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식은 좋지 않다고 했거늘. 먹어라”
“아 싫다고~ 사부나 드셔”
요즘 제철이라 그런지 맛좋게 익은 토마토를 먹기 좋게 잘라
내놓으니 제 제자는 싫다며 떼를 쓰고 있었다. 영양 성분이 많아 성장기인 제 제자에게는 좋은 것이 틀림없는데 제 마음은 알기나 하는 건지 한숨이
나왔다. 일단 아이가 토마토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는 것이 중요했다. 영양소가 파괴되긴 하지만 맛은 좋아 아이들이 잘 먹는다는 방법을 이용하기로
했다. 먹기 좋게 자른 토마토를 그릇에 넣고 설탕에 재워 냉장고 안에 넣었다. 수련이 끝나고 돌아와 단 것을 좋아하는 아이에게 한 번 먹어보라고
다시 시도하기로 하고 아이를 이끌고 수련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늘 회사에 출근했더니, 문제가 생겨 업무에 지장이 있어 오늘
하루는 일을 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냥 집으로 돌아갈까 고민을 하다 발걸음을 옮겼다. 익숙한 골목을 지나 저택으로 들어갔다. 수련을 갔는지
굳게 닫힌 문을 열쇠로 열고 들어갔다. 거실로 발걸음을 옮겨 제 겉옷과 가방을 소파 위에 놓고 그대로 욕실을 향했다. 찐득한 더위에 땀을 별로 흘리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온몸이 끈적거렸다. 옷을 벗어 젖지 않게 선반 안에 넣고 물을
틀어 샤워를
하였다. 평소 자신이 쓰던 세면도구 대신 그가 쓰는 것들로 쓰니 제 몸에 그의 향이 배는 것 같아 기분이 묘했다. 샤워를 마치고 수건을 둘러 중요 부위만 가려 나왔다. 입고 온 옷을
입으려니 찜찜해져 옷을 빨래 바구니에 넣고 익숙한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의 성격을 보여주듯 깔끔하게 정리된 방에 작게 미소를 지으며
옷장 문을 열어 간편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예전의 자신이라면 상상도 하지 못했을 일들이지만, 그와 함께 지낸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그와 공유하는
것도 많아졌다. 이렇게 그의 집에서 그의 물건을 쓰는 것도 제집에서 제 물건을 사용하듯이 익숙해지기도 했고.
샤워로 뽀송뽀송해진 피부를 다시 끈적거리게 하고 싶지 않아 에어컨을 켰다. 슬슬 그가 돌아올 시간이기도 했고. 아침을 허술하게 먹은 탓인지
출출해졌다. 뭔가 먹을 것이 없나 싶어 냉장고를 여니 각종 먹거리가 잘 정돈되어 있었다. 티엔은 바로바로 요리를 해먹는
스타일이다 보니 음식보다 음식재료가 더 많았다.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던 도중 그릇 안에 담긴
토마토가 눈에 들어왔다. 그가 오면 같이 점심을 먹을 것이 분명한데 간단하게 배만 채워야겠다는 생각에 꺼내 식탁 위에 놓고 앉아 하나 집어
먹었다.
“.....!”
달다. 설탕에 절여 놓은 것인지 달달함이 입안에 맴돌았다. 너무 달다.
하지만 싫지는 않아 느릿하게 하나씩 집어 먹었다.
“사부는 진짜 사람이 아닌가 봐"
"사람이다만”
“사부가 사람일리 없어. 안 그럼 이런 날씨에
하나밖에 없는 제자를 이렇게 굴리냐고!!”
“아.. 그러고 보니 매우 덥군”
“진짜 사람새낀가”
혀를 차는 제자를 뒤로하고 문을 열기위해 열쇠를 꽂아 돌렸다. 잠겨 있어야 할 문이 열려있었다.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가니 낯익은 구두가 눈에
들어왔다.
“회사에 있어야 할 시간일텐데..”
무슨 일이라도 생겼나 싶어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왔나?”
부엌에서
들리는 소리에 그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니 토마토를 집어 먹고 있는 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토마토?
“어, 형씨 놀러왔....”
“......”
“무슨 문제라도 있나?”
제 제자도 그가 먹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는지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분명 단 건 싫다고 한 거 같은데. 맛있다는 듯 오물거리며 먹는 그의 모습이 새로워 제자와 둘이서 멍하니 서서 그의 모습을
바라
보았다. 정작 본인은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으로 토마토를 집어먹었지만.
'Fiction > Etc' 카테고리의 다른 글
cioccolata (0) | 2015.08.09 |
---|---|
Dream (0) | 2015.07.31 |
[릭벨져] curiosità (0) | 2015.07.09 |
[티엔다무] separazione (0) | 2015.07.02 |
[다무드렉] coscienza -下- (0) | 2015.06.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