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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라드렉] viaje

2015. 7. 27. 03:31 | Posted by 아뮤엘

변덕이었다. 회사에 휴가를 내고 여행을 간다는. 회사에서는 우리 사이를 친한 친구 사이라고 생각했기에, 둘이 같이 취미생활이나 즐기면서 쉬려고? 라고 웃으며 질문해왔다. 그냥 그렇다고 말하면 될 것을 이 고지식한 새끼는 바닷가로 여행을 가기로 했다고 설명을 하였다. 오오~ 가을 바단가? 좋네~ 근데 사내자식 둘이서 놀러 가기에는 좀 그렇지 않냐? 에이 저 녀석들도 남잔데 거기서 여자를 꼬시겠지. 그런가? 이따위의 말을 지껄이는 놈들을 뒤로하고 책상을 정리하고 회사를 나섰다. 회사에서 돌아와 간단하게 몸을 씻고 갑갑한 정장에서 간편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바로 떠나기로 했기에 서둘러서 짐을 챙겼다. 별장에 웬만한 건 준비되어있으니 간단하게 챙기라는 그의 말을 떠올리고 간단히 옷과 지갑 따위를 여행 가방에 챙겼다. 계절이 계절이다 보니 저녁에는 쌀쌀했기에 즐겨 입는 가디건을 꺼내 입고 가방을 챙겨 나왔다. 언제 온 건지 집 앞에 차를 세워놓고 기다리는 알베르토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집은 다 쌌냐?”

“뭐, 별장에 대충 준비되어 있으니 간단한 것만 챙겼네”

“그래? 그럼 뭐.”

트렁크를 열어 여행용 가방을 넣고 뒷좌석에 앉았다.

“왜 거기에 앉나?”“이 자리가 편하니까.”

“내 옆에 앉게”

“싫다.”

“운전하는 사람에 대한 배려는 없는 건가?”

“미안하지만 나는 이거 싫거든? 말도 아니고 탈 때마다 속이 뒤집힌다고”

“멀미인가. 약이라도 챙겨올걸. 괜찮겠나?”

“그냥 자면 되니까 그런 표정 짓지 마라.”

걱정스럽다는 듯이 쳐다보는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넓은 뒷좌석에 누워 눈을 감았다. 저를 배려하는 것인지 잔잔한 노래를 틀고 운전을 하였다. 전날 늦게까지 연구를 해서 그런지 몰려오는 수마에 몸을 맡겼다.


몇 시간쯤 잤을까? 잘 달리던 차가 멈추는 느낌에 눈을 뜨니 앞좌석에 있어야 할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알?”

잘못 봤나 싶어 두 눈을 비비고 불을 켜 차 안을 둘러보았지만 보이지 않아, 몸을 일으켜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사람이 다니지 않는 도로인가? 으스스한 분위기에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나무만 가득할 뿐 알베르토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야, 알!”

“불렀나, 렉스?”

뒤에서 끌어안는 손길에 놀라 뒤돌아보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새꺄 놀랐잖아”

“아아, 깊이 잠들었길래. 깼을 거라곤 생각 못 했네”

“그건 그렇고 여긴 어디냐? 길이라도 잃은 거냐?”

제 머리를 쓰다듬는 그의 손길을 반항하듯 살짝 쳐내자 키득거리며 웃으며 그가 말을 이었다.

“들릴 곳이 있어 잠시 멈춘 거라네. 흐음.. 그건 그렇고”

“뭐, 뭔데. 저리 가 새꺄”

저를 훑어보며 가까이 다가오는 그를 밀쳐내고 차에 올라타 차 문을 잠갔다. 그가 정신을 차릴 때까지 열어주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며 뒷좌석에 길게 누워 창가로 보이는 밤하늘을 바라봤다. 도시가 아니라서 그런가. 하늘 가득히 박힌 별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마음이 안정되었다. 생각해보니 춥던데 괜스레 미안해져 문을 열기 위해 몸을 일으키는데 잠겼던 문이 열리며 알베르토가 안으로 들어왔다.

“..ㄴ....어떻게?”“아무리 놀랐어도 그렇지. 밖에다 사람을 버리다니 내가 차 열쇠를 두고 갔으면 어쩌려고 했나?”

“아니.. 지금 열ㄹ...”

“늦었네, 렉스.”

제 몸 위로 올라타는 알베르토를 손으로 밀어냈지만, 위에서 누르는 그를 막을 수 없었다. 어디서 가져온 건지 끈으로 제 손목을 묶는 그의 행동에 저항을 해보았지만 소용없었다.

“그만, 해. 새꺄. 도로 한가운데서 뭐하는 짓이야.”

“아무도 오지 않으니 걱정 말게, 렉스”

“새꺄. 그 말이 사실이라는 보장도 없잖아”

“불을 끄면 아무도 모르겠지.”

그는 미소를 띄우며 켜놓았던 불을 끄고 제 입술에 입을 맞췄다. 맞추었던 입술을 떼고 제 상의에 손을 넣으며 그는 말을 이었다.

“나쁜 어린이는 벌을 받아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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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라드렉] lluvia

2015. 7. 26. 00:10 | Posted by 아뮤엘

창가를 두들기는 빗소리가 마치 오케스트라의 연주자처럼 아름다운 음을 연주하였다.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하며 들고 있던 노트를 내려놓았다. 어쩐지 춥더라니. 작게 투덜거리며 낡은 가디건을 꺼내 입었다. 춥다고 느끼기 시작해서 그런 것인지 연구하느라 느끼지 못했던 한기가 몰려왔다. 일어난 김에 따뜻한 차라도 끓여 마실까 싶어 연구실에서 나와 부엌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주전자에 물을 넣고 끓을 동안 찬장에서 찻잔을 꺼냈다. 최근 즐겨 마시는 찻잎을 꺼내 세팅을 마치니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 무엇이 문제일까 고민하던 드렉슬러는 티푸드가 빠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티푸드를 같이 즐기는 것보다 차 자체를 즐기는 것을 좋아하는 자신이었지만, 오늘따라 티푸드를 같이 즐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가자니 창가로 보이는 세찬 비가 내리는 바깥 풍경에 집 밖으로 나가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티푸드를 안 먹기에는... 이럴 때마다 저택에서 나온 것이 후회되었다. 적어도 저택에 있을 때는 편했으니까. 그건 부정할 수 없었다.

“아... 어떡하지”

물은 끓기 시작했는지 작은 소음을 내며 수증기를 내뿜었다. 불을 끄고 의자에 앉아 이대로 차를 마실까, 아니면 저 밖으로 내리는 세찬 비를 뚫고 티푸드를 사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현관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들렸다. 궂은 날씨에 저를 찾아올 이는 없으리라 생각했기에 잘못 들었겠지. 라고 생각하며 팔팔 끓는 물로 찻잔을 데웠다. 다시 문을 두들기는 소리에 현관으로 가 살짝 문을 여니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알베르토?”

“아아.. 잘 지냈나?”들고 온 우산은 이미 제 기능을 상실한 듯 반쯤 꺾여있었다. 손님을 밖에 세우는 것은 예의가 아니었기에 집안으로 들어오라고 한 뒤, 욕실에서 수건을 꺼내 왔다. 수건을 건네주자 젖은 머리를 대충 말리며 꺼내보라며 가방을 건네주었다. 뭐지? 라는 생각을 하며 연 가방 안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가게의 쿠키와 컵케이크가 잘 포장되어 있었다. 세찬 비에 젖지 않았다는 것이 놀라울 정도로 물기 하나 없는 모습에 놀라 알베르토를 보니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온몸으로 지켰냐?”

“젖으면 저 비를 뚫고 가지고 온 의미가 없으니까”

“미련한 놈”

툴툴거리며 그가 입을 만한 옷을 건네주자 그는 고맙다고 말하며 옷을 들고 욕실로 들어갔다. 젖은 그의 옷을 빨래바구니에 넣고 물로 흥건한 바닥을 치우자 샤워를 마쳤는지, 그가 거실로 나왔다. 도와주겠다는 그의 말에 다 끝났으니 가서 앉아있으라고 말하고 청소를 마무리하였다.

“그건 그렇고 티푸드라니. 너 이거 싫어하지 않냐?”

평소 단것을 즐기지 않는 알베르토를 떠올리며 말하자 그는 작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늘 이 시기가 되면 자네가 찾지 않나”

“엉?”

“매해 장마철이 되면 비는 내리는데 차와 같이 먹을 티푸드가 없다고 늘 입버릇처럼 말하지”

“아.....”

아무 생각 없이 내뱉은 말들을 그가 기억할 거라고는... 붉어진 얼굴을 가리며 부엌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뒤따라 온 건지 뒤에서 끌어안는 손길이 느껴졌다.

“놔라. 새꺄”

“말하다 말고 어딜 가나. 렉스”

“너 추울까 봐 차 끓여 주려고 한다. 왜 싫어?”

품에서 저를 놓지 않는 그를 팔꿈치로 치니 제 볼에 살짝 입을 맞추고 웃으며 떨어졌다.

“맛있는 차 기대하겠네.”

“걷다가 넘어졌으면 좋겠네. 진짜”

키득키득 웃으며 그럴 일은 없으니 걱정말게라고 말하며 소파에 앉는 그의 뒤통수를 향해 빈 가방을 던지고 다시 불을 켜 물을 끓였다. 허전했던 빈자리에 채워줄 티푸드를 세팅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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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라드렉] incubo (Side.A)

2015. 7. 21. 02:44 | Posted by 아뮤엘

눈을 뜨니 익숙한 풍경이 시야에 들어왔다. 깔끔하게 정리된 방을 뒤로하고 욕실로 나섰다. 간단하게 샤워를 마치고 구운 식빵과 커피를 들고 식탁에 앉았다. 시계를 보니 약속한 시각까지 시간이 꽤 남아 있었다. 아침을 먹으며 어제 회사에서 들고 온 잔업을 처리하다 보니 어느새 약속 시각까지 한 시간가량 남아있었다. 평소 잠에서 잘 깨지 못하는 그의 모습을 떠올리며 식기와 서류를 정리하였다. 평소 입는 정장 대신 간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지갑과 열쇠를 챙겨 들고 집을 나섰다.


한 십분 쯤 걸었을까? 저 멀리 그의 집이 보였다. 세상 모르고 잠이 들었을 그의 모습을 떠올리니 웃음이 나왔다. 어느새 도착한 그의 집은 정적만이 흘렀다. 자신의 예상대로 푹 잠을 자는 모양이라, 굳게 잠긴 문을 열쇠로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집 안으로 들어가자 자신을 반기는 것은 어질러진 집안의 풍경이었다. 무언가를 정리하는 것에 서툰 그였기에 가끔 자신이 놀러 와 정리해주었다. 널브러진 물건들을 집어 정리하며 집의 주인이 있을 침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가 잠에서 깰까 봐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기었다. 침대에 걸터앉아 이불 속에 파묻힌 그의 모습에 작게 미소를 지으며 이불을 걷어냈다. 푹 잠이 들었을 거라 생각했는데, 악몽이라고 꾸는지 식은땀을 흘리며 낮은 신음을 내는 그의 모습에 놀라 조심스레 흔들어 깨웠다.

“일어나게, 렉스”

자신의 목소리를 알아들은 것인지 감겼던 눈이 떠졌다. 잠에서 막 깨서 초점이 맞지 않는지 흐릿하던 눈이 곧 초점을 찾았다.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안겨오는 그의 모습에 조심스레 껴안고 등을 쓸어주었다.


그 날 이후로 우리의 관계에 이상이 생겼다. 평소라면 장난치며 먼저 다가올 그인데, 선을 긋고 다가오지 않았다. 자신이 뭔가 잘못이라도 했나 싶어 다가가 묻기도 하고, 그의 집에 찾아가기도 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침묵이었다. 그의 행동 하나하나가 자신의 심장에 상처를 내 이제는 너덜너덜해진 심장만이 제 가슴속에 자리 잡았다. 그가 자신을 멀리하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매달리는 것도 지쳐갔다. 어떡하면 좋을까 고민하고, 또 고민했지만 적절한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결국 내가 내린 결론은 그가 먼저 지쳐 다가오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가 나를 대하듯 나도 그에게 냉담하게 대하였다. 하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친절하게 같이 웃고 떠들며 그의 앞에서 보란 듯이 행동하였다. 상처받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다가오지 않는 그의 모습에 내가 먼저 지쳐갔다.

“날 미치게 하는 게 목적이라면 대 성공이야, 렉스.”

정신을 차리니 물건이 깨지고 부서진 어질러진 방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평소 자신이라면 생각하지도 못할 일들이었다.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이것 봐 렉스. 내가 미쳐가고 있어. 너 때문에.”


어두워진 하늘에 비가 내렸다. 평소와 같이 야근을 마치고 서류를 정리하는데 크루그먼과 이야기를 나누는 그의 모습이 보였다.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잘 들리지 않았지만, 작게 미소를 띠며 이야기하는 그의 모습에 괜히 짜증이 났다. 그 꼴을 더는 보고 싶지 않아 자리를 정리하고 인사를 한 뒤, 회사에서 벗어났다. 집으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지만, 크루그먼과 웃으며 이야기하던 그의 모습이 눈앞에 어른거려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갈아입었다. 서랍 깊숙이 숨겨 놓았던 그의 집 열쇠를 꺼내 들고 집을 나섰다. 아직 돌아오지 않았는지 불이 꺼진 그의 집 문을 열고 들어가니 어질러진 물건들이 자신을 반겼다. 물건들을 피해 그의 집을 대충 둘러보았다. 밥은 제대로 먹는 건지 냉장고 안에는 식재료대신 음료들이 가득했다. 부엌에서 나와 그의 침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의 체향이 가득 배어 있는 침대에 누워 있었다. 언제쯤 돌아오는 것인지. 크루그먼이 그에게 가진 감정은 친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그가 늦은 시각까지 돌아오지 않아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무엇을 하길래 이 시각까지 돌아오지 않는 것인지 몸을 일으켜 나가려는 순간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자신도 모르게 몸이 굳어 버렸다. 숨을 죽이고 들려오는 소리에 집중하였다. 부엌 쪽에서 소리가 나더니 이내 거실에서 캔을 따는 소리가 들렸다. 조용히 몸을 일으켜 문에 귀를 대고 들리는 소리에 집중하였다. 음료를 마시는 소리를 들으며, 별일 아닌가 싶어 나가려고 문을 열기 위해 손을 뻗는데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당장에라도 나가 우는 그를 끌어안아 주고 싶었지만, 이어진 그의 말에 그 마음을 잠시 접었다.

“....보고 싶어. 알베르토”


울음소리가 멎기만을 기다리며 조용히 문 앞에 서 있었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고 울음소리 대신 새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나지 않게 문고리를 돌려 나가니 무릎을 끌어안은 채 잠이 든 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한 손에 들린 맥주 캔을 치우고 그를 안아 들어 침대에 눕히고 이불을 덮어주었다. 이렇게 혼자 아파할 거면 날 피하지나 말던가. 이래서야 화를 낼 수도 없었다. 침대에 걸터앉아 잠이 든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니 제 쪽으로 몸을 돌려 다가오는 그의 모습에 입가에 작게 미소가 그려졌다. 그렇게 원망할 때는 언제고 결국 그의 작은 행동에도 풀어지는 제 모습에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자신은 그를 위해서라면 그 무엇이라도 할 수 있는데, 정작 그는 항상 그 작은 어깨에 모든 걸 짊어졌다. 항상 제 속내는 숨기는 그의 행동이, 혼자 끌어안고 상처받는 그의 모습이 자신을 미치게 만들었다.

“무엇이 너를 그렇게 힘들게 하는 것인가, 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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