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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 amor

2015. 6. 1. 03:10 | Posted by 아뮤엘

“..으음...”

얼마나 잠이 들었던 것일까?

억지로 몸을 일으키자 머리가 깨질 듯 아파왔다.

“일어나셨나요, 비에르노?”

“아아... 넌가? 내가 얼마나 잔 거지?”

"약 일주일 정도 일까요?“

남자는 목이 마를 테니 마시라는 듯 물이 든 컵을 건넸다.

비에르노는 남자가 건넨 컵을 받아 물을 마셨다.

일주일이라면 꽤 오래 잔 것임이 분명한데 물이 매끄럽게 목을 타고 넘어갔다.

“일주일이나 잔 것치고는 몸 상태가 최상인데?”

“이곳의 기술력을 너무 무시하시네요”

“아아...돌아왔었지”

“당신이 연극에 빠져 돌아오지 않아서 저희가 개입을 하게 되었으니 반성해주세요.”

아아 삐졌구나, 이 녀석?

짜증을 내며 말하는 눈앞의 금발 머리는 마틴이라는 사내로 자신이 속한 조직의 보스에게 심취한 상태였다.

분명 자신이 보스에게 더 신임을 받는다고 생각해서 질투하는 것이리라.

애초에 보스와 자신의 관계는 마틴이 생각하는 것처럼 상하관계가 아니라 평등한 관계였지만

“누구씨께서 기억을 잘 조작한 덕분에 그리된 걸 어찌하겠어?”

“..큭...그건”

“그러니까 서로 좋게 넘어가자고”

분하다는 듯이 입술을 깨무는 마틴의 모습에 비에르노는 기분이 좋아졌다.

“그건 그렇고 똑같이 생겨서 헷갈렸을 텐데 용케 날 알아봤군”

“인정하기 싫지만, 기억을 조작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읽히지 않았거든요”

“아아, 기억을 조작당했어도 나는 천재니까 말이지”

그것 때문에 더 열 받았었군

기억을 조작당한 상태라 무방비해진 자신의 기억을 잃으려다 실패한 것이 분명하였다.

자신과 릭, 보스인 헤이의 관계에 대해서 예전부터 부러워했으니까

자신들을 잇는 그 연결점을 알아보려고 했겠지

이 세계로 넘어오기 전, 헤이에게 생각을 읽히지 않도록 배웠고, 그것을 몸에 익혀 숨을 쉬듯이 자연스럽게 하라는 그의 말을 명심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마 무의식중에도 그 능력을 발휘하여 그가 기억을 읽지 못하게 한 것이리라


내가 잠들어 있던 동안 별다른 일은 없었나?”

“릭씨가 찾아왔었습니다. 헤이씨와 단둘이 이야기를 나누셨던 것 같은데... 그것 외에는 딱히?”

“이곳의 나는 어떻게 되었지?”

“다른 사람들과 같이 기억 조작을 하였습니다. 별다른 점은... 아, 당신이 차고 다니던 가죽 팔찌를 대신 끼고 다니던데 그 짧은 시간 동안 자기 자신에게 정이라도 들었던 겁니까?”

“알았으니 이만 재단으로 돌아가는 것이 어때? 너무 오래 자리를 비우면 의심받는다”

비꼬듯 말하는 마틴을 돌려보낸 뒤, 창문을 열고 창가에 기대어 앉았다.

어둠이 녹아든 밤하늘에 밝게 빛나는 별들이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이렇게 하늘을 바라보고 있자니 자연스레 마틴이 말이 생각났다.

자신의 존재를 잊고 지냄이 분명한데, 자신이 두고 온 가죽 팔찌를 착용하고 있다니

가죽 팔찌를 착용하고 덥다고 짜증을 내는 그의 모습을 생각하니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정이 들었다인가?”

이곳에서는 연을 만들지 않기로 마음먹었건만...

하늘의 별은 그를 떠올리게 하였고 자연스레 그와의 추억이 하나둘 떠올랐다.

틱틱 짜증을 내면서도 힘들 때면 가장 먼저 자신을 찾아와 기대던, 반쯤 장난으로 시작한 유희에 휘말려 상처만 입고 이제는 그 기억조차 잊고 지낼 너의 모습이 그리워졌다.

만나러 가고 싶어도, 지난번 일 때문에 더 이상의 외출은 금지된 상태라 불가능하였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하던 비에르노는 이내 입가에 진한 미소를 띠운 채 창가의 문을 닫고 침대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만날 수 없다면 데려오는 것도 나쁘지 않지”

아무리 기술이 좋다고 할지언정 일주일 만에 몸을 움직여서 그런지 피로가 몰려왔다.

“조만간 다시 만나길, Mi am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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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trella  (0) 2015.05.13

[다이글] il crìmine (5)

2015. 5. 29. 19:41 | Posted by 아뮤엘

정이 들었던 저택을 떠나 내가 향한 곳은 연합이었다.

회사와 적대적인 관계에 놓여있어, 회사에 속해있는 형이 쉽게 자신에게 접근하지 못할 것이란 계산 때문이었다.

거리에 자욱하던 안개가 걷히고 따뜻한 햇살이 가득 채웠다.

“아아, 벌써 아침인가?”

지금쯤이면 형이 잠에서 깨어나 상황을 파악했겠지

형은 자신의 행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쓰레기? 상종도 못 할 새끼? 형에게 발정이나 하는 그런...

꾹 다문 입술 사이로 핏물이 비집고 흘러내렸다.

자신의 행동에 대해 후회는 되지 않았지만, 가슴 한쪽이 아려왔다.


다행히 점심이 되기 전에 연합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연합에서는 자신의 방문에 꽤 놀란 눈치였지만, 아무런 말이 받아주었다.

다른 이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오면서 산 옷들을 들고 욕실에 들어갔다.

몸 구석구석에 남겨진 형의 흔적을 끌어안았다.

꽃잎처럼 붉게 피어난 흔적들

다시 한 번 피어날 일은 없겠지.

간단하게 샤워를 한 뒤 따뜻한 물이 가득 찬 욕조에 들어가 기대었다.

“아아.. 따뜻하네”

굳어있던 몸이 풀려 나른해졌다.

감겨오는 눈을 억지로 뜨며 욕조에서 일어났다.

혹시나 잠이 든 자신을 걱정한 누군가가 들어와 몸에 남겨진 흔적을 보는 상황 같은 건 만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마무리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욕실에서 나오자 작은 여자아이가 쪼르르 달려와 안겼다.

“.....??”

“아찌, 아찌가 새로 온 아찌야?”

“꼬마야, 아저씨가 아니라 오빠야”

“꼬마 아냐! 엘리야!”

자신을 엘리라고 소개한 작은 소녀의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지끈거리는 허리의 통증을 잠시 누르고 엘리를 안아 들었다.

“앞으로 잘 부탁해, 꼬마 아가씨”

“엘리도 잘 부탁해, 아찌!”

“아저씨 아니라니까”

꼬마의 볼을 살짝 꼬집으며 말하자 볼을 빵빵하게 부풀린다.

아아 평화롭다

시끄러운 메이드들도, 탐욕에 눈이 먼 친척이라는 인간들도 여기엔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형도

형을 볼 수 없는 건 씁쓸하지만, 형이 다른 여자와 행복해하는 꼴을 보는 것보단 나으니까..

시간이 흐르면 잊혀지겠지

아니 잊어야만 하겠지


“아찌 슬퍼?”

품에 안긴 꼬마가 던진 말에 상념에서 깨어날 수 있었다.

“아니 안 슬퍼”

“아찌, 슬플 때는 이렇게 하는 거라고 했쪄”

아이는 손을 뻗어 자신의 입꼬리를 늘렸다.

“고맙다 꼬맹이”

아이의 행동은 작은 것이었지만, 자신에게는 큰 힘이 되었다.

어쩌면 이 꼬마는 지친 자신에게 주는 선물일지도

“꼬맹아, 아이스크림 좋아하냐?”

“꼬맹이 아냐! 엘리야!”

“그래그래, 그래서 아이스크림 좋아해?”

“엘리는 딸기 맛이 좋아!”

안아 든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연합 건물을 나섰다.

푸른 하늘과 따스한 햇살이 자신들이 맞이하였고, 상쾌한 바람이 자신과 아이를 감싸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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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nerézza

2015. 5. 16. 03:07 | Posted by 아뮤엘

.......

눈앞에 게이트가 생기고 낮익은 복장의 남자가 눈에 들어온다.

“바이, 먼저 방으로 가 있도록”

“흐응~ 또 둘이서 비밀 이야기야? 너무 기다리게 하면..알지?”

“아아”

미안한 마음에 볼에 살짝 입을 맞추자, 일찍 돌아오라며 새침한 표정으로 집무실로 나서는 연인의 모습에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게이트에서 나타난 남성에게 시선을 돌리자 남성은 익숙하다는 듯이 소파에 걸터앉았다.

“돌아온 건가?”

“아아, 소식을 들었소”

그래서 예상보다 빨리 돌아온 건가

말없이 그를 응시하자 자신의 시선을 깨닫고 남자가 말을 이었다.

“이번 일은 도가 지나쳤소”

“아아.. 하지만 본인이 원한 건데 내가 말릴 수는 없잖나”

어깨를 으쓱이며 의자에 기대자 자신을 향한 시선이 느껴졌다.

“뭐가 그리 마음에 안 드는 건지. 말해라, 릭 톰슨”

“사람의 기억을 조종하는 것도 한계가 있는 법이요. 그것도 여러 사람의 기억을 동시에 조작하게 되면 언젠간 모순이 발견되겠지.”

“그래서?”

“얼마 지나지 않아, 기억의 모순점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요. 그러면 저절로 그가 의심받을 것이고”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자신을 몰아붙이는 그의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그래서 돌아온 것이었나?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여차하면 빼 오면 되는 것이고”

내가 그걸 가만히 보고 있을 리 없잖나?

릭은 자신이 생략한 뒷말을 읽은 것인지, 작게 한숨을 쉬더니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또 다른 질문은?”

“그는 어디에 있지?”

“누구?”

모르는 척 되묻자 릭은 그만 하라는 듯 커피잔을 소리 나게 내려놓았다.

“비에르노라면 지금 쉬고 있어”

“...역시. 그 작전 의견을 낸 게 누군지 궁금해지는군”

“비에르노, 그가 스스로 기억 조작을 부탁하더니, 꽤 오랜 기간 즐기더군. 그곳에서의 생활이 꽤 마음에 들었나 보지, 누구처럼”

찻잔을 들어 향을 음미하자 자신을 향한 뜨거운 시선이 느껴졌다.

아아, 역시 반응이 뜨겁군.

“덕분에 이쪽이 직접 개입해서 데려왔지만, 그런 일이 다시는 없었으면 좋겠군”

“기억을 지우지 않았으니 그런 일은 없을 것이오”

단호하게 말을 끊는 그의 말투에서 그가 화가 나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무엇이 그대를 그리 성나게 하였나?”

“나는 당신들이 원하는 바를 아직도 모르겠소.”

“우리가 원하는 바는 다 같지 않나? 너는 연인을, 비에르노는 노력을, 나는 세상을 잃었지. 세계에 복수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이곳으로 온 이유 아니었나?”

“.......”

“우리는 시기를 오기만을 기다리는 것뿐이지. 그 기다림의 시간 동안 약간의 여흥은 필요하지 않겠나?”

릭은 대답 없이 식은 커피를 단숨에 마시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게이트를 열었다.

“이만 가보겠소. 최대한 이른 시일에 나도 합류하도록 하지. 비에르노에게 안부 전해주시오.”

게이트 속으로 사라져가는 그를 바라보며 헤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를 바라보았다.

해가 저물고 어둠이 밀려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아아...이제 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