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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라드렉] incubo (Side.D)

2015. 7. 20. 23:36 | Posted by 아뮤엘

지독한 악몽을 꾸었다. 네가 죽는 꿈을. 구하려고 애썼지만, 계속해서 죽는 너를 구하지 못한 채 그 자리에 서서 울고 있는 나의 모습을. 깨어나고 싶어도 깨지지 않는 꿈에 정신이 조금씩 무너졌다. 죽지 마. 제발 살아줘. 또다시 너를 죽음에서 구하지 못한 나는 차가워진 너의 몸을 끌어안고 울었다. 제발 이 지독한 악몽에서 자신을 구해달라고.

“...ㄹ...스”

누군가가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낯익은, 자신이 좋아하는 저음의 목소리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조심스럽게 감긴 눈을 뜨자 흐릿한 형상이 눈에 들어왔다. 몇 번 더 눈을 깜박이자 흐릿했던 시야가 또렷해지고 걱정스러운 눈길로 쳐다보는 너의 모습이 보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떨리는 손을 뻗어 너를 껴안았다. 아아, 따뜻하다. 품 안에 퍼지는 온기에 악몽이 아니라는 사실에 마음이 놓였다. 네가 죽다니, 그럴 리 없잖아. 그렇지?


악몽의 영향일까? 네가 죽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평소라면 개꿈이라며 웃어넘겼겠지만, 너와 관련된 꿈이었으니까. 악몽 속 네가 죽는 원인은 늘 한결같았기에. 나는 자연스레 너와 멀어졌다. 평소와 다른 내 태도에서 느낀 것일까? 저로서는 평소와 다를 것 없었다. 다른 사람에게 대하듯 똑같은 태도로 널 대한 것이었으니까. 제가 잘못한 것이 있냐며 안절부절못해 하는 너의 모습을 외면하였다. 이편이 서로를 위한 제일 나은 방법이었으니까. 그와 자신의 모습을 의아하게 바라보던 사람들도 이내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멀어진 자신과 그의 관계를 제외하면 모든 것이 그대로인 일상이었다. 밀린 업무에 짜증을 내는 타라라던가, 연이은 야근에 눈 밑이 거뭇해진 다이무스. 평소와 같은 일상에 만족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시간은 흘러갔다. 자신의 행동에 대한 대가를 치루 듯, 냉담하게 저를 대하는 그의 모습에 가슴이 미어졌다. 자신이 원한 것이었다. 자신이 원한 것이었는데. 다른 이들에게는 웃는 모습으로 대하면서, 자신에게는 웃음없이 사무적으로 대하는 너의 태도에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괜찮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심장에 크고 작은 스크래치가 생겨났지만, 다 널 위한 거라며 너덜너덜해진 심장을 끌어안았다.


비가 내리던 날이었다. 야근을 마치고 퇴근 준비를 하는데 윌라드가 오랜만에 술 한잔 어떠냐고 제안해왔다. 어차피 다음 날은 휴일이었기에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자주 가는 펍에 들려 한잔 두잔 주고받다 보니 어느새 주변에 술병이 쌓여있었다. 그만 마시는 게 좋을 것 같아 윌라드에게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질 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펍에서 집까지 그리 멀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비틀거리는 발걸음을 옮겼다. 흐릿한 시야 속으로 집이 눈에 들어왔다. 다행히 집에 도착했다고 생각하며 가방에서 열쇠를 꺼내 들었다. 깜박거리는 가로등을 지나 잠긴 문을 열쇠로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아침에 나간 그대로 널브러져 있는 물건들을 뒤로하고 부엌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냉장고에서 시원한 물을 꺼내 마시니 술기운이 조금 가시는 느낌이 들었다. 마시는 김에 한 잔 더 마시고 자야겠다라는 생각을 하며 맥주 한 캔을 꺼내 거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거실에 놓인 소파에 기대어 앉아 맥주를 들이켰다. 불을 켜지 않아 어두운 집 안에 홀로 앉아 술을 마시는 제 모습이 우스웠다. 이런 모습을 네가 본다면 잔소리를 하겠지. 술에 취해서일까.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자꾸 너와의 추억들이 떠올라 가슴이 저려왔다. 잘 견뎌왔다고 생각했는데.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감추려고 무릎에 얼굴을 묻었다. 아프다.

“....보고 싶어. 알베르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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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글] rinfiànco (Side.D) - 下

2015. 7. 19. 22:00 | Posted by 아뮤엘

다음 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행동하였다. 당장 처리해야 할 일이 더 많았기 때문에 스스로에게 괜찮다고 토닥이며 쌓인 일들을 처리하였다. 그렇게 바쁜 나날이 지났다. 주변에서는 냉혈안이다. 사람이 아니다. 따위의 말을 지껄였지만, 자신에게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해야 할 일들이 많았기 때문에. 둘째동생은 부모님의 부재가 힘들었는지 잠시 별장에서 생각을 정리하고 싶다고 말했다. 혼자 보낼 순 없기에 호위와 몇몇 메이드를 붙여 가까운 별장으로 보내는 것으로 이야기를 마쳤다. 미안하다고 말하는 동생에게 괜찮다고 토닥여주고, 떠나는 뒷모습을 한동안 바라보았다. 둘째 동생을 보내고 난 뒤, 막내동생을 유모에게 맡기고 부모님의 죽음에 대해 다시 조사하였다. 부모님의 죽음을 조사하면서, 영지까지 시찰하다 보니 며칠 정도 저택이 아닌 외지에서 머무르게 되었다. 막내동생이 걱정되었지만, 유모가 있으니 괜찮을 것이라 생각하고 비운 것이었는데... 저택을 비운 지 3일째 되던 날이었다. 유모에게서 연락이 왔다. 막내동생이 몽유병 증세를 보인다고. 밤마다 부모님의 방을 헤매다 제 방에서 잠이 든다고. 마음에 새겨진 상처가 그리 빨리 나을 리 없는데. 재빨리 짐을 챙겨 저택을 향해 발걸음을 돌렸다. 서둘러 왔다고 생각했는데, 저택에 도착하니 해가 진 늦은 저녁이 되었다. 자신을 마중 나온 집사와 유모에게 짧은 인사를 건네고 동생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전해 들었다. 동생을 만나기 전, 몸에 달라붙은 먼지들을 씻어내기 위해 욕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몸 구석구석을 닦고 나오니 제 방에 작은 인영이 눈에 들어왔다. 언제 들어온 것인지. 새근새근 잠이 든 제 동생을 쓰다듬어주고 있는데 유모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막내동생이 사라졌다고 울먹이는 유모에게 여기 있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말하니 마음이 놓인 듯, 웃으며 좋은 꿈 꾸라고 방을 나서는 그녀에게 잘 자라고 인사를 하였다. 무엇이 그리 서러운지 울먹이는 동생을 껴안고 토닥거리자 훌쩍거리다 이내 안정되었는지 새근거리며 잠이 들었다.


그 뒤로 동생이 걱정되어 집무실에서 서류 업무를 처리하며, 조사 업무는 다른 이들에게 맡기게 되었다. 제가 저택에 있으면 해결될 줄 알았는데, 정신적인 문제다 보니 밤이면 제 방을 찾는 동생의 모습에 잠은 제 방에서 같이 자기로 하였다. 처음에는 어린애도 아니고 왜 같이 자냐고 툴툴거리던 동생도 몇 번 같이 자더니 괜찮았는지 이제는 제가 알아서 잘 시간이 되면 자신의 방을 찾아왔다. 평소와 같이 서류업무를 마치고 동생이 있는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동생의 방으로 가기 위해 계단을 내려가는데 집사가 한 무리의 메이드들을 어딘가로 데려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나오는 곳을 보아하니 동생이 무언갈 시킨 것 같은데... 의문을 잠시 접고 도착한 동생의 방문을 열자 읽고 있던 책을 내려놓고 자신을 반기는 동생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어서 오셔!”

“책을 읽고 있었나?”

제 다리 사이에 자리 잡고 기대어 앉은 부드러운 은발 머리를 쓰다듬자 기분이 좋은지 부빗 거렸다. 읽던 책을 내려놓고 제 손을 만지작거리는 손길이 간지러워 볼을 꼬집자, 베시시 웃는 모습이 또 귀여워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건 그렇고 집사가 메이드들을 끌고 가던데 무슨 일 있었나?”

“으음~ 별거 아냐. 일을 그만두고 싶다고 해서 이유를 물어보느라”

생글생글 웃으며 대답하는 동생의 모습에 무언가 미심쩍었지만, 잘했다고 머리를 쓰다듬어주니 기분이 좋았는지 부비적거렸다.


품에 안겨 뒹굴던 동생은 졸렸는지 꾸벅거리다 잠이 들었다. 잠이 든 동생을 안아 들어 침대에 눕혔다. 책이라도 읽을까 싶어 동생의 책장으로 다가갔다. 어리다고만 생각했는데 동화가 아닌 꽤 어려운 책들도 많이 꽂혀있었다. 괜찮은 책 두어 권 정도 골라 소파에 앉아 책을 읽었다. 책의 내용에 빠져 읽다 보니 꽤 늦은 시각이 되었다. 슬슬 자야겠다는 생각에 책을 다시 제자리에 꽂는 데 무엇인가가 눈에 들어왔다. 책상 한구석에 놓인 잘 관리된 낡은 액자. 보지 않아도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조심스레 들어 올린 액자에는 환하게 웃고 있는 가족사진이 자리 잡고 있었다.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정말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눈가를 비집고 흘러내리는 눈물을 애써 삼키며 낡은 액자를 끌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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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글] rinfiànco (Side.D) - 上

2015. 7. 18. 21:38 | Posted by 아뮤엘

부모님이 돌아가셨다.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느꼈다. 별일 없을 거라며 저택을 나섰던 부모님은 싸늘한 시체가 되어 돌아오셨다. 울고 싶지만, 꾹 참았다. 부모님이 잠들어 있는 관 앞에서 울고 있는 동생들을 끌어안고 토닥거렸다. 집사에게 부모님을 부탁하고 울음을 멈추지 않는 동생들을 껴안고 방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소식이 퍼졌으니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찾아올 것이 분명했다. 발견자의 증언으로는 부모님의 죽음은 사고에 의한 것이라고 했지만, 따로 조사해야겠다고 마음으로 생각하며 동생들을 침대에 눕히고 울음이 멈출 때까지 그 작은 등을 쓰다듬었다. 울다 지쳤는지 잠이 든 동생들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 이불을 덮어주고 방을 벗어났다. 방에서 나오자 집사가 다가와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고맙다고 말을 전한 뒤 방으로 가 옷을 갈아입었다. 제 머리색과 반대되는 칠흑 같은 검은 정장을 꺼내 입고 머리를 단정하게 정리하였다. 방 밖으로 나오니 친척들이 찾아왔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장례는 내일 아침에 치르기로 했지만, 전날 미리 와 하루 머물고 장례에 참여하는 경우도 많았기에 불편함 없이 지낼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저를 찾는 친척들의 요청을 거절하고 집무실에 틀어박혀 서류를 처리하였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무너져 버릴 것 같았으니까. 서류를 정리하다 보니 꽤나 늦은 시간이 되었다. 처리된 서류들을 정리하고 자신을 걱정하는 집사에게 괜찮다고 말하였다. 그것보다 부모님의 부고에 놀랐을 동생들이 걱정돼 자신의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조용히 방문을 열자 잠이 든 동생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불게 물든 눈가를 보고 있자니 가슴이 아렸다. 부모님을 찾는지 허공에 손짓하는 동생들을 끌어안고 작게 토닥거려 주었다.


잠이 들었었는지, 눈을 뜨니 창문으로 막 동이 트기 시작한 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조심스레 몸을 일으켜 욕실로 들어가 샤워를 하고 나오니 잠에서 깬 것인지 동생들이 울고 있었다. 울고 있는 동생들을 달래고 있으니 집사가 유모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왔다. 유모가 제 품에 안겨 우는 동생들을 안아 달랬다. 유모에게 부탁한다는 말을 전하고 집사가 건네는 옷을 받아들고 옆방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었다. 젖은 머리를 말리고 정리를 하고 있으니 집사가 오늘의 일정에 대해 말했다. 일정이라고 해봤자 조문객을 맞이하는 것이 다였지만. 하나둘 도착하는 조문객들을 맞이하다 보니 부모님을 묘에 안치하는 시간이 다가왔다. 동생들과 같이 가야 하기 때문에 방으로 가니 막내동생은 괜찮았지만, 제 둘째동생은 충격이 컸는지 이불에서 나오질 않았다. 둘째 동생을 달래는 유모에게 괜찮다고, 그냥 혼자 있게 해주자고 말하며 막내동생의 손을 잡고 방 밖으로 나왔다. 일어나자마자 울어서 그런지 좀 가라앉았던 눈가는 다시 붉게 물들어있었다. 아직 시간이 남아있었기에 몰려오기 시작하는 조문객들을 하나둘 맞이하였다.

“저기 장남은 역시...”

“...니까요.”

“역시 ...라는 걸까요?”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애써 외면하였다. 자신을 대신해 속으로 화를 내는 동생을 봐서라도 참자는 마음이었을지도 모른다. 볼을 부풀린 채, 저를 욕하는 사람들을 향해 힐끔힐끔 째려보는 동생의 모습을 보니 화가 가라앉았으니까. 시간은 흘러 부모님을 묘에 안치시키는 시간이 되었다. 작은 도련님을 모셔올까요? 라고 묻는 집사의 말에 혼자 있게 내버려두라는 명을 내리고 막내동생의 손을 잡고 묘지로 발걸음을 옮겼다. 모든 과정을 묵묵히,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바라보고 있었지만, 제 떨리는 손만큼은 숨길 수가 없었다. 


모든 장례가 끝나고 조문객들이 돌아갔다. 그들로 인해 떠들썩했던 집안도 다시 고요를 되찾았다. 라고 생각했던 것도 잠시 제 친척들로 인해 다시 시끄러워졌다. 갑작스러운 부모님의 부재에 대해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에 관해 묻는 친척들의 말에 잠시 기다려달라고 말했지만, 제 말은 들리지 않는 것인지 자신이라면 이렇게 할 수 있다며 서로 앞다투어 말하는 모습을 보자니 역겹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자신은 어렸고, 제 동생을 지키기 위해서는 그들의 힘이 필요하다는 것은 사실이었기에 쉽게 내칠 수도 없었다. 결국, 한명 한명 이야기를 듣고 상대해주다 보니, 끝도 없이 매달렸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자신이 알아서 할 테니 돌아가라고 말하였다. 제 명에 알았다며 웃으며 나갔지만 속으로 뭐라 말할지는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어린놈이 건방지다 따위의 말들을 지껄이겠지. 애써 괜찮은 척 자세를 유지하며 서류를 읽었다. 사실 서류의 내용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지만. 집사의 친척들이 모두 돌아갔다는 말을 전해 듣고 나서야 긴장을 풀 수 있었다. 집사에게 수고했다고 쉬라고 내보낸 뒤, 소파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 힘들다. 아버지는 홀로 이들을 상대했겠지. 혼자서 이 외로운 자리에 앉아 가족들을 지키기 위해 홀로 싸우셨을 것을 생각하니 감긴 눈 사이로 눈물이 흘러나왔다. 자신이 가문을 잘 다스리며 지킬 수 있을까? 제 동생들을 저 악마들의 손에서 지킬 수 있을까? 자신은 아직 어렸다. 정치에 대해서도 아직 아는 것이 많지 않았고, 서투른 것이 많은 배울 것이 더 많은 아이였다. 갑자기 짊어지게 된 것들이 너무 무거웠다. 힘들다. 멈추지 않는 눈물을 한 손으로 가리고 혹여나 누가 들을까 숨죽여 울었다. 오늘만.. 오늘 하루만 울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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