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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라드렉] contrattacco

2015. 10. 4. 00:17 | Posted by 아뮤엘

보기 좋게 잘 정돈된 결 좋은 고동색 머리카락. 푸른 하늘을 닮은 듯 맑고 깨끗한 푸른 눈. 굳게 닫힌 붉은 입술. 지나치게 절제된 삶을 살아가는 너. 스스로의 욕망을 억누른 채, 모범적인 기사의 모습을 삶을 살아가는 너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이따금 장난을 치게 된다. 성인 잡지를 실수인 척 너의 침대 위에 올려놓는다거나, 오늘처럼 맛없는 기숙사 내 식당의 밥 대신 숙소에서 밥을 만들어 먹을 때, 마주 앉은 너의 중심을 발로 슬쩍 누른다던가. 당황한 얼굴로 쳐다보는 너의 모습에 다리가 저려서 그랬는데, 혹시 내가 실수했냐고 물어보면 너는 입술을 꾸욱 다문 채 괜찮다며 고개를 살짝 숙인 채 식사를 마저 하였다. 귀까지 붉게 물든 걸 보아 하니, 식사 후 먼저 샤워를 하겠다며 넌 욕실로 들어가겠지. 천천히 토스트를 입에 넣었다. 바삭거리는 식감이 좋았지만, 딱딱한 식감에 목이 아팠. 어쩔 수 없나? 커피를 그리 즐기지 않았지만, 따로 차를 타오려니 막 일어난 탓에 나른해 움직이기가 싫었다. 표정을 보아하니 다 마시진 않았을 것이 뻔했다. 팔을 뻗어 로라스의 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로라스는 놀란 표정으로 손을 내뻗다 이내 작게 한숨을 쉬고 제 몫의 토스트를 마저 먹더니 먼저 씻겠다며 욕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럼 그렇지. 제 예상대로 행동 하 그를 보고 있자면 웃음이 나왔다. 그와 함께 지낸 지도 벌써 5년. 고된 임무로 인해 1년도 버티지 못하고 떨어져 나가는 이들을 보면 그와 알고 지낸 지도 오래 되었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아니 자신의 성격을 알고도 같이 지내는 걸 보면 그도 정상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지만. 샤워기에서 물이 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쏴아아-하는 소리. 남은 토스트를 입에 털어 넣고 식기를 싱크대에 놓은 뒤 욕실 쪽으로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겼다. 살짝 문에 귀를 대고 안쪽에서 들리는 소리에 집중하였다. 밖을 의식하듯 작게 억눌린 신음이 끊겨 들리다 이내 작게 숨을 내쉬는 소리로 마무리되었다. 그럼 그렇지. 문에서 귀를 떼고 조심스레 문에 기대었다. 이 짓도 벌써 몇 번짼지. 다른 사람 앞에서 필요 이상으로 금욕적인 모습을 보이는 너의 모습을 보자면 속이 뒤틀렸다. 그 가면을 벗기고 싶었다. 네놈도 사람인데, 자신은 아니라는 듯이 자신의 욕망을 꾹꾹 누르는 네 모습이 싫었으니까. 내 입맛대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아가는 내 모습과 비교되었으니까. 그러니까 나는 너를 시험하고 있는 거야, 알. 기약 없는 시험을 작한 지도 벌써 3년. 솔직히 2년째 되던 날, 이제 그만할까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그만두기에는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서 오기로 하는 것인데....

“.....그만둘까
반응이야 재밌긴 하지만, 슬슬 질리기도 하고.
시험을 잘 치른 학생에게 주는 상은 없는 건가?”
멍하니 고민을 하고 있는데 더운 열기가 제 몸을 감싸왔다. 이크 늦었다라는 생각에 황급히 몸을 일으켜 봤지만, 뒤에서 끌어안아 도망도 치지 못한 채 그대로 잡혀버렸다. 귓가에 속삭이는 목소리에 흠칫 놀랐으나,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ㅇ..알고..있었냐?”
으음.. 그렇게 대놓고 하는데 못 알아차리면 그게 바보가 아닐까 싶네만?”
ㅇ...언제부ㅌ...”
“뒷이야기는
나중에. 나는 상이 받고 싶거든.
생긋 웃는 얼굴로 자신을 안아 들어 침대로 향하는 로라스의 행동에 저항을 해봤지만, 귀를 깨물며 가만히 있으라고 말하는 그의 말에 압도당해 버렸다.
야..잠시만 알..야???”
“쉿.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 걱정 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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