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악몽을 꾸었다. 네가 죽는 꿈을. 구하려고 애썼지만, 계속해서 죽는 너를 구하지 못한 채 그 자리에 서서 울고 있는 나의 모습을. 깨어나고 싶어도 깨지지 않는 꿈에 정신이 조금씩 무너졌다. 죽지 마. 제발 살아줘. 또다시 너를 죽음에서 구하지 못한 나는 차가워진 너의 몸을 끌어안고 울었다. 제발 이 지독한 악몽에서 자신을 구해달라고.
“...ㄹ...스”
누군가가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낯익은, 자신이 좋아하는 저음의 목소리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조심스럽게 감긴 눈을 뜨자 흐릿한 형상이 눈에 들어왔다. 몇 번 더 눈을 깜박이자 흐릿했던 시야가 또렷해지고 걱정스러운 눈길로 쳐다보는 너의 모습이 보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떨리는 손을 뻗어 너를 껴안았다. 아아, 따뜻하다. 품 안에 퍼지는 온기에 악몽이 아니라는 사실에 마음이 놓였다. 네가 죽다니, 그럴 리 없잖아. 그렇지?
악몽의 영향일까? 네가 죽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평소라면 개꿈이라며 웃어넘겼겠지만, 너와 관련된 꿈이었으니까. 악몽 속 네가 죽는 원인은 늘 한결같았기에. 나는 자연스레 너와 멀어졌다. 평소와 다른 내 태도에서 느낀 것일까? 저로서는 평소와 다를 것 없었다. 다른 사람에게 대하듯 똑같은 태도로 널 대한 것이었으니까. 제가 잘못한 것이 있냐며 안절부절못해 하는 너의 모습을 외면하였다. 이편이 서로를 위한 제일 나은 방법이었으니까. 그와 자신의 모습을 의아하게 바라보던 사람들도 이내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멀어진 자신과 그의 관계를 제외하면 모든 것이 그대로인 일상이었다. 밀린 업무에 짜증을 내는 타라라던가, 연이은 야근에 눈 밑이 거뭇해진 다이무스. 평소와 같은 일상에 만족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시간은 흘러갔다. 자신의 행동에 대한 대가를 치루 듯, 냉담하게 저를 대하는 그의 모습에 가슴이 미어졌다. 자신이 원한 것이었다. 자신이 원한 것이었는데. 다른 이들에게는 웃는 모습으로 대하면서, 자신에게는 웃음없이 사무적으로 대하는 너의 태도에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괜찮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심장에 크고 작은 스크래치가 생겨났지만, 다 널 위한 거라며 너덜너덜해진 심장을 끌어안았다.
비가 내리던 날이었다. 야근을 마치고 퇴근 준비를 하는데 윌라드가 오랜만에 술 한잔 어떠냐고 제안해왔다. 어차피 다음 날은 휴일이었기에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자주 가는 펍에 들려 한잔 두잔 주고받다 보니 어느새 주변에 술병이 쌓여있었다. 그만 마시는 게 좋을 것 같아 윌라드에게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질 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펍에서 집까지 그리 멀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비틀거리는 발걸음을 옮겼다. 흐릿한 시야 속으로 집이 눈에 들어왔다. 다행히 집에 도착했다고 생각하며 가방에서 열쇠를 꺼내 들었다. 깜박거리는 가로등을 지나 잠긴 문을 열쇠로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아침에 나간 그대로 널브러져 있는 물건들을 뒤로하고 부엌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냉장고에서 시원한 물을 꺼내 마시니 술기운이 조금 가시는 느낌이 들었다. 마시는 김에 한 잔 더 마시고 자야겠다라는 생각을 하며 맥주 한 캔을 꺼내 거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거실에 놓인 소파에 기대어 앉아 맥주를 들이켰다. 불을 켜지 않아 어두운 집 안에 홀로 앉아 술을 마시는 제 모습이 우스웠다. 이런 모습을 네가 본다면 잔소리를 하겠지. 술에 취해서일까.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자꾸 너와의 추억들이 떠올라 가슴이 저려왔다. 잘 견뎌왔다고 생각했는데.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감추려고 무릎에 얼굴을 묻었다. 아프다.
“....보고 싶어. 알베르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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