이 점점 멀어져 가고 있었다.
“조금만 버텨다오. 곧 마무리될 터이니. 모든 일이 끝나면 셋이서…….”
나는 괜찮으니 걱정 말라고 답하고 싶었지만, 그 말은 전해지지 않은 채 어둠에 잠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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