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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6.10.27 [루드이작/루드작] Erlösung -2-
  3. 2016.10.25 [루드이작/루드작] Erlösung -1-
  4. 2015.10.06 [바레벨져] guilt - 下
  5. 2015.08.31 [바레벨져] guilt - 上
  6. 2015.08.09 cioccolata
  7. 2015.07.31 Dream
  8. 2015.07.31 [티엔다무] Pomodoro
  9. 2015.07.09 [릭벨져] curiosità
  10. 2015.07.02 [티엔다무] separazione

Happy birthday, Ricardo

2016. 11. 18. 00:12 | Posted by 아뮤엘

눈이 내린다.

너를 닮은 새하얀 눈이 세상을 덮기 시작했다.

색색의 건물들은 새하얗게 물들어가고 크고 작게 들리던 소리도 하나둘 가려져 갔다.


11월 17일

너와 내가 만난 날.

처음으로 이름을 가지게 된 날.

생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생긴 날.

처음으로 친구라는 존재가 생긴 날.

너와의 긴 인연이 시작된 날.


뽀득-

걸을 때마다 들리는 소리가 왠지 정겨웠다. 생각해보니 생일에 눈이 내리는 것은 꽤 오랜만이었다. 그리운 추억들…. 이제는 돌아오지 않는. 아주 어린 시절에는, 그래 마피아에 거두어지기 전까지는 언제나 둘이 함께였다. 그러다 우리를 눈여겨본 그들에게 거두어지고 나서는 조직 원들이 축하해 주었다. 너는 언제나 따로 방을 찾아와 생일을 축하한다며 선물을 건네주었다. 그리고 그날은 너와 같이 잠을 자는 날이었다. 뭐 이건 네 생일에도 마찬가지였지만. 더 크고 나서는 카포로서의 일이 바빠 서로의 생일을 챙기지 못하는 날이 많아졌다. 다른 이들의 축하는 필요 없었다. 우리에게는 서로가 있었으니까. 아무리 바빠도 조금 늦은 시각이라도 서로의 집에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으니까. 그런 날 중에서도 눈이 내리는 생일은 언제나 특별했다. 눈이 내리는 날이면, 모든 일을 미루어두고, 약속이라도 한 듯 언제나 같은 장소에서 만났다. 그리고 너의 손에 이끌려 도착한 곳에서 밥을 먹고, 너의 집에서 와인과 함께 하루를 마무리하곤 했다.


너에게 우리는 이미 끝난 연일 텐데, 나는 눈이 내린다는 이유로 하던 일을 내려놓고 집을 나섰다. 큰길을 벗어나 좁고 좁은 골목길 안으로 들어갔다. 한참을 들어가고 나서야 작은 공터가 나왔다. 버려진 옷가지와 벽돌 따위로 만들어진 작은 더미가 눈에 들어왔다. 소중한 보금자리였다. 거리에 버려져 기댈 곳이라고는 서로밖에 없던 우리가 살았던. 둘이서 살 집이니 바람이나 비에 무너지면 안 된다고 몇 날 며칠을 돌아다녀 재료를 주워와 공들여 만들었었다. 겨우 만든 집은 며칠 살지도 못한 채, 더 좋은 곳으로 가게 되었지만 우리는 옛 추억을 그리듯 종종 이곳을 찾았다. 지금은 들어가기에는 너무 작은 집이지만 예전이 그리워져 몸을 숙여 안을 들여다보았다. 어두운 집 안에는 색색의 조약돌과 쓰레기만이 남겨져 있었다. 처음 보는 것들도 있는걸 보면 집을 잃은 고양이가 가끔 쉬어가는 쉼터가 된 모양이었다. 씁쓸해지는 마음을 삼키고, 커지는 하얀 눈송이에 근처 건물 아래로 들어가 눈을 피했다. 네가 올 리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작은 미련이 이곳을 떠나는 것을 주저하고 있었다. 아직 날이 어두워지지 않았으니까, 춥지 않으니까 좀 더 기다려 볼까? 하는 마음으로 한 시간, 두 시간 새하얗던 세상이 어둠에 잠식될 때까지 너를 기다렸다. 


 드문드문 들려오던 소리와 건물의 불빛이 하나둘 사라져갈 무렵이 되어서야 나는 추위에 굳은 몸을 일으켜 세웠다. 굳은 몸을 간단히 풀고 어두운 골목을 빠져나왔다. 어두워진 거리에는 흐릿하게 빛나는 가로등만이 기다리고 있었다. 너는 정말 떠나버린 거구나. 아릿해져만 오는 가슴에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대로 주저앉고 싶었다. 하지만, 네가 나를 거부한다고 하여도 난 널 지켜야 했다. 그 어둠으로부터. 그게 날 구원해준 널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단 한 가지의 답이었기에. 다만, 이 아파지는 마음을 난 어찌하면 좋은 걸까? 떨구어진 머리가 초라해진 나의 그림자를 더 작게 만들었다. 눈 위로 툭툭 떨어지는 작은 물방울들을 나는 멈출 수가 없었다. 고요한 거리에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뽀득- 뽀드득- 흐릿해져 가는 시야에 익숙한 구두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눈가의 눈물을 닦아주는 따뜻한 손길을 따라 옮긴 시선 끝에는 그토록 보고 싶었던 네가 있었다.


“여전히 미련하군. 포기라는 걸 좀 알았으면 좋겠는데.”

“…. 네가 어떻게 여기에?”

“이유를 묻는건가? 그렇다면 답해주지. 생일 축하한다, 리키”


제 품에 안긴 그의 따뜻한 온기를 나는 몇 번이고 확인했다. 이게 꿈은 아닐까? 네가 혹시나 사라져 버리는 건 아닐까 하는 마음에. 그리고 그것이 현실임을 깨닫고 나서야 나는 웃을 수 있었다.


“아아, 최고의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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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드이작/루드작] Erlösung -2-

2016. 10. 27. 00:23 | Posted by 아뮤엘

 [절망 속에서 내밀어진 작은 손은 무척이나 눈부셨다. 바닥으로, 아니 그보다 더 낮은 곳으로 떨어지기만 하던 나날이 즐거워졌다. 그래, 나는 생각했다. 나도 구원받을 수 있다고, 그래 그렇게 생각했었다.]


 어린 시절 아버지는 항상 쫓겨 다녔다. 이유는 모른다. 어머니조차 그를 외면했지만, 그의 자식이라는, 가족이라는 꼬리표는 항상 우리를 따라다녔다. 도망치고, 또 도망쳤지만, 꼬리표는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책임지지도 못할 씨앗들을 뿌려 놓은 덕에 우리 가족은 언제나 가난했다. 남의 집 일을 하느라 얼굴조차 보기 힘든 어머니, 그로 인해 그렇지 않아도 낡은 집은 더러워졌고 냄새까지 나기 시작했다. 첫째라는 이유로 동생들을 돌봐야만 했다. 가끔 물을 길어 강가에 나갈 때면 돌을 던지는 아이들, 숙덕거리는 마을 사람들로 인해 아주 늦은 밤, 모두가 잠든 시각에 나갈 수 있었다.


 지긋지긋했다. 이 모든 상황이. 나는 더럽지도, 냄새가 나지도 않았다. 매일 이렇게 상처가 나도록 몸을 닦고 닦았지만, 주위 사람들은 냄새가 난다며 배척하고, 돌을 던졌다. 내가 뭘 잘못했길래? 이런 취급을 받으면서 살아가야 하는가? 나도 보살핌을 받아야 할 존재인데 왜 나만? 그 설움이 쌓이고 쌓여서 어느 날 한꺼번에 터지고 말았다. 

동생들 앞에서는 울 수는 없었다. 그래, 몸에 밴 습관들은 나를 끝까지 죄어왔다. 마을 사람들의 눈을 피해, 좁고 어두운 곳을 찾아 작은 몸을 숨기고 참아왔던 울음을 터트렸다. 숨기려고 노력했지만, 새어나가는 울음소리를 막을 수는 없었다. 그저 얼굴을 무릎에 품고 최대한 소리를 죽이는 것만이 최선이었다.


 자꾸만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가다듬고 있을 때였다. 누군가가 근처로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마을 사람에게 들키면 성가셔지니까, 재빨리 눈물을 닦고 도망치자는 생각에 대충 눈가를 소매로 잡고 일어섰지만, 자신을 붙잡는 손길이 더 빨랐다.


“천사님, 여기서 왜 울고 있어?”


남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천사? 누굴 보고 하는 소리지? 설마 나인가? 그럴 리 없다는 생각에 붙잡힌 손을 빼내어 도망치려고 했지만, 제 의도를 알아차린 것인지 남자아이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응? 대답 좀 해주지, 그래?”


아, 얼굴도 다시 보고 싶네~ 라고 덧붙이며 말을 걸어왔다. 내가 누군지 모르는 건가? 나를, 피하지 않아?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나는, 도망가야 된다는 생각보다 상대가 누구인지 보고 싶어졌다. 그래, 왜인지 몰라도 가슴 한구석에서 그라면 믿을 수 있다고 말하고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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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드이작/루드작] Erlösung -1-

2016. 10. 25. 01:19 | Posted by 아뮤엘

 [내가 이 지독한 꿈에서 깼을 때, 잘 잤어? 라고 말하는 네가 옆에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루에도 수 십 번을 해. 이 모든 것이 꿈이고 사실은 둘이서 태양과 달이 잘 보이는 언덕 위 작은 집에서 살고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나를 잠식하고 있는 불쾌한 기억의 시작은, 그래 아주 어릴 적부터 시작된다. 기억이 시작될 무렵, 아주 어린 나는 어머니의 손을 잡고 도망치고 있었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그래, 일 모든 일의 시작을 따지자면, 자신을 찾아온 한 무리가 이 모든 일의 시작이었다. 자신의 능력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그러니 세상을 위해 자신들에게 맡겨달라고 말했다. 불길한 느낌이 드셨는지, 아버지는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부탁하고 방문자들을 잠시 문밖으로 쫓아내셨다. 그리고 우리에게 돈과 식량을 챙겨주고, 마룻바닥의 숨겨진 통로로 밀어 넣었다. 그리고 멀리 도망가라고, 자신은 여기서 그들을 막을 테니, 아니, 곧 따라갈 터이니 걱정 말고 먼저 가라고 웃어 보이며 어머니와 자신을 차례로 포옹하고 그대로 통로의 문을 닫았다. 아버지도 곧 따라오시겠다고 하셨지만,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아니, 어렸던 나도 알았던 것 같다. 다시는 보지 못할 것이란 걸. 그래서 더욱 필사적으로 도망치고, 또 도망쳤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정신없이 피해 도착한 마을에서 우리는 쉴 수 있었다. 나중에야 알았지만, 독일이 아닌 체코의 한 마을이었다. 마을의 한쪽은 강으로, 다른 한쪽은 숲이 있어 꽤 아름다운 마을이었다. 어머니도, 나도 꽤 오랜 도망생활에 지쳐있는 상태였기에, 이만하면 추적자들도 포기했겠지.라고 생각하며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숲 속에 정착하여 살기 시작했다. 마을에서 사는 것도 좋았겠지만, 혹시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다행히 숲 입구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버려진 집이 있었다. 버려졌다? 라기에는 생각보다 깔끔한 집이었기에, 주위에서 나뭇가지와 흙을 주워다 부족한 부분만 수리하였다. 하루만 잔다고 한다면 그냥 자도 되겠지만, 살아야 했기에 조금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어린 나는 할 수 있는 것이 없기에 옆에서 어머니를 도우다 마을로 내려가 필요한 식재료를 사 오는 것이 다였다. (다행히 마을에 오가는 사람은 많았는지 외지인에 대한 배척은 없었다) 가끔 입이 가벼운 상인들에게 얻는 정보도 있었기에 하루에 한 번씩은 마을로 내려갔다. 이것저것 얻은 정보는 많으나 보통 쓸모없는 내용이 다수였지만 유용한 정보도 다수 있었다. 예를 들면 어머니와 함께 살게 된 집이 원래 살던 주인이 수도로 올라가면서 버렸다던가, 신흥종교에 대한 이야기라던가. 사실 정확한 의미 모를 이야기도 많았지만 귀담아들어 두었다 집으로 가 저녁을 먹으며 어머니께 말씀드리곤 했다. 그럼 어머니는 웃으며 맞장구를 쳐 주셨다.


 마을에서의 삶이 익숙해졌을 무렵, 나는 열매를 구분하여 딸 수 있게 되었다. 트랩을 만드는 것에도 능숙해져(마을 사람에게 배웠다.) 작은 짐승을 잡아와 요리해 먹기도 했다. 가끔은 어머니와 같이 강가에 가서 물놀이하다 물고기를 잡기도 하고, 어머니가 빨래하실 때면 마을 중앙 분수대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였다. 이날도 평범할 것 없는 날이었다. 빨래하시는 어머니를 뒤로하고 분수대에 걸터앉아 지나가는 사람을 구경하고 있었다. 가끔 자신을 알아본 사람들이 인사를 건네 오는 것도 포함해서 말이다. 평범하게 어머니가 자신을 찾아오길 바라며, 앉아있는데 저 멀리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처음에는 착각인가 싶어 넘어갔지만, 이내 그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보통 때라면 그냥 무시하고 지나갔지만, 그날따라 그 작은 소음이 무척 신경 쓰였다. 주변을 둘러보다 찾아간 어두운 골목에서 울고 있는 천사를 만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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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10. 6. 03:21 | Posted by 아뮤엘

얼마나 달렸을까? 기차를 타고 꽤 오랜 시간에 걸쳐 목적지에 도착했다. 사실 자신이 가려는 곳은 이 역에서도 차를 타고 한~두 시간은 더 가야 있는 장소였다. 짐을 들고 역 앞 광장에서 마차를 탔다. 멍하니 창문을 열고 밖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항상 긴장을 놓을 새 없이 싸우고 죽이는 생활의 연속이었기에 이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여유로운 일상이 오히려 어색했다. 푸르름을 뽐내는 나무들 사이로 새파란 바다가 보였다.

아아, 벌써 도착인가? 마차가 멈추고 닫혀있던 문이 열렸다. 마부에게 고맙다고 팁까지 쥐여주고 일단 묵을 장소부터 찾기 시작했다. 다행히 여행객들의 발길이 전혀 닿지 않은 장소는 아니었는지, 마을에 여관이 있었다. 여관에 들어가 방을 얻어 짐을 내려놓은 뒤, 바닷가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바다의 짠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쏴아아- 소리를 내며 파도치는 바다를 보고 있자니 자신이 도시를 떠나 바다로 왔다는 사실이 새삼 와 닿았다. 평소 입던 정장 대신 캐주얼한 옷을 입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우스웠다. 반소매에 반바지, 거기다 바닷가에 나간다고 하니 여관 주인이 신으라고 건네준 슬리퍼까지. 완전 피서객의 모습이었다. 모래사장을 걸을 때마다 신발 사이로 들어오는 모래의 촉감이 좋아 결국 신발을 벗어 손에 들었다. 찬 바닷바람과 달리 따뜻한 모래. 마음이 차분해졌다. 길게 늘어진 해변가를 따라 걷다 보니 저 멀리 절벽이 보였다. 뒤를 돌아보니 꽤 많이 걸어온 것 같았다. 해가 저물기까지 그리 머지않아 슬슬 되돌아가야 하지만, 절벽까지 멀어 보이지 않아 절벽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제 머릿속을 가득 채운 생각들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이곳에서의 짧은 휴식이 끝나면 다시 전장으로 돌아가야 했으니까. 그곳으로 돌아가면 이렇게 천천히 생각을 되돌아볼 시간도, 여유도 없을 거리라는 걸 잘 알기에 더더욱 지금 이 시간이 소중했다. 지난 일은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기에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가 중요했다.
하아...”
냄샌가... 또 분쟁이... 지긋지긋하군.
“또 어느 조직ㅇ....”
자연스럽게
뒤돌아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감았던 눈을 뜨니 매우 평화로운 석양이 지는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그제야 자신이 휴가를 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렇다면 이 피 냄새는 어디서…? 희미한 냄새를 따라간 곳은 절벽 아래에 있는 크고 작은 바위가 가득한 곳이었다. 파도와 바람, 세월의 흐름에 따라 제각각의 모양을 지닌 바위 사이로 새하얀 인영이 눈에 들어왔다. 새하얀 머리카락과 꽤 검은색의 고급 진 재질의 옷, 그리고 붉은 피가 새어 나오는 몸을 뒤집었다. 새하얗게 질려서 그렇지 꽤나 미형이었기에 여성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벗었던 신발을 다시 신고 남자가 쥐고 있던 검을 손에서 빼내었다. 이도류인가? 검을 남자의 허리에 달린 검집에 넣고 남자의 상태를 살폈다. 맞닿은 피부로 느껴지는 상대방의 체온은 상당히 내려간 상태였고 복부에 입은 상처에서 피가 흐르는 상태였다. 상처가 그리 깊은 편은 아니었으나, 상태를 보아하니 상처를 입고 방치된 지는 꽤 오래된 것 같았다. 평소라면 그냥 지나쳐갔겠지만, 눈앞에 있는 이 남자를 죽게 내버려 두고 싶지 않았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그냥 그를 죽게 하고 싶지 않았다. .

“서둘러야겠군
입고 있던 셔츠를 찢어 상처 부위를 감아 조심스레 안아 들고 마을을 향해 달렸다.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 마을에 있는 의원으로 재빨리 발걸음을 옮겼다. 남자를 치료한 의사는 출혈량이 많고, 체온이 낮아진 상태라 쇼크 현상이 온 것이라고 말했다. 수혈도 잘되었고, 상처도 잘 봉합되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의사에게 감사하다고 작게 고개 숙여 인사하였다. 평소라면 죽어도 신경 쓰지 않았을 텐데, 왜일까? 조금씩 체온이 돌아오기 시작했는지 파랗게 질려있던 입술이 붉게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새하얀 얼굴과 붉은 입술. 여인네들이 남성을 유혹하기 위해 바르는 붉은 립스틱이 그려내는 것보다 더 매혹적이었다. 아름답다. 이 감은 눈 속에는 무엇을 담고 있을까? 남자가 그려내는 음은 어떠할까? 조심스레 그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나는 왜 그를...? 알 수 없는 감정이 자신을 사로잡았다. 자신의 손길을 느낀 것인지 작게 뒤척이는 남자의 행동에 살짝 손을 떼어내었다. 멍하니 남자를 바라보다 이내 탁자 위에 올려놓았던 남자가 쥐고 있던 검이 눈에 들어왔다. 손이 모자라 검을 그냥 검집에 넣었지만, 그리 내버려두면 검이 상할 게 뻔하였다. 남자가 일어날 때까지 딱히 할 일도 없었고 의사에게 부탁하여 천을 얻어왔다. 얼핏 봤었지만, 전투한 모양인지 검에는 바닷물에 어느 정도 닦이긴 했지만, 피가 묻어 있었다. 두 검을 닦아내니, 꽤 오랜 시간이 흘러있었다. 검을 검집에 넣어 탁자 위에 다시 올려놓으려는데 빛에 반사된 검집에 새겨진 문자가 눈에 들어왔다.
Belzer Holden

“벨..져..인가?”

“...ㅇ.....”

뒤척이는 소리가 들리더니 목이 잠겨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는 것인지 작게 웅얼거리는 듯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줄곧 감겨있던 눈이 자신을 향해 있었다. 자신을 올곧게 쳐다보는 아이스 블루색의 눈동자. 아아, 빨라지는 심박수를 느끼며 언젠가 피에르가 지나가듯 했던 말이 떠올랐다.

‘사랑이라는 것이 저리 호들갑 떨 정도로 좋은 건가?’

‘리키, 너도 언젠가 사랑하는 이가 생기면 알게 되겠지. 누군가를 바라만 봐도 설레고, 그 사람이 계속 생각나는 감정을’

아아, 나는 이 남자를 사랑하게 되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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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8. 31. 02:00 | Posted by 아뮤엘

해변 립스틱 바레벨져

내게 주어진 환경들은 나를 지치게 하였다. 피비린내가 가시지 않는 곳에서 살기 위해, 자신을 믿어주는 이들을 지키기 위해 다른 이들을 죽이고, 또 죽였다. 자신이 강해질수록 제 손에 묻는 피의 양도 늘어났다. 제 몸을 떠나지 않는 이 역겨운 냄새가 싫었다. 살기 위해서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타인을 죽이는 제 모습도 역겨웠다. 이 모든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보스에게 가 처음으로 휴가를 달라고 부탁했다. 자신의 그런 모습이 놀라웠는지 보스는 제 예상보다 넉넉한 기간의 휴가와 휴가비를 챙겨주었다. 괜찮다고 거절했지만, 보스는 계속 거절하는 것도 실례라며 제 손에 돈 봉투를 쥐여주고 집무실에서 쫓아 내었다. 어딜 갈까? 휴가를 받는 데 성공했지만, 막살 갈 곳이 없었다. 아니 애초에 휴가 요청이 거절될 것이라 생각했기에 딱히 생각하지 않은 탓이 컸다. 일단 집으로 가볼까. 여행을 떠나려면 짐도 챙겨야 했으니, 집 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집으로 오는 길, 냉장고가 텅 비었다는 사실이 떠올라 간단하게 먹을 것을 사기 위해 집 근처 마켓에 들렸다. 당장 내일 떠난다고 해도 오늘 저녁과 아침은 먹어야 했기에 빵과 햄, 약간의 과일을 샀다. 잠긴 문을 열쇠로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최소한의 가구만 놓인 방이 눈에 들어왔다.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집에 있는 일이 드물어 집에 오더라도 잠만 자고 나가는 일이 많았다. 새삼 집 안의 풍경이 삭막하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딱히 꾸밀 방법이 떠오르지도 않았고 그리 불편하지도 않았기에 괜찮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온 식재료를 냉장고에 넣고 샤워를 하기 위해 욕실에 들어갔다. 샤워기에 물을 틀고 가만히 서서 흐르는 물을 맞고 서 있었다. 한참을 그리 서 있다 눈을 떴다. 투명한 물은 어느새 붉게 물들어 제 몸을 적시고 있었다. 구역질이 나는 것을 억지로 삼키고 눈을 감았다. 다시 눈을 뜨자 언제 그랬냐는 듯 투명한 물이 제 몸을 적시고 있었다. 어질 거리는 머리를 붙잡고 욕실에서 나왔다. 뚝뚝 떨어지는 물을 수건으로 대충 닦아내고 침대에 몸을 맡겼다.


그대로 잠이 들었던 것일까? 눈을 뜨니 살짝 열린 창문 사이로 빛이 들어왔다. 벌써 아침인가? 어기적 몸을 일으켜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마셨다. 어제 아무것도 먹지 않고 자서 그런지 출출했다. 햄과 과일을 썰어 간단하게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고, 샤워까지 하니 11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 되었다. 간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소파에 앉아 어딜 갈까 고민하였다. 돌아갈 고향이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딱히 생각나는 곳이 없었다. 그냥 이대로 집에서 휴가 내내 쉴까? 그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계속 어딘가로 떠나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다. 하지만 딱 여기다 싶은 곳이 없었다. 아, 머리 아프다. 뭐라도 보면 괜찮은 생각이 나오지 않을까 싶어 TV를 켰다. 새하얗게 분을 칠하고 립스틱으로 붉게 입술을 칠한 여인들이 나와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는 장면이 나왔다. 아름답다고 환호하는 관중의 모습에 도대체 어디가 아름답다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채널을 돌려도 나오는 것은 엇비슷했다. 싸구려 코미디, 여인들의 로망을 담은 드라마. 몇 번을 돌렸을까? 지친다. TV를 끌까?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돌려보고 꺼야 한다는 마음으로 돌린 채널에는 한적한 해변에서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해변이라 사람만 없다면 괜찮을 것 같았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해변이 있던가? 계절이 계절인 만큼 사람이 많을 텐데. 고민하다 내가 선택한 곳은 최대한 멀리 떨어진 외진 곳에 있는 곳이었다.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사람들은 가지 않게 되니까. 근처에 작은 마을이 있는 해변으로 여행지를 정하고 짐을 챙겼다. 오래 머물 생각은 없기에 적은 수의 옷가지와 세면도구 등을 챙겨 집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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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occolata

2015. 8. 9. 20:23 | Posted by 아뮤엘

힘들다. 제 앞에 높게 쌓인 서류를 보고 있자니 머리가 아파졌다. 언제쯤이면 줄어들까? 요 며칠간, 야근하면서까지 서류를 처리한 것 같은데 처음 그대로의 높이를, 아니 오히려 더 늘어난 것 같은 높이에 한숨이 나왔다. 도대체 뭘 어떻게 하면 이렇게 서류가 늘어나기만 하는지 일을 내려주는 상부에 묻고 싶었다. 최근 회사가 바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일도 적당히 줘야지 하루하루 지쳐만 갔다. 차라리 뭐라도 먹으면서 하면 좋을 텐데, 무슨 일이라도 있었는지 갑작스럽게 다이어트를 시작한 어떤 분 때문에 사무실에서 무언가를 먹는다는 것은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오랜 시간 동안 앉아 일을 해서 그런지 몸이 찌뿌둥했다. 가볍게 기지개를 켜고 휴게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굳은 몸을 풀고자 스트레칭을 하니 우두둑거리는 소리와 함께 굳었던 몸이 풀리는 것이 느껴졌다. 그렇게 굳은 몸을 풀고 이대로 좀 더 쉬다 들어갈까 고민하는데 유리창 건너로 보이는 뜨거운 시선에 조용히 휴게실의 문을 열고 사무실로 돌아갔다. 익숙한 자리에 앉아 쌓여있는 서류를 조금씩 처리해나갔다. 빨리하면 처리하는 만큼 늘어났으므로 너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서류를 처리하였다. 너무 느리게 했다간 꾀부린다고 뒤에서 불덩이가 날아올 것이 뻔했다. 몸을 살짝 젖혀 옆을 보니 매우 수척해진 얼굴을 한 알베르토의 모습이 보였다. 작게 괜찮냐고 물으니 견딜 만 하다고 작게 대답해왔다. 멍하니 빨리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빌며 서류를 처리했다.
"어.. 이건?"
"무슨 일이라도 있나?"
서류가 잘못 분배된 것인지 윌라드의 서류가 저한테 와있었다. 알베르토에게는 별일 아니라고 대답해주고 혹시 잘못 섞인 서류가 있나 확인하였다. 다행히 잘못 온 것은 방금 자신이 발견한 것뿐이었는지 다른 서류는 다 제 몫이었다. 조금이라도 쉴 수 있는 기회다! 라는 생각에 몸을 일으켰다. 서류를 들고 일어서니, 일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는지 아까와 같은 뜨거운 눈초리는 없었다. 한결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윌라드가 있는 이사실에 도착하였다. 노크를 하니 안에서 들어오라는 허락의 말이 들려왔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자신보다 더 많은 양의 서류에 둘러싸인 윌라드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살아있냐고 물어보니 허허..하고 웃음으로 대답하는 그의 모습에 왠지 모르게 짠해졌다.
"무슨 일입니까?"
"서류가 섞였더라고"
"아아.. 그건 제가 일부러 그런 것입니다."
"앙?"
그는 제가 건넨 서류를 받아들며, 제 손에 무언가를 올려놓았다.

"이게 뭐냐?"
"장시간 업무를 하느라 피곤하실 것 아닙니까? 피곤할 때 당을 섭취하면 피곤이 좀 풀린다고 하니까요"
꽤 고급스러운 포장지로 감싼 초콜릿 세 개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니 너무 늦으면 그녀가 화내지 않을까요? 라고 말하는 그의 말에 정신을 차리고 고맙다고 말하며 방을 나왔다. 일단 하나를 까서 입에 넣으니 달콤하면서도 씁쓸한 풍미가 입안을 가득 채웠다. 그리 많이 달지 않아 제 입맛에도 딱 맞았다. 남은 두 개를 어찌할까 고민하다 보니 어느새 제 자리에 앉아 서류를 처리하고 있는 제 모습이 보였다. 아아, 역시 습관이란.. 서류를 처리하면서 남은 두 개 중 하나를 꺼내 옆자리에 앉은 알베르토에게 건네주었다. 그는 물음이 가득한 눈으로 저를 쳐다보았다. 종이에 윌라드가 줬다고 타라 몰래 먹으라고 적어 그의 책상 위에 서류에 대해 물어보는 척 보여주었다. 그는 그녀를 속이고, 그녀 몰래 무엇인가를 먹는다는 것이 걸리는 듯 고민을 하다가 명왕의 부름으로 타라가 자리를 비우자 그때서야 먹었다. 작게 고맙다고 말하는 그에게 작게 으쓱이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사무실의 마녀가 자리를 비운 지금이 기회였다. 반쯤 시체가 되어 서류를 처리하고 있는 다이무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마지막 하나는 쟤한테 줘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작게 종이에 윌라드가 준 것이니 타라가 없는 지금 몰래 먹어라 라고 적어 서류를 들고 그의 자리로 가 물어보는 척 초콜릿과 종이를 건네주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왔다. 멍하니 자신을 쳐다보는 다이무스의 모습에 작게 한숨을 쉬며 손가락을 입에 가져다 대니 그제서야 감사의 인사를 하듯 작게 고개를 숙이며 초콜릿을 먹는 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귀엽긴 짜식. 작긴 해도 당이 들어가서 그런지 조금 힘이 나는 기분이었다. 맑아진 정신으로 서류를 처리하고 있자니 마녀가 사무실로 들어와 초콜릿 먹은 놈 누구야!! 라고 소리를 질렀다. 건너편 앉아 살짝 몸을 움찔거리며 무표정으로 서류를 처리하는 다이무스의 모습이 너무 잘 보였다. 거기다 살짝 고개를 돌리니 몰래 초콜릿 껍질을 책 안에 넣고, 그 책을 또 지 가방 속에 넣어 완벽하게 증거를 인멸하는 로라스의 모습까지 보였다 웃음이 나오는 것을 간신히 참으며 책상에 엎드렸다. 타라는 거기 쓰러지지 말고 일해! 그리고 초콜릿 먹은 놈 진짜 누구야!!! 라고 고함을 쳤다. 솔직히 그녀에게는 조금 미안하지만, 가끔 이러는 것도 꽤 재밌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의외로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서류를 하는 로라스 라던가, 작게 움찔거리며 타라의 눈치를 보는 다이무스 라던가. 결국, 범인을 찾는 걸 포기했는지 이를 갈며 업무를 하는 타라의 모습에 괜스레 미안해져, 나중에 그녀의 다이어트가 끝나면 맛있는 거라도 사줘야겠다고 생각하며 놓았던 펜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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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eam

2015. 7. 31. 22:52 | Posted by 아뮤엘

나는 항상 꿈을 꾼다. 모든 전쟁이 끝나고 평화로운 세상에서 사는 것을. 어린아이들에게 업을 물려주고 싶지 않아 괜찮은 척 지친 몸을 이끌고 전쟁터로 나선다. 조금이라도 더 살기 위해 적의 몸에서 흩날리는 피를 덮어쓰고 전쟁터에서 돌아오면 제 몸 깊숙이 밴 피 냄새가 아이들에게 밸까 싶어 아이들을 피해 방으로 가 피 냄새가 가실 때까지 씻고 또 씻었다. 새하얀 피부가 붉어질 때까지 씻고 나오면 제 방에서 기다리고 있던 어린아이들이 안겨왔다. 해맑은 얼굴들을 바라보고 있자면 힘들었던 것도 잊을 수 있었다. 이 아이들을 지킬 수 있다면, 이 아이들이 전쟁이라는 것을 모르고 살 수 있게 하고 싶었다. 그건 자신만의 생각일 뿐, 연합의 높으신 분들은 아이들의 능력을 전쟁에 이용하길 원했다. 아이들의 능력은 강력해서 전쟁에 참여하게 되면 분명 승기는 자신들 쪽으로 기울 것이 분명했다. 적들도 그것을 알고 있으므로 지켜보고 있었다.


사실 전쟁을 피하고 싶었다. 이 전쟁의 뒤에서 가장 이득을 볼 이들이 누구인지 알고 있지만, 자신의 말을 믿는 이는 없었다. 유일한 사건의 증인이 될 수 있는 제 형은 중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 중이었고, 형의 부상과 명왕의 양녀인 앨리셔 습격 사건으로 인해 그렇지 않아도 깊었던 골이 폭발해 두 조직 간의 전쟁을 알렸다. 매일 같은 장소에서 정해진 인원이 싸운다. 지쳐 쓰러질 때까지. 그렇게 일정 시간이 지날 때까지 싸우고 나면 그날의 전쟁이 끝난다. 전쟁이 끝나면 부상자를 이끌고 가 치료를 하고 괜찮은 자는 다음 날도 나가고 심한 자는 부상을 치료하며 다음 경기에 나갈 수 있도록 준비한다. 솔직히 전쟁에서 이기는 방법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그렇게 싸우고 싸웠는데도 불구하고 승패가 결정되지 않았다. 조직원들 사이에서는 이 전쟁이 의미 없는 전쟁이라는 이야기까지 떠돌았다. 조직원 중에서도 지친 이들이 많아 이 의미 없는 전쟁을 끝내자는 건의도 많이 했지만, 그 의견은 무시되기수였다. 상부에서는 이 전쟁을 서로에 대한 적개심보다는 자존심 싸움으로 생각해 불씨를 끌 생각을 하지 않았다. 


조직원들은 그런 상부에 반박하다 지쳐 떨어져 나가거나 조금이라도 전쟁을 빨리 끝내기 위해 자신의 능력을 좀 더 개발하는 등 여러 부류로 나누어졌다. 다른 조직원들이 물었다. 힘들지 않냐고. 첫 전투부터 지금까지 쉬지 않고 매 전쟁에 참여한 자신을 주변에서는 대단하다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그때마다 뭐~ 이 정도는 이 이글 홀든 님에게는 별거 아니지! 라고 말했지만 사실 연이은 전투로 몸은 만신창이가 되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아이들을 생각하며 견뎠다. 제가 아이들 대신 전쟁터에서 싸우기로 약속했기에 자신이 쓰러지면 아이들을 전쟁터에 내보낼 것이 뻔했기에 힘들지만 견딜 수 있었다. 


실컷 이런저런 이야기를 조잘거리다 지쳤는지 제 방 침대에서 잠이 든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자신도 눈을 감았다. 내일도 전쟁터에 나가기 위해서 체력을 조금이라도 더 비축해야 했으니까. 눈을 감고 속으로 빌었다. 내일은 전쟁이 끝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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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엔다무] Pomodoro

2015. 7. 31. 05:14 | Posted by 아뮤엘

“편식은 좋지 않다고 했거늘. 먹어라”
“아 싫다고~ 사부나 드셔”
요즘 제철이라 그런지 맛좋게 익은 토마토를 먹기 좋게 잘라 내놓으니 제 제자는 싫다며 떼를 쓰고 있었다. 영양 성분이 많아 성장기인 제 제자에게는 좋은 것이 틀림없는데 제 마음은 알기나 하는 건지 한숨이 나왔다. 일단 아이가 토마토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는 것이 중요했다. 영양소가 파괴되긴 하지만 맛은 좋아 아이들이 잘 먹는다는 방법을 이용하기로 했다. 먹기 좋게 자른 토마토를 그릇에 넣고 설탕에 재워 냉장고 안에 넣었다. 수련이 끝나고 돌아와 단 것을 좋아하는 아이에게 한 번 먹어보라고 다시 시도하기로 하고 아이를 이끌고 수련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늘 회사에 출근했더니, 문제가 생겨 업무에 지장이 있어 오늘 하루는 일을 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냥 집으로 돌아갈까 고민을 하다 발걸음을 옮겼다. 익숙한 골목을 지나 저택으로 들어갔다. 수련을 갔는지 굳게 닫힌 문을 열쇠로 열고 들어갔다. 거실로 발걸음을 옮겨 제 겉옷과 가방을 소파 위에 놓고 그대로 욕실을 향했다. 찐득한 더위에 땀을 별로 흘리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온몸이 끈적거렸다. 옷을 벗어 젖지 않게 선반 안에 넣고 물을 틀어 샤워를 하였다. 평소 자신이 쓰던 세면도구 대신 그가 쓰는 것들로 쓰니 제 몸에 그의 향이 배는 것 같아 기분이 묘했다. 샤워를 마치고 수건을 둘러 중요 부위만 가려 나왔다. 입고 온 옷을 입으려니 찜찜해져 옷을 빨래 바구니에 넣고 익숙한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의 성격을 보여주듯 깔끔하게 정리된 방에 작게 미소를 지으며 옷장 문을 열어 간편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예전의 자신이라면 상상도 하지 못했을 일들이지만, 그와 함께 지낸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그와 공유하는 것도 많아졌다. 이렇게 그의 집에서 그의 물건을 쓰는 것도 제집에서 제 물건을 사용하듯이 익숙해지기도 했고. 샤워로 뽀송뽀송해진 피부를 다시 끈적거리게 하고 싶지 않아 에어컨을 켰다. 슬슬 그가 돌아올 시간이기도 했고. 아침을 허술하게 먹은 탓인지 출출해졌다. 뭔가 먹을 것이 없나 싶어 냉장고를 여니 각종 먹거리가 잘 정돈되어 있었다. 티엔은 바로바로 요리를 해먹는 스타일이다 보니 음식보다 음식재료가 더 많았다.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던 도중 그릇 안에 담긴 토마토가 눈에 들어왔다. 그가 오면 같이 점심을 먹을 것이 분명한데 간단하게 배만 채워야겠다는 생각에 꺼내 식탁 위에 놓고 앉아 하나 집어 먹었다.

“.....!” 

달다. 설탕에 절여 놓은 것인지 달달함이 입안에 맴돌았다. 너무 달다. 하지만 싫지는 않아 느릿하게 하나씩 집어 먹었다.

“사부는 진짜 사람이 아닌가 봐"

"사람이다만”
“사부가 사람일리 없어. 안 그럼 이런 날씨에 하나밖에 없는 제자를 이렇게 굴리냐고!!”
아.. 그러고 보니 매우 덥군”
“진짜 사람새낀가
혀를 차는 제자를 뒤로하고 문을 열기위해 열쇠를 꽂아 돌렸다. 잠겨 있어야 할 문이 열려있었다.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가니 낯익은 구두가 눈에 들어왔다.
“회사에 있어야 할 시간일텐데..”
무슨
일이라도 생겼나 싶어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왔나?”
부엌에서 들리는 소리에 그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니 토마토를 집어 먹고 있는 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토마토?
“어, 형씨 놀러왔....”
“......”
“무슨
문제라도 있나?”
제 제자도 그가 먹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는지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분명 단 건 싫다고 한 거 같은데. 맛있다는 듯 오물거리며 먹는 그의 모습이 새로워 제자와 둘이서 멍하니 서서 그의 모습을 바라 보았다. 정작 본인은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으로 토마토를 집어먹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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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릭벨져] curiosità

2015. 7. 9. 23:52 | Posted by 아뮤엘

주변 사람들은 자신을 미쳤다고 말했다. 미치다: 정신에 이상이 생겨 말과 행동이 보통 사람과 다르게 되다. 라고 사전에 정의되어있다. 나는 내가 보통 사람들과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서툴렀을 뿐이다. 자신의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이.


오늘은 한 달에 한 번 쉬는 날이었다. 평일에 쉴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꿀 같은지.. 주말에도 쉬긴 쉬지만, 보통 불려 나가 일을 할 때가 더 많아서 온전히 쉴 수 있는 이 날이 좋았다. 오랜만에 늦잠을 자다 일어나 식재료를 사기 위해 간단한 옷으로 갈아입고 집 밖으로 나왔다. 마트에 들려 식재료를 산 다음, 마지막으로 베이커리에 들리기 위해 발걸음을 돌렸다. 평소 자주 가던 베이커리로 향하는 길, 내 사랑이 눈에 들어왔다.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인지, 가방을 메고 있었다. 달빛을 머금은 결 좋은 은빛 머리카락이 살랑이는 바람에 흩날리고, 맑은 바다를 빼닮은 눈동자가 제 쪽을 향하였다. 그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기에 재빨리 발걸음을 옮겨 자리를 벗어나 원래 목적이었던 베이커리에 들어갔다. 내일 아침에 먹을 토스트용 식빵을 사고, 도넛과 다른 빵도 몇 개 더 담은 뒤 계산을 하였다. 빵을 사서 그런지 늘어난 짐을 나누어 담아 두 손에 들고 인적 드문 골목으로 들어갔다.

“여기라면 아무도 보지 않겠지”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고 집으로 연결되는 게이트를 열었다. 게이트가 열리고 집으로 이동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누군가가 골목으로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빨리! 내 능력이 들키기 전에. 제 몸이 흐릿해지더니 곧 눈앞의 풍경이 바뀌었다.

“다행히 들키진 않은 것 같군”

긴장이 풀렸는지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아무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자신의 능력이 다른 사람에게 들키는 것만은 피하고 있었기에 목격자가 누구인지 신경이 쓰였다. 들켰으려나? 자신이 능력자라는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진 않겠지... 애초에 제가 누군지 모를 텐데 어찌 신고하겠는가. 그렇게 자신을 달래며 사온 식재료를 정리하였다.


지긋지긋한 수업이 끝나고 집에 돌아가는 길이었다. 이미 배운 것들은 왜 시간과 돈을 들여가며 다시 들어야 하는 지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나라 법에 따라 일정 연령대의 아이들은 의무적으로 학교에 가게 되어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오늘따라 잔소리가 많았던 담임이라는 작자를 속으로 욕하며 집을 향하여 걷는데,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졌다. 시선이 느껴지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자 짙은 갈색 머리의 남자가 보였다. 익숙한 얼굴이었다.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외출하거나 하교를 할 때 먼 곳에서 저를 관찰하듯 바라보던 남자였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몰랐을 테지만, 자신은 달랐다. 누군가가 자신을 뜨겁게 쳐다보는 시선쯤은 느낄 수 있었다. 제 평범한 회사원 같아 보이던데.. 자신의 시선을 느꼈는지 남자는 모르는 척 시선을 돌리며 발걸음을 옮겼다.

“호오?”

여태까지 모르는 척 넘어갔지만 궁금했다. 그가 자신을 마주친 것은 우연이었을까? 아니면 남자는 어떤 목적을 가진 것인가? 호기심이 생겼다. 몰래 남자의 뒤를 쫓았다. 식재료를 사러 나온 모양이었는지 두 손 가득 식재료를 들고 그대로 베이커리로 들어갔다. 자신이 미행하는 것을 느끼지 못한 것인지 빵을 고르고 있는 그의 모습이 꽤나 귀여웠다. 그가 느끼지 못한다고 해서 너무 가까이 다가가는 것은 들킬 위험이 있기에 좀 떨어진 장소로 가 그가 베이커리에서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약간의 시간이 지나고 남자가 나왔다. 양손 가득 짐을 든 남자는 인적 드문 골목으로 들어갔다. 집으로 가는 길이 아니었나? 것보다 저 골목은... 막다른 골목 일 텐데.. 실수로 들어갔겠지 하는 마음에 남자가 골목에서 나오기만을 기다리며 골목 근처에서 기다렸다. 하지만 남자는 나오지 않았다.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고 골목에 들어가니 바닥에는 이상한 진이 그려져 있고, 남자는 그 위에 서서 초조한 표정을 지으며 서 있었다. 조금씩 투명해지는 남자의 모습에 이상함을 느껴 잡기 위해 팔을 뻗었지만, 남자는 사라지고 바닥에 생겼던 진도 동시에 사라졌다.

“흐음.. 이거 놀랍군.”

공간 능력자..인가? 언젠가 들었던 현재 밝혀진 능력들을 생각했을 때, 그의 능력은 공간이동능력 같았다. 공간이동능력을 가진 이는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고 들었는데...이거 흥미롭군. 지루하기만 했던 일상에 새로운 바람이 불어왔다. 한동안은 지루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며 벨져는 저택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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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엔다무] separazione

2015. 7. 2. 19:46 | Posted by 아뮤엘

#첫번째로_멘션온_캐릭터를_두번째로_멘션온_캐릭터가_죽인다
티엔<-다이무스

회사와 그랑플람 재단이 친분을 유지하던 시절
나는 너와 만났다.
양팔을 뒤덮은 문신
동양인 특유의 검은색 머리카락이 잘 정돈되어 있는..
회사에도 동양인이 존재했지만, 일본이야 평소 가문에서 자주 거래를 하던 나라였기에. 내가 알지 못하는 곳에서 온 너라는 존재에게 관심을 가졌다. 가끔 업무로 인해 만날 때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에 대해 알아갔다. 처음에는 서로에 대한 호기심으로 시작했으나 어느새 우리는 연인이라는 관계로 발전해 있었다. 각자의 위치가 있기에 다른 사람의 눈을 피해 만나 같이 식사를 하기도 하고, 아주 가끔 야근을 빌미로 그의 집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밤을 보내는 것이 전부였지만...
그와 함께 있을 때만큼은 홀든 가의 가주, 회사의 에이스가 아닌 다이무스 홀든이라는 한 사람으로서 존재할 수 있었으니까. 그래서 더욱 그에게 마음이 갔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일상을 계속 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랑플람 재단이 회사와 잡은 손을 끊었다.
그런 재단의 행동에 대해 회사는 전쟁을 선포하게 되었다.
나는 회사의 에이스로서, 너는 재단의 스카우터로서
전쟁에 필수적으로 참가하게 되었다.
서로 적대적인 관계에 놓여 있다 보니, 너와 만나지도 못한 채 하루하루가 지나갔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고, 어느덧 전쟁 당일이 되었다.
"준비 기간이 길더니.. 이걸 위해서였나?"
각종 물자부터 시작해, 처음 보는 능력자들까지. 각자의 역할을 알려주고 물자 보급까지 끝내자 재단 측에서도 준비되었는지, 신호를 보내왔다. 각자 정렬을 마치고 서로의 눈치를 살피었다.
누가 먼저 진입을 하느냐..
진입하더라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전쟁의 흐름이 바뀌기 때문에 섣불리 움직이지 못하였다.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는 가운데, 그 분위기를 끊은 것은 뒤로 진입한 호타루의 움직임이 적에게 걸리면서 전쟁은 시작되었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서로를 향한 공격이 계속되었다. 브뤼노에게 전해 들은 전쟁을 끝내는 방법은 각자를 상징하는 깃발을 차지하는 것밖에 없었다. 그와 싸우고 싶지 않았다. 빨리 전쟁을 끝내고 싶다는 욕심에 뒤로 돌아 적 본진 쪽으로 향하였다.

"..아무도 없군"
텅 빈 공간에는 깃발만이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혹시 몰라 주변을 살펴보았지만,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저것만 가져온다면 전쟁은 끝난다. 그리고 그와도...
깃발이 있는 곳으로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데 누군가가 뒤에서 끌어안았다.
"쉿"
"...티엔?"
낯익은 목소리에 뒤돌아보니 보고 싶었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일단 자리를 옮기지"
골목으로 향하는 그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잘 지냈나?"
"아아..네가 이곳을 지키고 있었나?"
"아니, 당신을 따라 왔다"
못 본 사이에 수척해졌군이라는 말을 덧붙이며 자신을 품 안으로 끌어안았다.
"이번 전쟁의 내용은 전해 들었나?"
"아아 깃발을 차지하면 전쟁이 끝난다고 하더군"
"....그래...회사에서는 그렇게..."
이를 빠득 갈며 말하는 그의 말에 무엇인가 이상함을 느꼈다.
깃발을 차지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었단 말인가?
"저기에 있는 깃발은 상징적인 것이다. 전쟁을 끝내기 위한 깃발은 따로 있지"
".....그게 무슨...?"
"양측에서 한 명을 골라 타겟으로 삼는다. 그리고 그를 죽이거나 데려온 쪽이 전쟁에서 승리한다. 그게 이번 전쟁의 룰이다. 그리고 그 깃발은 너와 나다."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자신이 전해 들은 이야기와 전혀 달랐기 때문에...
"표정을 보아하니 그들이 속였나 보군"
"...어째서..."
"너와 나라면 쉽게 잡히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것 같다. 너나 나나 얌전히 끌려갈 인물은 아니잖나?"
머릿속이 혼란스럽다. 의심받고 있었나? 온몸에 힘이 빠져나갔다. 
툭 하는 소리와 함께 들고 있던 검이 떨어졌다. 
"너는 지켜야 할 것이 많았지. 동생들과 가문. 그걸 지키기 위해서 살아왔으니까"
떨어진 검을 집어 들어 날을 만지는 그의 모습을 보고서야 자신이 검을 떨어뜨렸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고맙다고 검을 전해 받기 위해서 손을 뻗는데 그가 입을 맞춰왔다.
"...으..ㅂ.... 이게 무슨..?"
입술에 닿았던 따뜻한 감촉에 놀랐다. 아무리 골목이라도 공개된 장소에서는 스킨쉽이 없던 그였기에 놀란 가슴을 다잡고 그에게 시선을 돌리자 검의 날을 잡고 미소를 짓는 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평소라면 그냥 넘겼을 텐데, 오늘따라 그런 그의 모습이 불안했다.
"널 위해서라면 죽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군"
"티엔!!"
자신의 예상은 빗나간 적이 없었다. 들고 있던 검으로 제 심장을 찌르려는 그의 모습에 놀라 막으려고 했지만, 그가 더 빨랐다. 피를 토하며 자신에게 기대는 그의 모습에 냉정함을 유지하려고 애썼다. 그는 괜찮다. 칼만 빼지 않으면 괜찮다. 속으로 되뇌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의료반을 데리고 와야 했다. 조금이라도 빨리 찾아와야..주변을 둘러 보았지만, 의료반은 보이지 않았다. 중앙..전쟁중인 중앙지역에 있으리라
"조금만 기다려. 곧 의료반을 데리고 올 테니"
"크...윽..기다..려.."
자신에게 기대어 있는 그를 조심스레 앉히고 몸을 돌리려는 찰나 자신을 붙잡는 손길이 느껴졌다. 외면하려고 했다. 한시라도 빨리 의료반에게 달려가 너를 구해달라고 하고 싶었으니까. 하지만 등 뒤로 들리는 너의 목소리와 손길을 나는 외면할 수가 없었다. 결국 나는 조금씩 식어가는 너를 껴안는다. 
"네가 없으면...나는...."
꾹 다문 입에서 피가 흘렀다. 울지는 않는다. 지금 울면 무너져 버릴 것 같으니까.
"전쟁의 끝을 알려야겠지"
조심스레 이제는 식어버린 너를 안아 들었다. 

사랑한다 다이무스 홀든
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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