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색의 꽃이 만연하게 핀 바깥의 풍경을 바라보며 봄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에 기분 좋은 바람이 코끝을 간지럽히고 따스한 햇볕이 긴장되어 있던 몸을 나른하게 만들었다.
이 좋은 날에 회사에 감금당한 채 일을 해야 하는 자신의 처지가 오늘따라 처량해 보였다.
연이은 야근으로 연구는 둘째치고 애창의 관리도 하지 못해 불만은 쌓여만 갔다.
다 때려치우고 집에 가서 쉴까?
윌라드에게 말하고 오늘은 일찍 집에 가서 쉬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자리에서 일어서는데 자신을 향한 뜨거운 시선이 느껴졌다.
...나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속으로 되뇌며 주머니에 지갑과 휴대전화, 열쇠만 간단하게 챙겨 사무실을 나섰다.
가방을 두고 왔지만, 중요 물품은 자신에게 있으니 상관없었다.
아마 가방을 챙겼으면...
"...생각만 해도 소름 끼치는군"
애초에 이런 무리 생활에 익숙하지 않은 자신이었기에 일이 더더욱 지루하고 힘들었다.
자신을 회사로 데려온 윌라드는 최대한 편의를 봐주려고 노력은 하지만 매번 타라에게 저지되기 일수였다.
다행히 오늘은 타라도 연이은 업무에 판단이 흐려져 자신이 화장실에 갔다고 생각한 모양이지만..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윌라드에게 찾아가 조퇴를 허락받고 회사를 나섰다.
아직 오전 시간이라 그런지 거리는 한산했다.
오랜만에 느끼는 자유로움과 여유에 집으로 곧장 가지 않고 회사 근처 공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싱그러운 풀내음과 향기로운 꽃향기가 어우러져 기분이 한층 더 업되었다.
호수가 보이는 벤치에 앉아 하늘을 올려다보니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평화롭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생각도 못한 단어
복잡한 세상사보다는 연구에 몰두하던 저이기에 딱히 상관없는 단어였지만, 다른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꽤 살기 좋아졌음은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평화로운 시간을 얼마나 지속될까?
"...평화라.."
때마침 울려오는 전화에 휴대전화를 꺼내 발신자를 확인하니...
"..빨리 벗어나야겠군"
벤치에서 일어나 집으로 재빨리 발걸음을 옮기는데 뒤에서 타라의 호통이 들려오는 듯했다.
자신을 감싸오는 상쾌한 바람과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
평화도 나쁘진 않다는 생각을 하며, 한결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집을 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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