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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글] il crìmine (3)

2015. 5. 7. 00:14 | Posted by 아뮤엘
.ㅇ...어.....라 누군가 흔들며 깨우는 소리가 들렸다. 
아니 그 상대가 누군지는 이미 알고 있지만 그래도...
"일어나라 이글" 
애써 못 들은 척 눈감고 외면하자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이 느껴졌다 
"왜 회사까지 와서 그냥 갔느냐"
역시 신경 쓰고 있었나
"또 뭐가 문제이길래 이리 자는 척을 하고 있는 건지. 말을 하지 않으면 나는 모른다"
딱딱한 말투에서 느껴지는 다정함에 자신도 모르게 일어나 형에게 안겼다 
"다 커서 어리광인 건가?"
웃음기 서린 목소리로 등을 쓰다듬어주는 형의 손길에 가만히 품에 안겨 있었다.
품에 안긴 채 아무리 생각해도 제정신으로는 말하지 못할 것 같았다.
그래서 형의 품에서 벗어나 장식장에서 양주를 꺼내 소파에 앉았다.
형도 눈치를 챘는지 식당에 다녀오겠다고 일어섰다.
나는 끄덕이는 걸로 답을 하고 쿠션을 끌어안고 형을 기다렸다.
술이라면..
술기운이라면 이 답답한 속을 형한테 시원하게 털어놓을 수 있을까?
"또 무엇이 그리 고민이길래 자학을 하고 있나"
자신도 모르게 깨문 입술에서 맺힌 선혈을 닦아주는 손길이 느껴졌다.
"잠시라도 눈을 뗄 수 없군, 나의 막내 동생은"
"형...."
"저녁이 아직이라고 해서 나도 먹을 겸 간단한 식사거리도 챙겨왔으니 같이 먹자구나"
"...저녁 먹고 온 거 아니었어?"
"...? 식사는 언제나 가족과 함께 라고 네가 항상 말해놓고서는"
살짝 머금은 미소를 숨기듯 가져온 음식을 차리는 형의 모습에
형은 언제적 이야기를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는 건지...
라고 작게 웅얼거리며 애써 올라오는 눈물을 참아내고 세팅을 도왔다.
아직은...자신에게 형이 필요했다
형을 놓을 자신이 없었다.
그러니 더욱 형에게 있어서 그 여성의 존재가 어떤 존재인지가 궁금해졌다
간단한 식사를 하고 말없이 술을 주고받았다.
양주 두 병이 비어갈 무렵 형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이제 말할 수 있겠나?
안 그래도 형제 중에 술에 약한 형이기에 슬슬 취했을 거라 생각했는데 자신의 짐작이 옳았다
한껏 붉어진 얼굴
살짝 새는 발음
지금이라면...
형도 다 말해주지 않을까?
형이 자신 몰래 숨겨왔던 것이 있다면...
"형 요즘 관심 있는 사람 있어?"
"음...?"  
그게 무슨 말이냐는 표정으로 쳐다보는 형의 모습에 질문을 정정해서 다시 물었다
"아까 회사 앞에서 여자와 다정하게 이야기하던데 무슨 사이야?"
"음....?  아아 타라를 말하는 건가"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생각났는지 말을 이었다.
그 여자가 회사에서 좋지 않은 일이 겪어 그 하소연을 들었다는 이야기가 주였지만 내 귀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왜 그런 하소연을 형한테 말하지?
다른 사람들도 있잖아
그것보다 형도 웃으면서 이야기했잖아... 
상담이 아니었던 게 아닐까?
구역질이 날 정도로 추한 질투에 나 자신이 싫었지만,  다른 사람에게 형을 빼앗기기는 싫었다.
형은 내 것이니까, 아직 난 형이 필요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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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글] il crìmine (2)

2015. 5. 6. 23:58 | Posted by 아뮤엘

통과의례를 다녀온 후 주변에서의 내 평가는 가벼운 놈, 한량 등으로 인식이 박히게 되었다
형들은 그런 내 모습에 아무런 말없이 평소와 같이 대해주었다. 
시간은 흐르는 강물같이 막힘없이 고요히 흘러만 갔다. 
나는 가면을 쓰고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지껄이는 것이 익숙해졌고, 짧았던 머리는 어느새 길게 자랐다. 
내가 가문의 망나니로서 사람들에게 인식이 잡혀갈 때쯤 작은 형은 가문을 나갔고, 큰형은 회사의 에이스로써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작은 형이 떠난 뒤 자연스레 큰 형과 둘이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레 힘이 들 때 기대게 되었다.
이때까지만해도 형에 대한 나의 감정이 그저 평범한 형제애라고 생각했다.

흩날리는 벚꽃이 거리를 가득 채운 어느 봄날, 형의 부탁으로 서류를 전해주기 위해 회사에 가게 되었다. 
그리고 보게 되었다. 
형이 아름답게 생긴 여성과 웃으며 대화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멈추어선 몸을 억지로 돌려 회사의 후문을 향해 발을 옮겼다
형과 마주칠까 싶어 최대한 빨리 프런트의 직원에게 서류를 맡기고 저택으로 돌아왔다. 
하인들을 모두 물린 채 방으로 들어와 소파에 기대듯 누웠다. 
자연스레 몸에 힘이 빠지고 눈을 감았다. 
그 여자는 누구일까?
형이 좋아하는 여자인가?
좋아해, 누굴....?
형은 결혼할 생각인 건가? 
나를 두고....? 
복잡하던 머릿속이 싸하게 식으며 더 이상의 사고를 멈추었다.
형이 날 버릴 리 없어 
그래...그럴 리 없지 
형한테 물어보면..그래 그러면 돼
답을 내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형이 오기 전에 씻어야겠네~"
더러운 게 묻어 찜찜하기도 하니까 
입욕제를 풀고 욕조에서 나른함을 즐긴다는 게 깜박 잠이 들었는지 마무리 샤워를 하고 나오니 밖이 시끌벅적했다 
직감적으로 형이 퇴근하고 돌아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나가볼까?
이내 고개를 젓고 침대에 몸을 던졌다. 
작게 흔들리는 침대에 몸을 동그랗게 말고 눈을 감았다. 
지금 나가봤자 소란스러운 분위기에 휩쓸릴 것이 뻔하다. 
차라리 조용해지길 기다렸다가 따로 이야기하는 게 나을 거란 생각에 나른해진 몸을 끌어안고 잠을 청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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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5. 6. 23:28 | Posted by 아뮤엘
푸른 빛이 도는 은백색의 아름다운 꽃
가문을 세운 조상님이 사랑하던 여인이 죽고 슬피 우는 그를 위해서인지 피었다는 꽃은 홀덴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사랑하는 여인을 떠올리며 조심스레 채집해온 꽃은 다음 날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고 한다.
보는 자에게는 행복을 가져다준다는 이 꽃은 보았다는 사람이 손에 꼽았다고 한다.
어린 시절 유모에게 자주 들었던 꽃의 전설은 어린 시절 자신과 형들에게 호기심 대상이었다.
어떻게 생겼을까? 어떠한 행복을 가져다줄까?
그런 자신들의 모습에 어른들은 한결같이 머리를 쓰다듬으며 글쎄? 나도 잘 모르겠구나 라며 쓴웃음을 지으셨다.
어린 시절에야 그렇구나 하고 넘겼지만 16살이 되는 해 왜 어른들이 그러셨는지 알 것 같았다.
대가 없는 행복은 없는 법
바쁘신 부모님과 형들이랑 오랜만에 외출하기로 하였다. 
가족에게 소홀히 해서 미안하다며 아버지가 시간을 내셔서 바닷가에 있는 별장에 놀러 가게 되었다. 
오랜만에 가족 모두가 함께 모인다는 사실 하나로 들떠 잠이 오지 않았다.
가디건은 걸치고 정원을 산책하는데 달빛에 비쳐 은은하게 빛나는 꽃 한 송이가 눈에 들어왔다.
푸른 기가 감도는, 달빛으로 인해 아름답지만 지금 당장에라도 사라질듯한 분위기
이글은 본능적으로 느꼈다
이 꽃이 이야기에만 나오던 그 꽃일 거라는...
가져가 보았자 사라질 게 뻔하기에 작게 소원을 빌었다
행복한 여행길이 될 수 있길
자신의 소원에 답이라도 하듯 바람에 살짝 흔들리는 꽃을 보고 작게 미소를 지으며 잠을 자기 위해 자신의 방으로 향하였다.

꽃이 자신의 소원을 들어준 것일까?
가족끼리 간 여행에서의 일정은 사고 없이 즐겁게 마칠 수 있었다. 
하지만,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 둘 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다는 부모님의 말씀에 형들과 먼저 저택으로 돌아왔다. 
곧 따라오신다던 부모님은 반나절이 지나도 돌아오시지 않았다
별일 아닐 거라며 기다려보자는 큰형의 말에 기다렸다. 
그렇게 하루가 지났다.
형들도 걱정에 자질 못했는지 수척한 얼굴로 식당으로 내려왔다.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를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의 식사가 끝나갈 무렵 식당의 문이 큰 소리를 내며 열렸다.
새하얗게 질려 달려오는 집사의 표정에 우리는 직감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갑작스러운 산사태가 일어나 돌아가셨다는 소설 속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패턴의 비극이었다 
그렇게 강하던 아버지가 고작 산사태에 돌아가셨다는 게 말이 되지 않았다.
형들도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는 것 같지만, 겉으로 표현하지 않았다. 
가주던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큰형이 21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가주가 되었다. 
주변 친척들은 어리다며 가주의 위신이 안 선다, 자신들이 대리로 서줄 테니 좀 더 성숙해지면 가주로 올려주겠다는 온갖 개소리를 해대었다. 
이런 상황이 꽤 오랜 시간 반복되자 큰 형은 웃음과 감정을 잃었으며 작은 형은 미친 듯이 수련에 집중하였다. 
그리고 나는....꽃의 진정한 의미를 알았다.
그 꽃은 본 사람이 원하는 행복을 가져다주지만 동시에 불행을 가져온다는 걸..
어린 시절 어른들이 꽃의 이야기에 쓴웃음을 지은 이유를 잃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소원을 비는 게 아니었는데.. 
자신이 빌지 않았다면 부모님은 살아계시지 않았을까? 
큰 형과 작은 형도 저리 되지 않았을 텐데.. 
밀려드는 자괴감에 나는 연기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마침 통과의례도 해야했으니 ...
통과의례 후 성격이 바뀐 이들이 많다고 했으니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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