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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15.07.29 inquietud -上-
  5. 2015.07.29 duda
  6. 2015.05.09 [티엔싱] il segreto (싱 ver.)
  7. 2015.05.07 la promessa
  8. 2015.05.06 [티엔싱] il segreto (티엔 ver.)
  9. 2015.05.06 [티엔싱] il segreto (공통)
  10. 2015.05.06 compleanno,tiān

독백

2016. 11. 1. 00:18 | Posted by 아뮤엘

이유도 없이 버림받고 배척받던 삶.

어느 날, 자신을 버리고 사라진 부모.

홀로 집에 남아, 살기 위해 발버둥 쳤던 나날.

가장 처음 손길은 나를 아낀다고 하지만, 자리를 비우는 시간이 많았다.

삶에서 가장 풍족했지만 외로웠던 시절, 나는 천사와 만났다.

가장 불행했던 아이가 행복해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신은 나를 싫어하는지, 그 작은 행복도 오래가지 않았다.

천사의 몸이 투명해졌다 돌아오는 장면을 보았다.

역시 나를 받아줘서 저주라도 받은 것일까?

불안해지는 마음에 하루에도 수십번 곁에 있어 줄 거냐고 물었다.

천사는 웃으며 당연하다고 말해주었다.

어둠이 태양을 집어삼키고 하늘에서 슬픔을 표현하던 날

나를 처음 받아준 천사는 마음을 전하기도 전에,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예나 지금이나 단 한 사람뿐.


“그 어느 세계에 가도 당신은 없었지.”


공통점이라면, 그래 무술을 배우고 있었다는 것


“그걸 어떻게 아냐고? 나는 당신이 남기고 간 일기장과 서류 등을 통해 당신에 대해 잘 알았거든.”


가장 사랑스러운 당신이 보고 싶어서 나는 노력하고, 또 노력했다.


“아무리 노력해도 당신은 보이지 않아. 그래서 본보기로 세계를 멸망시켰어.”


세계를 넘어갈 때마다, 우리의 만남을 방해하는 저 위의 존재에게 경고하기 위해서.


“그랬더니 보내주더라고. 당신이 있는, 아니 존재했던 세계에.”


당신이 이 세계에서 사라지기 전, 머나먼 과거로 돌아왔음에도 당신은 이미 없는 존재라서, 품을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시작한 거야. 이 모든 것을. 사랑하는 당신을 위해서”


그러니 다시 만나러 와줄 거지?

사랑하는 나의 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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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quietud -下-

2015. 7. 31. 04:18 | Posted by 아뮤엘

어느새 도착한 철문 앞에 서서 숨을 가다듬었다. 충격에 떨렸던 손을 꽉 쥐고 문을 열었다. 감옥 안에 들어가자 침대 위에서 손발이 묶인 채 명상을 하고 있는 남자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얼굴에 문신만 없지, 헤이와 같은 얼굴이었다.
“....싱
?
감겨 있던 눈이 뜨며 싱이라는 클론을 찾는 그의 모습에 가까이 다가가 갔다.
흐응~ 너구나? 그가 신경 쓰고 있다는 아이가”
“......”
“그렇게
입을 다물고 있으면 실례잖아.”
“컥”
화가 났다. 그의 관심을 받고 있으면서도 눈앞에 있는 이 남자는 그 사실을 깨닫고 있지 못했다. 나는 그의 관심을 받기 위해 이렇게 노력하는데!! 왜 그는 한낱 클론 따위에게 관심을 가지는 거지? 화가 났다. 그래서 그를 닮은 얼굴을 제 발로 차버렸다. 대답을 피하는 클론에게 화가 났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에 대한 원망일까. 힘없이 쓰러지는 그를 바라보다 근처에 있는 의자를 들고 그의 얼굴이 보이는 곳에 놓고 앉았다.
“그건 그렇고 정말 닮았네, 그와”
“......”
정말이지
똑 닮은 얼굴. 그의 유전자를 기초로 해서 만들었기에 고통에 눈을 찌푸리는 얼굴마저 사랑스러웠다. 조심스레 얼굴을 쓰다듬으며 제 속내를 내뱉었다.
“그거 알아? 너의 존재만으로도 위협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그게.. 무슨?”
당황스러워하는 그의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그래 알 리가 없지. 그의 몸 위에 이불을 덮고 이불을 치우지 못하게 그 위에 누웠다. 헤이는 이 남자를 어떻게 하고 싶은 걸까? 설마 그에게 반한 건가? 그럼 나는 이제 버려지는 건가. 꿈틀거리는 남자의 행동이 제 생각을 방해하였다.
“그 상태로 있어. 네 얼굴을 보면 좀 힘들 것 같거든
“내 존재만으로도 위협된다는 것이 무슨 말이지?”
“말 그대로야.”
“......하....”
더 이상
말을 하지 않는 남자를 뒤로하고 생각을 정리하였다. 실험이 끝나고 잊고 있을 거라 생각했던 클론을 주시하고 있던 헤이. 그리고 우연인 듯 자신에게 보고된 클론에 대한 보고서. 마틴이 그 재단에 있었던 것은 우연이었나? 그를 재단에서 빼 오는 과정도 너무 수월했다. 아니 예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실험.. 그래 클론 실험 때도 너무 수월하게 진행되었다. 마치 이미 짜여 있었다는 듯이 모든 일이 진행되었다.그럼 자신에게 보고된 클론에 대한 조사도 제가 헤이에게 말하길 원해 일부러 올린 것인가? 누구지? 누구..? 떠오르는 사람은 한 명밖에 없었다. 조용히 몸을 일으켰다. 확인하고 싶었다. 제가 생각하는 것이 틀리길 만을 바라며.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니 낯익은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네가 왜 여기에 있는 거지?”
“쉿. 목소리 낮춰주세요. 제가 여기에 있다는 것을 그가 알면 안 되니까요”
아...”
“그리고
충격에 동요하고 있다는 건 알겠지만, 정신 차려줄래요? 다 들려요”
아.. 잠시 눈을 감고 애써 마음을 추슬러 그에게 제 속내가 들키지 않도록 하였다. 가까스로 마음을 가다듬고 그를 쳐다보니 웃으며 아직 닫히지 않은 문을 마저 닫았다.
“그래서 네가 여기에 있는 이유는?”
“아아, 헤이씨를 만나러 왔어요. 겸사겸사 그가 잘 지내나 확인하러 왔는데 당신이 있었던 거죠”
“...읽었나
?”
“다 좋은데, 묻지 않는 편이 좋을걸요?”“어째서지?”
“당신도 이미 알고 있잖아요. 아마 그걸 묻는 순간 당신과 그의 관계가 비틀리지 않겠어요?”뭐 저는 그편이 더 좋지만. 작게 말을 덧붙이는 그의 모습이 얄미워 주먹을 쥐었다.
“폭력은 좋지 않아요. 그리고 제가 이곳에 왔다는 것은 헤이씨에게 비밀입니다?”
“하나만 묻지. 네가 그랑플람에 들어간 이유에 대해”
“아. 그건 비밀이에요. 그럼 전 이만”
생긋 웃으며 지하를 빠져나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벽에 기대 주저앉았다.
“이제 난 어떡하면 좋지. 응? 헤이, 알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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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quietud -中-

2015. 7. 31. 03:34 | Posted by 아뮤엘

그의 집무실에 들어가니 서류를 처리하고 있는 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조심스레 다가가 뒤에서 끌어안았다. 그는 쿡쿡 웃음소리를 내며 몸을 반쯤 돌렸다. 웃음기 가득한 얼굴에 살짝 입을 맞추자 그가 제 허리에 팔을 둘렀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자신을 끌어당겨 그의 무릎에 앉게 하였다.

“왔나?”

“응. 잘 지냈어?”“그렇게 말하니 새삼 미안해지는군. 너야말로 잘 지냈나, 바이?”“으응~ 어떨까?”

토라졌다는 듯 볼을 부풀리며 얼굴을 돌리자 잘못했다며 제 머리를 쓰다듬는 그의 태도에 서운했던 마음이 풀렸다. 요 며칠 못 봤을 뿐인데 수척해진 듯한 그의 얼굴을 조심스레 쓰다듬으며 준비했던 것을 말했다.

“헤이.. 혹시 우리가 예전에 실험했던 거 기억나?”

“아아.. 클론이었나?”

“응. 그 클론 중 하나가 헤이처럼 기운을 나누어 분신을 만들었다는 정보가 들어왔는데.”

어때 흥미롭지 않아? 그의 품에 부빗거리며 말을 이으니 그는 고민하는 듯 책상을 손가락으로 두드리다 이내 대답하였다.

“그 클론의 이름은?”“티엔 정이라고 중국에 보냈던 클론이었나 봐”

“아아...”

생각났다는 듯 웃으며 그래, 그럼 그 클론들을 다시 데려와서 연구해볼까? 라고 대답했다. 나는 작게 끄덕이고 오랜만에 안긴 품을 즐겼다.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마침 티엔이라는 자가 있는 곳에 마틴이 있었기 때문에 마틴을 이용해 수월하게 그를 빼 올 수 있었다. 지하 감옥에 가두어 놓고 그에 대해 한동안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를 데려오기 위한 작전을 짜기 위해 헤이와 한동안 계속 붙어있었고, 데려온 이후 그에 처우에 관한 문제로 계속 붙어있었으니까. 그저 그가 같이 있어 준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그래. 그러던 어느 날, 임무로 인해 자리를 비운 헤이의 방에서 서류 봉투를 발견하였다. 꽤 묵직한 서류 봉투를 보아하니 한 두 장도 아닌 여러 장의 서류뭉치가 들어있는 듯하였다. 절대 방에서 일을 하지 않는 그였기에 궁금해졌다. 어떤 문제이길래 방에서까지 일하는 거지? 조심스레 서류 봉투를 들어 안에 있는 내용물을 꺼내 읽었다. 그리고 후회하였다. 읽지 말걸. 서류는 꽤 오래된 것부터 최근 것까지 시간별로 잘 정리되어 있었다. 가장 최근의 서류를 들어 읽었다. 낯익은 이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클론? 설마.. 다른 서류를 들어 내용을 확인했다. 제 눈을 의심하며 모든 서류를 읽었다. 다리에 힘이 빠졌다. 당장에라도 주저앉을 것 같았지만, 괜찮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버텼다. 쌓여있던 서류는 다 티엔이라는 클론에 대한 서류였다. 그가 무엇을 하는지, 누구와 접촉하였는지 상세히 적혀있었다. 떨리는 손으로 서류를 정리해 서류봉투에 넣고 지하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니라고 믿고 싶었다. 꿈이길 바랐지만. 하지만 꿈이 아니라는 걸 잘 알기에. 그 잘난 얼굴이 보고 싶었다. 제가 사랑하는 이의 관심을 온몸에 받고 있는 주인공의 얼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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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quietud -上-

2015. 7. 29. 05:01 | Posted by 아뮤엘

처음으로 본 세상은 새하얀 빛으로 가득했다. 눈을 깜박이니 어떤 존재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 존재가 자신을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한 장본인이라는 것을. 그는 말했다. 자신이 그의 기운을 나눈 분신이라고. 이용당하기 위해 태어났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그에게 물었다. 무엇을 하면 되냐고. 누군가를 죽이는 것이라면 괜찮지만, 그 대신 죽는 일이라면 조금은 사양하고 싶었다. 태어난 이상 조금이라도 더 오래 살고 싶었으니까. 담담하게 묻는 제 말에 그는 미소를 띠며 자신을 헤이라고 소개했다. 뜬금없이 이름을 소개하는 그의 태도에 아, 나는 그의 대타로서 태어났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머릿속에 있는 정보들을 정리했다. 그를 연기해야 한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런 저의 생각을 읽은 것일까? 그는 제 머리를 쓰다듬더니 대타는 필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 왜? 고개를 갸웃거리자 그는 자신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 말을 이었다.

“너는 바이. 내 소중한 분신이다. 앞으로 잘 부탁하지”

그는 나를 소중하다는 듯이 다루어주었다. 같이 여행을 가기도 하고 몸을 섞기도 하면서 그의 연인이 되었다. 그는 나를 소중히 대해주었지만, 나는 늘 마음 한구석에서 그에게 버림받는 것이 아닐까 걱정하였다. 그와 조금이라도 같이 있기 위해, 그에게 관심을 받기 위해 노력하였고 그는 그런 자신의 모습이 사랑스럽다는 듯이 바라봤다. 그와 같이 있을 수 있다면 뭐든지 할 수 있었다. 나는 그가 없으면 살 수 없는 몸이 되었으니까.


어느 날이었다. 자신이 그의 손 위에 놀아나는 장기 말 같은 존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언제나 자신을 사랑한다며 속삭여줬지만, 그 말이 진짜일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 평소의 자신이라면 하지 않았을 고민들이지만 그가 클론에 대해 관심을 가지면서 자신과 그 사이에 조금씩 보이지 않는 균열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제 호기심에 시작한 실험이었다고 생각했다. 그 시절에는 그렇게 생각하고 믿었다. 지금 와서 돌이켜 생각해보면 자신이 클론에 대해 관심을 두게 된 것은 모두 그가 자신이 관심을 가지도록 의도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클론에 대한 실험에 대해 눈치채지 못했던 것도 이상했다. 자신이 떼를 쓰자 어쩔 수 없다는 듯 시작한 실험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마치 실험을 할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이 실험에 대한 모든 것이 준비되어 있었다. 아무리 비에르노라도 긴 준비 기간 없이 바로 실험에 들어갔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 부분인데 그때의 자신은 비에르노니까 가능하겠지라는 생각으로 넘겨짚었다. 순조롭게 진행된 실험. 그리고 이내 잊어버린 클론 실험. 솔직히 그의 흥미를 끌기 위해 한 행동들이었기에 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조직 내 업무로 바쁜 그와 함께 있고 싶었으니까. 그런 실험이라도 하면 자신과 같이 있을 시간이 길어지니까. 노인이 죽고 나서 조직의 수장이 된 헤이는 바빠졌다. 저도 조직 내에서 중요한 자리에 앉게 되었고 맡은 업무를 하다 보니 클론에 대해서는 잊고 있었다. 노인의 죽음으로 혼란스러웠던 조직이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자 업무도 줄고 그와 함께 있을 시간이 늘어났다. 그냥 그렇게 둘만의 시간을 계속 보낼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집무실에 앉아 제 몫의 서류를 처리하던 도중 잊고 있었던 클론에 대한 이야기가 서류로 올라왔다. 요즘 릭이랑 비에르노랑 셋이서 무엇을 하는지 몰라도 바빠 그를 보지 못했다. 클론이라면 그가 관심 있어 하던 것이니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서류의 내용을 천천히 읽었다.


클론의 이름은 티엔 정. 마틴이 속해있는 그랑플람 재단의 스카우터라고 적혀있었다. 그와 똑같이 생긴 얼굴. 다만 다른 것이라면 한쪽 팔에 있는 검은 문신과 눈 색, 그리고 티엔이라는 클론의 얼굴에는 뱀 문신이 없었다. 다음 장으로 넘기니 싱이라는 이름을 가진 저와 똑같이 생긴 이의 사진이 있었다. 티엔이라는 클론의 반대 팔에 흰 문신과 눈 색이 다르다는 점을 제외하면 저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체중과 키는 뭐.... 다음 장을 넘기자 이 둘에 대한 상세 설명이 적혀있었다. 티엔이라는 클론이 폭주하는 제 기운을 다스리지 못하고 어찌할지 고민하다가 결국 기운을 나눴는데 거기서 나온 것이 싱이라는 존재였다. 저와 같으면서 다른 존재. 자신은 죽어도 헤이에게는 별 영향이 없지만, 이 싱이라는 존재는 죽음은 본체인 티엔이라는 자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그 점이 미칠 듯이 부러워졌다. 자신도 모르게 깨문 입술에서 피가 흘렀다. 괜찮다. 자신이 그를 사랑하듯이 그도 자신을 사랑했으니까. 그러니까 괜찮다. 스스로를 다독이며 흐르는 피를 닦아내었다. 그에게는 언제나 아름다운 모습만 보여주고 싶었으니까. 피가 멎은 것을 확인하고 흐트러진 머리를 정돈하였다. 그리고 그에게 전할 내용을 간추려 집무실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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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da

2015. 7. 29. 03:42 | Posted by 아뮤엘

눈을 뜨니 어두운 방 안이 눈에 들어왔다. 아... 또 여긴가? 손목과 발목은 묶여있는 상태로 침대에 방치된 자신의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어쩌다 이런 꼴이 된 건지, 싱은 괜찮은 것인지. 여러 상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지독한 악몽이라 생각했다. 자신이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존재라니... 자신의 삶이 누군가에 의해 조종당하고, 감시당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자신의 모든 것이 부정당하는 느낌이었다. 온전히 스스로 이룬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은 다 조작된 것은 아닐까?

“....부질없군”

오랜 기간 감금 생활은 자신의 정신을 좀먹어갔다. 대화할 상대도 없고, 같이 납치된 싱의 행방도 알 수 없었다. 부정적인 생각과 스스로를 학대하는 자신의 모습이 날이 갈수록 자주 보였다. 감금한 이들의 목적은 자신을 미치게 하는 것인가? 나름 강인한 정신력을 가진다고 자부했던 자신도 이 모양인데 싱은 괜찮은 것인지


자신을 데려왔으면 이유가 있을 터인데, 이렇게 방치를 해놓고 찾아오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진짜 자신이 미쳐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즐기는 것인지?

“..후우...그만..”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끝이 날 생각을 하지 않았기에 억지로 끊어 내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정말 미쳐버릴 것 같았기에 마음을 다스릴 겸 침대에 앉아 명상하기로 마음먹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끼익- 자신이 감금되고 열린 적 없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반사적으로 눈을 떠 문에 시선을 두자 한 남자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싱?”

싱을 똑 닮은 얼굴을 한 남성이었지만, 체격과 분위기가 전혀 달랐다. 무엇보다 피처럼 붉고 투명한 적안이 그가 싱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흐응~ 너구나? 그가 신경 쓰고 있다는 아이가”

“......”

“그렇게 입을 다물고 있으면 실례잖아.”

“컥”

불길한 느낌에 조용히 입을 다물고 싱과 닮은 남자를 바라봤다. 남자는 제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제 얼굴을 발로 찼다. 평소라면 버텼을 자신이지만, 오랜 감금생활로 인해 쇠약해진 몸은 버티지 못하고 쓰러졌다. 다행히 맨바닥이 아닌 침대 위였기에 크게 다치지 않았다. 드디어 올 것이 온 건가 싶어 남자를 쳐다보니 남자는 입가에 미소를 그리며 의자를 가져와 제 앞에 앉았다.

“그건 그렇고 정말 닮았네, 그와”

“......”

자신의 얼굴에서 누군가를 떠올렸는지 새하얀 손으로 제 얼굴을 부드럽게 감싸는 남자의 행동에 째려보자 그는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거 알아? 너의 존재만으로도 위협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그게.. 무슨?”

자신의 존재가 다른 누군가에게 위협이 된다니.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문제였기 때문에 당황스러웠다. 제 혼란을 읽은 것인지 남자는 알 리가 없지라고 작게 내뱉으며 제 몸 위에 이불을 덮었다. 몸 전체를 덮은 이불이 답답해 이불을 치우려고 했지만, 위에서 누르는 남자의 행동에 이불을 치울 수도 없었다.

“그 상태로 있어. 네 얼굴을 보면 좀 힘들 것 같거든”

“내 존재만으로도 위협된다는 것이 무슨 말이지?”

“말 그대로야.”

“......하....”

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다. 그냥 상대하지 않는 것이 나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무시하기로 마음먹었다. 방 안에는 침묵만이 가득했다. 남자도 더 이상 말을 하지도, 움직이지도 않았다. 싱과 닮은 남자가 신경 쓰였지만, 묻는다고 해도 답을 해줄 것 같지 않아 그저 남자가 나가기만을 기다렸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고 닫혔던 문이 끼익-하고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남자가 드디어 돌아가나 싶어 이불을 살짝 걷어내니 방 밖으로 나서는 새하얀 남자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열린 문 사이로 그와 이야기를 하는 듯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그는 곤란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잊어달라는 듯 입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동시에 닫히는 문이 닫혔다.

“....마틴 챌피?”

그가 왜 이곳에 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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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promessa

2015. 5. 7. 06:22 | Posted by 아뮤엘
어두워진 하늘에서 한 방울 두 방울 빗방울이 떨어진다.
벌써 장마철이 된 건가...?
빗방울이 굵어지더니 결국 소나기가 내린다.
창 밖의 풍경을 내다보며 돌아올 아이를 기다렸다.
아마 갑작스레 비가 내려서 젖어서 돌아오겠지
아이가 돌아오면 바로 씻을 수 있게 목욕물을 따뜻하게 덥히고, 수건과 갈아입을 옷을 준비하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비에 젖은 아이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몸이 많이 차구나. 물을 덥혀놨으니 씻고 오너라"
마른 수건으로 아이의 몸을 대충 닦아주며 말하자 아이는 알겠다며 욕실로 향하였다.
자신의 어린 시절의 모습과 똑같은 얼굴을 한 아이는 과거의 자신의 모습이었다. 
보통의 경우라면 어릴 적 자신의 모습과 한 공간에 있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불가능은 없다는 것을 증명하겠다는 건지..

릭의 능력으로 전장으로 이동하는 도중 그의 실수로 이곳에 떨어지고 나서 처음에는 여기가 어디인지 고민했었다.
상황을 파악하고자 주위 풍경은 둘러보니 낯익은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아아 이곳은...
어린 시절 자신이 수련하던 장소였다.
어린 시절의 자신의 모습이 떠올라 작게 미소 지으며 주변을 돌아다녔다.
이곳에서는.. 처음으로 책에서 읽은 대로 나무 검으로 바위를 쪼개었다.
고향에 돌아왔다는 기쁨도 잠시 주위를 돌아보며 이상함을 느꼈다.
자신의 기억과 바뀐 것이 전혀 없었다.
나무 검으로 내려친 자국이 가득한 바위들과 자신의 훈련 탓에 자국이 난 암벽과 땅들... 
꽤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자신의 기억 속 풍경 그대로라는 것이 이상하였다.
공간을 이동한 게 아니었나?
숲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 어린 시절 자주 갔던 계곡이 생각나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목이 마른 것도 있었지만, 물가라면 사람이 있을 거란 희망 때문이었다.
정확한 상황 판단을 위해 정보를 필요했다.

얼마쯤 지났을까?
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 
본능적으로 계곡에 다 왔구나 싶어 발걸음을 빠르게 움직였다.
점점 가까이 들리는 물소리
나무 사이를 지나자 자신의 눈에 맑은 물이 시원하게 흐르는 계곡의 모습이 들어왔다.
마른 목을 축이고 잠시 휴식을 취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계곡의 상류라서 그런가? 
사람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어쩔 수 없군"
자리에서 일어나 하류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계곡의 하류에는 마을이 있기도 하였고, 종종 상류 쪽으로 놀러 오는 사람도 있었기 때문에 내려가다 보면 사람 한 명쯤 만나지 않을까 싶어 천천히 내려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도착한 계곡 가에는 작은 아이가 울고 있었다.
양손에 새겨진 무늬를 보고 그 아이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여기는 과거였던 것인가?
"저기...질문 좀 해도 괜찮겠나?"
화들짝 놀라며 눈물을 훔치고 돌아보는 아이는 어린 시절의 자신이었다.
아이와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이 과거로 왔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미래로 돌아갈 방법이 없다는 것에 절망하였다.
아이는 갈 곳이 없다면 자신과 함께 지내는 게 어떠하냐고 수줍게 권유하였다.
아이의 작은 용기를 내칠 만큼 자신은 매정하지도 않았고, 갈 곳이 없는 것은 사실이었기에 아이의 호의를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었다.

아이는 혼자서 살고 있었다.
아이 홀로 사는 집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정확히 말해서는 사부와 함께 살고 있었으나, 일로 일해 두 달여 간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워낙 어른스러워서 주변 어른들은 자신이 어린이라는 사실을 잊곤 했다.
자신의 사부가 그러하였다. 
일 때문에 자리를 비워 미안하다고 말하지만 정작 자신을 선택한 적은 없었다. 
그래서 홀로 울고, 아픔을 참으며 자랐다.
자신도 겪었던 것들이기에 그 설움이 무엇인지 누구보다 잘 알았다.
아이의 겪어왔을 마음의 아픔을 잘 알기에, 아이에게 고맙다고, 수고 많았다고 꼬옥 껴안아주는 것이 자신이 할 수 있는 감사의 표시였다.
아이는 잠시 몸을 작게 떨더니 이내 자신의 옷에 따뜻한 웅덩이가 그려졌다.
설움이 섞인 울음은 아이가 홀로 견뎌오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느끼게 하였다. 
어리광이라도 부릴 줄 알았더라면, 너무 이른 시기에 어른이 되어야 했던 자신의 처지에, 그저 미안해서 토닥거리며 미안하다는 말을 작게 반복하는 것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전부였다.

그날 이후로 아이와의 거리가 가까워졌다.
장난도 치고, 같이 식사 준비도 하고, 수련도 하다 보니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나 있었다.
아이는 처음 만났을 때보다 웃는 시간이 많아졌고, 가끔 장난도 하는 평범한 어린아이가 되어 있었다.
자신도 처음에는 빨리 돌아가는 것만 생각했었지만, 이제는 아이와 정이 들어 조금이라도 아이의 곁에서 있을 수 있길 마음속으로 바라게 되었다.
아이도 자신과 있는 시간이 좋았는지 어느 날 자신의 품에 안겨 수줍게 물어왔다.
"아저씨.. 아저씨는 언제나 제 곁에 있어주실 거죠?"
아이의 눈빛이 너무나도 간절해서, 자신은 지키질 못할, 해서는 안 될 약속에 손을 내밀었다.
"네가 원할 때까지 곁에 있어주도록 하마"
활짝 웃으며 품에 부빗거리는 아이를 등을 쓰다듬으며 보이지 않게 이를 악물었다.
세계가 자신을 이물질로 인식했는지 몸의 일부가 공기 중에 흐트러지듯 사라졌다 다시 나타나는 일이 생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날이 지날수록 그 시간이 조금씩 길어졌다.
이대로라면 자신은...
원래의 세계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깨달았을 때,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지만.. 아이와 약속을 한 시점에서 아이에게 거짓말을 하게 되는 것 같아 미안해졌다.

몸의 일부가 투명화되는 빈도와 시간이 길어져 외출이 힘들 정도가 되었다.
다행히 옷으로 가릴 수 있는 부분들이 투명화되어 아이에겐 몸이 좋지 않다는 거짓말로 속일 수 있었다.
다만, 이렇게 비가 내리는 날 아이를 직접 마중을 나갈 수 없다는 점이 매우 싫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목욕물을 데워놓고 기다리는 것 외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사실 신체가 투명해지는 것만이라면 같이 외출은 가능했을 것이다. 
문제는 그것 뿐만이 아니라 신체 내부에서의 공격도 시작되었다.
자신에게 가해져 오는 고통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배가 되었다.
단순히 아프다는 이유로 속이고 넘어가기에는 새하얗게 질려 피를 토하며 쓰러지는 모습을 아이가 보았기에 속일 수가 없었다.
자신의 상태가 심각하다는 걸 깨달은 것인지 아이가 최근 자신의 곁에 붙어 있는 시간이 늘었다.
수련과 외출을 최소한으로 줄인 채 자신과의 함께하는 시간을 최대로 하였다.
그래서 자신에게도 요즘은 하루하루가 소중했다.
언제 자신이 아이를 두고 사라질지 모르는 일이기 때문에...
아이가 마무리 샤워를 하는 소리가 들리고 아이에게 간식을 챙겨주기 위해 몸을 일으키는데 자신을 찍어누르는 강력한 힘과 자신의 내부를 지배해가는 고통에 아이에게 혹시라도 들릴까 이를 악물고 버텼다.
"형 저 코코ㅇ......."
벌컥 열리는 욕실 문에서 나온 아이의 얼굴이 급속히 굳어갔다.
"....혀...엉?"
"ㅌ....엔....미,ㅇ....ㅏ..."
아아, 이젠 진짜 마지막이구나 
나오지 않는 목소리를 억지로 짜내어 아이에게 더 곁에 있어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내뱉어보지만, 그 뜻을 전하지 못하고 흩어져 버렸다.
아이를 마지막으로 품에 안아주기 위해 내뻗은 손은 무자비한 세계에 의해 사라져갔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아이가 자신을 향해 달려왔지만, 자신의 몸이 붕괴하는 속도가 더 빨라 닿지 못하였다.
미안....미안 아가...
내 너를 다시 외롭게 만들었구나
하지만 내가 널 사랑했다는 사실만큼은 기억해주렴
정마,ㄹ 미...아....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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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엔싱] il segreto (공통)

2015. 5. 6. 22:38 | Posted by 아뮤엘


자신의 몸에는 두 개의 기운이 존재하였다.

음과 양의 기운
힘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명상과 끊임없는 수련을 통해 몸을 갈고 닦았다.
하지만 그런 자신의 노력을 비웃기라도 하는지 시간이 흐를수록 퍼져가는 서로 다른 기운을 제압하기가 어려워졌다.
이대로는 자신도 아버지와 같은 죽음을 맞이할 거란 생각이 들어 초조해져만 갔다.
이곳저곳 수소문을 하며 자신이 선택한 것은 기운을 인위적으로 분리해내는 것이었다.
성공할 확률도 그리 높은 편은 아니었지만, 이대로 아무것도 하지않고 죽는 것보다 나으리라는 생각에 하기로 마음먹었다.
낮은 성공률이라 반쯤 포기했던 분리해내는 작업이 성공하였다.
몸을 차지하던 두 기운을 나누는 것도 힘들었지만, 한 기운이 없어졌기 때문인지 급하게 피로가 몰려왔다.
자신이 잠든 사이에 몸이 어느 정도 회복되었는지 몸의 상태가 훨씬 나아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감겨 있던 눈을 뜨자 자신의 검은 머리와 반대되는 머리색을 가진 새하얀 자신이 서 있었다.
기운만 나누어져 무지한 상태인가? 하고 고민도 잠시 눈앞의 남자가 자신의 옷을 입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죽까지 만들어와 자신에게 먹으라고 하는 모습에 그의 지식상태가 그리 나쁘지 않다고 정의를 내렸다.
몸의 상태가 호전되자 그와 이야기를 하였다.
다른 사람들이 분리된 자신들의 존재를 알아서는 안 되었기 때문에 자연스레 새하얀 자신은 집 안에서만 생활하기로 약속하게 되었다.
혹시라도 싫어하진 않을까 걱정이 되었으나, 그는 별다른 거부감 없이 자신의 부탁을 들어주었다.
그와 이야기를 하면서 이름이 없다는 것이 꽤나 불편한 일이라는 걸 느끼게 되어 그에게 싱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이름이 생겼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았는지 입가에 생긴 작은 미소가 자신의 눈에 들어왔다.
자신이 웃으면 저런 느낌일까? 라는 생각이 들어 그를 바라보게 되었다.
그런 자신의 모습이 이상했는지 싱이 작게 갸웃거렸다.
더이상 바라보는 건 실례라는 생각에 뭐 필요한 것은 없는지 싱에게 물어보자 자신에게 읽을 책과 장을 봐달라고 부탁을 하여 그리 힘든 부탁은 아니었기에 흔쾌히 승낙하였다.

그와 함께 지낸 지도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싱은 바깥세상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었다. 
그저 집에서 책을 읽으며 음악을 듣는 생활이 더 마음에 드는지 자신이 일을 다녀올 동안 집안일을 하거나 책을 읽는 생활을 반복하였다. 
그런 생활이 서로에게 익숙해졌을 무렵이었다.
오랜만에 일이 일찍 끝나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집에 도착하게 되었다. 
현관문을 열고 거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자신이 퇴근하고 돌아올 무렵에는 항상 거실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싱이였는데, 새삼 일찍 퇴근했다는 것이 실감하였다.
주변을 둘러보니 집안이 깨끗한 걸로 보아 집안일을 끝내고 여가 시간을 즐기는 중인 것 같았다. 
평소 여가시간을 책을 읽는데 많은 시간을 소요하는 싱의 모습이 떠올라 서재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었다.
혹시 책 읽는데 방해라도 될까, 닫힌 문을 살짝 열자 책을 읽다 잠이 든 것인지 긴 소파에 기대어 잠이 든 새하얀 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이처럼 새근거리며 자는 그의 모습에 자신도 저럴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머리와 눈의 색만 틀리지 자신과 똑같은 얼굴과 몸을 가진 싱을 볼 때마다 기분이 묘해졌다.
육체적 단련을 우선시하는 자신과 달리 학문을 우선시하는 그의 모습은 거울에 비춘 듯 자신과정반대라는 것을 느꼈다. 
그저 음과 양의 기운으로 나뉘었을 뿐이라 생각하였는데, 전혀 다른 자신의 모습을 보며 묘한 감정이 자꾸 자리에 잡았다.
소파 옆에 앉아 그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왠지 그의 얼굴을 만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라도 깰까, 그의 볼을 살짝 쓰다듬자 감겨있던 눈이 파르르 떨리며 눈이 떠졌다.
"돌아오셨습니까?"
"아아 오늘 일이 일찍 끝나서... 그건 그렇고 네가 잠이 들다니 의외로군"
"몸이 나른해져서..잠깐 잠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봄이라 그런가..."
마틴이 나른하다고 점심 식사 후 낮잠을 자러 갔던 게 생각나 그런가 보다 하고 납득했던 게 자신의 잘못이었다.
읽은 책을 정리하고 내려온다며 먼저 내려가 있으라는 싱의 말에 그를 믿고 저녁 식사에 쓸 재료를 손질하기 위해서 내려가 있었다. 
오늘 저녁에 쓸 재료의 손질이 마무리되었음에도 싱이 내려오지 않자 걱정이 되었다.
그래도 한 10분쯤 지났겠지 싶어 시계를 보니 30여 분이 지나있었다.
앞치마를 벗고 서재로 올라가자 보이는 것은 붉어진 얼굴로 식은땀을 흘리며 벽에 기대고 있는 싱의 모습이었다. 
재빨리 다가가 그의 이마를 만지니 열이 상당히 높았다.
나른하다며 말하는 그의 말을 가볍게 여기는 게 아니었는데...
침대가 있는 방으로 옮기기 위해 그를 안으려 하는데 그가 저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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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5. 6. 10:54 | Posted by 아뮤엘
"x번째 생일을 축하해, 우리 아들"
이젠 기억조차 흐릿한 어린 날의 기억
군침이 도는 음식들이 상에 가득 차려져 있고, 따뜻한 온기가 집안을 감싸 안았다.
그리고 눈앞의 풍경이 전환되어 자신의 어머니라는 존재가 자신을 끌어안은 채 피를 흘리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ㅋ....ㅡ..읍...엄마는,..ㅌ..엔을 많이 사랑,한..ㄷ..다"

"......하...,아..."
매년, 이맘쯤이면 항상꾸는 악몽임에도 매번 적응하기 어려웠다.
자신의 죄를 일깨우는 것인지, 아니면....
"....부질없는.."
침대 옆 탁자에 올려진 시계를 보니 평소보다 두 시간 정도 빠른 시간이었다.
악몽의 여파인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몸을 일으켜 기대듯 앉았다.
활짝 열린 창문 밖으로 보이는 물안개가 낀 새벽 거리의 모습이 오늘따라 눈에 들어왔다.
잠이 더 올 거 같지는 않고, 그렇다고 이렇게 하릴없이 시간을 낭비하는 것은 또 싫기에 몸을 일으켜 욕실로 향하였다.

평소보다 긴 샤워를 마치고 간단한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부엌으로 향하였다.
샐러드와 토스트, 커피를 식탁에 차려놓고 보니 오늘따라 식탁이 허전해 보였다.
"...빌어먹을"
갑작스레 목구멍을 타고 올라오는 신물에 욕이 나왔다.
다 악몽 때문이다.
지난 몇 년간 겪어왔지만, 오늘따라 심한 증세에 기껏 준비한 음식들을 정리하였다.
지끈거리는 머리와 꾸역꾸역 올라오는 신물
그리고.. 잊지 말라는 듯 머릿속에 맴도는 악몽
"...가봐야 되나..."
피하는 것도 모르는 척 외면하는 것도 이제 지쳤다.

필요한 옷가지와 물건들만 간단히 챙겨 예전 자신이 살던 마을에 도착하였다.
재단이 한가한 시기라 그런지 급작스러운 휴가 요청에도 바로 승낙을 해주어 예상보다 빠르게 도착할 수 있었다.
오랜만에 보는 고향의 풍경은... 참혹하기 그지없었다.
폐허가 된 거리
반쯤 무너진 건물들 사이로 보이는 백골들
그을린 흔적과 이제는 말라 굳어버린 핏자국들
우거진 숲과 산으로 둘러싸인 풍경이 아름다운 마을이었는데...
자신이 마을을 떠나고 얼마 뒤, 정체 모를 무리의 습격을 받아 단 한 명의 생존자도 남기지 않고 죽었다고 한다.

범인은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렇게 정이 있던 것도 아니었기에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직접 보니 참혹하긴 하지만, 그렇게 화가 난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마을 광장에 있는 분수를 지나 작게 난 오솔길을 따라가면 빛바랜 푸른 지붕을 가진 작은 집이 어린 시절 자신의 보금자리가 자신을 맞이하고 있었다.
집에 다가갈수록 지끈거리던 머리가, 꾸역꾸역 올라오던 신물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역시나..."
죄책감..이라도 느꼈던 것일까?
사람의 심리는 복잡하다고, 없는 병까지 만든다더니...
"웃기는군"
망가진 채로 방치되어서인지, 경첩이 녹슨 것인지 열리지 않는 문을 억지로 열어 안으로 들어갔다.
쌓여 있던 먼지가 시야를 잠시 가로막았지만, 곧 가라앉았다.

자신이 떠난 후, 방문한 이가 없는지 먼지가 쌓이고 낡았다는 것 외에는 어린 시절 기억에 남아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추억에 잠겨 이곳저곳 돌아다니다, 마지막으로 어머니의 방에 들어가게 되었다.
평소 깔끔하던 어머니의 성격이 잘 드러나는 방의 모습에 작게 미소가 그려졌다.
책상 위에 놓인 자신과 어머니의 초상화가 눈에 들어왔다.
평소 친하게 지내던 동네 화가가 그려준 그림이었는데...
"....어머니..."
따스한 햇살처럼 밝은 갈색의 머리카락과 밤하늘을 담은듯한 검은 눈동자
항상 웃으며, 밝은 모습으로 자신을 대해주시던...
이렇게 사랑스러운 분의 얼굴을 잊고 있었다는 게 이해가 가 지않을 정도로
"...으,윽......"
갑작스러운 두통에 머리를 붙잡고 벽에 기대었다
머릿속에 수많은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어머니와 처음으로 요리를 한 날
같이 책을 사러 간 날 
사부님에게 칭찬을 받고 어머니가 좋아하시던 모습
잊고 있었던 기억들이 하나둘씩 빠르게 재생되어 갔다
왜 잊고 있었을까..
조금이라도 더 기억을 못 할지언정..
그리고 기억의 흐름은 마지막을 향하였다

몇 번째인지는 기억이 나지만, 어머니는 자신의 생일이라고 한껏 힘을 내어 요리하셨고 둘만의 작은 파티를 즐기고 있을 무렵이었다.
갑작스레 찾아온 한 남자에 의해 분위기는 전환되었다.
화기애애하던 분위기가 한순간에 깨졌다.
어머니는 재빨리 자신을 옷장 안으로 숨긴 뒤 나오지 말라고 하셨고 그런 어머니의 단호한 표정과 말씀에 조용히 옷장에서 기다렸다.
거실에서 남자의 고함이 들리고 어머니는 모른다고 계속해서 외면하셨고,
그리고...
곧이어 어머니의 비명이 들리고 남자가 집을 나서는 소리가 들렸다.
어머니의 비명이 신경 쓰여 옷장에서 나와 어머니가 계실 거실로 나가는 나의 모습이 보이고 동시에 그때의 혈향이 자신에게도 전해져왔다.
거실로 다가갈수록, 혈향은 짙어지고 어머니는 소파에 기대어 다가오는 자신을 힘없이 쳐다보셨다.
복부에서 끊임없이 피를 흘리는 어머니의 모습이 너무나 무서워서 섣불리 다가가지 못하는 자신을.. 
그런 자신을 이해한다는 듯 움직이지 않는 몸을 이끌고 자신을 껴안고 달래주셨다
자신은 괜찮다고.. 다만, 혼자 남을 내가 걱정된다고...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그리고 작게, 속삭이듯 말씀하시던 어머니의 마지막 말씀을...
잊고 있던 것들을 모두 기억해내었다.
아아...어머니...
어린 자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저...어머니의 죽음을 막아보고자 상처를 치료해보고 깨끗하게 수건으로 닦아보기도 하고, 하지만 이내 깨달았다
어머니는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수련에 나오지 않는 자신을 의아하게 생각해 데리러 온 사부님에 의해서 상황이 정리되고 난 뒤였다.
어머니의 시신은 사부님이 따로 처리하셨고, 자신은 속이 텅 빈 인형처럼 사부의 손을 잡고 마을을 떠났다.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자신은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사실과 마을을 떠났다는 단편적인 기억 외에는 모두 잊게 되었다
그저 어머니가 없다는 아픔을 잊기 위해 수련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리고 매년 자신의 생일 즈음해서 악몽을 꾸게 되었고 지독한 두통에 시달리게 되었다
"하아..."
모든 기억을 되찾고 나니 자신의 무력함과 멍청함이 지독하게 혐오스러웠다
잊는 것으로 아픔을 외면하다니
손톱이 여린 살을 파고들어 상처를 내었고 꽉 진 주먹에서 붉은 핏방울이 흘러 떨어졌다. 
후회를 한다고 해서 자신의 죄가 없어지지 않는다는 걸 잘 알기에 어머니의 마지막 말씀을 떠올리고 어머니의 책상으로 다가갔다.
가장 아래 서랍 속 상자 
빛이 바래있는 굳게 닫힌 작은 상자는 오래되어서인지 조금 힘을 주어 뒤틀자 열렸다.
상자 안에는 로켓 목걸이와 편지가 들어 있었다.
어머니의 작고 동글동글한 글씨로 적힌 편지에는 자신의 생일을 축하한다고, 이렇게 잘 자라주어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앞으로도 행복하게 살자는..그런 내용이..
자신에게 어울릴 것이라며 산 은빛 로켓은 열자 안에는 사랑한다는 글자가 새기어진 어머니와 자신이 웃고 있는 초상화가 들어 있었다.
분명 생일 몇일 전 화가에게 부탁해 그린.. 
초상화가 보고 싶어 어머니께 말씀드렸지만, 아직 완성이 되지 않아 받지 못하였다고...
"..어...머니..."
참고 있던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왜 자신은 좀 더 빨리 찾아올 생각을 하지 못한 것인지...
왜... 도대체...
작은 로켓을 품에 끌어안은 채 조용히 숨죽여 눈물만 흘렸다.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눈물을 멈출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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