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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da

2015. 7. 29. 03:42 | Posted by 아뮤엘

눈을 뜨니 어두운 방 안이 눈에 들어왔다. 아... 또 여긴가? 손목과 발목은 묶여있는 상태로 침대에 방치된 자신의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어쩌다 이런 꼴이 된 건지, 싱은 괜찮은 것인지. 여러 상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지독한 악몽이라 생각했다. 자신이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존재라니... 자신의 삶이 누군가에 의해 조종당하고, 감시당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자신의 모든 것이 부정당하는 느낌이었다. 온전히 스스로 이룬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은 다 조작된 것은 아닐까?

“....부질없군”

오랜 기간 감금 생활은 자신의 정신을 좀먹어갔다. 대화할 상대도 없고, 같이 납치된 싱의 행방도 알 수 없었다. 부정적인 생각과 스스로를 학대하는 자신의 모습이 날이 갈수록 자주 보였다. 감금한 이들의 목적은 자신을 미치게 하는 것인가? 나름 강인한 정신력을 가진다고 자부했던 자신도 이 모양인데 싱은 괜찮은 것인지


자신을 데려왔으면 이유가 있을 터인데, 이렇게 방치를 해놓고 찾아오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진짜 자신이 미쳐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즐기는 것인지?

“..후우...그만..”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끝이 날 생각을 하지 않았기에 억지로 끊어 내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정말 미쳐버릴 것 같았기에 마음을 다스릴 겸 침대에 앉아 명상하기로 마음먹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끼익- 자신이 감금되고 열린 적 없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반사적으로 눈을 떠 문에 시선을 두자 한 남자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싱?”

싱을 똑 닮은 얼굴을 한 남성이었지만, 체격과 분위기가 전혀 달랐다. 무엇보다 피처럼 붉고 투명한 적안이 그가 싱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흐응~ 너구나? 그가 신경 쓰고 있다는 아이가”

“......”

“그렇게 입을 다물고 있으면 실례잖아.”

“컥”

불길한 느낌에 조용히 입을 다물고 싱과 닮은 남자를 바라봤다. 남자는 제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제 얼굴을 발로 찼다. 평소라면 버텼을 자신이지만, 오랜 감금생활로 인해 쇠약해진 몸은 버티지 못하고 쓰러졌다. 다행히 맨바닥이 아닌 침대 위였기에 크게 다치지 않았다. 드디어 올 것이 온 건가 싶어 남자를 쳐다보니 남자는 입가에 미소를 그리며 의자를 가져와 제 앞에 앉았다.

“그건 그렇고 정말 닮았네, 그와”

“......”

자신의 얼굴에서 누군가를 떠올렸는지 새하얀 손으로 제 얼굴을 부드럽게 감싸는 남자의 행동에 째려보자 그는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거 알아? 너의 존재만으로도 위협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그게.. 무슨?”

자신의 존재가 다른 누군가에게 위협이 된다니.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문제였기 때문에 당황스러웠다. 제 혼란을 읽은 것인지 남자는 알 리가 없지라고 작게 내뱉으며 제 몸 위에 이불을 덮었다. 몸 전체를 덮은 이불이 답답해 이불을 치우려고 했지만, 위에서 누르는 남자의 행동에 이불을 치울 수도 없었다.

“그 상태로 있어. 네 얼굴을 보면 좀 힘들 것 같거든”

“내 존재만으로도 위협된다는 것이 무슨 말이지?”

“말 그대로야.”

“......하....”

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다. 그냥 상대하지 않는 것이 나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무시하기로 마음먹었다. 방 안에는 침묵만이 가득했다. 남자도 더 이상 말을 하지도, 움직이지도 않았다. 싱과 닮은 남자가 신경 쓰였지만, 묻는다고 해도 답을 해줄 것 같지 않아 그저 남자가 나가기만을 기다렸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고 닫혔던 문이 끼익-하고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남자가 드디어 돌아가나 싶어 이불을 살짝 걷어내니 방 밖으로 나서는 새하얀 남자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열린 문 사이로 그와 이야기를 하는 듯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그는 곤란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잊어달라는 듯 입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동시에 닫히는 문이 닫혔다.

“....마틴 챌피?”

그가 왜 이곳에 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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