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나에게 능력을 다루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겠다고 하였다. 제 손을 잡고 외출의 목적이었던 시장으로가 심부름하는 것을 도와주었다. 그는 내일부터 매일 11시쯤 공원에서 기다리겠다고 약속하며 저를 집
근처까지 데려다주고 돌아갔다. 멍한 얼굴로 집으로 돌아오자 미안하다고 꼬옥 안으며, 조금 늦긴 했어도 장을 봐온 자신에게 고맙다며 이마에
키스를 해주셨다. 그날 이후 아침에 일어나 밥을 먹고 10시 반쯤 집을 나섰다. 스스로 집을 나서는 자신의 모습에 부모님은 놀라셨다. 차마
묻지는 못하시고 잘 다녀오라고 볼에 키스를 해주셨다. 설레는 마음으로 그와 만나기로 한 공원 입구에 서서 기다렸다. 시끄러운 소리에 귀를 막고 앉아 그를 기다렸다. 속으로 빨리 11시가 되길 빌면서. 누군가 저를 안아 들었다.
감고 있던 눈을 뜨니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소음 없이 고요한 그의 품에 안겨 볼을 부빗거리자 그는 쿡쿡 웃으며 그렇게
좋냐고
물어왔다. 나는 대답 없이 조용히 끄덕였다. 그의 품에 안겨 지나가는 풍경을 보고
있다.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데 도착했다며 자신을 내려 손을 내미는 그의 모습에 웃으며 내민 손을 잡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방에 도착하자 그는
과자와 음료를 놓으며 노트와 펜을 가지고 제 옆에 앉았다. 그는 일단 자신의 능력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며 제 능력이 정확히 무엇인가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무슨 능력인지, 능력을 이용해 어떠한 일을 할 수 있는지 등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에서 설명해주었다. 제 능력에 대해 이렇게 정확하게 알려준 사람은 없었기에, 그것보다
자신이 말한 적도 없는데 제 능력을 정확히 알고 있는 그의 모습에 조금 놀라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말없이 웃으며 제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리고 시계를 보더니 슬슬 돌아가야 할 시간이라며 몸을 일으켰다. 사실은 그의 곁에 더 있고 싶었지만 안 된다는 것을 알기에 그가 내민
손을 잡고 일어났다.
그렇게 매일 두 시간씩 그의 집에서 능력을 다루는 방법에 대해 배웠다. 그런 생활이 한 달이 지나고, 삼 년이 지났을 무렵 나는 내 능력을 완벽하게 제어 할 수 있게 되었다. 아니 완벽까지는 아니었지만, 사람이 많은 곳에 가도 소음 때문에 고통받는 일은 없게 되었다. 평범한 사람과 같이 지낼 수 있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좋았다. 내가 원할 때 상대방의 속마음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읽을 수 없는 이가 있었다. 그래, 헤이 그의 속마음만은 아무리 노력해도 읽을 수가 없었다. 그런 제
모습을 보며 그는 말했다. 자신의 능력이 아무리 발전해도 자신의 속마음만은 읽을 수 없을 것이라고 그건 자신의 능력이 약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특별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평소 같으면 웃고 넘겼겠지만, 그와 함께 지내면서 다른 사람과 달리
특별하다는 것은 느끼고 있었다. 그는 뭐든지 꿰뚫어 보고 있었다. 마치 신처럼.
그와 만난 지 5년째 되던 날이었다. 그는 이제 이곳을 떠나 다른 곳으로 가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와 헤어진다는 것을 얼핏 알고 있었기에 애써 담담한 척 그래요? 라고 대답하였다. 어디로 가냐고 묻지는 않았다. 그의 발목을 붙잡고 싶지는 않았기에. 그저 언제 떠나냐고 물었다. 그는 웃으며 일주일 정도 더 머물다 떠날 예정이라고 했다. 너무 빠르잖아... 집으로 돌아가는 길 그에게 줄 선물을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하며 과자를 집어 먹는데 그가 조용히 말을 꺼냈다. 그는 최근 어떤 조직의 수장이 되었다고, 그 조직에서 자신이 펼쳐가고 싶은 세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가 특별하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조직의 수장이라니.. 스케일이 큰 이야기라 멍하니 듣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사람들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을 그가 앞으로 계획하는 미래에 꼭 필요한 사람이자 소중한 사람이라고 했다. 그의 그 말 한마디에 들고 있던 쿠키를 떨어뜨리고 멍하니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는 싫으면 거절해도 된다고 그런 표정을 짓지 말라며 이마를 손가락으로 팅겼다. 울고 있는 어린아이였던 나를 구원한 것은 당신이었다.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던 자신을 아무 대가 없이 바쁜 그의 시간을 쪼개 어엿한 한 명의 능력자로서 키운 것은 바로 그였다. 자신은 그의 인생에서 지나가는 작은 인연. 그것만으로도 만족했다. 어렴풋이 그를 찾아오는 이들을 보고 그가 높은 직위에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가 언제 떠날지 알 수는 없었지만, 그가 떠나기 전에 작은 선물이라도 하고 싶었다. 자신을 기억해줬으면 해서. 하지만 그는 자신을 소중한, 그가 만들 미래에 필요한 사람이라고 말해주었다. 흘러내리는 눈물을 손으로 가렸다. 멈추지 않는 눈물을 손으로 닦아내며 그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나는 나를 절망 속에서 구해준 그를, 아니 나의 신을 위해 이 한 몸 바치겠다고 말했다. 그는 웃으며 목숨까지 걸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저 제 곁에서 자신의 사람으로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고맙다고 말했다. 그는 손수건을 꺼내 자신의 눈물을 닦아주며 지금의 나는 어리기에 그는 좀 더 크면 그때 중요한 일을 부탁하겠다고 지금은 곁에서 어리광이나 부리라며 다정하게 제 등을 토닥거려 주었다. 그날 나는 속으로 다짐하였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나의 신을 배반하는 일은 하지 말자고, 그를 위해 무엇이든 하겠다고.